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을 넘어 학심이골 비경을 찾아

2009. 4. 7. 01:43山情無限/영남알프스

 

 

가지산을 넘어 학심이골 비경을 찾아


○ 일시 : 2006년 7월 22일 토요일

○ 날씨 : 짙은 안개, 개였다 짙은 운무

○ 코스 : 석남사주차장-중봉-가지산-쌀바위-학심이골-운문사주차장-운문령-울산

(가지산팀 기준)

○ 참석 : 산길따라종주산악회 32명

 






 

그동안 몇 번이나 벼르기만 하던 학심이골 폭포와 비경을 담으려 가려는데

착한마음님이 산길따라 산방에서 학심이골 계곡산행을 한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요즘은 산행도 좋지만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대간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로잡혀

산 사진 찍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시간나면 카메라를 챙겨 혼자 나선다.

한동안 들리지 않아

낯설어가는 산방 회원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진을 찍으며 보조를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망설이는데 성화가 대단하여 동행하기로 하였다.

영남알프스에는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고,

골이 깊은 만큼 계곡들이 깊어 아직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다.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볼 수 있는 우뚝 솟은 봉우리들과 장쾌한 산줄기로 대변되나

내면에는 대단히 아름다운 계곡미를 간직하고 있다.

학심이골, 배내골계곡, 천문지골, 심심이골, 통수골, 가인곡, 석골, 청수골 등은

내밀한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학심이골은 학소대를 비롯한 수많은 폭포와 계곡,

원시림에 가까운 울창한 숲이 접근마저 어렵게하여 신비감을 더한다

 

오늘 산행의 본대는 운문령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또 한 팀은 석남사 방향에서 가지산을 거쳐 학심이계곡으로 가는 모양이다.

잘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지산을 거쳐 가려고 했는데…,

가지산팀에 합류를 하겠다고 연락을 하려 해도 밤늦도록 전화가 안된다.

짙은 안개가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지만,

출근하듯 무거로타리 버스정류장에 가니 가천님이다.

지난 3월초 신불산에서 만난 후 처음이다. 반가운 얼굴이다.

버스를 타니 조폭님 얼굴이 바로 들어온다.

들풀, 울산바위님은 초면인데도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으로는 찬란한 햇살이 비친다.

 

 

석남사 버스종점에서 부산에서 오신 지리선녀님과 합류,

약간의 채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싱그럽다.

솔향 짙은 숲길, 생기가 몸 속 깊이 스며드는 것 같다.

상쾌한 공기를 연신 심호흡 해본다.

습도가 높아서 인지 얼마 걷지 않았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다 쳐지면 따라 붙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이 든다.

능선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운문령에서 출발한 본대 진행상황을 확인하니

우리보다 30분정도 정도 빠를 것 같다.

그래서 북릉을 타다 학소대가는 길로 내려서려 했는데 모이는 장소가

학소대에서 쌀바위쪽으로 다시 올라와야 된다고 하여

그냥 쌀바위를 거쳐 학심이 계곡길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가지산을 오른다.

영남알프스의 주봉이지만 정상만 갔다 오기는 변화가 적어 주로 신불산 찾는다.

그나마 삼거리까지 오르는 길과 중봉 직전의 오르막,

정상직전의 오르막이 그나마 밋밋한 산행에 변화를 주긴 하지만...

 

 

 

산행중에 야생화를 만나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던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틈에 돌양지꽃이 노랗게 피어 있고,

지난번 덕유평원에서 원없이 보았던

노란 각시원추리까지 반기고 있는게 아닌가!

 

(중봉에서 바라본 가지산 정상)

가지산 정상은 영남알프스의 주봉답게 우뚝 솟아 위용을 자랑하고,

또 언제나 정상에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늘 대단한 수다꾼(?)을 만났다)

조금 뒤쳐져 중봉에 오르니 벌써 들풀님 수다가 대단하다.

전에는 조폭님의 산행중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맞수를 만난 것 같아 살짝 물어보니 이미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동자꽃 같은데...)

 

 

(아랫재 방향)

가지산 정상에는 언제나처럼 하늘 높이 태극기가 펄럭이지만

오늘은 짙은 안개로 바로 앞 북봉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망이 별로다.

이미 아랫재 쪽은 호박소 골을 타고 올라온 안개에 묻히고 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벌써 가을을 재촉하는지 정상에는 잠자리가 온 산 가득하다.

 

(꿩의다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멋있게 생긴 산꾼이 조금전부터 옆에 서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나…,

그럼 사진부터 찍고 볼일이지...,

바쁜 사람을 저렇게 붙잡아 놓고 할 짓(?) 다하고…,

이게 무슨 예의람…, 덕분에 내 사진도 한장 건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운문령쪽에서 올라온 본대가 신경 쓰인다.

시간적으로는 우리가 1시간 일찍 산행을 시작했어도 산행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 더 걸려

30분 이상 차이가 날 것 같다. 쌀바위 가는 내리막길을 바쁘게 내달리다

오늘 초면이지만 멋있는 산꾼 울산바위님이 가던 길을 틀어

오른쪽으로 올라 지나치기 쉬운 길로 안내한다.

밑에서 쳐다보는 쌀바위도 장관이지만 위에서 보면 정말 전망이 좋은 곳이다.

아래를 쳐다보기가 아찔한데 왼쪽 바위에서 위겸씨가 내려 오는게 아닌가?

산꾼은 산에서 만날 때 멋있고 더 반갑다.

운문령에서 출발하여 가지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란다.

가지산 북릉을 타다 학소대 쪽으로 내려와 만나자고 하고는 헤어졌다.

 

(역시 산꾼은 산에서 만날 때 더 멋있고, 반갑다)

 

 

쌀바위를 배경으로 사진도 몇 장 찍고 쌀바위 꼭대기를 통과하는 위겸씨 일행도 찍고

이제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들머리를 향해 고속도로 같은 임도를 따라 간다.

들머리에 부산 "ㅅ”산악회 총무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길래

학심이 계곡으로 내려가는 사람을 봤냐니까

30분 정도 줄곧 여기에 있었는데 아직 내려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정상적이라면 시간적으로 우리와 30분~1시간 정도 차이가 날 것 같지만

쌍두봉을 들렸다 오면 이 시간 이쯤에서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계산이 안맞다. 한참을 기다리다. 아직까지 여기를 통과하지 못했을리 없다며

학심이 계곡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내려선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굴참나무 숲길이다.

 

(산수국)

 

 

얼마나 내려갔을까?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매미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가파른 길을 내려가는데 뒤에서 몇 사람이 달려 내려온다.

사실, 한동안 산행에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카페 초기 회원들 빼고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능삼이님이다. 뒤이어 내끄야님이…, 반가운 얼굴이다.

그리고 백두대간 대원 용철씨를 여기서 만나다니…,

이제 알듯하다. 팀이 3팀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본대는 그냥 원래 계획대로 갔으니 이미 한참 전에 여기를 통과한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기다린다고 들머리에서 한참을 허비했으니…, 시간이 더 벌어진 것이다.

 

먼저 도착했을 1진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쁘다.

계곡이 잘 조망되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보니 거의 후미가 되어 버렸다.

더 이상 머뭇거리기가 부담스럽다.

전망바위에서 사건기자 현장 취재하듯 사진을 찍어 보지만

SLR은 생각보다 한 컷 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왼쪽으로 학소대 가는 길이 나온다.

아! 오늘의 목표는 학소대를 담는 것인데…,

조금만 일찍 왔더라도 지척에 있는 학소대를 갔다왔을 텐데…,

하긴, 하루에 학심이 비경을 전부 보려면 욕심이겠지.

학소대를 담으러 다시 한번 더 오라는 뜻으로 알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조금 내려가자 오늘의 주빈 착한마음이 기다리다 반갑게 맞는다.

가 되면 신경 쓰이는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오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팀이 셋으로 나누어 진데다 연락까지 안되었으니…,

10분 정도 내려가면 일행이 모여 있다며 제일 후미를 챙겨 내려오겠다고 남는다.

 

드디어 먼저 와 있던 일행들과 합류, 삼겹살 굽는 냄새가 청정수역 계곡에 진동한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고..., 삼겹살 몇 점을 먹어보지만 마음이 편치않다.

오늘 산행의 별미, 먹음직스런 비빔국수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고는

가까운 계곡이라도 사진에 담아 볼까 하는데 벌써 어린아이들마냥 물 놀이가 한창이다.

 

몇 명이 계곡길로 내려가려 한다. 갈등이 생긴다.

계곡을 타면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일행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난번 구만폭포 오르다 미끄러운 길에서 혼이 난 후로는

계곡산행시 등산화의 접지력에 신경을 쓰다보니

오늘도 밴프를 신고 오는 바람에 계곡물에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조금전 되돌아 왔던 산길로 향한다.

심심이골과 합해지는 합수부에서 후미를 기다린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 곧장가면 배너미고개를 넘어 삼계리로 통한다.

 

 

 

 

이후 길은 가끔 오르막도 있지만 평지나 다름없는 숲이 울창한 호젓한 길이다.

이따금 원추리와 버섯이 길손을 반긴다.

지난번 큰비가 왔을 때 수마가 활퀴고 간 흔적이 뚜렷하다.

자연적인 곳은 그다지 심하지 않으나 콘크리트 길은 여지없이 잘려 나갔다.

깊지는 않지만 수중보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사리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몇 사람이 먼저 와 있다.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지만

우리를 태우고 갈 차는 신도증이 없어 못 올라온 것 같다.

 

 

 

(개망초)

길을 막고 차별하여 통과시키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운치있는 길을 걷지않고

차 올라 오기만 기다리는 것도 이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이쪽으로 오면 차는 저 아래 운문사 주차장에 세워두고

숲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는게 좋을 것이다.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니 태우고 갈 차는

잘못을 저질러 검문소에 걸린듯 멋적게 서있고

기사님이 반갑게 맞는다. 능삼이님이 이리저리 연락취하느라 혼자서 바쁘다.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있어 카메라에 담으려는데…

지리선녀님이 먼저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을 테니 내려오다 만나면

차를 태워달라”는 말을 남기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개쑥부쟁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도중에 약간의 엇갈림과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 많은 인원이 험하고 미끄러운

학심이계곡을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제 카페가 크진만큼 회원수도 많아지고 산행참여인원이 많아지는 만큼

규모에 걸맞고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거리를 준 산행이 된 것 같다.

운영진에서 좋은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벼르던 학소대 비경을 담지못해 아쉽지만

오랜만에 참여하여 산길따라 산방의 반가운 얼굴들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산행을 위해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애쓰고 수고한 모든 분들과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