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정맥 7구간 (윗장고개에서 진고개까지)

2010. 4. 7. 00:50山情無限/금남정맥(完)

 

 


금남정맥 7구간 (윗장고개에서 진고개까지)




○ 산행일자 : 2010. 3. 27(토) 04:45 ~ 10:20 (5시간 35분)
○ 산행날씨 : 흐림, 산행하기 좋은 날씨
○ 참석인원 : 원조산악회 금남종주대 18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7.5km        누적거리 : 115.7km
○ 산행코스 : 윗장고개-팔재산-널티-안골산-포장도로-성정산-천안논산고속국도-망덕봉-진고개
○ 소 재 지 : 충남 공주시 계룡면, 이인면, 탄천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2:30~04:30    윗장고개 부근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4:45          윗장고개 출발

05:03          팔재산(374m)

06:32          안골산(321.8m)

07:40          성정산(237m)

08:48          천안-논산고속국도

10:06          망덕산(215m)

10:20          진고개삼거리

③ 복귀

11:20~15:40    이동 (광명리~울산)



내키지 않은 무박길에 나섰다.
백두대간과 정맥길을 가면서 어쩔 수없이 무박으로
다녀와야할 구간도 있지만 가능하면 무박은 피하고 싶다.
특히 이번 구간은 무박으로 갈 이유가 없는 구간인데도
무박으로 가니 솔직히 기분이 별로다. 오늘 구간은 최고봉이
고작 374m의 팔재산이고 고도차 200m가 넘는 오르내림이 없는
평탄한 길로 당일 출발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구간이다.

이제 산경표상의 금남정맥도 한 구간 남았으니 4월 2째주면
날머리 부여 구드레 나루에 닿는다. 실질적으로 금강의 물길을 가르는
'대동 금남정맥'은 일단 산경표상의 1대간9정맥을 끝낸 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정맥의 꽃이라는 금남정맥을 큰 기대로 출발했으나 정작
기대했던 구간은 무박으로 오거나 우중산행을 하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친 곳이 많다. 언제 시간내어 금강 하구로 향하는
"대동여지도 금남정맥"과 함께 이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구간들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윗장고개(157m), 뭔 무박으로 와서는 5시도 되기 전에 출발한다)

고갯마루에 차가 도착하자 바로 배낭을 둘러메고 나선다.
현재시간 4시 40분.. 조금 기다리다 날이 밝으면 출발해도 되겠건만
벌써 길을 나선다. 691번 도로가 지나는 윗장고개는 지난번 계룡산 구간을
거꾸로 탈 때도 한밤중에 출발했는데.. 오밤중에 지나야 하는 고개같다.







(출발한지 20분도 안되어 오늘 최고봉 팔재산(374m △공주22)에 오른다)

들머리부터 숨을 몰아쉬며 급비탈을 치고 올랐다. 너덜지대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팔재산 정상이다. 나무에 명패가 달려있는 팔재산은
오늘 최고봉답게 정상에는 2등삼각점이 박혀있다. 힘들게 오른만큼
다시 급하게 내려서 철조망 쳐진 밤나무 밭을 지난다.





(숲에서 나와 안부 밭을 지나.. 이제 동이 트려는지..)

널티로 내려서는 길이 혼란스러운데 개까지 짖어댄다.
널티(96m)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4차선 23번 국도가 지나는데
목숨걸고 도로를 횡단할 맘은 없어 한참을 에둘러 굴다리로 통과하여
전봇대에 달려있는 시그널이 있는 쪽에서 마루금에 붙는다.

왼쪽으로 난 넓은 길을 따르니 묘터가 나오고 다시 숲으로 든다.
길은 구릉지같이 순하지만 미로같이 복잡하여 선두는 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기를 몇 번, 오솔길 같은 마루금을 30여 분 따르다 밭을 지난다.
잘 손질된 가족묘터에서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한다.





(백장미님이 달아 놓은 '세월' 시그널도 만나고..)





(최고봉 팔재산보다 더 힘들게 오른 안골산(321.8m))

오늘 최고봉은 고작 374m의 팔재산, 안골산은 안부에서
고도차 170m 정도밖에 안되는데 제법 숨가쁘게 올랐다.
인생이 그렇듯 높이의 문제보다 속도의 문제이리라.

비닐코팅지 이름표가 걸려있는 안골산부터
공주시 계룡면과 이인면의 경계를 타는데 이후로는
고만고만한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 방향?)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산을 참 많이 발가벗겨 놓았다)





(구름사이로 빨갛게 달아오른 동그란 원이 보이더만 순식간에..)









(산의 나무를 다 베어내니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지..)





(.산새들의합창' 시그널에도 개인 이름이 등장하고..)

낙동정맥 면산구간부터 꼭 있어야 할 곳에서 반겨주는
시그널이다. 이름만큼이나 멋진 산꾼들일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잘 손질된 가족묘터를 지나..)





(무슨 고개?)

이동통신 철탑이 있는 봉우리에서 선두가 전을 벌리고 있다.
잠시 멈춰 섰다가 온통 헐벗은 산 일색이어서 어디 사진에 담을 풍경이 있나
찾아보려고 먼저 나섰는데.. 미로같은 숲길을 지나니 전면으로 성정산이
보이고 이어 왕복 2차선 아스팔트길로 내려선다.





(솔가리가 곱게 내려앉은 호젓한 길을 따라)





(성항산으로 부르지만 고시지명은 성정산(城頂山 237m)이다)

오름길이 힘들다 누가 뒤쫓아 오는 것 같아
뒤를 돌아보니 산꾼님이 휑하니 추월해 가 버린다.
그러나.. 오는 차안에서 '앞에 누가 가는 것을 못 보는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산에서는 좀 느긋한 맘으로
산행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글구 난 산에서는 누구를 추월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없거들랑요. 산에서까지 경쟁하고 싶은 맘은 더더욱 없구요.
내가 넘고 싶은 것은 정작 나 자신이니까요. 내가 뒤따르는 바람에
옆길도 보지않고 성정상에서 직진하여 마루금을 벗어나 다른 길로
간 것 같아 괜히 미안한 맘까지 드는구려.

각설하고, 명패는 성항산으로 되어있지만 이 산의 유래가
'둘레를 성을 쌓아 놓았으므로 성재 또는 성정산'이라고 하니까
고시지명인 성정상(城頂山)으로 부르는게 옳겠다. 한자를 옮겨 쓰면서
정수리정(頂)을 목항(項)으로 잘못 표기한 것 같다.

차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성정산 정상은
정면으로 가는 길도 넓게 열려 있으나 마루금은 왼쪽.
시그널이 만국기같이 달린 곳으로 꺾어 내린다.





(21)





(오늘은 밤나무밭을 많이 지난다)





(계룡산은 아직도 구름속에서 노닐고..)







(반송고개(102m), 마치 가을걷이 끝낸 것같은 분위기..)







(前과 後, 明暗)





(마루금은 왼쪽으로 철망이 쳐진 길을 한동안 따른다)





(참 많이도 벗겨 놓았다.)









(밤나무 밭을 지나 복룡고개로 내려서는 길)





(이동통신 중계탑인듯)







(697번 도로가 지나는 복룡재, 구수티고개)





(697 지방도를 걸어서 논산-천안간 고속도로 아래로 통과한다.)

복룡재로 내려서니 설여사님이 반기면서 오늘 시나브로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단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온 것을 보고
그런 것 같다. 하대장, 산꾼 다음에 내가 통과하니 그러는 모양.
평소 내 위치는 거의 선두와 중간그룹 사이니까..





(지난 계절의 흔적.. 고춧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나도 저렇게 빨리 달리겠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아래로 지나는 697번 도로를 따르다 
옆길로 오르면 절개지에 설치해 놓은 철계단의 중간부분으로 연결이 된다.
절개지 철계단을 오르면서 내려다 보는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쌩쌩 달린다. 나도 저 속도로 달릴 것 아닌가 생각하니
속도를 좀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철제 사다리를 타고 절개지를 오른다)

복룡재에서 선두 하대장을 만났는데 혼자다.
성정산에서 추월해간 산꾼소식을 물었더니 하대장도 못 봤단다.
그럼 옆으로 셌단 말인가? 뒤에 따라 오겠거니 했는데..





(금북정맥 길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이 있었는데..)

계단을 다 오르고 산길이 연결되는 부분에 움푹패인 동굴이 있는
지점을 넘어서니 마루금은 길찾기 힘든 벌목지를 지나 숲으로 든다.





(오늘은 본의 아니게 선두가 되어..)

빵 하나 먹고 조그만 봉우리에 오르니 하대장이
식사를 하고 있어 기다리는데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진다.
하여 길을 나셨는데 그게 오늘 선두로 산행을 마치게되는
계기가 될 줄이야. 마루금은 소나무 숲길이 이어간다.





(어디 흙으로 돌아가는게 나무들 뿐이겠는가?)





(생강나무도 망울을 터뜨려 노란 꽃을 피우고,,)





(부드러운 날등을 따르는데 등로 반을 점령한 철조망)

서쪽으로 향하던 마루금이 남쪽으로 방향 튼다,
오른쪽에는 40번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고,
길 복판까지 전기철조망이 쳐져 있는 마루금을 따른다.





(40번 도로와 잠시 나란히 가다가)

고만고만한 마루금은 이인면을 지나 탄천면으로 들어선다.
우측은 신기령으로 이어지고, 잠시 후 왼쪽으로 면경계능선이
갈라지는 곳이 망덕봉. 망덕봉을 지나면서부터 마루금과 나란히
가던 40번 국도는 북서쪽을 방향을 틀어 멀어진다.





(망덕봉(215)을 지나면서 차소리도 많이 조용해졌다)







(날머리 인근의 풍경들)





(벌써 날머리 진고개(81m).. 5시간 35분만에 산행이 끝났다)

현재시간 10시 20분!
울산서 당일산행으로 출발했으면 도착했을 시간에
오늘 산행이 끝났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날머리 진고개삼거리에는 ) 

길 양쪽에 '광명리' 표지석과 '지당세계박물관' 간판이 있다.
지당박물관은 지당(地堂) 류육현(박물관장/철학박사)씨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약 25만여 점의 조류, 나비표본, 희귀보석,
화석, 수석, 어류, 패류, 공예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자연교육
박물관으로 설립자의 사재로 만든 개인박물관이라고 한다.





(진고개삼거리 이정표)





(광명리 표지석 앞에서 증명사진 한 장 남기고.. 팔도강산님 감사!)





(적당히 먹고 날머리까지 가자는 의견이 대다수였으나..)





(오는 길,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한 김연아 소식이 궁금하여..)

TV를 보니 어젯밤 백령도 인근에서 임무수행중이던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긴급뉴스를 전하는데 잠깐 듣는 사이에도
보도내용이 오락가락 한다. 지난밤 별로 내키지않는 무박길에 나서
밤을 밝히며 이동하는 동안 침착하던 김연아도 실수를 연발하여
싱글에서 7위로 밀려났다 하고, 백령도 앞바다에서는 군함 한 척이
침몰하여 실종자가 46명이나 발생했다는 우울한 사고소식을 전한다.

각설하고, 극기훈련도 아름다운 야경보러 야간산행하는 것도 아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에 의해 산줄기가 어디서 어디로 향하고
물길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확인하려 나선 정맥산행에서 이런 경우는
정말 이율배반적이며 원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구간거리가 멀거나 힘든 길도 아닌데 구태여 무박으로 온 것이나
오밤중에 출발하여 하룻길 거의 1/3가량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진행한 것이나 울산서 당일 출발했으면 도착했을 시간인 
10시 조금 지나 산행을 마친 것이라든지.. 대간과 정맥 길중 이 만큼
쉬운 길이 또 어디있을까? 산방기간과 밤나무 과수원 길 찾기 어렵다며
무박으로 강행한 것을 이해할 수없다. 도무지 이건 아니다 싶다.
 
마음같아서야 마지막 구간까지 바로 가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단체산행 아닌가! 오늘보다 더 쉬운 다음구간도 무박으로
계획되어 있는 것을 당일산행으로 변경시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사람마다 산행하는 목적은 각 각일 수 있겠지만 1대간 9정맥 완주가
산행이력과 명함만들기의 일환이라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도 얼마나
큰 허세며 낭비겠는가? 금수강산 우리 산하를 눈으로 보며 즐기고,
산자분수령의 원리도 더듬어 보며, 아직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일제 잔재인 뿌리도 없는 태백산맥, 소백산맥, 노령산맥, 차령산맥 등등을
대체하여 다음 세대에게 바로 전달해 주어야할 백두대간과 정맥아닌가?
정맥산행에 의미를 더했으면 하는 것이 나만의 감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