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밭을 지나는 가을과 노닌 영알에서의 하룻밤 이틀낮
2009. 10. 17. 01:05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억새꽃밭을 지나는 가을과 노닌 영알에서의 하룻밤 이틀낮
2009. 10. 4. ~ 5 / 홀로
배내고개-능동산-샘물산장-재약산(야영)-수미봉-죽전-
좌청수골-단조성터-신불산-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
8월말 억새가 막 피기 시작할 즈음 영알에 들고는
호남길에 밀려 꼭 한달 보름만에 다시 큰 배낭을 꾸렸다.
억새가 은빛물결로 일렁이며 손짓하는 가을이면 마치
성지순례하듯 영남알프스 억새밭을 거닐어야 가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으니 이것도 병이라면 중한 병이다.
정맥길 가느라 영남알프스가 뒷전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영알의 억새들 만나지 않고 이 가을을 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훗날 그때 왜 하지않았을까하고 후회할 일이라면 지금 약간의
댓가를 치루더라도 하고 가는게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겠지.
시간이야 짜서라도 만들면 되는 것... 이틀 연이은 휴가는
부담되어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내니 주일날은 산에 들어야
하루밤이라도 영알의 품에 머물 수 있을 것 같아 주일 아침
일찍 1부 예배를 드리고 집을 나섰다. 산행코스는 역시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을 올라 재약산 정상 아지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죽전으로 내려갔다가 좌청수골로 올라
신불산을 거쳐 원점회귀하기로 하고 배내고개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능동산으로 입산하였다.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들머리에서 코스모스가 반긴다)
(능동산 정상에 서니 멀리 재약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듯...)
(쇠점골 샘터, 정비는 좋다만 아름답게 군락을 이루어 피던 물봉선은 다 어디가고...)
(들국화, 쑥부쟁이)
가을꽃으로 대표되는 꽃 쑥부쟁이와 구절초
보통 들국화로 부르는 꽃 중에는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 감국, 산국 등을 통틀어 그렇게 부른다.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쑥부쟁이도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울릉도취나물로도 부르는 섬쑥부쟁이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통상 쑥부쟁이로 부른다.
공통점은 다 같이 국화과의 꽃으로 구절초와
쑥부쟁이, 개미취를 구별할 줄 알면 야생화 공부가
끝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별이 쉽지가 않다.
쑥부쟁이는 꽃대 하나에 꽃이 여러개 피며,
꽃잎이 가늘고 색깔은 보라빛을 띄는데 길가에 흔하게
피어있는 꽃을 쑥부쟁이로 보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구절초보다 꽃잎이 길고 날씬하며 꽃나무 전체가
좀 복잡하게 엉켜있다는 느낌이 든다.
쑥부쟁이는 해국과 마찬가지로 향기가 별로 없다.
구절초는 꽃대 하나에 꽃이 하나만 핀다.
꽃잎이 두텁고 색은 흰색,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꽃잎 끝이 동글동글하게 국화꽃잎과 닮았고
꽃잎 끝이 갈라져 있다. 국화향이 난다.
쑥부쟁이와 개미취는 피는 시기도 비슷하고
꽃의 모양도 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은데
쑥부쟁이는 잎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개미취는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으나
쑥부쟁이처럼 굵은 톱니가 아니다. 또 개미취는
위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게 특징이다.
(단체로 가을옷 갈아 입느라고... 와글와글...)
(묘지석 같은 능동2봉 정상석, 자연스런 모습이면 좋을텐데...)
(억새밭이 좋아... 억새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소개하긴 했는데...)
고마운 분들, 길은 잘 찾아 가셨는지...
배내고개에서 재약산 가는 길은 임도가 나 있어
그 길로 많이 다니지만 능동산을 올라 능선길로도 갈 수 있다.
도중에 임도로 내려왔다 다시 오르지만 호젓한 임도길이 좋다.
이즈음 키를 넘는 억새밭을 가로지르는 샛길로 걷는 것이
가을기분에 젖기에도 한층 낫다. 몇 번 오르내림끝에 조망좋은
봉우리에 올라섰더니 부산서 오셨다는 분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서 사과반쪽을 건넨다. 고맙기도 해라.
배내고개에서 임도로 재약산까지 갔다가,
다시 차가있는 배내고개로 돌아 가는 길에
잠시 봉우리에 올랐다기에 억새밭 사이로 난
능선길을 알려드렸는데 잘 가셨는지...
(영남알프스의 가을은 억새가 있어 더 정겹다)
(영남알프스에 억새가 가을의 진객이라 할지라도...)
구절초, 쑥부쟁이를 비롯한 가을꽃들과 함께
산부추와 용담도 영남알프스의 가을을 노래한다
그들이 있는 곳이 어디든..
(억새, 향기도 없는 것이 이렇게 매혹적일 수가...)
(△동곡492, 물구나무를 섰는지 방위가 잘못되었다)
(사자평을 품고 있는 수미봉(왼쪽)과 재약산(오른쪽))
(밀양방향의 산너울, 바로 아래가 남명마을)
(무슨 열매?)
(샘물산장에는... 또 정사장님의 너스레에 장단맞추느라 여념없겠지. )
(뚱딴지라고도 하는 돼지감자꽃과 보랏빛 향기가 진한 꽃향유)
(얼마전까지만 해도 뚱딴지가 꽃밭을 이루고 있었는데...)
(23)
(구절초, 너는 어떻게, 그렇게도 가을을 닮았느냐)
(情炎... 이 가을에는 제대로 몸을 불살라 봐야겠다는듯...)
(재약산 사면은 마치 첫눈이 내린듯...)
(남명방향의 재약산 산흐름)
(24번 도로, 터널이 뚫리고 길이 펴지면서 옛정취는 사라져 간다)
(가을이 좋고, 가을산이 좋다. 춤추는 억새가 있어 더 좋다)
(재약산 정상 오르는 길, 하늘로 가는 길인듯...)
(천황산은 아니다)
해방된지 60년도 더 지났지만 일제잔재는 여전하다.
뜻있는 분들이 일제하 창지개명때 바뀐 일본식 산이름을
원래 이름으로 찾아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지자체들이 있는 것 같다.
수미봉에는 재약산으로 와야할 정상석이 서 있고
재약산 정상에는 2004년에 밀양시에서 세운 키 보다
큰 정상석에 떡하니 "천황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서 있다.
요즘, "천황산"은 "재약산"이나 "재약산 사자봉"으로,
"재약산"은 "수미봉"으로 부르고 있지만 제대로 이름을
찾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한 것 같다.
재약산과 수미봉이 제이름을 찾지는 못했지만
영남알프스 새로 세우는 이정표는 천황산 대신 사자봉이라
표기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해야 할지...
(재약산 정상에 오른 외국인들에게도 산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니...)
'하이!' 했더니 '안녕하세요?' 한다. 멋쩍다.
사진도 찍어주고 "천황산"은 잘못된 지명이라고 이야기 해주니
고개를 끄떡였다. 외국인도 고개를 끄떡이는데... 젠장!!
(재약산 수미봉, 그 아래 고개에는 헥사 돔과 타프, 텐트 몇 동이 들어서고...)
(산 너울, 열겹이 넘는 산너울이 춤을 춘다)
(억산 깨진바위 방향, 우측으로 가면 얼음골, 배내고개로 가고...)
바로 앞 능선을 타면 남명리로 내려설 수 있고,
802봉을 거쳐 정각산으로 갈 수 있다.
(일몰시간이 되자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구름이 붉게 물들지만 구름이 많이 두텁다)
(억새는 온종일 대지룰 비춰주고 집에 가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조아린다)
(그래 사람이든 억새든... 겸손히 고개 숙이는 모습이 좋다)
(내 인생의 가을도 이렇게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기를...)
하루종일 제 할 일을 다하고 지면서까지
붉은 노을로 하늘을 태우는 태양이 아름답다.
내 인생의 가을도
최선을 다한 후 한뼘 내 주변만이라도
지는 태양같이 저렇게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다.
요즘 석양을 보면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 날이 저물고... 오늘은 어제가 되고 또 새 날이 올테지)
그 바쁘고 톱니바퀴 맞물려 돌듯한
일상이 이렇게 여유롭고 자유로울 수가...
가던 길에서 조금만 비켜서도 이렇게 여유로운데..
바람도 자고 달빛마저 숨죽이는 고요한 시간,
말 그대로 적막공산(寂寞空山) 뭘할까?
별을 찍으려니 달빛이 강하고
책을 보려니 눈이 어둡다.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
하루를 돌아보니 모두가 감사한 것 뿐,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아닌가!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기도드린다.
요즘 새로운 기도제목이 하나 생겼다.
하늘이 가까워 더 잘 들어주실 것 같다.
* * *
9시 반, 침낭속에 들어 잠을 청해본다.
11시에 깨었다. 고요한 밤 하늘의 별빛은
달에 많이 가리웠지만 힘있는 별들은 반짝인다.
별빛들의 밀어를 들으며 서걱이는 억새의 속삭임을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든 것 같았는데 2시 반경
머리위 재약산 정상의 인기척에 다시 깨었다.
이 시간 여기를 오른 사람들은 미친사람들일거야.
다시 잠을 청했는데 4시에 또 한무리가 지나가면서
잠을 깨운다. 이렇게 자다깨다 밤을 새웠지만
여기와서 잠만자고 가기에는 그렇긴 했다.
(감사하게도 또 이렇게 새 날이 밝아왔다)
자고 일어나면
당연히 주어지는 것 같은
새 날에 대한 감사가 부족하다.
언젠가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오던
내일이 오지 않는 날이 오리라.
선물로 주어진 오늘 이 하루!
마지막 날로 여기고
감사하며,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자
(밤새 불야성을 이루던 울산쪽도 이제 그 불빛이 사그러든다)
(해가 뜨기도 전에 억새가 먼저 일어나 반긴다)
(밤새 하늘을 지킨 달은 태양에게 낮을 넘기고 가던 길 마저간다)
(구름이 두텁다. 일출을 기대했는데 구름이 먼저 해맞이를 하려는 바람에...)
재약산 오를 때마다 찬란한 일출과
석양을 기대한다면 그건 욕심이겠지.
어쩜 다시 오라는 뜻일 수도 있고...
(햇살이 비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광채를 발하며...)
(가는 세월이 버겁게만 느껴지는 구절초도 배시시 웃는다 )
(햇살이 비치자 밤새 숨죽였던 억새도 반가운 님을 만난듯...)
(간월산-신불산 능선, 간월재에도 억새밭 은빛이 은은하게 비친다.)
(포스가 대단한 산꾼을 보내고 나서 생각하니 '비야'의 오대산님 같았다)
(어젯밤부터 궁금했던 산꾼들을 만나러...)
욕심많은 산꾼들은 이미 배낭까지 다 꾸렸는데
느긋한 산꾼들은 아직 아침준비도 않고 텐트 속에 있다.
혹시나 했는데 안면이 있는 산꾼이 보인다
('영산자클럽'의 혜음님과...)
산에서 두번 만난 적이 있는 밀양의 혜음님.
울산 비박꾼들도 소문났지만 밀양 비박꾼들도 대단하다.
역시 지역적으로 영남알프스를 두고 있기 때문이리다.
산짐승님, 가야님, 혜음님.. 모두 밀양산꾼들이다.
(두텁던 구름도 엷어지면서 하늘도 본색을 드러낸다)
(억새밭 정겨운 길을 지나 재약산 수미봉으로)
(재약산 수미봉, 재약산으로 가야할 정상석이...)
(천남성 열매)
전국의 산지 응달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 천남성은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에 꽃이 피는데 열매는 빨간색으로
익고 옥수수알 모양으로 모여 달린다.
5개의 소엽으로 이루어진 잎의 길이와 폭이 넓은 <넓은잎천남성>,
꽃차례의 연장부가 채찍처럼 길게 자라 불염포 밖으로 곧추서는 것을
<두루미천남성>, 울릉도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인 <섬남성>,
남부 지방의 섬에 자라며, 불염포가 검은빛이 도는 보라색이며
끝부분이 실처럼 가늘고 불염포의 통부 위쪽에 흰색의
그물 무뉘가 있는 <무뉘천남성> 등이 있다.
천남성 알줄기는 거담·진경·소종·거풍 등의 효능이 있어
중풍·반신불수·상풍·종기 등 약용에 사용되나
유독성 식물로 일반인들은 조심해야한다.
(하늘에는 억새꽃이 반영된듯...)
(사자평 습지에 많이 보였던 물매화, 오늘은 귀하게 만났다)
매화를 닮았다고 물매화라하며 매화초, 물매화풀이라고도 한다.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습지에서 자라는데 꽃은 7~9월에 흰색으로 피고
줄기끝에 1개씩 위를 향해 달린다. 꽃의 지름은 2~2.5cm가량 되고
꽃받침 조각은 5개이며 긴타원 모양이고 녹색이다.
꽃잎은 5개이고 길이 7~10mm의 넓은 달걀모양 또는 타원 모양이며
수평으로 퍼진다. 수술은 5개이며 12~22개로 갈라지고 끝이 황색을 띤
녹색의 작은 구 모양이다, 씨방은 상위(上位)이고, 암술대는 4개로 갈라진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매화초라는 약재로 쓰는데
종기, 급성간엽, 맥관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북반구의 온대에서 아한대에 걸쳐서 분포한다.
꽃말은 모습같이 고결, 결백, 정조라고 한다.
(산을 좋아하는 만큼 산을 아끼는 마음도 뒤따라야..)
(84)
(죽전내려서는 길 전망바위에서... )
건너가야할 신불능선,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팔각정이 있는 728봉 전망대
(청수골 산장, 저 물레방아가 꽁꽁 얼었을 때 이 길로 올랐는데..)
점심 때가 되어 죽전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려 했는데
추석휴가가 갓 지난 평일이어서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점심도 해결못하고 뙤약볕 아스팔트 길로 죽전에서 청수골까지
걸어 가려니 아득하기만 한데.. 마침 버스가 1대 서더니
기사님이 신불산 휴양림 가는 길을 묻는다. 이게 왠 행운!
덕분에 버스로 이동하며 길까지 안내할 수 있었으니..
(청수골 시원한 계곡에서 라면하나로 점심을 해결하고...)
(너럭바위에 누웠는데 친구하자며 왔던 다람쥐는...)
비박 배낭을 매면 어깨야 짓눌리지만 마음은 오히려
구름 위를 걸어가는듯 가볍다. 단촐한 차림으로 단내나는
무박 종주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속도를 늦추니 보이는 것도 많고 생각도 깊어진다.
가다가 너럭바위에 드리운 굴참나무 그늘이라도 만나면
세상짐 등짐 다 내려놓고 드러누워 두둥실 떠가는 구름에
마음도 실어 볼 수 있으니 더 바랄게 뭐 있겠는가?
너럭바위에 누워 하늘을 떠가는 뭉게구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데 다람쥐 한마리가 조심조심
친구하자는듯 다가 오고 있는 순간 그걸 질투라도 하는지
나무에서 도토리 하나가 톡하고 떨어지니
다람쥐는 그만 줄행랑을 치고만다.
(벌써 구르몽의 가을이,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조금전 너럭바위에서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쉬고
얼마 오르지않았는데 길가에 쉬고 있던 가족인듯한 일행이
쉬어 가라며 사과 반쪽을 건넨다. 실컷 쉬었으니 이제 갈 길을
좀 가야하는데 강권(?)에 못이겨 배낭을 내렸더니 아주머니는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남편인듯한 사람을 채근한다. 얼마나
멋있냐하며 비박배낭 메고 산에 가는 것이 소원이다 한다
(단조샘을 지나 억새 평원에 오르니 능선에는 하얀눈이 내린듯...)
(영축산 낙동정맥 마루금, 저 너머가 낙동정맥이 지나는 천성산)
(해마다 억새를 찍으러 오는 억새평원, 아직은 좀 이른 것 같다)
(아리랑, 쓰리랑릿지. 저기도 가을옷으로 갈아입으려 부산한듯...)
(말잔등같은 신불능선, 저 앞에 보이는 산이 영축산)
(99)
(박무로 흐릿하긴 해도 문수산 남암산 너무 울산까지 조망된다)
사진을 찍으러 등로를 조금 비껴났더니
영축산까지 가려다 시간이 모자라 여기서 돌아가려고
간식을 드시고 있는 기장서 오셨다는 두분과 마주쳤는데
다짜고짜로 배낭 내려놓고 곶감을 먹으라신다.
시장하던차 왠 떡이랴. 맛있게 곶감을 먹고나니
따끈한 커피까지 따뤄주신다. 아이 미안키도 해라.
배내봉까지 가야된다니까 간월재에서 태워주시겠다고까지
하는데 오늘은 간월산에서 야경을 볼 참이어서
사양했지만 그 마음은 고맙기만하다.
어제, 오늘 큰 배낭 메고 산에 오른 탓에 보기에
측은지심을 느끼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나는 사람들의
산중인정에 감격한다. 벌써 4번째 아닌가!
(신불재, 우측으로 가면 신불대피소, 신불재를 오르면 신불산)
(백통으로 무장한 카메라맨을 만나 한 컷 부탁하여..)
(신불대피소에서...)
신불산대피소지기는 추석에도 대피소를 비울 수 없어
집에 다녀오지 못했다 한다. 낮에는 대피소를 비울 수 없어
달밤에 영축산까지 갔다 오는데 황홀했다고도 한다.
라면을 한그릇 시켜놓고 샘터 탁자에 갔더니
공룡능선으로 올랐다는 부산서 온 젊은 부부가 왔다.
조금있으니 오전에 백련골에 들어 지금까지 점심도 굶고
헤매다가 점심겸 저녁을 해결하러 이제 이곳에 도착했다는
구두까지 신은 산행복장 아닌 젊은 부부도 합석을 했다.
젊은 부부를 위해 부산부부도 나도 배낭을 털었다.
다음부터는 이런차림으로 산에 오르지 말라고도 하고
라면먹고 날 저물기 전에 빨리 내려가라고도 했다.
공룡능선으로 오른 부부가 신을 내길래 에베로릿지도
소개해 주었는데 라면맛까지 별미였다.
여기서 모두 제갈길로 가는데
젊은 부부는 차가 있는 백련골로 내려가고,
또 다른 부부는 가천으로 내려가고,
나는 가지산을 올랐다.
(신불재의 억새도 간월재 못지않게 멋있다)
(아리랑릿지를 타고 오는 길이라는 클라이머, 아름다운 동행 계속되길..)
(햇살이 붉어지며 사진발 잘 받게 하지만 갈길이 멀어...)
(아이들이 잘가는데 부모는 뒤따라 가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간월재가 내려보이지만... 간월산 넘어 배내고개까지는 3시간 거리)
(간월재로 내려서는데 태양은 두배로 빨리 집으로 간다)
(어스름, 해지는 반대쪽 언양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간월재에서 야영을 준비중인 오대산님)
아침에 재약산을 내려오다 만났던 오대산님을 저녁에
간월재에서 다시 만났다. 재약산에서 능동산-배내봉-간월산 거쳐
이곳까지 왔다고 하는데 5일 일정으로 영남알프스를 두루 섭렵할
계획이라고.. 대단한 산꾼인줄이야 짐작했지만 열정이 대단했다.
영알에서 만났는데 제대로 대접도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
오늘은 아직 간월재에 다른 텐트는 보이지 않는다.
갈길이 멀어 아쉽지만 간월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간월산에서의 관월(觀月:달맞이))
간월산의 '간월'은
간월(肝月), 간월(看月 / 김정호의 大東地志),
간월(澗月, 肝越)로도 표기되고, 또 관월(觀月)로도 쓰였다.
간월산은 왕봉재(王峰峴:간월재)에서 긴등재(穿火峴) 사이,
즉 상북면 등억리와 이천리 사이에 있는 해발 1083m의 고봉
일대를 말한다. 이 산은 언양팔경의 하나로 서쪽 이천리
계곡에는 천주교 성지인 죽림굴과 파래소폭포 등이 있고
동쪽 등억리 계곡의 물은 작괘천(酌掛川)을 이룬다.
(배내봉에서의 울산, 언양방면 야경)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일반산행하듯 바쁘게 걸었다.
오른쪽의 대낮같이 빛나는 야경을 보며 걷는 것도 좋았지만
왼쪽 재약산을 향하는 희미한 불빛과 능동2봉 부근을 지나고 있는
불빛을 찾는 것이 오른쪽의 훤한 도시 불빛을 보는 것 보다
정겹고 위안이 되는건 왜일까? 밤길을 바쁘게 걸었다.
물을 마시려고 보니 어디서 떨어뜨렸는지 간월산에서
물을 먹고 옆주머니에 넣어둔 날진통이 사라져 버렸다.
신불재에서 젊은 부부에게 배낭을 털어 줄 때
밀감 1개라도 남겨둘걸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무사히 다 왔으니 감사하다.
그 부부들 하산은 잘 하였는지...?
(드디어 배내고개 내림길.., 넉넉잡고 20분이면 날머리..)
배내고개에 내려서니 기다리는 건 흙더미와 함께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포터 한대, 내 애마를 가두고
입구를 틀어막아 놓은 것이다. 난감했지만 할 수없이 장장 30분 넘게
흙더미를 파내는 수고를 한 후에야 겨우 차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
주차하면 안된다는 안내표시라도 해 놓던지... 자기땅도 아닌데...
하긴, 무사히 탈출시켰으니 그나마 다행아닌가!
이번 여정은 억새가 가을을 노래하는 산정에 취하고
사과 반쪽짜리 2개, 배 반의 반쪽, 곶감 1개, 커피 1잔과 함께
전해온 산중인심이 얼마나 정겹고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우리가 남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데는 결코 량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마음이 얼마나 진심어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이번에도 산에 들어 조금은 자연스러워지고 배우고 얻어
가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상에서는... 이방인이 되어 세상과
점점 유리되어가는 생활을 할 것만 같지만... 그래도 좋다.
결국은 한 줌의 흙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터이니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산이 좋고, 좋은 산에 들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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