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정맥 4구간 (배티고개에서 물한이재까지)

2010. 3. 8. 19:55山情無限/금남정맥(完)

 

 


금남정맥 4구간 (배티고개에서 물한이재까지)



○ 산행일자 : 2010. 2. 26(금) 08:40 ~ 16:50 (8시간 10분)
○ 산행날씨 : 짙은 안개, 비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3.5km        누적거리 : 57.5km
○ 산행코스 : 배티재-대둔산-826봉-깔딱재-무수재-월성봉-바랑산-물한이재
○ 소 재 지 : 충남 금산군 진산면 / 논산시 양촌면
/ 전북 완주군 운주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7:45~08:12     이동 / 버스 (대전 서부터미널~진산)

08:25~35        이동 / 택시 (진산~배티재)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8:40            배티재 출발

10:45~55         대둔산(878.9m)

12:02            826봉

13:27            깔딱재(544m)

14:52            월성봉(651m)

15:31            바랑산(555.4m)

16:50            물한이재

③ 복귀

17:15~25         이동 / 택시(물한이재~양촌참숯황토방)



지난 1월 초 배티재까지 진행하고는 구정 명절도 끼고,
4구간을 빠지다 보니 벌써 금남정맥은 2달동안 1구간도
진행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 또 5구간을 진행하는 바람에
밀린 숙제까지 하려니 4,5구간을 한꺼번에 가게 되었다.
이번 배티재에서 덕목재 거쳐 양정고개까지는 대전과 계룡시
인근이어서 들머리와 날머리 접근이 쉬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목요일 밤, 대전가는 막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비가 온다. 우산도 짐이 될것 같아 비를 맞고 나서는데
이틀동안 메고 다녀야할 배낭의 무게가 묵직하다.

무릎이 닿는 안내산행 불편한 버스보다 우등고속버스의
편안함에다 비오는 밤에 떠나는 길이어서 기분이 새롭다.
일단 대전에 도착하면 서부터미널 인근 사우나를 찾아
여장을 풀고, 다음날 7:45분에 출발하는 대둔산행
버스를 타면 되니까 시간도 부담이 없어 좋다.
정맥의 꽃은 금남정맥! 금남정맥의 꽃은 대둔산!
내일 대둔산에 들면 날씨가 좋아 지겠지?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가면서 해보는 바램..





(대전 서부터미널 버스시간표, 대둔산 가는 버스시간은 저기~)

어젯밤 막차로 대전에 와서 서부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좋은 사우나라고 추천해 준 "웰빙사우나"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7:45에 출발하는 대둔산행 버스를 타러 일찍 터미널에 나왔다.





(대전 서부터미널 모습)





(얼마만에 다시 찾은 배티(재)인가?)

대둔산 가는 버스지만 금남정맥이 지나는 배티재에는 서지않고
대둔산 시설지구 주차장까지 바로 가는 바람에 주차장에 내려 다시
되돌아 오기도 그렇고 하여 진산에서 내려 택시로 가려고 전화를 하니
비가 와서 지금 인삼밭에 나와 있는데 조금 기다려 달라한다.

두달만에 들린 배티재는 완주에서 진산으로 가는 17번 도로가
넘는데 고갯마루에는 휴게소와 주유소, 이치대첩비가 있다.
이치대첩(梨峙大捷)은, 임진년 7월 경상도와 충청도를 휩쓴 왜적이
군량미의 현지보급을 꾀하여 이 배티재를 넘어 호남평야로 진출하려
적장 고바야가와가 2만 병력을 이끌고 이 재를 넘으려 했으나,
권율(權慄) 장군이 1,500여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결사항전으로
적을 섬멸하여 왜적이 다시는 호남에 진출할 엄두도 못내게 되었다는데
이치대첩은 행주대첩, 진주대첩에 앞서는 임진왜란 최초의
육전승전지라고 한다. 이치(梨峙)는 배티의 한자어.





(개선문같이 꾸며 놓은 대둔산 등산로 입구)

정상까지는 500m가 넘게 고도를 높혀야 하는데..
금남의 꽃으로도 불리는 대둔산에서의 조망을 기대해 보지만
이 짙은 안개가 언제쯤 걷힐련지..





(오대산 분기봉 (661m), 오전부터 날씨가 개인다고 하더니만..)

꾸역꾸역 오대산 분기봉까지 올라도 조망이 없다.
오대산(五臺山, 569.1)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우측으로 가고
금남정맥은 왼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계속 나오는 장군약수터, 장군약수터 가는 길 안내판)





(정맥의 꽃은 금남정맥, 금남정맥중 백미는 대둔산 구간인데.. )





(철계단을 올라서니 주능선. 낙조대 0.2km전)

0.2km밖에 떨어져 있지않은 낙조대에 들리고 싶지만
서해로 지는 해는 고사하고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속에서
조망의 기대도 가질 수 없어 왼쪽 마천대로 향한다.





(안개속 우뚝한 봉우리는 어디쯤인지?)





(정상아래 안부 매점에서 차 한잔 마시고..)





(대둔산 마천대(摩天臺, 876.9m))

보통 때는 정상에 발디딜틈도 없다는 대둔산 정상,
날씨도 궂은 그 시간에 정상에 몇 사람이 있었다.

대둔산은 옛이름을 '한듬산'이라 했다는데,
이는 계룡산의 지세와 겨루다 패해 한이 맺힌 것이라는 뜻.
또, 순 우리말로 '크다'는 뜻의 '한'과 '덩이'라는 뜻의
'듬'을 한자화 하다보니 대둔산이 되었다고..

'한 맺힌 산'이라는 이름처럼 역사가 순탄치 않은 대둔산은
임진왜란때 대둔산 일대에서 김제군수 정담이 이끄는 의병대와
권율장군의 군대가 일본군과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조선 말기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동학농민군도 대둔산을 찾아
일본군에 대항하며 마지막 결사항전을 벌이다 바위벼랑에 모두
몸을 던져 자결하였다고 한다. 대둔산 마루 삼선계단 직전에 있는
'대둔산동학군최후항전지' 표지가 그 역사를 전하고 있다.

대둔산은 전북과 충남에서 각각 1977년과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케이블카와 구름다리, 삼선계단 등 시설물이
몰려있는 완주쪽 개발이 두드러져 교통이 편리하고 숙박시설이
다양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는다. 완주쪽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케이블카에서 내려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마천대까지는 30여 분 소요.





(오늘은 안개속에서 하룻길을 가야할 것 같다.)





(길이 어지럽다. 일단 수락계곡 방향으로..)





(도립공원 이정표가 있지만 실제 도움이 안된다)





(반가운 시그널, 한길님과 대단한 그 일행들이 이 길을 지나갔나 보다.)





(조릿대 숲에 묻힌 길아닌 길에서 왔다가 갔다가..)

그동안 결정적인 지점에서 말 그래도 시그널이 되어
마루금을 잡아 주던 홀대모 "대X강"님도 이 조릿대 숲에
시그널을 달아 놓아 그 공신력을 믿고 따랐는데..





(한참을 헤매다 돌아 나오니 입구에 "등로없음" 표지기가..)





(짙은 안개속 이 모습도 대둔산의 모습인 것을..)





(계속 위치를 확인하지만..)

일단은 정확한 지점을 확인해야 할텐데..
사방이 가리운 안개 속에서 알바까지 하고 나니
마음이 바쁜데, 위치를 확인할만한 지점은 안나오고..
깔딱재는 어디쯤일까?





("등로없음" 표지기, 한참 전 조릿대숲으로 들어간 길이 이곳으로 나온 것 같다.)





(우뚝한 조망대에 올라 보지만..)





(여기서 수락계곡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26)





(금남정맥 시작하면서부터 수없이 달아 놓은 이 표지기의 정체는...?)

이 표지기도 알바를 하는데 일조했다.
이 표지기를 따라 731봉을 지나 안심사 직전까지 갔으니..
오늘 알바는 짙은 안개, 잘못달린 시그널 등이 조연을 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데 있다.
고도계는 아예 세팅도 안했고, 지도는 비닐카버를 하지않아
비에 젖어 너덜거리자 더 헤질까봐 꺼내지도 않고..





(40여 분만에 다시 지났던 길로 돌아 나와 수락계곡 방향으로..)

11시경에 마천대를 출발하여 현재시간 12시 40분,
1시간 40분만에 알바하면서 1.15km를 진행했다는 셈..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내에서는 길도 복잡하고
시그널도 떼어 버리니 길찾기가 어려운 곳이 많다.
특히 오늘같이 조망제로인 상태에서는
오히려 밤길을 걷는 것보다 더 힘들다.





(미련.., 벌써 봄이 저만치 왔는데..)

북풍한설에도
언 손 놓지 않고
대롱 대롱 달려
여기까지 왔건만
흐르는 물 거슬릴 수 없듯
가는 계절 되돌릴 수 없는 일

자신의 계절에
활활 태우지도
가는 시절에
함께 떠나지도 못한
무슨 질긴 사연 있을까

미련은 아직까지
대롱대롱 달려 있는데
어찌할까
봄은 저만치 왔는데

어차피 떠나야 할 인연이라면
놓아라 그 갈퀴같은 손
할 만큼 했다
미련도 흙으로 돌아가리니

(해 줄 말이 없었다. 미련을 버리라는 말밖엔..)





(깔딱재(544m))

드디어 나타난 깔딱재
마천대에서 2.35km면 1시간 거리인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정맥이 도계능선 따라 남쪽으로 돌아 올라오니 거리도 그렇지만
도중에 2번이나 알바도 하고 암릉길이라 발길이 더디다.
오늘 덕목재까지 가려는데.. 진도는 안 나가고..





(31)





(늦가을 낙엽길 같은 호젓한 길.. 안개비를 맞으며..)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했던가?)





(운동장 같은 헬기장을 지나)





(수락재(무수재 364m), 월성봉까지 1.6km)





(멋진 조망구간을 한 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속에 걷는다)





(월성봉 오름길이 가파르다.)

그렇지 않아도 밴쿠버의 김연아 소식이 궁금했는데
좋은 점수로 금메달을 땄다는 친구의 전화. 마음 고생도 많고
부담도 컸을텐데.. 어린 나이에 정말 장하다. 월성봉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에서 접한 좋은 소식에 힘을 내어본다.





(이 모습도 금남정맥의 한 모습.. )

그래,
산에 들어 내가 보고싶은 모습보려 애쓰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자
사람도 그렇게 대하고,
산도 그렇게 대하자 다짐해 본다.







(흔들바위)

능선에 올라서니 조망이 사위를 가려도 왼쪽의
벼랑이 일급조망처.. 안개속에서 이 멋진 조망처를 걷는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모습도 자연의 한 모습인 것을..

왠 흔들바위.. 꿈쩍도 않건만..





(왠 성터? 그렇다면 옛 달이성터?)





(월성봉(月星峯 651m))

월성봉 정상석은 확인하지 못했다.

달이산성(達伊山城)
전설에, 고려초 '달이'라는 이름의 의적이
부패한 탐관오리에 항거해 진을 치고 싸웠다는 산성.
월성봉은 그 '달이산성'을 한자화 한 것이라는데..





(오전부터 걷힌다던 안개는 더 짙어지고..)





(안개로 장막을 쳐도 좋다!)





('강 건너 덕배님'을 추모하는 비)

산이 있네 / 싸리문 밖 / 느티나무 꼭대기 /
달을 / 걸어 놓으니 / 속세의 시름이야 / 흐르는 세월의 강을 건너네 /
산이여! / 고독해 하지 마라 / 강 건너 턱에 머무는 이 곳은 / 극락이니 /
행여 / 외로울까 이 아픔 / 한 움큼 내어 놓고 가네





(특급 조망처에서 보는 것은 짙은 안개 장막)





(조망좋은 날등일듯한데..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에워싼 안개장막)

계룡산에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험산준령은 삼국시대 백제가 신라에 대비하여
최후 방어선을 구축했던 곳이라고 한다.







(바랑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볼품없는 바랑산.
세워놓은 바랑산 명패가 특색있다만 나무에 달아놓은
바랑산 명패의 준.희 이름은 누가 왜 잘라냈는지..







(바랑산 정상에서.. 진행방향이 어지러울 정도로 방향을 튼다)

무수재에서 거의 북진하다 월성봉에 오르고, 월성봉에서
다시 서진하여 바랑산에 오른 마루금은 잠시 서진하다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꾸불꾸불 진행하는데 안개속에서
꼭 롤러코스트 타는 기분이다.





(52)





(미련 2)

벌써 봄이 저 만치 오고 있는데..
지난 가을 다 태우지 못한 정념을 지금 어쩌자고..
봄을 재촉하듯 내리는 비와
강에서 올라온 훈풍이 야속하기만..





(426봉 오르는 암벽에는 로프도 걸려있 다)





(안개가 옅어지면서 어렴풋이 나타나는 봉우리가 지나온 대둔산인듯..)





(물한이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오늘 덕목재까지 가기로 했는데..)

1시간 더 걸으면 덕목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심하다 물한이재에서 끊기로 한다. 다행인 것은 오늘 여기서
끊어도 내일 구간은 고도차가 심하지 않아 4km를 보태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덕목재에서 인근 숙박지 찾는 것보다
물한이재에서 양촌으로 내려가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어둔 하늘이 뚫리더니 양촌에 쏟아지는 빛줄기)
 
햐! 오늘밤 저 빛 내린 곳에서 하룻밤 留할 줄이야..





(물한이재를 오르는 도로, 논산 양촌에서 금산 덕곡리로 넘는다)





(물한이재(278m) 터널, 동물이동통로를 만들어 놓긴 했는데..)

이럴바에야 터널을 뚫지.. 너무 훼손이 심하다.
도로변 수로에서 엉망이 된 등산화와 바지, 스틱을 씻고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하니 먼곳에 있다면서 가르쳐준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아예 받지 않는다. 히치를 하려고 손을 드니
그냥 지나간다. 그 후 한참동안 지나가는 차가 없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논산갔다 왔다면서 곧 가겠다고 한다.
기사에게 논산 가는 차 시간도 확인하고는 혹시나 하여
가까운 곳에 찜질방이 있는지 물었더니 마침 양촌에
좋은 찜질방이 있다며 택시가 찜질방으로 직행한다.
내일 아침 7시에 와 달라하고 찜질방에 내렸다.

아담한 "양촌참숯찜질방", 봄나물 다듬던 주인 아주머니는
단체예약손님 받을 준비하는 중이어서 지금은 식사가 안된다며
좀 기다리라기에 따끈따끈한 방에서 비에 젖어 파김치가 된
지도도 말리고 옷도 말리며..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려고 채널도 돌려 보지만 김연아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1시간이나 지나 나온 5,000원 짜리 청국장, 반찬만해도
그 값은 할듯.. 예약한 손님인듯한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벌써 선거얘기 충청권 분열에 격앙된 말들을 쏟아낸다.

내일 여섯시 반에 아침식사를 예약하고, 마을로 나가
PC방에서 김연아 기사 다 읽고, 연기모습 동영상도 보고..
블로그 댓글 몇 개 달고 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내일 산행채비를 하려 마을을 돌아보니 조그만 산촌마을에
불켜진 상점이 없다. 아침 일찍 문여는 상점이 있으려나..
11시 30분, 찜질방으로 돌아오니 나 이외 손님이 아무도
없어 이 좋은 황토찜질방을 독방 전세낸듯..
이렇게 또 감사하며 첫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