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을 넘어 가을운치가 절정인 심심이골을 거쳐...

2009. 4. 15. 00:26山情無限/영남알프스

 

 


 

 

백운산을 넘어 가을의 운치가 절정인 심심이골을 거쳐...


       ○ 일  시 : 2006. 10. 28(토)                           
○ 날 씨 : 쾌청
○ 코 스 : 백운산 - 아랫재 - 심심이골 - 배너미고개 - 삼계리
○ 참 석 : 세월 12명
○ 구간별 산행시간
09:20 들머리/ 산행시작
10:00~15 조망대
10:35~40 백운산 정상
11:25~35 주능선 삼거리
12:00 아랫재
12:05~40 샘터 / 점심
13:45 심심이골,학심이골 합수부
13:50~14:05 학심이골 개울
14:40~45 배너미고개
15:15 삼계리


갑자기 피아골 가려던 생각을 접고나니 이번 주는 딱히 집히는 코스가 없어
청수골이나 돌아 오자며 위겸씨를 만나러 문수고로 가는데 심심이골 모습이 궁금했다.
마침 백운산을 거쳐 심심이골을 가는 세월산방이 생각나
태풍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연결이 안된다.

바빠졌다. 주차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간신히 턱걸이 하듯
8시 10분 문수고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 강산님이 보인다.
오늘 인원이 얼마나 되냐니까 마침 10여 명밖에 안된다 한다. 잘 되었다.
사실 지난 1주일 내내 교육에다 아들입대에다 문상까지 눈코 뜰새없어
시간만 나면 들락거렸던 카페도 화요일 이후 한 번도 들리지 못했으니...

버스가 도착했는데... 단촐하다. 오붓한 산행이 될 것같다.
오늘은 코스마저 세월산방답지않게 짧고 널널하다.
날씨까지 왜 이리 좋은지?




된비알을 25분 정도 치고 오르자 백운산 웅장한 암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암장에 걸린 밧줄을 타고 오르니 짜릿하기도 하고 경치도 힘이 넘친다.






시원한 조망바위에서...
눈에 익어 아는 곳도 있지만, 아직도 가 보고 싶은 코스가 더 많음을 느낀다.
보이는 얼음골쪽과 분지 마을 정경도 잘 그려낸 한 폭의 그림같다.
능동산에서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능선에서 흘러내린 지능선과 골짝은
마치 잘 다듬은 육체미 선수 근육같다.
멀리 보이는 영남알프스 주봉 가지산도 우람하다.




매끄럽게 흘러내린 바위 벼랑과
그 끝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는 소나무가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감동이다.
저 소나무는 뭘 먹고 자랄까?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어떻게 이 척박한 환경을 당당히 맞서 이겨 내었을까?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올해는 제대로 단풍이 들기도 전에 서둘러 잎이 져버린다.
세상살이가 바빠지고, 빠듯하다보니 나무들도 등달아 바빠지는 건 아닌지?...




백운산(白雲山/885m)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의 흰구름처럼 보이는 산.
주위의 큰 산에 가려 이름이 나지 못했으나 정상부근에는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경관이 빼어나며, 짧지만 힘차고 경치좋은 바위길과 이어지는 능선 숲길은 호젓하기도 하다.
가을풍경도 좋지만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여 더욱 운치를 느낄 수 있어
봄산이라고 하기도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 또한 장쾌하기 그지없다.
가지산, 능동산, 재약산의 하늘금은 물론,
운문산과 그 너머 왼쪽의 수리봉 문바위도 시선 가득히 들어온다.
거대한 산들로 둘러싸인 남명리 일대 구릉지대도 상당한 볼거리다.




백운산 아래 양지바른 골짝에는 가을색이 만연하다.

여인의 날씬한 다리보다 더 매끄러운 암봉이 황홀하고
어머니 품속같이 그윽한 계곡이 만추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파란 실루엣으로 다가온 웅장한 산그리메는 백운산 능선 길의 덤.




가지산 주능선에서 흘러내린 백운산 능선도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백운산 정상을 지나 가파르게 내려 온 후 호젓한 길을 걷기도 하지만,
정상에서 6~7분 후 나타나는 갈림길은 자칫하면 오른쪽 길로 잘못들 수 있다.
갈림길에서 직진방향은 구룡소 폭포 가는 길로 왼쪽길로 들어서야 한다.
길은 90도 꺾듯이 왼쪽으로 틀어 사면으로 내려간다.




아랫재로 내려가기 위해 사방이 트인 하늘길을 걷는다.

나무들은 겨울채비에 들어가려고 벌써 잎들을 다 떨쳐 버린 모습.

긴 인고의 계절, 거추장스런 모든 것들을 훌훌 벗어버리고
당당하게 맨 몸으로 맞서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가파른 길을 내려오다 아랫재가 가까워질 무렵
등로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이쁘게 물든 단풍이 그냥 가지말라는듯 손짓한다.
올해는 가물어서 그런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 버리던데
그래도 이 녀석들은 싱싱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견스럽다.








아랫재 4거리,

직진하면 운문산, 왼쪽으로 가면 남명리,
우리가 갈 심심이골은 오른쪽 길이다.




아랫재에는 억새가 가는 가을이 아쉬운듯
이삭의 꽃술을 하나 둘 날려 보내며 겨울맞을 준비에 들어가고 있었다.




역시 심심이골은 언제와도 운치가 있는 곳이다.

어느 계절인듯 운치없는 계절이 있을까만 가을은 더 그렇다.
온 골짝이 형형색색 옷 갈아 입을 때 찾아도 좋고
낙엽이 떨어지는 길 어깨위로 낙엽을 맞으며 걸어도 좋고...
융단을 깔은 듯,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도 좋다.

떨어진 낙엽 아래 조용히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감미로운 음악 자체다.












비상이야, 비상! 빨리 꼭꼭 숨어!

겨우 살아 남은 피래미마저 씨말리겠다고 설치는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이런 청정계곡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사람들도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오염시킨 환경!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 후손들이 어떤 댓가를 치뤄야할지 상상하기조차 힘든다.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자연, 자연은 있는 모습 그대로 잘 보존하였다가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할 것 아닌가!




올해는 지리산 단풍이 그랬고, 내장산 단풍이 그랬는데...
이곳 심심이골은 달랐다.
때깔도 고울뿐더러 잎이 마르지 않고 단풍잎이 반반해서 좋다.
역시 심심이골 단풍이다. 단풍다운 단풍을 만났다.










물빛도 가을색으로 물들고...




오래 전 이곳 배너미고개로 배들이 넘나들었다지...
고개를 향하다 물이 빠지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이 바위배도
아직 뱃머리를 쳐들고 갈 길 마저 가겠다는듯 의지가 대단하다.
언제 그런 때가 오기는 하려나...




무슨 열매?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헷갈리는 야생화 이름 몇 개 근근히 외웠는데...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데 다시 나타나는 공부거리... 가을 열매들이다.
역시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이 인생인가?




배너미 고개,

가파른 길 모두들 널널했던 산행에 마지막 정열을 태우며 열심히 오른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는데 고개에 오르자
나무 잎을 흔들며 골을 타고 올라온 산들바람이 지나간다.
역시 땀을 흘려야만 맛볼 수 있는 이 상쾌함, 카타르시스!




삼계리로 내려서는 길,
햇살과 단풍이 이루는 조화, 찬란하다.




개쑥부쟁이 꽃잎도 힘을 잃고 뒤로 쳐진다.
너휜들 어찌 세월의 무게를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최선을 다해 있어야 할 곳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은 아름답다.






억새는 파도같고, 쌍두봉 위 초승달은 마치 조각배 같다.

큰 길로 나오자 쌍두봉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냇가에서 땀을 씻어내고 가까운 음식점에서 산행 뒷풀이를 가졌다.
오늘은 널널한 산행에 이어 뒷풀이까지 오붓하고 여유롭다.

소고기 살 때 젖소고기를 속아 사지 않는 방법, 백두산 종주에 관한 이야기 등 등에 이어...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세월산방에 그래도 숨통 튈만한 구상(?)까지

역시, 세월산방은 세상적인 것들을 지양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에 관련한 내용들로만 채웠으면 좋겠다는 낭만 회장님 말씀
세월산방의 철학을 확인하는 것 같아 좋았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
즐겁고 행복한 산행에 함께하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