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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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크는가? / 박노해
사람은 무엇으로 크는가? 박노해 사막에서 새 풀을 찾아 쉴 새 없이 달리는 양들은 잠잘 때와 쉴 때만 제 뼈가 자란다. 푸른 나무들은 겨울에만 나이테가 자라고 꽃들은 캄캄한 밤중에만 그 키가 자란다. 사람도 바쁜 마음을 멈추고 읽고 꿈꾸고 생각하고 돌아볼 때만 그 사람이 자란다. 그대여, 이유 없는 이유처럼 뼈 아프고 슬프고 고독할 때 감사하라, 내 사람이 크는 것이니. 힘들지 않고 어찌 힘이 생기며 겨울 없이 어찌 뜨거움이 달아오르며 캄캄한 시간 없이 무엇으로 정신의 키가 커 나올 수 있겠는가.
2019.10.25 -
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정치가에게 권력을 빼보라 무엇이 남는가 부자들에게 돈을 빼보라 무엇이 남는가 성직자에게 직위를 빼보라 무엇이 남는가 지식인에게 명성을 빼보라 무엇이 남는가 빼 버리고 남는 그것이 바로 그다 그리하여 다시 나에게 영혼을 빼 보라 나에게 사랑을 빼 보라..
2018.01.13 -
다시 / 박노해
다시 /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시집『사람만이 희망이다』 해냄, 1997 박노해 (본명:박기평, 1957~ ) 1957년 전남 함평에서 ..
2017.05.03 -
아직과 이미 사이 / 박노해
아직과 이미 사이 / 박노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
2012.02.04 -
다 아는 이야기 / 박노해
다 아는 이야기 / 박노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
2011.06.16 -
가을에 시인이 이런 시를 써야 하나 / 박노해 201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