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주래골은 다시 생기를 찾겠지만...

2009. 4. 7. 01:50山情無限/영남알프스

 

 

 

가지산 주래골은 다시 생기를 찾겠지만...

2006. 8. 18 / 시나브로

  

 

○ 일시 : 200년 8월 15일 화요일

○ 날씨 : 짙은 운무, 소나기 후 갬

○ 코스 : 호박소휴게소-(주래골)-구룡폭포-주능선-가지산-쌀바위-가지산-(주래골)-호박소휴게소

○ 참석 : 홀로



 
아무리 쉬운 구간이라해도 백두대간 가는 전 주는 신경이 쓰인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행사로 산행을 못하였기에 휴일을 맞아 겸사겸사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호박소 휴게소에서 주래골을 거쳐 구룡소폭포와 가지산을 넘어 학소대를 담고 싶은데
염천에 산행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아 상황을 봐 가면서 대처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주래골 오르는 길목에 있는 폭포와 소)

도립공원 입장료 600원과 주차료 2000원을 주고 호박소 휴게소에 도착하니
온갖 음식 요리하는 냄새가 진동하는게 맑은 공기를 생각하고 왔던 기대가 일순간 무너진다.
구룡소폭포를 가기위해 계곡을 타고 오르는데...
오늘은 코스를 잘못 잡은 것 같다. 계곡은 가뭄으로 수량이 줄었는데다
너무 많은 쓰레기들로 오염되어 있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호박소, 호박소 휴게소 아래쪽 계곡에 있다)

쇠점골에 있는 호박소는 얼음골에서 2km쯤 되고,
호박소 휴게소에서는 10분 정도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높이 10m쯤의 와폭인 구연(臼淵 : 백연은 잘못. 臼자가 白자로 잘못 읽음)
폭포 아래에 흡사 절구통 같은 못이 움푹 파인 절묘한 자태다.
여기서 '호박'은 먹는 호박이 아니라 확(절구 아가리로부터 밑까지의 구멍)의 경상도 사투리.
호박소는 옛날 주민들이 깊이를 재려고 돌을 매단 명주실을 한 타래나 풀었지만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깊다고 한다.
이무기가 글을 깨우치고 용이 되어 잠겼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쇠점(금점/金店)골은
옛날 석남고개(石南嶺)을 오르내리는 말탄 나그네의 말발굽쇠를 갈아 끼워주고
술도 팔던 주막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인데 폭포가 끝없이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숨겨진 비경이기도 하다



 
(구룡소 폭포 오르는 계곡, 오염되어 이끼가 끼고 있다)

계곡 아래쪽만 오염된 것이 아니다.
구룡소 폭포 바로 아래까지도 이끼가 파랗게 끼고 있었다.



 
(구룡소 폭포)

구룡소 폭포도 가뭄으로 위용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다.
구룡소 폭포는 특이하게도 20m가 넘는 암반이 70도 각도로 비스듬히 누워있는데
바위에 마치 생선 비늘 같은 결이 있어 계류가 암벽을 타고 내리면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특이한데 오늘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구룡소 폭포 위쪽에도 암반이 소를 이루고 있다)

계곡 윗쪽으로 이어지는 소와 담도 수량이 적은데다
사람의 발길이 닿은 곳은 여지없이 오염되어 있어
그만 계곡을 타고 오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계곡을 벗어나 녹음짙은 숲으로 들어섰다
어렴풋이 보이는 길을 따라갔는데 이내 길이 사라져 버렸다.
한참을 길도 없는 숲을 헤치고 올라보지만 현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다.
빨리 조망이 가능한 곳까지 올라야 할텐데...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얼마나 올랐을까?
능선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났는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사거리가 나왔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확실히 알 수 없어 다시 되돌아 나오니 815봉 아닌가!
가까스로 주능선길로 들어 전망바위에 오르니 10:20분
30분 넘게 길 찾느라 산속에서 이리저리 헤맸던 것이다.


 
 

 


(가지산이 어렴풋이 보이는 영남알프스 주능선)

영남알프스 주능선은 장쾌하고 아름답다.
가지산에서 뻗어내린 주능이 그렇고, 신불산에서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 재약산에서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바라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마냥 걷고 싶을 정도로 장쾌하다.
그기에 온갖 야생화가 피어 반기거나,
황금물결 억새라도 일렁이면 더할 나위없다.




(낮은 구름이 갑자기 하늘을 덮는다)

 


(가지산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는 것이 궁금했는데...오늘 답을 얻었다)

가지산 정상에는 언제나 태극기가 휘날린다.
누가 이 곳에 태극기를 게양할까 궁금했는데...
오늘 태극기를 게양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으니 오랜 궁금증이 속 시원히 풀렸다.

건설회사 공사감독인 고영일 선생이시다.
오늘 광복절을 맞아 새 태극기를 또 준비해 오셨다.
게양대 도르래에 기름을 치고, 줄을 꼼꼼히 챙기는 지극정성이다.
오늘따라 가지산 정상의 태극기가 더 힘있어 보인다.



(저 아래 백운산, 그 너머 재약산...)

 


 

 

 

 

 

 

 

 

 





(운문산은 어디서 보아도 자태가 웅장하다)

쌀바위까지 갔다가 다시 가지산으로 되돌아 왔다.
학심이골로 학소대에 들렀다가 심심이골을 거쳐 아랫재를 거쳐 원점회귀할까 해봤지만
오늘 무리하지 않는게 좋을듯하다. 처음에 길 찾느라 헤매면서 힘을 많이 썼고
또, 가뭄으로 학소대 폭포의 위용도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아서이다.

지금부터 코스를 어떻게 잡을까?
석남사로 내려가는 것은 이미 쌀바위에서 생각해 봤기에 제외다.
그럼, 용수골로 내려설까? 아니면, 중봉을 거쳐 진달래능선을 타볼까?
그러기엔 지금 몰려오는 구름이 심상찮다.
그 길들은 올 가을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일때 가 보기로 하자.

 

 


(또, 가지산 정상을 타고 넘는 운무, 이번에는 기세가 심상찮다)

특별하게도 오늘은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로 하고 능선에 들어 뒤돌아보니
가지산을 타고 넘어오는 운무가 보통 기세가 아니다.

 

 






쏟아 부을듯이 기세가 등등하던 운무가 저 앞쪽으로 휑하니 건너 뛰더니
하늘엔 햇살이 비친다. 무덥다. 후덥지근하다.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얼마나 진행 했을까?
나무 잎이 햇살에 반사되며 빛이 난다.
진딧물인가? 진딧물이라기엔 너무 많은 량이다.
그렇다. 조금 전 먼저간 운무가 비를 쏟아붓고 간 것이다.

나무 잎에 묻은 물방울들이 더위를 식혀준다. 시원하다.
바지까지 다 젖었지만 염천의 더위를 식히기에 더할나위없이 좋다.

 

 



좋아라 하며 일부러 큰 나무는 흔들어 가며 진행했다.
다시 전망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하늘이 낮게 내려앉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나뭇잎 때리는 소리가 우두둑하더니
이내 대추알만 한 빗방울이 때리는데 마치 폭포수를 뒤집어 쓴듯하다.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졌다. 번개도 치고 천둥도 친다. 겁이난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내리 달렸다.
그 바람에 아끼던 OR 모자가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하여간 정신없이 달렸다.

 

 



한참을 달려내려오자 비는 그치고, 무허가 움막을 지나 구룡폭포에 이르니
다시 계곡에는 음주가무가 한창이고...고스톱이 한창이다.
한 쪽에선 프로판 가스통을 들고와 고기를 굽고 있다.
여기가 자기 안방이고 자기집 부엌인줄 아는 모양이다.

야외에 나와서 고스톱 치지않으면 안되고...
청정계곡에서 삼겹살 구워먹지않고, 삼계탕 끓여 먹지않으면 안될까?
제발 계곡물에 그릇 씻지말고, 음식물 쓰레기 다 가져가고
있었던 자리 흔적없이 제대로 정리라도 하고 갔으면 좋겠다.

 

 



때로는 한 송이 야생화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인간도 자연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휴게소에 내려왔더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하늘에 노을빛이 인다.
1000m가 넘는 영남알프스는 기상변화가 정말 심한 것 같다.

오늘 산행은 상황봐 가면서 진행하려했지만 힘은 힘대로 들고
청정계곡이 오염되고 있는 현장을 보니 썩 기분좋은 산행은 되지 못한 것 같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다.
내년에 다시 가기 위해서라도 올해 갔던 곳을 오염시켜서는 안된다.
후손들한테 빌려쓰는 자연, 만신창이로 돌려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리 모두는 지구방위대가 되어 이 지구를 온전히 보전하고
창조의 질서를 회복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