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4. 00:45ㆍ山情無限/한남금북정맥(完)
1-2 구간 / 비와 짙은 안개 속을 헤치며...
○ 산행일자 : 2009. 11. 1(일) 06:52 ~ 17:22 (10시간 30분)
○ 산행날씨 : 비, 짙은 안개후 갬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1.75km 누적거리 : 35.15km
○ 산행코스 : 말티재-592봉-구룡치-수철령-백석리-구치치-456.7봉-492봉-시루봉-대안마을
○ 소 재 지 : 충북 보은군 장안면, 속리산면, 보은읍, 산외면, 내북면
구간 진행시간
① 접근
- (보은 ~ 대안고개) : 승용차
- 대안고개(승용차 주차) ~ 말티재 : 택시(조병국 기사 : 043-543-6262, 011-491-3234) ☞ 말티재에서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여 보은이나 속리산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보은에서 말티재 오가는 대중 교통편 / 문의 : 보은 신흥운수 043-542-2510)
(06:40(평일만), 08:20, 10:20, 12:20, 14:20, 16:20, 18:20 / 1100원)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7:00 말티재 출발
08:13 무명봉(산양산삼밭끝)
09:13 구룡치
09:42 수철령
10:25 백석리
11:35~48 구티재
12:42 작은구티재
15:32 돌탑봉(430봉)
15:43 시루산(482.4m)
16:31 구봉산(506m)
17:22 대안마을
③ 복귀
17:52 자동차 회수
22:15 울산 도착 ☞ 대안리에서 보은 오가는 교통편(미원에서 출발하여 대안고개를 지나감)
07:40부터 매시 40분 마다 미원에서 출발, 막차 19:35 (대안리 ~ 보은 / 1200원, 20분 소요)
보은에서는 07:00 ~ 19:00까지 매 시간 정각에 출발한다
숙소까지 찾아온 택시를 따라 대안고개 저수지옆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택시로 갈아타고 어둠속에 다시 들머리 말티재로 향하는데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우중산행 채비야 했지만 동트기도 전 어둠 속
비를 맞으며 입산하려는 모습을 상상하니 좀 청승스럽기는 하다.
누가, 무엇이 이 길을 가게 하는가?
(다시 말티재에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보지만...)
말티재라는 현재의 이름은 조선 세조가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에 타고 왔던 가마를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말'의 어원은 '마루'로서 높다는 뜻이니
말티재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 된다. -보은군 홈페이지-
팔각정에서 산행채비를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지만
쉽게 그치지 않는다. 10여분쯤 기다리다 날이 조금 희끄럼해지자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는 길, 발길을 재촉하며 오늘 길을 가기 위해
입산한다. 한겨울 창가에 서서 바람이 윙윙울며 나뭇가지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추위를 느껴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막상 밖에 나가보면 우리 몸은 추위에 적응하며 안에서 느끼던 것보다
추위를 이겨내듯 막상 비를 맞고 출발하니 또 걸을만하다.
생각하고 걱정만하는 것보다야 그냥 부닥치는게 백번낫다.
(끝없이 이어지는 철조망과 무시무시한 경고문)
처음부터 곧추선 580봉을 오르니 마루금은 좌측으로 열리며
휴전선같이 철조망과 펜스가 쳐진 산양산삼재배단지 옆길로
진행하는데 토끼몰이하듯한 펜스에 수도없이 붙여놓은 무시무시한
경고문을 계속 보며 걷는건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는데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낙엽은 숨이 많이 죽었다)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가 몰려왔다 흩어지고...)
(반가운 정맥꾼, 이틀동안 산중에서 만난 오직 두 사람)
짙은 구름과 잡목숲은 제대로 된 조망 한번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런 명패도 없는 576봉, 586봉, 560봉 오르내리며 내려선
구룡치(490m)에도 이정표 하나 없기는 마찬가지... 구룡치를 건너
505봉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554봉을 내려서면 수철령(460m)이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나뭇잎만이 아니다.)
(오늘도 미끄럼을 타기 시작한다. 이제 이력이 붙었다)
어제는 천왕봉에서 내려서는 가파른 길에 쌓인 낙엽땜에,
오늘은 경사는 덜해도 비에 젖은 낙엽 땜에 미끄럼을 탄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동댕이치듯 넘어져 살펴보니
낙엽이 덮고 있는 나뭇가지를 밟고 미끌린 것 아닌가?
이번 산행은 낙엽과 미운정 고운정 다 들게 생겼다.
보이면 피해가기라도 할텐데 낙엽밑에 숨은 나뭇가지까지
어떻게 피하나... 이후로는 수상한 곳은 보물찾기 하듯
낙엽을 헤쳐 확인하면서 조심조심 진행한다.
(백석리 마을에서 만난 풍경들)
(이렇게라도 한 장 남기면 증명이 될려나.. 이 카메라로 내 모습 찍힌 것 얼마만인가?)
동행인이 있으면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좋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과 동행하면 산행은 몇 배로 즐겁다.
혼자 다니면서 가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카메라로
사진을 부탁해 보지만 제대로 사진이 찍힌 적이 없다.
똑딱이 한 대 가지고 다녀야 할까보다.
(가을겆이 끝난 밭과 수확중인 고추밭, 올 고추는 병이 많이 들었다)
(낙엽, 너의 푸른 꿈은...)
(쭉쭉 뻗은 낙엽송을 길을 지나)
(농사지을 때 음악을 들려준다더니... 여기는 대중가요를 크게 틀어놓았다)
(밤나무밭도 지나고...)
(드디어 구티재 / 280m, "구치"나 "구재" 또는 "아홉재"로 부르는게 맞지 않을까?)
구티재에는 커다란 구티재 유래비도 세워져 있는데
산의 모양이 거북이 같다고 하여 구티 또는 거북티라 했다고 한다.
또한 고개가 아홉구비였는데 도로확포장공사를 하면서 5구비가
사라지고 현재는 4구비만 남았다고 한다.
(구티재 가로변에 단풍나무도 붉게 타고 있었다)
(456.7봉, 바위에 삼각점을 심어놓았는데 그 위에 삼각점 돌기둥을 올려 놓았다)
한남금북정맥은 도로를 건너 오른쪽 숲속으로 드는데
바로 앞에 버티고 있는 탁주봉(530m)의 기세가 기를 죽인다.
가파른 숲길을 힘겹게 오르는데 8부능선 쯤에서 산길이 왼쪽 산사면으로
흐르길래 긴가민가하면서 걷는데 낙엽송 군락지대를 지나면서 탁주봉 오르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정맥길은 계속 사면길로 가다 탁주봉에서 내려온
능선에 붙는 것 아닌가? 왠 보너스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뚝한 탁주봉 / 530m)
빙 돌아 나온 456.7봉에서 보니 우뚝한 탁주봉에 산불감시초소가
생각하니 탁주봉 오르지 않은 것이 다행인 것 같기도 했다.
(작은 구티재 / 287m)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작은 구티재는
산외면 구치리와 길골을 연결하는 지방도로이다
(마지막 남은 색까지도 다 뽑아 올리려 안간힘을 쓰는듯...)
(맞은편 바로 아래가 보은군 산외면 중치리)
산줄기 바로 밑으로 속리산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사내천, 곡난천, 박대천에서 달천으로 이름을 바꾸어 가면서
들판을 적시며 남한강 큰 물길을 만나러 요트림하듯 흐르고 있다.
(낙엽에 반쯤 묻힌 국유지 표시 말뚝)
(태양이 있어야 본색이 드러난다. 사람이든 단풍이든...)
(힘겹게 오른 시루산 직전 430봉, 아홉봉우리의 시작이다)
판석으로 쌓아올린 돌탑,
이 주변 산이 판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저 앞에 보이는 산이 시루봉 / 482.4m)
(시루봉 정상의 삼각점, 여기도 방위가 틀려있다.)
(시루봉에서 내려서는데 마루금 가까이까지 다 파먹고 수직단애를 이룬...)
이곳이 옛날 구들장으로 사용되던 판석 광산으로 여겨지는데
산을 파헤쳤으면 복구라도 좀 했으면 좋으련만...
(90)
(구봉산 정상 직전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구봉산 정상(506m)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나와 정맥길로 든다)
(구봉산에서 고도를 또 급격히 낮춘다. 이번 구간 마지막 미끄럼타기)
(마치 활화산이 불을 뿜듯...)
(벼제고개, 여기가 날머리인줄 알고...)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요즘 둘레길이 인기라지만...)
바깥대안 마을 도로를 건너 424봉을 올라 날머리 대안고개로
가야하는데 조급한 마음은 착각을 일으켜 바깥대안 마을 도로를
따라가며 애마를 주차해 놓은 저수지를 찾아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차 할 때는 되돌아 가기 너무 멀리 왔다싶어 424봉 둘레길(?)로
애마를 회수하러 가는데 왠걸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저 봉우리야 10분 남짓이면 넘을 수 있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424봉 둘레길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들...)
알바도 산행의 일부다.
때로는 계획에 없던 길을 가면서 더 멋진 일을 만날 수도 있다.
노란 단풍잎이 이뻣는데 날이 어두어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쉽다.
햇살받은 모습으로 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가을겆이 끝난 골짝 들판)
(반갑게 재회한 애마, 10분 거리를 30분이나 에둘러 왔다)
백두대간 험한 산줄기가 예전 각 나라의 경계선이었다면
한남금북정맥의 주변은 백제, 고구려, 신라의 각축장이었다.
백제의 힘이 왕성하던 시절에 백제의 영토이던 이 지역이
고구려의 남하하는 힘에 눌려 고구려의 땅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신라가 죽령과 화령을 넘어서서 한남금북정맥의
주변영역을 지배하게 되고, 한강지역과 중원을 다스리기도 했다.
하여 이 지역은 삼국의 각축지였기 때문에 문화도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데. 이번 구간은 제대로 준비도 못한데다
이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살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설레임으로 새로운 한남금북정맥에 첫발을 내딛고는
이틀에 걸쳐 천왕봉에서 대안고개까지 이어 놓았다.
첫째날은 만추의 낙엽과 진한 사랑을 나누느라 힘겨웠고,
둘째날은 우중산행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2구간을 이어 놓을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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