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구절초와 벗하며 구름속에서 노니는 영남알프스에서

2009. 4. 15. 01:27山情無限/영남알프스



 



억새가 구절초와 벗하여
구름속에 노니는 영남알프스에서...


'08. 9.14 ~ 15





짧은 휴가탓에 서울 처가에는 가지도 못하고,
영남알프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다고 시골서 일찍 나섰다.
시간이 되면 재약산으로 가고, 늦으면 신불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홀린듯 큰배낭을 챙겨 집을 나서 보지만
이럴 때는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구름속에 잠긴 간월재에 도착하니 추석을 간월재에서 쇠었는지
시장통 만큼이나 분답스럽고 데크에는 텐트가 즐비하다.
샘터에서 수낭과 날진통에 물을 가득채우고 나니
보름달 만큼이나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간월재, 바쁘게 달려왔지만 날은 저물고 신불산 오르는 길은 말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






(구름을 뚫고 오른 신불산 정상, 보름달이 벌써 중천 돌탑위까지 떠 올라 있었다)






(전망좋은 데크에는 울산등산캠프 야영팀이 전을 벌려놓았다)

누군가하고 다가갔더니... 울산등산캠프에서 온 야영꾼들이었다.
돈키호테님을 비롯하여 일면식이 있는 산꾼들도 있어 반갑다.
소개를 하니 닉을 아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귀에 익은 닉도 있어 더 반갑다.
첫 만남인듯 어떠랴. 강권에 못이겨 합석했으나 벌려놓은 판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산정에 취한다. 산이 좋고 산사람이 좋다.





(공룡능선 너머로 보이는 언양의 야경, 가물거리는 울산의 불빛)






(하룻밤을 보낼 저택못지않은 움막을 치고, 늦은 저녁을 준비하며...)

어울리면 어울리는대로, 혼자면 혼자인대로 좋다.
혼자일 때 좋은 것중 하나는 단연 자유가 아닐까!
늦은 시간 식사준비도 간단해서 좋다.
햇반 하나에 카레지만 진수성찬 부럽잖다.





(텐트 안에서 보는 보름달, 야경, 산릉, 낭만, 이 정취! )






(야심한 밤 잠못들어 카메라들고 기웃거리다 잡은 신불평원의 모습)

영남알프스에도 밤이 깊어가자
신불평원도 운해를 이불삼아 잠에 들려나 보다.
나도 시 한수 읽고 자야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중환님의 / 산경


막 자려는데...
두어시간 전 이곳에서 만났던 부산서 온 용석이가
그 새 어디까지 갔다 왔는지 "산길형님 내려갑니다" 한다.
그 때가 12시 다 되어갈 무렵...

달 밝은 밤 잠못들고 뒤척이는데...
또 잠못드는 사람이 있는듯 1시를 넘긴시간
머리 맡에서 왁자지껄 정적을 깨뜨린다.








(하늘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일출을 담으려는데 맘이 지나쳐서일까
간밤 선잠 속에 자다 깨다를 몇 번이나 했을까
5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구름을 잔뜩 이고 있다
하긴 어찌 영남알프스 들 때마다 멋진 일출을 바라겠는가?
그럼 그게 욕심이지...

이 모습 또한 영남알프스의 일상이 아닌가!





(천성산 능선을 타고 넘는 운해, 오늘은 운해가 영알에 터잡고 노닐 것 같다)









(피어나던 조각구름이 금새 운해가 되어 간월재, 간월산을 타고 넘는다)






(이웃한 등산캠프에 들러 따끈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고리뫼 산방의 어슬렁님)






(아직은 수줍은 열여덟 시골 아가씨같은 영남알프스의 억새... )






(신불산 공룡능선 그 뒤로 봉긋봉긋 솟은 주먹만한 봉우리들)






(오늘은 바람 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느긋하게 영알을 거닐고 싶다)






(신불산 대피소, 샘터에 들러 날진통에 생수를 가득 채우고...)

신불산 대피소 지기 엄성효님은 억새꽃이 바람에 실려가듯 떠났다.
언제나 같이 이 영남알프스 자락을 거닐고 있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전히 이 곳에 자리하며 산꾼들의 아지트가 되고 추억어린 장소로 남을
신불산 대피소는 새 주인을 맞고 젊은 주인은 새 단장을 해 놓고는
아침 일찍부터 샘터를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하얀 백발을 산발한채 이별을 노래할 신불평원의 억새)

난 억새꽃이 백발이 되어 과년한 딸 시집보내듯
바람결에 훌훌 꽃술을 날려버릴즈음의 억새를 좋아한다.
오늘 이 억새밭에 든 것은... 나 좋은 그 날 딸랑 하루 이곳을
찾기에는 영남알프스의 억새들을 대할 면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여, 2주 후쯤 다시 이곳에 들릴 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마는...





(구름이 뒷 모습을 가려도 신불평원은 멋있다.)












(갑자기 구름이 억새밭에 내려앉아 억새를 애무하듯...)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고
영남알프스의 억새꽃을 피우기 위해 신불산을 넘고 재약산을 타고 넘은
바람과 운해가 애무하며 사랑을 속삭이는가 보다.





(황금빛 노란 자태가 아름다운 미역취)









(구름 속 희미하게 드러나는 영축산)






(빼꼼히 머리내민 천성산 능선)









(구름이 영남알프스 억새밭을 애무하듯 노닌다)












(억새도 유명하지만 구절초 쑥부쟁이 등 이쁜 가을꽃들이 있어 영알이 더 정겹다)









(한박등, 채이등, 죽바우등을 타고 넘는 구름)






(그 아찔한 아리랑릿지도 구름 속에 잠겨 있는데...)

오늘 아리랑릿지를 오르려 왔다는
일단의 무리들이 들머리를 못찾아 영축산아래까지
갔다 오는데... 후미는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 험준한 바위벽을 오르려면 기술보다 마음안정이 우선일텐데...
구름이 노니는 아리랑릿지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영남알프스를 아름답게 수 놓는 가을꽃들... 구절초, 참취, 쑥부쟁이... )






(수려한 영남알프스의 산세, 억새까지 수 놓으니 금상첨화)









(참취와 산오이풀도 보란듯이...)






(영축산 정상의 시나브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과 울산시 울주군 삼남, 상북면에 걸쳐 있는
높이는 1059m의 산으로 영남 알프스에 속하며 취서산, 영축산이라고도 한다.
천화연, 신불산, 간월산에 걸친 산지괴의 총칭으로 보기도 하지만
옛 문헌에는 언양현 남쪽 12리와 고을 북쪽 30리에 있다는 기록이 있다.
등산에는 여러 코스가 있다. 정상에 오르면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
재약산 등 영남 알프스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양산시는
그동안 '영축산'과 '영취산', '취서산(鷲棲山)'과 '축서산' 등
4가지로 쓰여 혼선을 빚어왔던 산 명칭을 2001년 1월
양산시지명위원회에서 영축산으로 통일하기로 하여
영축산으로 지명이 변경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이쪽 저쪽에서 산객들이 몰려와 시장터같이 되었다)






(쑥부쟁이, 가을꽃 들국화가 좋다)






(영축산 북편 암릉, 구름속이지만 열심히 지형을 설명하고...)









(기름나물과 삽주도 영알의 한 모퉁이를 빛내고...)






(영축산 정상을 향하는 산객들)






(산비장이)






(들국화, 가을꽃 구절초)

구절초는 여느 들국화보다 큼직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와 만주 어디에서나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꽃을 피우므로
통일의 염원을 일깨우는 듯하다,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마디가 되는데
이 때 잘라서 말려 약재로 쓴다고 해서 구절초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약으로는 부인병을 다스리는데 쓰고, 술 담글 때 꽃을 넣어
향료로도 쓴다고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도 무쳐먹고,
백설기를 찔 때 위에 얹어 향과 색을 더할 때도 쓴다.








(이 가을, 신불평원에 억새가 피어나지 않는다면... )

가을 연가(戀歌) / 박우복


억새꽃이 피는 날이면
당신 곁에 서서
흐르는 가을을 묶어두고 싶습니다

노을이 짙은 날이면
당신의 어깨에 기대고
그림자를 가을로 늘이고 싶습니다

무서리가 내리는 밤이면
당신과 낙엽을 태우며
하얀 새벽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낙엽이 지는 날이면
당신의 손을 잡고
첫눈이 올 때까지 걸어보고 싶습니다
가을이니까.





(아직 어린 계집애같은 억새... 난 너희들이 어떻게 철들고 이별하는지 지켜 볼참이다)






(부산에서 오신 대학교수님도 전망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시고...)

억새야!
산 아래도 참으로 힘들고 빠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단다.
그러니 높은 산에서 바람잘날없다고 슬퍼하지도 쓸쓸해 하지 말아라
저 아래 삶들이 그대들보다 나을 것 없으니...





(우리 인생도 안개속 같지만... 목적지로 통하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억새 너머로 드러난 신불산과 이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범봉)






(다시 신불산을 향하여...)















(1000m 고원에 이렇게 광활한 평원이 있다는 건 영남알프스의 자랑이 아닐까)

미안하지만 난 너희들이
처음엔 꽃이 아닌줄 알았다
척박한 땅에서만 자라는 갈색의 잡초인줄 알았다.
용서하게나

날마다
영축산을 타고 내린 바람이 와서 다독거려 주고
신불산을 휘감고 온 구름도 포근히 안아주고.
높은 가을 하늘도 내려와 사랑을 속삭이며
키운 사랑의 화신이라는 것을...





(다복한 가정의 다정한 자매같은 구절초)






(다시 신불산으로 돌아와)









(오늘은 하루종일 하늘이 영남알프스 산정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75)















(가지산, 능동산, 간월산, 죽바우등... 아름다운 영알의 준봉들)

바쁘게 돌아가는 초침같이 덩달아 바쁘게 살아 온 것이
습성이 된 탓인지... 시침같이 느긋해 보려하지만 어색하기만 하다.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시간내어 연습을 해 볼 참이다.
아늑하고 정취있는 곳에 자리잡고 깊은호흡으로
초침같은 조급한 성질을 씻어내 보려한다.





(이제 오르는 사람은 없고 하산을 거의 끝나가고 있다)






(간월재, 벌써 텐트가 몇 동이나 들어서고... 임도에 늘어선 자동차들... )






(아찔한 절벽에 힘겹게 붙어 피운 모습인데... 마치 평지의 편안한 모습같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영남알프스는 마음을 푼푼하게 해 준다)









(산부추와 구절초)






(山情無限)






(저 끝은 어디에 닿아 있을까?)






(2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켰지만 구름이 점점 짙어져 일몰에 대한 기대를 접고...)









(하산을 하는..., 갑자기 구름이 옅어지더니 붉은 빛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속단하고 하산하는 길인데 금새 하늘이 옅어지더니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재빨리 인근 봉우리에 올랐다.
지긋하게 기다릴줄 모르는 행태를 나무라며 나는 인간의 계산속에
있지않으니 교만을 버리라고 교훈하는듯 생각밖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마 기다린 마음을 알고 배려해 주려는듯하여 감사할뿐...

아마, 오늘 온종일 커텐 치고 이 영남알프스를 비춘
태양이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분홍빛 등을 밝히고
가는 것을 보아 오늘밤을 멋지게 보내려 하는가 보다.





(간월재에서 능삼이님과 고리뫼산방의 곰돌이님을 만나서...)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까지 담고나니 금새 어두워졌다.
간월재에 내려서니 19시 30분, 어제 18시 30분경 신불산으로 올랐으니
만 25시간만에 간월재로 돌아온 셈이다. 25시... 게오르규의 25시가 아니다.
인류의 구원이 끝난 최후의 시간에서도 한 시간이나 지나버린
게오르규는 25시가 분명 아니었다.

아침 일찍 능삼이님이 신불산에 올라 왔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계속 간월재에 머물것이라하여
가는 길에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간월재에서 불렀더니
능삼이님과 한번 만나고 싶었던 곰돌이님이 나타났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냥 가려는데 식사를 하고 가라면서
버너를 피워 찌개를 데우고 있는 반찬까지 다 차려낸다.
어제부터 이시간까지 네끼중 제일 부티난 만찬이다.
고맙고 감사하다. 두 사람 복많이 받을 것이야.





(보름 날보다 더 달이 둥글다는 오늘, 달을 담아보려하지만...)

오늘이 보름인 어제보다 달이 더 둥글다던데
구름에 달가듯 한다는 말처럼 구름속 달을 담기가 쉽지않아
노출을 길게 주었더니 구름이 빨리 움직인 모습까기 담겼다.

이번 추석 휴가는 짧았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영남알프스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또한 길지않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을 산에서 만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山中人情! 山情無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