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1구간 (수피령에서 광덕고개까지)

2010. 6. 15. 00:38山情無限/한북정맥(完)

 

 


한북정맥 1구간 (수피령에서 광덕고개까지)




○ 산행일자 : 2010. 5. 21(금) ~ 22(토)
○ 산행날씨 : 한 여름 날씨, 32℃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8.1km + 접속 3.0km        누적거리 : 28.1km
○ 산행코스 : 수피령-943봉-953.6봉-1082봉-복주산-하오현-회목봉-광덕산-광덕고개
○ 소 재 지 :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 화천군 상서면, 사내면 / 포천시 이동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5/21 01:10~05:27   이동 / 심야(울산~동서울)

06:50~08:40   이동 / 버스(동서울~사창리)

08:55~09:10   이동 / 히치(사창리~수피령)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9:15         수피령 출발

10:05         복계산 갈림길

10:48         칼바위봉

11:20         941봉

14:00         벙커봉 / 헬기장

16:22         복주산

17:30         하오고개

③ 복귀

17:30~55      접속 / 도보 (하오고개~463번 도로)

18:00~15      이동 / 히치 (463번 도로~사창리)



한북정맥(漢北正脈)은
산경표에 나타난 이 땅 1대간 1정간 13정맥 중의 하나로
백두산에서 지라산을 향해 내달리던 백두대간이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북한 평강군 추가령에서 갈래를 쳐 백암산(1,170m 화천),
적근산(1,073m 화천,철원)을 지나 대성산(1,175m 화천, 철원)으로 이어오나
백암산, 적근산, 대성산은 북한과 민통선으로 출입을 못하며 마루금은
대성산 남쪽 수피령(862m)에서 시작하여 파주 장명산(102m)을 지나
한강지류 곡릉천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160km의 산줄기로
동쪽은 회양(淮陽)군, 화천군, 가평군, 남양주시 등의 한강 유역이 되고,
서쪽은 평강군, 철원군, 포천군, 양주군 등의 임진강 유역으로 수계가 나뉜다.
한강수계의 북쪽에 있는 산줄기라 하여, 한북정맥이라 한다.

한남정맥에도 발을 들여 놓았으니 이제 남쪽 1대간 9정맥중 마지막은
한북정맥이 되는 셈이어서 많이 설레이기는 하나 실상은 이번주에 서울을
4번이나 찾을 정도로 바빴던 탓에 피로가 누적되어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장인 어른 생신연이 있어 금북정맥을 마치고 바로 차를 몰아
서울 간 것을 시작으로, 수요일에 본사에 출장 갔다가 울산에 도착하니
또 다른 일로 다음날 새벽 다시 서울 갈 일이 생겼고, 목요일 서울 출장길에서
돌아오자 마자 옷갈아 입고 배낭 챙겨 다시 심야버스를 타러 나선다.
산행도 정상직전이 제일 힘들듯 1+9 턱밑까지 왔는데 그와 마찬가지인듯..
근래 늘 시간에 쫓겨 몸은 파김치가 되는데다 산행할 시간 내기도 어렵고,
산행을 갔다와도 산행기 정리할 시간도 내지 못하니 숙제만 늘어가고..
하여간 요즘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정신이 없지만 가라는 사람없어도
누가 대신 갈 수 없는 길이기에 야심한 밤에 또 집을 나선다.





(05:27, 심야버스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

01:10분 심야버스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05:27분,
사창리 가는 첫차가 06:50분에 있으니 아직 1시간 20분이나 남았다.
터미널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마침 맞은편에 문을 연
식당에 들려 아침을 먹는데 꼭 모래알 씹는 느낌이다.







(사창리, 와수리 가는 버스시간표)

수피령 가까운 곳까지 가는 다목리행은 7:30분이고,
철원 와수리행은 07:10에 있지만 사창리 가는 06:50분 첫차를 타기로 했다.
다목리에서 수피령까지는 3km 정도여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지만,
와수리나 사창리는 택시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08:48, 사창리 버스터미널)

사창리행 버스에 제법 많은 산행객이 탔는데 사창리까지 오는 동안
거의 다 내리고 종점까지 온 사람은 나까지 3명이었다. 혹시 한북정맥 종주꾼일까
하여 말을 거니 한 사람은 두류산 간다하고, 한 사람은 화악지맥 종주중이라 한다.
3인 3색, 세 사람이 각자 다른 방향이다.





(옛 사탄향(史呑鄕) 국창터 사창리)

본래 춘천군 사내면 지역으로 옛 사탄향(史呑鄕)의 창고가
있었으므로 사창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창말,
솔대, 횃골을 병합하여 사창리라 하였고, 1954년 화천군에 편입되었다.
1971년에 사창 1,2,3,4리로 분할되었고, 1974년에 5,6리로 분할되었다.
예로부터 실은창말 혹은 창말이라고 불리웠다. 또한 세군데 집터와
여덟고개로 둘러 싸였다하여 3대(垈) 8관이라 하였다.
3대는 솔대(현 사창6리지역), 면대(현 삼일리 지역,
27사단 사령부지역), 맹대(현 광덕리지역)를 칭한다.

창말의 유래는 조선시대 임금이 피신 할 경우가 생기면 이곳으로
피신할려고 국창(國倉)을 지어놓고 토지에서 나오는 도지를 받아서
창고에 저장했다가 농민들에게 농사를 짓도록 나눠주고 햇곡식이
나오면 매년 도지를 받는 일을 되풀이해 왔으며 이러한 관계로
국창이 지어져 있었다하여 창말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외창(外倉)과 내창(內倉)이 있었고 서적도 보관했다고 한다.





(한북정맥 시작점 수피령은 56번 도로를 따라..)

컨디션이 좋지않지만 일단 광덕현까지 걸어보려 첫차로 사창리까지 
왔는데 사창리에서 수피령까지는 15km가 넘는 길, 40분 후에 다목리행
버스가 오지만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기위해 택시로 이동할까 하는데
한 눈에 봐도 대단한 산꾼으로 보이는 화악지맥 간다는 분이 택시를 타지말고
마을을 벗어나서 히치를 시도해 보라고 한다. 감사하기도 해라.

서로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하라며 인사하고는 3방향으로 흩어진다.
56번 다목리 방향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걷다가 다가오는 차를 향해
손을 드었더니 2번 만에 차가 멈춰선다. 마음씨 좋은 분을 만나 히치에 성공..
더욱이나 수피령을 넘어 근남가는 차였다. 완전 집 앞까지 대절이다.







(드디어 한북정맥 출발점 수피령 / 水皮嶺 780m)

한북정맥은 백두대간의 추가령(752m)에서 시작하여
백암산(1110m)을 거쳐 적근산(1073m), 대성산(1174m)을 넘어와
서서히 서남진하여 마지막 파주의 장명산(102m)에서 서해로 잠긴다.
그러나 국토가 분단되어 있는 까닭에 북한구간은 물론 적근산과 대성산도
민통선 지역에 속하므로 출입을 할 수가 없어 한북정맥의 출발점을
대성산과 복계산(1057) 사이에 있는 수피령으로 한다.

위도상 백두대간 미시령과 비슷한 북위 38도 윗쪽에 위치한다.
수피령은 남한의 정맥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고개로 56번 도로가 넘는데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에서 철원군 근남면 와수리로 통한다.





(대성산 전적비 앞에서..)

그늘 밑에서 휴식중인듯한 군인들이 보여 한 컷 부탁했더니,
신참(일병)이 얼른 달려와 카메라를 받아들긴 했는데 DSLR인지라
머뭇거리자 고참이 받아 찍는다. 역시 군대는 고참이 해결사다.





(전적비 뒤로 난 길로.. 드디어 한북길에 든다)





(마루금은 임도를 따르는데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다)





(진행방향 반대방향의 대성산도 확인하고..)





(좌측 화천군 다목리 방향)





(첫 봉우리 오르는 중의 조망)

첫봉우리에서 직진하면 복계산(1,057.2m)으로 가는 길,
마루금은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이어간다.





(대성산(大成山 1,174.7m) 방향)

1년에 한번씩 문을 연다는 한북정맥 최고봉 대성산이 손에 잡힐듯..





(칼바위봉)





(진행방향 조망, 생각보다 오르내림이 심하지는 않은데..)

햇살은 따갑고 땀은 줄줄.. 다리에 힘은 주이지 않고..
오늘 광덕현까지 가볼까 했지만 요즘 컨디션이 영 별로인데다
한 시간 반을 걸었지만 날씨도 한여름같이 덥고 몸도 무거워
쉬엄쉬엄 걸으며 무리하지 않고 가는데까지 가봐야겠다.

사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지않은 날은 산에 드는 것 보다
집에서 푹 쉬며 휴식하는게 오히려 낫지않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시나브로식 휴식법은 일단 산에 들어 맑은 공기 마시며 땀흘리고,
시원한 바람부는 너럭바위에 굴참나무 그늘이라도 드리운 곳을
만나면 큰 대(大)자로 누워 한 숨 자기도 하면서 휴식하는게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가장 좋은 것 같다.
힘들 때 산에 들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철원 서면방향)







(피나물과 ?,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화)

그렇찮아도 발길이 더딘데 이 녀석들도 발길을 붙잡는다.
그래, 오늘 못가면 내일 가면 되지.. 가던 걸음 멈추고 눈맞춤을 한다.





(받침대도 이름도 없는 삼각점이.. 941봉쯤 되는지..)





(낯선 모습들..)

산마루는 온통 참호와 통로로 이어져 있고 철조망으로 울을 치고
그 안에 천막으로 덮은 창고들도 보인다. 전방은 전방이다.





(950봉, 헬기장)

조망이 훤히 트이는 넓직한 헬기장이다.





(26)





(무슨 꽃?)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을 치고 오르니 벙커봉 / 1082m)

조망이 트이는 널찍한 헬기장인데 가야할 복주산과
광덕산 기상대.. 그 너머로 국망봉도 보이고 좌측으로 화악산도 보인다.
벙커 위에 오르니 북쪽으로 대성산이 훤히 눈에 들어오고..

실내고개 갈림길, 철원과 화천의 경계를 따르는 마루금은
벙커봉에서 좌측은 화천군 상서면에서 사내면으로 바뀌며 임도가 열린다.
이 임도는 실내고개에서 올라와 복주산 직전까지 마루금을 따른다.







(임도를 따라..)







(올해는 얼레지 구경도 못하는가 했는데..)

최북단 한북길에서 아직 한창 바람 피우고 있는 얼레지를 만났다





(개별꽃)





(마루금은 헬기장을 지나면서 숲으로 들어선다)









(산상의 화원이다. ?, 피나물, 관중)





(39)







(왠 복주산 팻말? 갈말23 삼각점)





(전면에 뽀족하게 서있는 봉우리가 복주산)







(노랑제비꽃과 큰앵초)







(복주산 직전 암봉 오름길과 암봉에서의 조망)





(복주산 / 伏主山 1,152m)

오늘 구간의 최고봉이지만 조망도 없고 잠깐 앉아 쉬기에도
마땅찮은 정상. 길쭉한 복주산 정상석은 어디서 옮겨 왔는지..
시멘트 흔적이 있는 상태로 바위 위에 비스듬히 얹혀져 있다.





(복주산을 지나 조망이 트인 곳에서 진행방향을 가늠하니..)

축구공 모양의 광덕산 기상관측소 구조물도 보이고
앞쪽 능선너머 푹 꺼진 하오현 골짜기도 내려다 보인다.





(오늘 구간중 제일 험준한 내림길인 것 같다)





(또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이 수 없이 많이 나온다)





(오른쪽의 잠곡저수지)







(고운 수달래와 병꽃)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오현 / 荷吾峴, 하오고개 668m)

오늘은 여기까지..
9시 15분에 수피령을 출발하여 17시 30분에 여기까지 왔으니
8시간 15분이나 걸렸다. 정상적으로 걸었다면 광덕현까지 갔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진행 거리나 속도에 의미를 두지않는
않았다. 1주일 동안에 4번이나 울산서 서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파김치가 된 몸을 산에서 회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여유로운 산행도 혼자니까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길로 내려서니 하오고개..
고갯마루는 제법 잘 닦여진 임도가 나 있는데 왼쪽 화천 광덕리에서
오른쪽 철원 잠곡저수지쪽으로 넘는데 그 아래로 463번 도로가
하오터널을 통과하여 지난다. 4륜구동차가 올라올 수 있다.




(내일 오를 길도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으로..)





(무슨 꽃?)





(하오고개에서 2~3분 내려오니 계곡에서 제법 물줄기가..)

머리를 감으려고 낙엽을 긁어내며 도구를 치고
물막이를 하는데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손이 시려 오래 담그고
있을 수도 없어 잠깐 담갔다가는 집어 내고를 반복하면서 물을 가두어
머리를 감는데.. 정신이 번쩍든다. 차거운 물 시원하게 한모금 했으면
좋겠다만 낙엽아래도 흐르는 물이어서 그냥 먹을 수는 없었다.









(61)





(임도를 따라.. )

하오고개에서 끊고 여기로 내려섰는지 눈에 익은 정맥 시그널들도
띄엄띄엄 보이고.. 임도는 중간에 가끔씩 거친 돌짝밭도 나오지만
4륜구동차는 충분히 고갯마루까지 오를 수 있겠다.





(20여 분 걸어내려와 도로에서 지나가는 차 3대를 그냥 보내고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다시 한번 손을 드니 브레이크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저 앞에서 포터가 선다. 머리가 하얀 초로의 분이신데 이전에도 산에서
부상당해 다리를 절며 걷고 있는 등산객을 병원까지 태워주신 적이 있다고
하신다. 요즘은 모르는 사람 태워주기가 쉽지않은데.. 고마우신 분..





(고마우신 분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사창리에 도착하여..)





(사창리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찜질방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식당에는 나 빼고 모두 군인들.. 젊음이 좋다.
그 젊음을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긴 기간이 아깝지만
그래도 군생활을 잘 활용하면 일생의 큰 재산이 되리라.

저녁먹고, PC방에 들려 잠시 메일을 확인 하고는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찜질방에 들었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벌써 한 사람이 탱크가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잠을 청한다






5/22일,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7:10~25   이동 / 택시(사창리~하오현 터널입구)

07:27~50   접속 / 463번 도로~하오고개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7:51         하오고개 출발

09:05         회목봉

10:10         회목현

11;09~24      광덕산 (1046m)

12:11         광덕고개

③ 복귀

13:00~14:20   이동 / 버스(광덕고개~동서울터미널)

15:00~19:30   이동 / 버스(동서울터미널-울산)







(다시 하오고개로 오르기 위해 하오터널 입구 463번 도로에...)

찜질방에 딸린 식당은 7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문을 연 식당이 있어 들어갔더니
6.2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와 사무장인듯한 사람이
식사를 하면서 하는 말.. 조직이 없으니 이름 석자 알리기도 힘들고
명함 돌리기도 힘들다고 한다. 어디가나 기득권층의 텃세가 세지만
하물며 선거판에서야 집권당의 프레미엄이 오죽 크겠는가?

아침을 먹고는 곧바로 택시로 하오고개 아래까지 이동





(25분 가량 임도로 오르니 하오고개)





(다시 폐타이어 계단을 따라..)





(오른쪽 철원 방향, 골이 깊다)







(?꽃과 은방울꽃)





(수달래가 한다발 피어있는 이름 모르는 봉.. 마루금은 직진)





(저 앞에 보이는 광덕산 기상관측소)





(여기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저기가 회목봉인지? 여기가 회목봉(1,027m)인지?)

대리석 삼각점이 있는 곳이 회목봉인지,
나무에 조그만 팻말을 달아놓은 곳이 회목봉인지..





(앞을 가로막고 선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낙엽이 수북한 절벽에 쳐진 밧줄을 잡고 오르니..)





(아하~ 저기에서 좀 쉬었다 가야겠다)

어제도 수피령 들머리에서 나물채취하는 몇 사람 만난 것 빼고는
하오고개까지 오는 동안 한 사람도 못만나고, 오늘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 사람도 못 만났다. 덕분에 거미줄 청소는 잘 했는데 뒤에 누가
따라와야 그 덕을 볼텐데.. 따라오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그늘도 지고 적당하게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는 너럭바위가.. )

시나브로의 휴식법.. 길 옆이긴 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바위 위에
누우니 바위 크기가 키에 딱 맞는데다 그늘도 드리우고 골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錦上添花다. 신선이 뭐 부러울까 싶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지배배 노랫소리를 들으며
트진 숲 사이로 뭉게뭉게 떠가는 구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망중한을 즐기는데,
조그만 새(아마 박새종류인듯..) 포르르 날아와 바위에 앉아 기웃기웃 하더니
머리에 올라와서는 부리로 쪼아댄다. 더워서 모자를 벗고 걸은 바람에
거미줄을 좀 겆기는 했지만 그렇게 먹이 될만한 것은 없을 것 같은데..
하여간 한 3분 정도 머리를 쪼아 대는데 하도 작은 새여서 아프지도 않고
가려운데 긁어주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았지만... 배가 고파 그러는가 싶어
빵부스러기라도 좀 주려고 일어나니 그만 또 포르르 날아가 버린다.





(산새들 노래하는 호젓한 길을 따라..)

내 머리에서 한참 놀다간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오면서 주위에 조금 뿌려놓은 빵부스러기는 주워 먹을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경계심 많은 그 녀석이 나에게 다가온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이 더하지만.. 또 다른 새들이 노래하는 길을 간다.





(벌깨덩굴)







(회목현 / 檜木峴, 836m)

앞쪽 능선 좌측으로 광덕산 기상관측소와 우측의 상해봉을 보며
급한 비탈길을 내려오니 널찍한 헬기장이 나오고 숲사이로 임도가 나타났다.
광덕현에서 기상관측소로 오르는 도로가 지나는 회목현인데 광덕산 정상부에
천문과학관 공사장 대형트럭들이 비포장길에 먼지를 날리며 오르내린다.







(헬기장, 뒷쪽으로 상해봉이 있다)

공사차량들이 오르내리는 비포장도로가 마루금인듯.. 먼지를 뒤집어 쓰며
오르는데 다행히 2/3쯤 오른 지점에서 숲으로 든 마루금을 따라 오르니 넓직한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뒤로 보이는 상해봉은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갔다오려면 30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고 좌측으로 꺾어
광덕산 기상관측소로 향하니 또 그 먼지나는 임도와 만난다.

헬기장에서 상해봉 뒤로 뻗은 능선이 철원군 서면과 근남면을 가른다.





(헬기장에서 광덕산 기상관측소 가는 임도)





(광덕산 천문과학관 공사현장)





(멀리서 축구공같이 보였던 광덕산 기상관측소)







(한북정맥에서 명성지맥이 분기되는 광덕산 / 廣德山, △1,046m)

광덕산 정상에서 정맥은 왼쪽능선으로 이어가고,
오른쪽으로 분기된 능선은 박달봉(799m), 명성산(923m)을 넘어
한탄강으로 떨어지는 '명성지맥'이다. 이 능선을 경계로 철원군과
포천군이 갈린다. 좌측은 수피령부터 다음구간 도마봉까지 화천군을
이어가지만 우측은 광덕산에서부터 경기도 포천땅에 들어선다.





(광덕산 인근의 한북정맥 산군들..)





(광덕산 증명사진 한 장 남기고..)

광덕산 정상에서 산객 한 무리를 만나 간식도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나하고 비슷한 연배들이건만 어찌 화제가
세상 다 산 사람들 같은지.. 아직도 추억을 먹고 살기에는 앞날이 창창한데
말이다. 사진 한장 찍어주려 했더니 지금은 있는 사진 정리해야할 때라나..
난 정리할 때가 멀었으니 광덕산 오른 기념으로 한 장을 남긴다.







(광덕산 조망, 철원 서면 방향)





(100)







(민백미)





(광덕고개 내려 서는 길, 정상부는 가파르고 갈림길도 많지만..)











(다음구간 이어갈 방향의 산군들)

광덕산에서 광덕고개까지는 도상거리 3.4km,
하산길 우측에 나타난 조망바위에 서니 다음구간 이어갈 백운산, 삼각봉
도마치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웅장한 산군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백운계곡 방향)





(광덕산 등산로는 제법 잘 정비되어 있다. 곳곳에 이정표도 있고..)





(12)





(광덕현이 멀다. 지형도에는 3.4km, 이정표는 2.44km, )

어쨋거나 이제 반쯤 내려선 것 같다. 지형도상에는 마루금이
중간에 한번 꺾이는 것 빼고는 거의 바른 길인데 실제로는 방향이
이리저리 돌고 거친길로 내려선다. 하기야 5만분의 1 지형도에
얼마나 자세한 내용을 넣을 수 있겠냐?









(고도를 낮추자 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잣나무 조림지를 지나 나타난 평탄한 길은 맨발도 걸어도
좋을만큼 부드럽고 편안한 길.. 신록이 주는 상쾌함까지 더하니...

광덕가든 갈림길, 날머리는 능선을 끝까지 타면서 제일 먼 길로 간다.
좌측 아래로 길이 뚜렷하고 나무 사이로 건물도 보이지만 날머리가 아닌
광덕산 일반 등산로다. 마루금은 직진하여 광덕고개로 향한다.





(깃대봉 / 660m)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들어 얕은 봉우리를 올라서면
삼각점이 나오고, 그 삼각점 봉우리를 넘어서면 바로 아래가 광덕현이다.
광덕고개로 오르는 372번 도로와 고갯마루 상가들이 나타난다.







(절개지 위에서 보는 광덕고개 / 廣德峴, 636m)





(광덕현 절개지 위에서.. 우뚝한 봉우리는 마루금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가리산)





(광덕고개 쉼터에 들려 시원한 음료수 한 잔하며 땀을 식히고..)

어제 광덕고개까지 왔으면.. 오늘 노채고개까지 가볼까도 했는데..
어제는 컨디션 회복을 위해 산에 든 상황이 되었고 오늘은 다음구간 접속을 위해
짜투리 구간을 조정하는 산행이 되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더 진행하더라도 다음구간 접속이 어려워 광덕현에서 끊기로 한다.









(광덕고개 풍경)







(광덕고개 버스정류소 쪽 풍경)

버스정류장 옆 정자 아래서 동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서울서 오셨다는 이쁜 할매 4분이 바로 옆에 막걸리 판을 펼친다.
옆에 있던 죄로 본의아니게 그 판에 끌려들어.. 술은 못먹는다 했더니
술이 부족한지 술은 주지않고 향기 짙은 더덕이나 먹으라 하면서
돌아가면서 권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할매들 고마웠어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이-소.





(오는 길 버스안에서.. 한북정맥 하늘금)

드디어 마지막 한북정맥 마루금에 발을 들여 놓았다.
시작이 반이라 했듯 발을 들여 놓았으니 울산서 먼길이긴 해도
여태 그래왔듯 쉼없이 걸으면 종착점 오두산에 닿으리라.

몸 상태가 좋지않았지만 산에 드니 많이 회복되었다.
산은 여럿이 함께 가도 좋지만 혼자 가니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이런 경우다.
지난 여름 호남길을 갈 때 컨디션이 좋지않았지만 단체산행이라 빠질 수가 없어
꾸역꾸역 따라나서서는 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무리하여 걷다보니
악순환이 되어 흐트러진 페이스를 끌어 올리지 못해 여름 내내 고생을
참 많이 했지만.. 혼자 가니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산에 들기 전에는 파김치가 되었던
몸도 많이
회복된 것 같아 감사하고, 한북정맥 첫 테이프를 잘 끊을 수 있어 감사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첫 구간을 무사히 산행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고 가는 교통편을 비롯하여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종착점까지 무사완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