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30. 23:24ㆍ여백/살아가는이야기
지난 금요일,
다음 주에 급한 일들이 줄줄이 계획되어 있어 늦은 시간이었지만
출장 길에 나섰다가 앞 차를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요즘 퇴근시간이 거의 밤 9시, 10시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먹고 다시 책상에 앉으면 저녁시간도 훌쩍 지나갔지만 처리해야 할 일을 남아있고..
또 쌓인 일 다 처리하지 못하고 파김치가 되어 퇴근한다. 저녁먹고 나면 거의 10시, 10시 반..
노트북 켜고 메일 확인하고 블로그 정리라도 하려하면 이내 꾸뻑꾸뻑 졸다가 쓰러져 잔다.
피곤해서 그런지 늘 잠이 부족하다. 그날도 양산 어곡터널을 들어서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왕복 2차선 좁은 터널안에서 차를 세울 수도 없어 졸린 눈을 떠 보려는데 정말 눈이 안 떠진다.
중앙선을 안 넘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터널을 나왔는데 밝은 곳에 나오니 눈이 더 무겁다.
눈꺼풀이 그렇게 무거운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제 목적지까지 2km정도 남았지만,
200m 더 가서 4거리를 지나면 노견에 차를 세울 곳도 있어
그곳까지만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뭐가 "퍽" 하길래 깜짝놀라 눈을 떠 보니 앞 차를 추돌한 것 아닌가?
그제서야 눈이 번쩍 뜨였는데.. 그동안 눈을 감고 200m나 운전을 한 것이다.
다행히 몸은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차에서 내려보니 애마 앞부품이 상당히 많이
파손되어 있었지만 사고난 위치를 확인하고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사에 감사"하려 하지만 늘 한 템포 늦은 감사다.
그 상황이 감사한 것은
5m만 더 진행했더라면 화물차들이 쌩쌩 달리는 사거리 아닌가!
또 앞 차가 승용차였더라면 앞 차도 크게 상하고 사람도 다쳤을텐데 트럭 아닌가!
트럭도 큰 트럭이었으면 트럭밑으로 들어갔을텐데 적당한 2.5톤 트럭이었으니..
트럭 번호판 다는 철 범퍼가 받을 때 충격도 완화시켜 주어 부상을 면한 것 같고..
터널 지나 200m 가량을 지나는 동안 눈을 감고 가면서 중앙선을 넘지 않은 것,
그 거리를 가는 동안 어떻게 속도도 그 정도로 갈 수 있었으며,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업체 사장님은 사고 보증도 서 주시고..
추돌당한 차 운전자는 젊은 사람인데도 어떻게 그렇게 맘이 넓은 사람인지?
자차도 들지않았는데 보험회사에서 와서 정비공장까지 안내를 해주고..
정비공장 사장님은 집에 갈 때 타고 가라고 차까지 내어주고.. 등등등
일일히 나열하려면 끝도 없다. 정말 감사할 일 뿐이다.
물론 자차 보험을 들지않아 수리비 240만원과 앞차 범퍼 수리비 20만원까지
합하면 260만원이라는 거금이 날아갔지만 정말 불행중 다행이고 암만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그 정도 사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랄수 밖에 없었다.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1년전인 1989년 6월 29일
폐차를 시켜야 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해 30분 가량 정신을 잃고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 응급실까지 가서야 깨어난 적이 있다.
그 때도 살아난게 기적이었다. 그것도 큰 부상없이..
그날은 그랬다.
교회 중고등부 교사들과 하계수련회 장소를 답사하고 오는 길이었는데
날도 저물고 비가 왔다. 운전하시던 장로님이 앞에 신호를 받고 있는 트럭을 추돌하면서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 바람에 우리가 탄 차는 큰 트럭 밑으로 들어가고 운전석 옆자리에
타고있는 나는 봉고차 지붕이 내려앉는 바람에 그 사이에 완전해 협착되어 버렸다.
그 때 그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트가 어떻게 뒤로 넘어졌는지... 시트가 침대같이 완전히 뒤로 펴져서 눕고 그 위로
차의 천장이 내려앉았는데 철로 된 혁대 버클이 찌그러지고 주머니에 꽂았던 볼펜이 다 부숴지고
손에 들고 있던 손가방이 다 찢어졌는데도 몸은 큰 상처없이 왼쪽 팔이 5cm정도 찢어진게 전부였다.
물론 1개월정도 병원에 입원했고 사고 후유증으로 상당기간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 때 사고난 차에서 구조를 하는데 절단기까지 동원되고 그 작업을 하는 동안
차에서 연기가 나서 언제 불이 붙을지도 모를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차를 보면 그기서 살아서 나왔을 거라고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
그 날 이후로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하면서도
늘 그렇게 생활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그러나 기적은
그런 사고 가운데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오늘 하루도 아무 사고없이 살아 있는 이 자체가 기적인 것이다
심장은 한 순간도 쉬지않고 뛰며 지구의 두 바퀴 반이나 되는 길이의 실핏줄에
골고루 피와 산소를 공급하는데 뇌에 있는 그 실핏줄 하나만 잘못되어도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닌가! 또 정신은 어떠며 정글같기도 한 세상가운데서
이렇게 하루를 무사히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 이 자체가 기적아닐까!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 자체부터 기적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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