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의 도돌이표
아침이 오면 어머니의 세상은 누구보다 먼저 여덟 시를 향해 달린다.
어머니가 다니시는 실버복지센터 차는 8시 10분쯤 온다. 집에서 골목 어귀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몇 분이면 충분하기에 8시에 나가도 늘 잠시 서서 차를 기다리곤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아침은 일곱 시가 되자마자 이미 여덟 시에 다다라 있다.
일곱 시를 겨우 넘긴 시각, 어머니는 벌써 방문을 열고 나오시면서 “다른 사람들 벌써 다 갔제?” 하고 물으신다. 세수를 시켜 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린 뒤 머리단장까지 다 해 드려도 시간은 겨우 7시 30분.
어머니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벽을 바라보신다.
벽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이 있다. 하나는 숫자가 계속 바뀌며 ‘지금’을 가리키는 진짜 시계이고, 그 곁에는 종이에 큼지막하게 적어 붙인 흐르지 않는 시간, ‘8:00’가 있다. 잊지 마시라고 붙여 둔 그 종이는 하루 종일 여덟 시만을 가리키지만, 어머니는 자꾸 그 정지된 숫자를 현재의 시각으로 받아들이신다.
“8시다. 늦겠다. 나가자.”
그럴 때마다 나는 위에 걸린 진짜 시계를 가리키며 몇 시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7시 35분, 조금 뒤에는 7시 39분이라고 정확히 읽어내신다. 글자와 숫자를 읽는 눈은 아직 흐려지지 않았다. 나는 시계가 8시가 되면 말해 달라고, 그때 나가면 된다고 몇 번이고 말씀드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설명은 한 번이면 족했다. 7시 39분에서 8시까지 21분이 남았다는 것도 금세 헤아리셨다. 그러나 이제는 숫자는 읽으시면서도, 그 숫자와 숫자 사이에 놓인 시간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잠시 뒤 어머니는 다시 종이 위의 ‘8:00’에 시선이 머물고, 나가자고 재촉하신다. 나는 다시 손끝으로 위쪽 시계를 짚으며 이 시계가 8시를 가리키면, 그때 말해 달라고. 어머니는 멈춰 서 있는 여덟 시 위에 자꾸 흐르는 시간을 겹쳐 놓으려 하고, 나는 그 둘을 떼어낸다.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도돌이표처럼 같은 마디로 되돌아왔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마침내 진짜 시계가 8:00을 가리키면, 어머니는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하신 듯 반가운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이제 8시 됐다.”
나는 그제야 어머니에게 이제 나가자고 손을 내민다.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시고, 우리는 골목 어귀까지 천천히 발을 맞춘다. 센터 차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늘 그랬듯 한길가에서 차를 기다린다.
흐르는 시간의 감각은 어머니에게서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데, 시간을 바라보는 눈빛은 오히려 더 집요해진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시각의 확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덟 시가 되면 센터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어머니에게 그 시간은 숫자가 아니라 하루를 붙잡아 주는 하나의 약속인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에도 어머니는 종이에 적힌 ‘8:00’을 바라보실 것이고, 나는 다시 진짜 시계를 가리키며 같은 말을 건넬 것이다. 언젠가는 이 고단한 도돌이표마저 사무치게 그리워질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제는 어머니의 시간을 바로잡으려 애쓰기보다 그 어긋남 속에 함께 머물기로 한다. 어머니의 세상이 조금씩 옅어지더라도, 아직 우리에게는 함께 기다릴 여덟 시가 남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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