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재약산 정경(情景)

2009. 4. 15. 01:17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재약산 정경(情景)



○ 2008. 2. 9 ~ 10 ○
○ 쾌청했으나 바람찬 날 ○
○ 배내고개 - 재약산(1박) - 1015봉 - 주암마을 ○






겨울 산정을 나누려 짐 꾸려 재약산으로 향했다.
마치 달팽이가 집을 지고 다니듯... 집 지을 짐까지 지고 나선다.
올해는 산 같은 마음으로 변함없이 사랑하고 인내하는
또 하나의 산이 되고 싶다. 의연한 산이 되고 싶다.





(배내고개에서 바라보는 주암마을 방향, 멀리 수미봉도 살짝 보이고...)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12시 반, 혹시 "산길따라" 산방에서 태극종주를
지원하러 나온 님들이 있는가 둘러 보아도 아직 시간이 일러 그런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오후 1시쯤 능동산으로 올랐다.










(저 앞 능선 어디쯤엔가 태극종주에 나선 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겠지?)


이 시간쯤이면 축지법 쓰듯 산길을 걸으며 선두에 섰을 무제님 일행이 배내봉을
내려설 수도 있겠다 싶어 맞은편 능선을 주시 해보지만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완주할 수 있기를 응원하며... 혹시나 보일까 하여 눈길을 떼지 못한다.







(능동산 샘터, 시원한 생수 한 바가지를 들이키고...)







(능선 잡목숲 사이로 난 길엔 눈이 그대로다)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고 산의 흐름도 빠르다)







(호젓한 능선길 너머 오늘 밤을 함께할 재약산이 나타나고...)







(산에 들면 산주인들에게 방해가 되지않게 해 보려하지만...)







(산꾼들의 포근한 쉼터 샘물산장이 저 아래 반가운 모습으로 손짓하고...)










(샘물산장, 아주머니는 열심히 먹거리 준비를 하고, 정 선생님은 열변을 토하신다)


사정이 생겨 옛 샘물산장 건물을 헐고 현재 가건물이다.
산객들은 이곳에 그럴듯한 산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기대하지만
이곳에 큰 돈 들여 산장을 지을만큼 수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날이 풀리면 새단장을 하려하는데 생각이 복잡하다면서..
근사한 산장도 좋지만 이곳을 지나는 길손이 내 집같이 부담없이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정 넘치는 산장이어도 좋지 않을까?
(샘물산장, 055-356-7664)






(재약산으로 오르는데 귓전을 때리는 바람이 살을 에듯하다)







(영남알프스 주봉 가지산과 능동산이 품고 있는 얼음골)


산허리를 감고 오르내리는 24번 국도는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 시작하여 울산에서 끝나는데
453.7km나 되는 거리로 서쪽바다에서 동쪽바다까지 이른다.
오는 동안 전남 담양군 금성면 금과동산에서 호남정맥을 넘고,
또, 전남 남원시 운봉읍 여원재에서 백두대간을 넘고,
다시, 이곳 울산 석남터널로 낙동정맥을 지난다.
한편, 저 아래 능동터널 뚫는다고 마구 파헤쳐
놓은 공사현장이 볼썽사납다.






(산너울들... 저 너머에 지리산이...)







(재약산 정상, 전망좋은 곳에 오늘 밤 유할 집을 한 채 마련하니..)


재약산 정상에는 텐트 1동 칠만한 공터가 두 서넛 있는데
그 중 제일 위에 자리한 조망좋은 곳이 재약산에 오르면 전용으로
자리를 잡는 곳이다. 물론 바람을 맞는 곳이니까 야영하기에는 적합한
자리가 못되지만 그래도 재약산 칼바람을 느끼고 아침 해오름을 맞기에는
이곳이 제일인듯하여 바람 세고 앞이 확트인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세찬 바람이 텐트 치는 것조차 쉬이 허락않는 곳이다.

산꾼 한 사람이 뒤따라 올라오더니
조금 아래쪽에 야영준비를 하였다. 이웃이 생겼다.
저녁을 먹고 산정을 나눌까 했는데 재약산 칼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샘물산장으로 철수를 해 버렸다.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까지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서쪽 하늘 해지는 것을 보면
어느 날 무심히 가야 할 내 인생도
저 지는 해같이 주변을 한 뼘만이라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기를...






(어둠이 내리고 산도 잠에 드는 시간 아직도 잠 못들고 뒤척이는 불빛들)







(쏟아질듯 초롱초롱한 하늘의 별을 담아 보려하지만...)


산정(山頂)은 밤이 빨리 온다.
이른 저녁을 먹고,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기도한다.
살아있는 것 자체를 기적으로 느끼며 범사에 감사가 넘치기를..
그리고는 텐트를 조금 열어 그 열린 틈으로 하늘의 별을 본다.
이 광활한 우주 공간에 내가 존재한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잠이 깨어 하늘을 보니 머리 위까지 별들이 내려와 초롱초롱 빛난다.
얼른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잡았는데 카메라 잡은 손이 시리는가 싶었는데

금새 감각이 없어지더니 손가락이 카메라 본체에 쩍쩍 달라 붙는다. 셔트를 눌러도

셔트가 눌러지지 않는다. 그 사이 배터리가 나가 버렸다. 카메라를 풀어 새 배터리로
교환하고 하늘을 향해 셔트를 눌러댄다. 그 사이 또 배터리가 나가 버렸다.
영남알프스는 하늘의 별까지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텐트 안의 펫트병 물이 얼고 있다.
더운 물을 채운 날진통을 침낭안에 넣고는 다시 잠을 청한다.
누가 텐트를 두드리는가 싶어 눈을 뜨니 밤 2시
바람에 텐트가 날아갈 듯하다. 팩을 점검하고
다시 침낭속으로 파고 들었다.






(잠들었던 산들이 하나 둘 눈 비비고 일어서면서 또 하루가 시작된다)


사실은 이곳에서 "산길따라~" 산방의 영알태극종주를
응원하려 했었다. 석골사에서 시작하여 북풍한설을 맞으며 밤 새워 이곳까지 오면
새벽이 될테고, 그 새벽 언 몸을 녹일 따끈한 커피 한 잔이라도 준비하여
응원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구정에 시골갔다 서울 처가까지 갔다오는 바람에
그들이 산을 내려설 즈음 지나간 길을 따라서 이곳까지 왔다.
그래서 응원은 마음으로만...






(가지산 정상을 붉히던 햇살이 금새 이곳까지 내려왔다)










(視線)


당신을 그리워 한다는 것이
북풍한설 속에서도
이렇게 뜨겁게 떠오르는
해오름 같이
가슴 벅찬 설레임과
눈 부신 것임을
...






(정상에서 보았던 타프, 누군가하고 가봤더니 역시...)


조금 늦게 재약산에 올라 옆에 텐트를 쳤던 이웃은
재약산 칼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밤 8시쯤 샘물산장으로
철수하는 바람에 조금 아쉬웠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 아래 털보산장 뒤에 이쁜 타프가 쳐져있는 것이 보였다.
동지애가 발동하여 내려가 보았더니 세 사람중 한 사람은
아는 사람... 극기훈련 교관 김정훈 실장 아닌가!
늘 행복한 산행 이어가시길...






(아침부터 털보산장 주인은 지게로 열심히 짐을 져 나르고..)







(영화 셋트장, 주변 경관과는 어울리지 않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형제같이 다정해 보이는 재약산과 수미봉)







(알라뷰^^*)







(선현의 말씀에...)


"
눈 내린 들판을 밟고 걸어갈 때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지금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은
뒤따라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
"

어찌 이 눈길 뿐이겠는가?
인생길에도 바른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






(다시 샘물산장으로 돌아와서...)


샘물산장 주인 정 선생님은
"추운 재약산 정상에서 보초선다고 고생했다"며
산객들 앞에서 치켜세우더니 향 짙은 차 한 잔을 권하신다






(그래, 1015봉을 올라보자)


차가 주차되어 있는 배내고개로 가려니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도 그렇고 하여 그동안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지나치기만 했던
1015봉을 올랐다가 왼쪽 계곡으로 내려 주암마을로 방향을 잡았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가파른 길을 올랐더니 정상부근은 운동장 같다)







(셀프로 한 컷 해보려다 그만 배낭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심종태바위)













(1015봉은.. 가지산쪽이 조금 가리지만 좋은 조망처였다)







(간월산과 신불산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다가왔다)







(낙동정맥 간월산, 간월재로 오르는 임도, 바로 아래가 주암마을)







(영남알프스 간월산과 신불산의 위용)







(백설)


남부지방에 눈이 귀하다고 하지만

발품을 조금만 팔면 이렇게 아름다운 백설을 만날 수 있는데...

절제된 순백의 아름다움.






(직진하면 배내고개, 우측계곡으로 내려선다)







(시그널이 국제신문 근교산 취재팀이 다녀갔다는...)










(고로쇠 수액이 몸에 좋다지만 적당히 채취해야...)


그나마 여기엔 한 줄기에 빨대를 2개 박았는데
어떤 곳은 3 ~ 4개나 박아 보기에도 나무가 처절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남알프스 산자락에서도 벌써 진이 빠져 죽어가는
고로쇠나무가 어렵지않게 눈에 띈다. 고로쇠 수액 채취한다고
황금알 낳는 오리를 잡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나무가 죽으면 산도 사람도 다 죽고 만다는 것을 왜??






(농장을 거쳐 주암마을로 내려선다)










(응달엔 고드름이 꽁꽁 얼어 있어도 얼음 밑으로는 벌써 봄기운이 돈다)







(심종태 바위의 위용)







(69번 도로에 올라서서 본 심종태 바위와 주암계곡)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보다는 가보지 않은 길로 가려고
1015봉 좌측계곡으로 내려 주암마을까지 내려 서긴 했는데...
배낭메고 포장길을 걷는 것은 영 아닌 것 같다. 히치하이킹을 기대해 보지만
힐끗힐끗하면서 그냥 지나친다. 하긴 태워주고 싶어도 100리터가 넘는 배낭이
감당이 안될테니까...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갑자기 차를 서더니 타라는 것 아닌가?
아니 이 분은... 털보산장 뒤에서 만났던 김정훈씨였다.
그래, 이리저래 만날 사람은 또 만나나 보다.

산정을 나누던 선계에서 인계로 내려서는
연결고리까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세상 길 헤쳐 나가다 지치고 힘들면
충전하러 큰 배낭 꾸려 다시 찾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