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이 서러운듯... 애잔한 신불평원 억새밭에서

2009. 4. 15. 01:29山情無限/영남알프스





 


깊어가는 가을이 서러운듯... 애잔한 신불평원 억새밭에서

2008. 10. 17 





휴가를 모두 다 빼앗기기는 싫어 하루를 쉬었다.
습성이 되어버리기도 했겠지만 쉬는 날은 더 일찍 일어난다.
횅하니 멀리 떠나고 싶지만 오늘만큼은 집에서 푹 쉬기로 한터.
그런데 그것도 반나절 넘기기도 힘든 일, 좀이 쑤시는데다
갑자기 신불평원의 억새가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나자 갑자기 마음이 요동친다.
이 좋은 계절, 집에만 있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렇다. 이번 주말 낙동길이 빡신데 워밍업도 해야되지...
마음은 참 편리하다. 산에 가려하니 이유도 주렁박 달리듯하다.
대충 배낭과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억새꽃, 향기도 없는 것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평소 간월재 오르는 임도를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 생각이 부끄럽게도 차를 몰고 간월재에 올랐다.
조금만 일찍 나섰더라도 등억에서 올랐을텐데...
일몰 전에 신불평원까지 가려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 버렸다.
간월재 억새밭에는 몇 쌍의 상추객들이 억새를 배경으로
멋진 표정을 지으며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박무가 억새를 더 돋보이게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신불산 서능쪽, 영알에도 벌써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영남알프스가 아름답다지만 억새꽃 없는 영남알프스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늘이 조금 높아지자 반투명한 자태로 모습을 드러내는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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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떨어지기 전에 영축산 아래까지 가야하는데 또 신불재에서 발길이 잡혔다)










(가을이 깊어갈 수로 멋을 더해가는 억새평원, 오늘 신불평원에 들기를 참 잘했다)














(햇살을 받자 나신으로 변신한듯 황홀한 억새)






(16)














(억새도, 바람과 구름도, 서산을 넘는 태양마저 숨죽이며 영알을 노래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장쾌한능선엔 은빛 억새물결, 그 사면엔 만산홍엽 )






(때로는 투명한 나신이었다가 때로는 갈색이었다가... 변신도 잘 한다)






(아리랑, 스리랑릿지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둘러 싸이고)






(꽃술을 날리며 이별을 준비하는 마당에 막내인듯한 한 아직은 풋풋한 녀석들... )










(영축산 아래 펼쳐진 바다같은 억새밭, 미세한 바람에도 춤추듯 일렁이는 은빛물결)







가 / 을 / 연 / 가

그리움 연한 흙이 되어
설레임으로 그대를 품었습니다
날마다 서로의 잔뿌리를 어루만지며
나는 안타까움에 줄기가 되고
그대는 목메임으로 돋아나 잎이 됩니다
이렇게 두 팔 벌리는 가을이 되기까지
서로를 마주보며 빨갛게 익어가는 우리는
한 그루 간절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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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불평원을 기념하며... 허수아비같은 모습을 담아본다)














(사자평 억새가 좋기도 하지만 석양의 모습은 신불평원 억새가 더 멋있는 것 같다)






(향로산 위로 지는 해, 오늘은 붉은 노을로 타지 못하고 힘없이 넘어가려 한다)











비바람이 세차도
그대 향한 마음처럼
흔들리기는 할지언정 꺾이지 않고
한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법을
너에게 또 배운다





(노출을 길게 주었더니 신불재에 하얀눈이 내린듯...)

해는 박무로 하늘금에 닿기전에 숨어버리고
별이 뜨기 시작한 시간, 간월재에는 텐트 3동이 들어섰다.
오늘밤 영알에는 또 영롱한 별들이 밀어를 속삭여 주겠지

별안간 신불산에 들어 향기없는 억새꽃에 흠뻑 취했다.
영알을 은빛물결로 물들인 억새꽃도 벌써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계절을 보내고 맞는 산과 들 대자연 속
풀 한포기, 꽃 한송이도 자신이 선 자리를 아름답게 물들이다 간다.
가을이 깊어가면 이별이 올 줄 먼저 알아버린 억새꽃의 애잔한 모습에서
이별을 연습하되 순간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이 그렇듯 오르면 내려야 하고, 오는 것은 또 가기마련...
우리 인생도 또한 그렇다. 하산을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