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2. 22:47ㆍ山情無限/한남금북정맥(完)
한남금북정맥 1차 (속리산 천왕봉에서 대안고개까지)
드뎌 한강과 금강을 가르는 한남금북정맥에 들기로 했다.
낙동정맥을 끝내고 곧바로 금남정맥에 들려다 여러 사정으로
미루어 왔지만 가야할 길,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대간길과 정맥길을 가면서 항상 선답자를 존경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걸었다.
홀로 걷기는 했다. 홀로하는 산행이 어려움이나 경제적인 부담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에 가능하면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특히 대간과 정맥길은 안내산행보다는 홀로가는 것이 지역을 살필
기회가 많아지고 혼자 가는만큼 사전에 준비도 철저하게 하니 공부도
많이 할 수 있는 등 나름대로 의미를 줄 수 있어 매력을 느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호남정맥이 끝나면 곧 이어갈 금남정맥과
그 다음에 계획되어 있는 한북정맥은 W산악회 정든 산우님들과 함께 걷고
그 사이 사이에 한남금북, 금북, 한남정맥을 함께 이어가 볼 계획이다.
가능하면 금남정맥을 가는 동안 금강의 북쪽 산줄기 금북정맥을 같이 걷고,
한북정맥을 가는 동안에는 한강 남쪽 산줄기 한남정맥을 걸어 볼 참이다.
혼자가는 동안에는 안내산행과는 좀 색다른 몇가지 원칙을 세워본다.
첫째는, 그 지방 유적지나 장터를 찾아보고
둘째는, 향토 음식 한가지 이상은 먹어보고
셋째는,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나눠 볼 참이다.
○ 산행일자 : 2009. 10. 31(토) 06:30 ~ 15:48 (9시간 18분)
○ 산행날씨 : 흐렸다 갬, 간간히 바람 붐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3.4km + 2.7㎞ 누적거리 : 13.4km
○ 산행코스 : (도화리-)천왕봉-687.3봉-산불감시탑-갈목재-회엄이재-말티재
○ 소 재 지 :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장안면 / 경북 상주시 화북면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 (아산 - 청주 - 보은) : 승용차 (출장지에서 이동)
- 말티재(승용차 주차) ~ 도화리 : 택시(조병국 기사 : 043-543-6262, 011-491-3234)
☞ 산행들머리 도화리 가는 방법
1. 택시 : 조병국 기사(011-491-3234), 보은개인택시(043-543-4367)
2. 대중교통 : 보은~대목(도화)리 / 군내버스(1시간 소요, 1900원 /06:30(평일), 08:00)
06:30 산행들머리 도화리 출발
07:41 백두대간 능선
08:00~18 속리산 천왕봉(1057.7m)
10:00 삼각점(667m)
12:56 갈목재
13:39 전망바위
15:33 무명봉(이정표)
15:48 말티재(m)
③ 복귀
- 말티재 ~ 보은 : 승용차
☞ 말티재에서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여 보은이나 속리산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보은에서 말티재 오가는 대중 교통편 / 문의 : 보은 신흥운수 043-542-2510)
(06:40(평일만), 08:20, 10:20, 12:20, 14:20, 16:20, 18:20 / 1100원)
이번 주말에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에 들려는데
다음 기회로 미룰까 했지만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는 길 아예 출장가는 길에
꿈은 이루어 지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생긴다더니...그렇다.
일을 마치고 청주를 거쳐 보은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 깊었지만,
꼬불꼬불한 길로 인적도 없이 정적만 흐르는 말티재에 올라
(산행들머리 도화리, 일제시대 지명인 대목리를 도화리로 되찾았다고 한다)
아침은 새벽에 문 여는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않아
자체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햇반이 편리하긴 한데 뎊히는
시간이 오래 걸려 금쪽같은 새벽시간이 아까웠는데 곰탕을
끓이면서 그기에 햇반을 넣으니 시간도 단축되고 먹기도
훨씬 나았다. 아침을 모텔방에서 해결하고 5시반 말티재에서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를 만나 들머리가 있는 도화리로
향하는데 기사님은 대간과 정맥, 인근 등산로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잘 설명을 해 주고 갈마재를 지날 때는
초소를 피해가는 방법을 가르켜 주기도 했다.
(아직도 천황산이라고 가르키고 있는 들머리 도화리 이정표)
한남금북정맥의 시작점인 속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길은 크게
세 길이 있다. 하나는 속리산 법주사에서 태봉을 거쳐 오르는 코스와
장각동에서 시작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 도화리를 산행
들머리로 할 수 있다. 법주사 코스는 도로를 따라 올라야하므로
지루하여 장각동 코스나 도화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도화리 마을 초입에는 마을 표지석이 서 있고, 그 맞은편에
시그널이 달려있어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다.
(입산통제 간판 옆으로 난 수레길로 천왕봉을 향하여...)
(속리산 단풍을 보기에는 조금 늦게 찾은 것 같다)
도대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일까?
이전에는 사찰입장료 받아주는 일까지 대행하더니만
얼마 전부터는 막대한 돈을 들여 지리산에 시베리아산
곰을 방사해 놓고 그기에 몰두하지를 않나 우리 산의
역사이자 관리공단이 하지못한 일들을 해 오신 민간산장지기
잘못된 산이름을 되찾는데 앞장서도 모자랄텐데
어렵게 되찾은 제 이름 천왕봉을 아직까지 고쳐 부르지 않으니..,
할 말이 많아도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벌써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겨울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천왕봉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곡길을 따르지만
한 길인데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꼭 3년전, 백두대간 길로 여기를 지날 때도 10월이었다)
(되찾은 천왕봉, 새로 세운 정상석과 삼각점 / △속리11.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 화북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최고봉인 천왕봉(1058m)을 중심으로 비로봉(1032m),
문장대(1054m), 관음봉(982m), 길상봉, 문수봉 등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한국 팔경 중 하나로, 화강암의 기묘한 봉우리와
울창한 산림으로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유명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바위가 흰 구름과 맞닿는다 하여
일명 운장대라고도 불리는 문장대를 비롯하여, 입석대,
신선대, 경업대, 봉황대, 산호대 등 8대와 8석문이 있고,
높은 산이 품은 깊은 계곡은 은폭동계곡, 용유동계곡,
쌍룡폭포, 오송폭포 등을 이루어 명승이 많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4년 화양동구곡,
선유동구곡, 쌍곡구곡이 국립공원에 편입되었다.
특히, 속리산 주봉인 천왕봉은
법주사 아래 수정교를 지나 충주호를 거치면서 한강이 되고,
남쪽으로 흘러든 물은 도화(대목골)을 이루어 삼가저수지에서
(멋진 운해를 기대하고 올랐는데 '브로켄 현상'을 만나는 행운이...)
(20여분 가까이 기다려도 구름이 요동치면서 걷힐 생각을 않는다)
(한남금북이 시작하는 샛길로 들려는데 장도를 인도하듯 한줄기 햇살이 비춰준다)
(산죽사이로 가던 길이 급하게 내려선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길, 오늘의 화두는 아무래도 낙엽이 될듯하다)
가파른 비탈에 쌓인 낙엽이 눈길보다 미끄러운데
최근 떨어진 듯한 낙엽은 숨도 죽지않아 더 부품하다.
조심조심 내려서다 잠깐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이
쭈욱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계속되는 급비탈..
조심하느라 페이스가 흐트러지고 걸음도 느려졌다.
(옆을 봐도 뒤를 봐도 아름다운 절경, 情景)
(비탈에서야 낙엽이 미끄러웠지만 평지는 융단같은 길이다)
(뒤돌아 본 모습, 천왕봉은 머리끝만 조금 보인다.)
물맛이 이상하다. 어젯밤 늦게 모텔에 드는 바람에 생수를
준비 못하여 모텔방의 생수통에 있는 물을 담아왔는데 꺼림찍하긴 했다.
그 물이 얼마나 오래 되었겠는가? 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말고는
쏟아버리려다 비상시를 생각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지고 간다.
오늘은 낙엽길에 미끌리고 물이 없어 고생할 것 같다.
(빗방울의 운명을 가르는 칼날같은 한남금북정맥...)
여기서 오른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사내리 금강골으로 흘러들어
사내천, 곡난천, 박대천, 달천으로 이름을 바꾸어 흐르다 충주 탄금대에서
남한강에 합류하고 남양주 팔당호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한강이 되어 서해로 흐른다.
또, 여기서 왼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도화골(대목골)을 거쳐 비룡지에 잠깐 머물렀다가
삼가천이 되어 흐르다 금적산쪽에서 내려온 오덕천과 만나 보청천으로 이름을 바꾸고
옥천 고당리에서 충주호를 거쳐 내려온 금강에 합류되어 서해로 간다.
약한 바람결에도 운명이 남쪽에 떨어질 수도 있고 북쪽에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한 순간의 운명이 천리 각자의 길을 가다 서해에서 만난다.
(낙엽속에 묻혀 있는 667봉 삼각점을 찾았다)
(무인감시카메라가 있는 무명봉에 올랐는데 갈증은 심하고...)
(인적도 없고 흔적뿐인 불목이재를 지나니 갈대무성한 헬기장이..)
이제 많이 오르내림이 많이 완만해졌다.
오늘은 낙엽에 미끌리고, 넘어지고, 구르고, 심지어는 낙엽과
진한 키스까지 했다. 원없이 한없이 낙엽길을 걸으면서
댓가도 단단히 치룬 것 같다. 발목긴 등산화와 두툼한 배낭,
스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크게 다치지 않고 낙엽쌓인
급비탈길을 무사히 오르내린 것이 감사할 뿐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 운치있는 길이지만 이 길을 절뚝거리며 지난다)
(갈목재 내려 서기전, 엉덩이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폭신한 침대같은 낙엽위에 누워 하늘을 본다.
구름속에서 보는 구름은 산속에서 보는 산과 같다.
하늘에서 보면 구름이 제대로 보이겠지?
(장안면 서원리에서 갈목리를 넘는 505번 지방도가 지나는 갈목재)
오른쪽에 초소가 있어 왼쪽으로 내려선다.
갈목재 안내판에서 진행방향 왼쪽으로 20m쯤 내려가 철조망과
돌담사이로 난 틈으로 회음이재를 향하여 산길에 든다.
(국립공원 표지석)
(전망바위에서 충북알프스가 시작하는 서원리 방향)
(회음이재)
(무슨꽃? 추색이 완연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된 이정표나 표지기 하나 없더니만...)
한참동안 계속된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 545봉에 오르니
잠시 쉬어갈 벤치도 있고 친절한 이정표도 서 있다.
(이동통신기지국이 있는 봉우리)
(545봉에 올라서니 좌측으로 조망이 확트인다.)
(말티재를 내려서는 길)
(마치 연인이라도 만난듯...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린 '세월시그널')
(말티재로 내려서려는데 단풍나무숲이 나타나는게 아닌가!)
빨간 단풍숲 사이로 저 아래 말티재가 보인다.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날머리
말티재에 내려 설 때까지 곧 울음보를 터뜨릴 것 같은 아이같이
잔뜩 지푸린 날씨인데도 비를 쏟지 않아 감사하다.
우중산행도 운치가 있지만 오늘 우중산행을 하면 내일 길이
걱정되기 때문인데 내일은 비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늘 몫의 길을 걷고 말티재(430m)에 내려섰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2기의 돌장승이 버티고 있는
고갯마루에는 키만한 말티고개 표지석과 말티재 유래비,
지친 길손들이 쉬어갈 정자까지 있으니 청풍명월
(淸風明月) 충청도 인심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처음 넘은 이는 누구였던지 다만 여기 생각나는 사람
신라 때 의신대사가 인도에서 돌아와 흰 노새 등에
불경을 싣고 속리산으로 들어가 법주사를 세울 적에
헐떡이며 이 재를 넘어가던 모습이 눈에 보인다.
다시 그 뒤에 고려 태조가 여기 이 길에 엷은 돌들을
깔았다 하니 길의 형국은 아마 그것이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이 험하고 가파르기 때문에 언제나 모두들 긴 탄식을
거듭하더니 천년이 지난 뒤1923년에 이르러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새 길을 열었고 1935년엔 자동차 길을 닦았으나
그 마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1966년 6월에 정부의 예산아래
군민들이 동원되고 우리국군과 미군의 장비 지원을 얻어
여기 폭 넓고 평탄한 큰 길을 닦아내니 이로부터
수많은 사람과 수레들이 웃으며 넘어가고
웃으며 넘어 오리라.
아! 고마워라 쉽게 넘는 새 길이여
아! 미더워라 편히 가는 큰 길이여
1966년 11월 1일 글 / 이은상
(말티재에 있는 수준점과 속리산 도로개통 기념비)
(다음구간 들머리쪽에 있는 산방기간 입산통제 간판)
내일 저 길로 입산해야 하는데...
내일부터 가을철 산방기간에 들어 간다고...
(말티재의 애기단풍이 참 이쁘다)
속리산 고운 단풍을 기대했지만 남쪽보다 보름 이상
계절이 빨라 단풍이 다 져버려 단풍진 낙엽을 밟으며
아쉬움을 달랬는데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말티재에
내려서니 아직도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는게 아닌가?
고운 단풍을 이쁘게 찍어보려 하지만 바람이 시샘하여
제대로 찍지 못하고 눈과 가슴에 담아 왔다.
오늘 하루 한폭의 그림같은 아름다운 길을 걸었지만
미끄러운 낙엽에 페이스를 잃고, 물문제로 고생을 했지만
무사히 하루길을 걸을 수 있어 감사하다. 숙소를 법주사 쪽에
정하고 정이품송을 비롯한 주변을 살펴볼까 했는데 기사님께서
오늘은 길도 많이 밀릴 것 같다며 방값도 싼 보은쪽으로
가는게 나을 것이라 하여 다시 보은쪽으로 향한다.
법주사쪽으로 가보려했지만 교통혼잡을 피해 보은으로
넘어와 주변을 돌아 보려고 해도 비가 내려 다니기가 그렇다.
일찍 숙소를 정하고는 저녁으로 영양보충을 해야할 것 같아
삼계탕집을 찾는데 철이 철인지라 시내를 몇바퀴 돌아도 찾지
못하여 생닭파는 집에 가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다행히 한 집을
가르쳐 준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조금 전과는 달리 날씨가
돌변하여 비바람이 세차지만 오늘 물 때문에 고생한 터라
생수부터 구하러 보은읍 시가지를 한바퀴 돌고 잠깐 피시방에
들렸다가 숙소로 돌아와 이틀째 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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