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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Sylvie Vartan - La Maritza (1968)

by 시나브로@ 2026. 9. 15.

Sylvie Vartan - La Maritza (1968)

 

마리짜 강변의 추억

오랜만에 실비 바르땅의 "La Maritza"를 다시 듣는다. 젊은 날에는 그저 곡의 애잔한 선율과 그녀의 목소리가 좋아서 들었던 노래다. 가사가 무슨 뜻인지, 마리짜가 어디에 있는 강인지도 잘 몰랐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이 노래가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난 한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리짜는 실비 바르땅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불가리아의 강이다. 여덟 살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떠난 그녀에게 마리짜는 단순한 강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과 그곳에 남겨둔 사람들, 그리고 한때 자신의 것이었던 풍경이 모두 그 강에 포개져 있었을 것이다.

 

노래는 마리짜를 세느강과 나란히 놓는다.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곳에는 세느강이 흐르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마리짜가 흐른다는 뜻일 것이다. 참 오래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고향도 그런 것이 아닐까. 젊을 때는 고향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한 장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그곳을 떠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나면, 고향은 지명이나 풍경만으로 남아 있지 않다. 그곳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 어린 날의 냄새와 소리,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까지 품은 기억의 장소가 되는 것 같다.

Sylvie Vartan - La Maritza (1968)

 

그래서인지 이제 이 노래를 들으면 마리짜 강이 남의 강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마리짜’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날 뛰놀던 길과 산, 부모님의 목소리가 있던 집, 친구들과 함께 걷던 고향의 풍경….

 

강물은 흘러가고 사람도 떠난다. 풍경마저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노래는 때때로 그 모든 것을 잠시 되돌려놓는다. 오늘은 실비 바르땅의 목소리를 따라 오래전 흘러간 시간의 강변에 잠시 앉아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고향은 꼭 돌아가야 하는 곳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흘러간 세월과 그때의 사람들, 어린 날의 풍경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 고향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나는 요즘 고향의 개울둑을 걷는다.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린 시절의 풍경이 문득 겹쳐지고, 오래전 떠난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기억은 이렇게 현재의 길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고향에서 누리는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추억은 과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함께 걷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고향의 개울둑을 걷는 일이 그래서 좋다. 흘러간 세월을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 세월 속에 다시 잠시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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