2020. 2. 5. 23:01ㆍ시,좋은글/詩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 신석정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뱀이 부시시 눈을 떠보았다.
-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보았다.
-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보았다.
-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히 `경칩(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췰 건 뭐람?
-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미치고 싶도록 햇볕이 다냥해서
나도 발을 쭈욱 펴고 눈을 떠본다.
- 그러나 `입춘(立春)'은 칼렌다 속에
숨어 하품을 하고 있었다.
『빙하(氷河)』 정읍사, 1956
신석정(辛夕汀 본명 : 錫正, 1907년∼1974년)
1907년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27년 조선일보에 소적(蘇笛)이라는 필명으로 〈기우는 해〉를 발표,
1931년 「시문학」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하여 시문학 동인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
1939년 첫 시집 「촛불」을 본 김기림은 시문학사에 휘황한 횃불을 밝혀든 목가시인이라 했다.
6·25 이후 태백신문사 고문을 지내다가 1954년 전주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1955년부터는 전북대학교에서 시론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1961년에 김제고등학교,
1963년부터 1972년 정년퇴직 때까지는 전주상업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67년에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라북도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주요작품으로는 시집 「촛불」과 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가 있다
대중들에게 목가(牧歌)적인 시를 저술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73년 12월21일 전북문화상 심사 도중 뇌혈전증의 졸도한 후
투병하다 1974년 향년 예순여덟으로 일기를 마쳤다.
> 시집 <
1939년 첫 시집 「촛불」
1947년 제2시집 「슬픈목가」
1956년 제3시집 「빙하」
1967년 제4시집 「산의 서곡」
1970년 제5시집 「대바람 소리」 발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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