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리랑 릿지

 

 

아! 아리랑 릿지




일 시 : 2006. 11. 18(토)
누구와 : 김영진, 김위겸, 우동중, 나
날 씨 : 흐림, 쌀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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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장이 주말에 아리랑 릿지를 가려는데 함께 가겠느냐 한다.
신불평원을 걸을 때마다 보며 동경하던 그 아리랑 릿지를...
지난번 에베로 릿지를 오르며 그렇게 멋져 보였던 아리랑 릿지를 말이다.
영남알프스를 찾는 많은 산꾼들이 동경은 하지만 쉽게 오를 수 없는 아리랑 릿지...
이런 행운이 이렇게 쉽게 다가오다니!

토요일 아침 8시, 문수고 앞
부랴부랴 시간맞쳐 갔는데 위겸씨와 동중씨만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김대장도 보이지 않고...,
혹시, 오늘 취소된 것 아닌가? 그럴리는 없겠지...
잠시 후 김대장 혼자 길을 건너 오더니 오늘 일행은 4명이 전부란다.
갑자기 기대감이 풍선 바람빠지듯 걱정으로 변하는 것은 왜일까!

가천리 장제마을에서 아리랑 릿지 가는 길.
조그만 연수원 뒤 마지막 집을 지나면 길이 두갈래로 나뉘는데
왼쪽(철책 안쪽)길은 금강폭포 가는 길이고, 아리랑 릿지 가는 길은 곧바로 가면된다.

까마득히 보이는 에베로릿지에도 벌써 산꾼들이 붙었다.

병풍같이 줄지어 선 암벽들...
peak 1도 오르지 않았는데 그 뒤에 서 있는 peak 3가 벌써 기를 죽인다.

김영진 대장의 또 다른 모습, 암벽등반강사 출신다운 모습...
"백두대간종주회" 산행대장으로서 수고가 많은데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이 좋다.
등산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다 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정말 멋있는 산꾼중의 산꾼이다.

암벽등반에 대해서..., 그리고 peak 1의 조심할 포인트를 설명하는 김대장

확보를 위해 40m나 되는 peak 1을 타고 오르는 김대장.
중간 소나무 있는 곳까지는 낙석을 조심하면서 오르고
그 윗부분은 거의 직벽에 가깝기는 해도 어렵지는 않지만
차거운 암벽에 바람까지 불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손이 시리다.

아리랑 릿지와 스리랑 릿지 윗부분에 병풍같이 둘러쳐진 암봉들...

아리랑 릿지에서 바라본 문수산(왼쪽의 약간 높은 산)과 남암산의 위용

아홉 마디중 이제 첫번째 마디를 올랐다.
자일은 생명줄. 처음으로 안전벨트에 자일을 걸고 올라본 것이다.
또 다른 산행의 묘미, 아리랑 릿지를 오르는 행운을 만나다니.

peak 2는 peak 1을 오른 후 다시 걸어 내려와
작은 암봉을 트래버스한 후 크랙을 이용하여 오른다. 생각보다 쉽게 올랐다.

세번째 마디
peak 2를 오른 후 다시 바위를 타고 내려와 왼쪽의 크랙을 이용하여 오른다.
크랙에 풋재밍을 하면서 오르니 생각보다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경사도는 80도 정도 되었고 등반거리는 10m 정도 된다.

peak 3를 오른 후 peak 4를 오르기 위해 내려오는 위겸씨

좌로부터 동중씨, 김영진 대장, 위겸씨

사진사도 기념할 사진은 한 장쯤 남기고 싶어서...

확보를 위해 peak 5를 선등하고 있는 김영진 대장

peak 5를 오른 후 잠시 휴식중...

남은 네 마디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peak 6을 오르는 김영진 대장
암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 아찔하다.
홀더도 제대로 된 것같지 않은데 반동을 이용하여 발을 바꾸어 오른다.

peak 7을 배경으로 선 동중씨.
동중씨와 위겸씨는 김대장을 도와 한몫을 한다.
나는 오늘 카메라맨 노릇이나 하면서 제대로 오르기나 하면 되겠다.
이럴때 좀 비슷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끼였으면 좋으련만...

영남알프스는 덕유산과 설악산, 지리산 모습까지 두루 담고 있어 자주 찾지 않을 수 없다.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고, 골이 깊은 만큼 비경도 숨겨두고 있으니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영남알프스를 오르며 점점 빠져든다.
울산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운인지.

스리랑릿지를 오르고 있는 클마이머들...
스리랑릿지는 아리랑 릿지와 150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자일이 부족한지 진행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 같지는 않다.

스물일곱 젊은 생을 살다 산에서 간 한 악우의 비 앞에선 위겸씨.

멀리서 볼 때 주눅들게 만들었던 peak 7,
스타트 할 때 마땅한 홀더도 없고 딛을 곳도 없어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암벽에 매달려 한참 힘을 빼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넓은 크랙이 있어 재밍으로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일곱번째 마디에서 바라본 지나온 암봉들...
도중에 간간히 힘을 빼긴 했지만 무사히 일곱 마디까지 올라 올라 이제 두마디만 남았는데...
역시 아리랑 릿지는 초보자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여덟번째 마디 중간부에서 조망중인 동중씨
"ㅈ"산악회 백두대간 산행대장답게 보행기술만 뛰어난게 아니라
전문적인 훈련도 받지않은것 같은데 암벽 오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덟번째 마디, 핑거재밍을 사용하고
스텝이 어중간한 곳이 나오나 바위턱까지 다리가 쉽게 닿아 덕을 본 구간이다.

peak 8을 오른 후...

후미에 선 위겸씨,
이전에 나이어린 고참들한테 혼이 나면서 암벽을 좀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일 후미에서 챙기며 잘 오른다 .

마지막 아홉번째 마디.
까마득하다. 드디어 오늘 마지막 통과의례를 치뤄야 할 곳이다.
위겸씨와 그동안 계속 부담되었던 배낭과 카메라쌕을 먼저 올려 놓은 다음
맨 몸으로 오르면 그래도 좀 쉽지 않겠나 싶었다.

홍역을 치른 구간이다. 겨우 한 스텝 올랐는데
그 다음 홀더는 겨우 암벽을 잡고 설 정도 밖에 안되고
한 발 딛고나면 다른 발 둘 곳이 없다. 그렇다고 스텝을 옮길 곳도 마땅찮고...
양발을 옮겨 가면서 암벽에 발을 붙혀 보려하지만 힘이 주이지 않는다.
얼마나 매달려 애를 썼든지 그만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을 정도다.
다시 힘을 내어 왼발을 뻗어올라 바위턱에 걸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왠걸 홀더에도 힘이 주이지 않고 다리가 가슴위치에 있으니 올라 설 수가 없다.
자세도 불안하다. 위겸씨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다리에 쥐 까지 났다.
전문가는 달랐다. 자일이 안전벨트에 매여 있어도 불안한데 이런 곳을 맨 몸으로 오르다니...,
할 수 없이 하켄에 슬링을 걸어 발을 딛고 자일을 잡고 올랐다.

마지막으로 위겸씨가 아홉마디를 무사히 올라왔다.

드뎌 peak 9까지 무사히 올라 영취산을 배경으로...

생명줄 자일과 등반장비들을 정리하고...

신불평원의 가을을 노래하던 억새도 겨울채비에 들어가고...

호젓한 능선길, 앞에는 신불산 정상으로 향하는 공룡능선이 다가선다.

신불재에도 전망대가 설치되고..., 억새가 좀 보호되려나...

신불대피소 가는 길
아무도 없는 신불산 대피소에 들러 때 늦은 점심을 먹고...

신불재에서 가천리로 하산하는 1시간 남짓한 길은 운치가 있어 좋다.
호젓한 굴참나무 숲을 지나면 키 큰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부드러운 산길이 펼쳐진다.
아직도 다 태우지 못한 정염을 태우려는듯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듯한
단풍이 애잔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우리도 겨울맞을 채비에 바쁘다.

오늘 특별한 산행을 준비하고 수고한 김 대장과
함께한 위겸씨와 동중씨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