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4. 00:37ㆍ山情無限/백두산
백두산 서파~ 북파 종주기 (2/3)
○ 산행지 : 백두산( 2,750M)
○ 소재지 : 백두산의 서쪽과 북쪽은 중국 길림성, 동쪽과 남쪽은 북한의 양강도에 속함
○ 코 스 : 서파(산행기점)-청석봉-한허계곡-백운봉-녹명봉-북파-장백폭포-소천지.(10시간)
○ 일 시 : 2004. 08. 03(화)
○ 날 씨 : 흐리고 비 반복 후 맑음.(기상변화 심함)
○ 참 석 : 백두산악회 회원
○ 구간별 소요시간
04:10 : 산행시작(5호 경계비)
04:35 : 주능선
07:35 : 한허계곡으로 하산하기 전 주능선
07:45 : 한허계곡(폭포) / 아침
09:45 : 백운봉 밑 주능선
10:05 : 백운봉
12:10 : 하산전 마지막 안부 (장백폭포 옆) / 점심
12:30 : 만년설
13:05 : 장백폭포 조망
14:10 : 소천지 (산행 종료).
전체일정
8/1일: 부산 김해 - 북경 - 연길 - 백산호텔
8/2일: 서파 산문 - 금강대협곡 - 송강하빈관
8/3일: 백두산 종주 산행.
8/4일: 도문 두만강 - 대성중학교 - 곰 사육장 - 연길공항 - 북경공항 - 투숙.
8/5일: 북경관광(만리장성 - 이화원 - 자금성 - 천안문 - 한의원 - 서커스관람)
8/6일: 북경 - 부산.
숙소 투숙
숙소를 백두산 서파산문 안에 잡지 못한 바람에 늦은 시간 '금강대협곡'을 출발하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을 2시간 가까이 달려 숙소 '송강하빈관'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경. 그 시간 아직도 저녁 식사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이어 나온 음식은 시장이 반찬이라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 닭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구별 안된 음식과 토마토를 볶은듯한 음식도 맛이 그렇고 붕어같은 생선을 구웠는데 모두들 손도 안 댄다. 열 그릇이 나온다는 음식을 3번째 그릇이 나오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11시 반, 숙소에 들어가니 눅눅한 침대에서 쾌쾌한 냄새가 진동한다. 황토 물이 나오는 세면장에서 양치질과 세수만 간단히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소나기가 쏟아진다. 2시에 출발하기로 했으니 일어나야 할 시간은 1시 30분.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기에 잠을 청해 보지만 왠지 잠이 안 온다.
8/3(비, 짙은 안개 후 맑음)
기상
2시간 정도 눈을 붙였을까? 새벽 한 시반.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시 눈을 붙였는데 모닝콜이 요란하게 울린다. 이틀을 달려와 드디어 오늘 백두산을 오른다. 벌써부터 흥분되는데 비가 이렇게 쏟아지고 있으니 백두산을 오르기는 오를 수 있으려나... 버스는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챙겨 싣고 쏟아지는 비 속으로 달린다.
이동
숙소에서 1시간 가까이 달려 서파산문에 도착하고 서파산문에서 1시간을 더 달려 버스가 멈춰선 곳은 산행기점. 다행히 큰 비는 그치고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버스에서 내려 각 자 도시락을 챙긴 후 산행채비를 한다. 4시밖에 안되었는데 헤드랜턴을 켜지 않을 정도로 훤하여 이상했는데 우리나라와 1시간 시차가 있으니 5시인 셈이다.
바람이 심하고 안개비까지 내려 비옷으로 무장해야 할 정도로 날씨가 심상치 않다. 가이드는 어제는 하루 내내 비가 와서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모두 되돌아 갔다며 그나마 우리는 행운이란다.
4시 10분, 드디어 5호 경계비를 향하여 가파른 계단길을 오른다. 25분 정도 올랐을까. 둔덕에 올라서니 5호경계비다. 중조국경(中朝國境)을 표시하는 5호경계비에는 한쪽에는 중국 그리고 반대에는 조선이라 적혀있다. 경계비에 철사 줄이 땅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데 그것이 두 나라의 경계인 듯하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앞이 틔며 바로 앞에 시꺼먼 바위절벽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깜짝 놀라자 가이드가 저게 마천우란다. 그렇지 않아도 가이드가 "종주는 위험한 곳이 많다"며 겁을 주고 있었는데 엉겁결에 그것도 코 앞에 나타난 바위 벽까지 봤으니 기겁을 하고는 종주를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네 사람 중 한 사람꼴은 늘어나는 것 같다. 가이드가 종주 인원수를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씁쓸했다. 하산할 사람과 종주할 사람을 확인하고 막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천지창조인듯 안개가 쫙 갈라지면서 바로 발 아래가 까마득하게 열리는 것 아닌가! 모두 탄성을 지른다. 재빨리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순간 더 짙은 안개가 몰려와 덮어 버리는 것 아닌가?.
백두산(2,750m)!!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가슴 깊은 곳에서 저며오는 어머니 같은 산! 4천리를 줄기차게 뻗어 내리는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출발점이자 민족의 성산. 그러나 현실에서는 냉혹하다. 3/4이 중국에 넘어갔고 중국은 60년대에 백두산 일대를 장백산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80년대에 들어 외부에 공개하고 현재 천지와 백두산은 특별 행정기관인 '장백산 보호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백두산 서파 트래킹은 조금 전 기겁을 하게 만든 마천우(2,695m)을 오르지 않고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시작한다. 안개가 조금 걷히는 것 같다. 아직 지척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렵지만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북쪽의 천문봉(2,670m)은 짚차로 오르지만, 천지를 중심으로 서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경사진 구릉은 해발 1,800~2,400m나 되어 8월이면 야생화가 만발하여 천상의 화원을 이루어 트랙킹 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그럼 그렇지 청석봉을 돌아 가는데 노란 만병초를 비롯한 이름 모를 꽃들이 우리를 환영하듯 능선을 뒤덮고 있는게 아닌가!
청석봉 능선을 타면서 지천으로 땅을 덮고 있는 야생화를 보고 있는데 "천지다!" 하는 탄성에 고개를 들어보니 저 앞 하늘이 열린 곳으로 천지가 잠깐 보였다 사라지는 것 아닌가? 과연 천지는 天池였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찬란하고 경이로운 모습이다. 카메라를 꺼냈지만 상황은 순간에 이뤄졌다 사라진 후다.
천지는 용왕담(龍王潭)이라고도 하는데 전체 모습은 원형을 띠고 있는 칼데라호로 물은 달문이라는 화구벽을 통해 장백폭포를 이루고 송화강으로 흘러 드는데 전반적으로 완만한 현무암으로 형성된 순상화산으로 250년 전에 활동이 멈춘 사화산이라고 한다. 면적 9.17km2, 둘레 14.4km, 최대너비 3.6km, 평균 깊이 213.3m, 최대 깊이 384m, 수면 고도는 2,257m. 천지는 화산의 분화구에 생성된 곳이며 해발 2,257m에 위치한다. 연평균 기온이 -7.3° 평균온도는 0.7 ~ -11°C라고 한다. 천지에서 괴물을 보았다고도 하나 확인할 바 없고 단지 산천어 외 6종의 고기가 살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천지를 둘러싼 2,500m 이상의 봉우리만 16개인데 그 중 9개는 북한에, 7개는 중국에 있다고 한다.
2시간 정도 걷는 동안 변덕스런 날씨는 느닷없이 비를 뿌렸다가 그쳤다를 반복하여 카메라와 캠코더 관리가 보통 고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가지도 제대로 다루기 힘들다. 그래서 캠코더를 허리쌕에 넣고 카메라는 배낭에 넣었다. 그런데 백운봉을 마주하며 깊은 골짝 한허계곡으로 내려서려는데 갑자기 천지가 신비한 속살을 드러낸다. 다들 "천지다!" 하는 탄성에 카메라를 꺼내는 모습이 사진기자가 사건 취재하듯 하다. 지금 천지 위에서는 안개와 바람이 한바탕 전쟁을 하는지 이번에는 1분 정도나 보여 주었는데도 비닐로 감싼 갬코더를 조작하다 겨우 꼬리만 잡았다. 물론 카메라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진이나 영상물 하나 제대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앞에 가던 사람들도 그렇고 뒤따르던 사람들도 제대로 담지 못한 모양이다. 천지는 "천지를 못 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라고 한다"고도 하고 "10번 올라야 1번 볼 정도"라고도 하고 또 흔한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며 혹시 천지를 못 봤을 경우 나올 원망(?)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 가이드가 사전 포석을 하는 것 같다.
천지만 백두산의 절경이 아니다. 수목한계선을 벗어난 능선은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름 모를 야생화가 수를 놓고 있는 천상의 화원이다.
한허계곡 윗쪽 산허리에는 콸콸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폭포 같은데 천지에서 새어 나오는 물이라고 한다. 08시 20분 계곡 물가에서 가져온 도시락 2개중 하나를 꺼내 아침을 해결한다. 기념으로 빈 병에 물을 담는데 얼마나 차가운지 10초도 견디기 힘들다.
현재 고도가 약 1,900m. 그것도 아침을 먹자마자 오늘 산행 중 제일 힘들다는 백운봉을 오르는 가파른 길이어서 걱정을 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백두산에는 야생화가 1,800여종이나 자생한다는데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을 걷는 기분이어서 힘든 것을 느낄 사이도 없다. 오르는 길섶은 물론이고 온 산에 야생화가 경쟁하듯 피어 완전히 꽃 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경사길로 능선에 오르니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사이 푸른 하늘이 조금씩 열리는데 아래로는 일망무애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아! 말을 타고 신나게 한번 달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수목한계선 위쪽에도 나무가 자라지만 마치 초원 같다. 자세히 보니 키가 한 뼘도 안되는 진달래가 땅에 붙은 상태로 꽃을 피우고 있는게 아닌가? 생명은 경이로운 것 진달래가 여기서 이런 모습으로 자라며 꽃을 피우다니…
중국 쪽에서 제일 높은 백운봉(2,695m)을 오르니 조망이 좋다. 이제 전망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는 마음놓고 캠코더로 천지와 사방을 담아 본다. 무거운 캠코더를 챙겨 와서 제대로 사용도 못해보나 했는데 날씨가 이렇게 좋아지다니…
앞으로 가야 할 차일봉(2,695m)과 녹명봉(2,650m)이 보이고 능선에서는 천지를 보면서 걸으니 모두 발걸음도 경쾌해 보인다.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천지를 이렇게 맘껏 보며 걸을 수 있다니 행운이라도 보통 행운이 아니다. 정말 황홀하다.
녹명봉(2,650m) 아래 훤히 천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융단 같은 바닥에는 노란 만병초와 이름 모르는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야생화 공부를 좀 더하고 올걸…, 그러나 마냥 야생화에만 눈을 줄 수 없는 것은 천지에는 햇살과 하얀 뭉게구름이 반영되어 황홀한 모습인데 푸르디 푸른 천지에 배 한 척이 유유히 떠 다닌다.
차일봉(2,695m) 아래는 뚜렷한 길도 없어 푸른 초원을 걷는데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하다. 맞은편에 철벽봉과 대부분 백두산 관광객들이 짚차로 오르는 우뚝 솟은 북파 천문봉이 보인다. 가던 길을 멈추고 양탄자 같은 초원 위에 앉았다. 잠시 누워도 봤다. 촉감이 좋은데 하늘을 유유히 떠가는 구름이 평화롭다. 뒹굴고 싶도록 펼쳐진 초원지대는 영화'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못지 않았다. 꽃들을 밟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여서 나무가 상할까봐 더 헤집고 다닐 수가 없어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길을 찾아 나선다.
내림길을 가다 말고 골짝에 보이는 허연 물체가 얼음이다 아니다 논란이 이는데 성질 급한 이들이 달려가 직접 확인을 하고는 "얼음맞다"고 소리친다. 요즘 울산은 수은주가 40도 가까이 올라가는데 백두산에는 아직 얼음이 얼어 있는 것이다.
맞은편에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짚차들이 바쁘게 오르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두산 관광을 저 짚차를 타고 천문봉(1,670m)에 오른다. 계곡 쪽에서 드디어 웅장한 소리를 내며 포말을 일으키는 장백폭포가 나타났다. 천지는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이 생겨 달문을 통해 쏟아내어 68m나 되는 높이에서 폭포를 만드는 것일까?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장백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US 5$씩 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안에 걸린다나… 제기랄.., 그말을 무시하고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발길을 옮긴다. 자작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서 오늘 산행의 날머리 소천지쪽을 내려다 보며 잠시 휴식..
얼마나 내려갔을까? 가이드들이 또 부산해졌다. 13명씩 조를 나누고 한 조가 내려가서 연락을 하면 다음 조가 조용히 출발 하라면서 숨소리도 크게 내지 말라한다. 중간에 공안이 단속을 나왔는데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나…, 그 바람에 대열은 여름철 엿가락 늘어나듯 한없이 늘어지고 지체된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가이드들이 소천지 입장료를 주기 않으려고 그랬다는 것을 알고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정당한 이용료를 내고 왔는데...
할 수 없이 나뭇군과 선녀의 전설이 깃들여 있다는 소천지에 마치 도둑고양이 같이 숨어 들었다. 드디어 백두산 서북능선을 10시간에 걸쳐 종주를 한 것이다. 그것도 날씨의 특별한 도움을 받으며 천지를 하루종일 보면서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종주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천지를 닮았다는 소천지. “들어오는 물은 있는데 나가는 물이 없다”라고 쓰여있다. 그런데 이렇게 물이 맑다니…
원래는 그냥 숙소로 가기로 했는데 가이드들이 온천을 갔다가 가자며 아예 버스를 온천에다 주차시켜 놓았다. 요금도 비싸고 그냥 숙소로 가자는 사람도 많아 그냥 가려하니 가이드들의 트집이 심하다. 돈 맛을 들이 가이드들의 모습이 너무 한 것 같다. 온천을 갔으면 또 얼마간의 리베이트를 챙겼을테지… 정말 “좋은 것은 안 배우고 못된 것만 배워 돈을 너무 밝히는 것 같아 못마땅하지만 이렇게 된데는 한국사람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버스는 풍정원으로 직행하여 민속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북한 사람들이 하는 민속공연을 보고는 따끈 따끈한 방바닥이 좋아 룸메이트와 그냥 방으로 왔는데 많은 사람들은 2만원 하는 발 마사지와 3만원 하는 안마를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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