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3구간 (노채고개에서 큰넉고개까지)
2010. 9. 2. 17:52ㆍ山情無限/한북정맥(完)
○ 산행날씨 : 후덥지근한 날씨, 바람, 비온 후 갬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7.7㎞ 누적거리 : 80.8km
○ 산행코스 : 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 서봉-동봉-사거리 안부-화현고개-443.6봉-서파고개
○ 소 재 지 : 경기 포천시 일동면, 화현면 / 가평군 하면, 상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8/27 17:05~20:15 이동 / 승용차 (청주 ~ 일동)
06:10~20 이동 / 택시 (일동 ~ 노채고개)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6:25 노채고개 출발
06:55 원통산(567.2m)
10:05 애기봉(584m)
10:25~45 운악산 서봉(934.5m)
12:05~15 사거리
13:20 화현고개
14:04 444.3봉
15:20 서파고개
③ 복귀
16:00~20 점심 / 서파 할머니쌈밥집
16:50~17:05 이동 / 버스 (서파 ~ 일동)
출장길에 산행채비를 했다. 약속시간이 이른 시간이어서
승용차를 가져 가기로 했다. 대전 윗쪽 출장은 가능하면 차를 가져가지
않으려는데.. 차를 가져가게 되어 한북길을 다녀 오기로 한 것이다.
막바지에 이른 1대간9정맥을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내려 했지만
바쁜 일들이 겹쳐 한 번 두 번 미루다보니 한 여름을 맞게 되었고
무더운 때 한남 한북길을 무박으로 다니느라 체력도 많이 소진되어
긴 방학을 가지며 운악산은 조망 좋은 날 찾기로 했는데.. 일기예보는
주말에 큰 비를 예보하고 있지만 예보가 빗나가기를 바라면서..
이번 구간은 노채고개에서 큰넉고개까지로
'9정맥중 가장 난코스'라 하는 운악산 암릉구간을 지나는데
운악산 암릉구간도 만만찮고, 큰비도 우려되고, 비가 오지않으면
또 더위가 복병이 될터니 이래저래 시기적으로 무리가 따르지만
산이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며 극복하듯
(거의 3달만에 다시 찾은 포천시 일동)
지난번 광덕고개에서 노채고개까지 하루에 걷지 못하고
오뚜기 고개로 내려서는 바람에 일동서 하루밤을 묵었는데..
모텔이 동나 겨우 찾은 허름한 모텔도 호텔비 주고 잘뻔 했다.
그 때 우리를 태워준 택시기사는 일동에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없다고 했는데 오늘 일동에 다시 와서 보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사우나다. 그 사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닐텐데..
그랬다면 일동의 주말 모텔비 비싼줄도 몰랐겠지.
그러나 오늘은 **교회 주차장 공터에서 하룻밤를
유(留)해도 되겠다 싶어 자리를 잡았다.
(들머리 노채고개(339번 지방도로), 첫눈에 띄는 것은 출입금지 안내판)
동트자 마자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모닝콜을 4시50분에 맞췄는데 눈을 뜨니 밖이 훤하다.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으니 밤새 잠자리가 편안했나보다.
시간은 맞춰놓고 모닝콜 설정으로 옮기지 않은 바람에
모닝콜이 울리지 않은 것이다. 요즘 왜 이러지..
벌써 길거리에 사람들이 보여 좀 민망하긴 하지만
부랴부랴 산행채비를 하여 택시를 타고 노채고개에 도착하니
벌써 6시 20분. 오늘 오후 비가 예보되어 있기도 하지만,
비가 오지않더라도 덜 더운 새벽부터 산행을 하면
하루를 운행하는데도 도움이 되겠는데..
사유지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을 뒤로하고
절개지 옆으로 나 있는 수로를 따라 오르는데
얼마 오르지 않아 풀에 묻어있던
빗물에 벌써 옷이 다 젖어 버렸다.
(한북정맥 이정표, 진짜 노채고개가 어딘지?)
일반적으로, 가평군 하면에서 포천시 일동으로 넘는
339번 지방도로를 노채고개라 하는데 지형도에는
원통산과 607봉 사이에 있는 잘록이를 노채고개라 한다.
여기 이정표도 그렇게 가르키고 있다.
(30분 만에 오른 원통산(567.2m), 벌써 온몸이 땀이 줄줄 흐른다)
(진행방향, 우뚝하게 보이는 607봉)
(포천 하현리 방향, 골안개가 자욱하다)
(이 지역에선 축석령이 유명한듯..)
(요즘 산에는 종류도 많은 버섯들이..)
(한북정맥 이정표가 군데군데 서 있어 정겹다)
(숲 사이로 보이는 607봉)
(암릉지대를 지나..)
(화현면 명덕리 방향)
(갈림길, 마루금은 직진이지만..)
운악산 암릉 갈림길. 마루금을 타는 암릉길에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오늘 같은 날 객기를 부릴 일이 아니다 싶어
9정맥중 가장 험난하다는 '암릉길'로 오르지 않고 오른쪽 우횟길로
가기로 했다. 암릉길은 조망도 좋고 짜릿한 스릴도 느낄 수 있겠지만
서 너번은 위험한 구간을 만나는데 보조자일도 없이 암릉길 오르는
것은 무리다. 시그널도 거의 오르쪽 우횟길에 달려있다.
(우횟길도 거칠다, 비가 와서 미끄럽기까지 한 길. 조심 조심!)
(어찌 경기5악에 속한 이유가 없겠는가?)
(21)
(애기봉, 애기바위, 애기봉 암릉길)
(운악산 정상 직전 갈림길 이정표)
(궁예성터)
왕건을 피해 명성산으로 쫓겨났던 궁예가 운악산으로
피신해 축성했던 성터 두 곳 중 한 곳으로 그 흔적만 남아있다.
일동 방향으로 궁예대궐터도 있다고 한다.
(한참 전 이정표는 정상까지 0.14km라 했는데..)
(운악산(雲岳山, 934.5m) 정상석과 삼각점)
운악산은 이름 그대로
뾰죽한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구름을 뚫고 솟아있어
그 모습이 마치 서기(瑞氣)를 품은 한 떨기 향기로운 꽃과
같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라는데 동서로 한북정맥이 지나는
능선 양쪽으로 기암절벽을 품고 있다.
유적지로는 궁예성터, 궁궐터, 만경대, 신선대, 병풍바위,
코끼리바위, 눈썹바위 등이 있고 주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산세가 험하며 기암절벽으로 산을 이루고 있어 그 경치가
절경이며, 구름이 산을 감돌아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화악산, 감악산, 관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5악 중 하나라
'경기소금강'으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며 참 힘들게 올라왔다)
정상에 오르니 한 사람이 막 내려가려 한다.
불러세워 증명사진 한 장 부탁하여..
정상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운악산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오늘 한북길 가는 사람 만날 수 있으려나..
(정상에 있는 운악산 등산 안내도)
(서봉방향)
(진행방향 조망)
(동봉 정상석, 뒷면에는 백사 이항복의 시가..)
(동봉에서, 진행방향 조망)
(남쪽 방향을 한 번 당겨보고..)
정면으로 뻗어나가는 능선 가운데 뾰족하게 솟은 아기봉(772m)
(운악산 서면.. 과연 악산은 악산..)
(43)
(마루금은 직진)
(전망대는 멋지지만 남근바위는 글쎄..)
(포천 하현리 방향)
(군데 군데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비를 몰고 오는지 바람에 습기가 많이 묻어난다)
(진행방향)
(악귀봉에서 이어가는 산줄기, 마루금은 악귀봉 직전에서 우측으로..)
(지나온 운악산 방향)
(로프가 오히려 불편, 나무도 피곤할 것 같고..)
(이렇게 아름다운 운악산을 쥐가 파먹듯..)
(갈림길(728m) , 마루금은 우측으로..)
악귀봉(아기봉) 갈림길, 절고개 철암재를 지나,
곧장가면 악귀봉이고, 정맥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흰페인트 칠한 돌로 H자를 만든 헬기장이 나온다.
(가평군 상면 봉수리, 하현고개로 오르는 47번 국도)
(미끄러운 길에는 로프가 길게 쳐져 있다)
(59)
(60)
(무슨 꽃?)
(빗방울 굵어져 일단 우중산행 채비를 하고..)
(잠시 후 나타난 군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니..)
(하현고개, 왕복 6차선 47번 국도가 지난다.)
여기서도 무단횡단을 해야겠는데.. 지난번 한남길 건너던
것보다는 양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것
자체가 안전도 그렇고 신사체면 구기는 일 아닌가?
(한참을 올라가 가장 높은 곳에서 횡단을 하고 다시..)
(비가 오고, 바람도 심해 담지 못했는데.. 마침 바람자는 곳에서..)
(반가운 시그널들, 더 반가운 울산 팔도강산 시그널!)
(71)
(잠시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랐더니)
(앞을 가로막고 선 철조망,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74)
(443.6봉, 여기서 남남서진)
(명덕3거리 방향으로..)
(영지버섯과 싸리버섯 군락지를 지나면서도 그림의 떡..)
(계속 군부대 철조망을 왼쪽으로 끼고..)
(이쁘기는 한데.. 약간은 수심에 잠긴 듯한 물봉선)
(424.7봉)
(83)
(을씨년스런 폐가를 지나니..)
(다시 나타난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이왕 할 것이라면..)
나름대로 한북정맥 이정표도 세우고
중간에 한북정맥 지도판도 설치를 해 놓았는데
이정표의 거리표시도 신경써서 정확하게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명덕삼거리까지 0.06km라고 되어
있는데 600m는 족히 될듯..
여기서부터 왼쪽의 가평군 경계를 벗어나
완전히 포천시로 접어든다.
(마루금을 경계로..)
왼쪽은 군부대 철조망, 오른쪽은 울창한 숲
(명덕삼거리/서파고개, 오늘은 여기서 끊어야겠다.)
(내일 오를 들머리도 확인하고..)
(서파 사거리 방향으로..)
(길가에 핀 꽃, 무슨 꽃?)
(서파 할머니 쌈밥집.. 제법 이름난 곳인듯..)
오늘 열심히 걸은 것 같은데.. 17.7km밖에 못 걸었다.
날씨가 지치게 한데다 미끄러운 암릉구간 지나면서 애를 먹은
바람에 힘은 힘대로 들고 진도도 많이 나가지 못한 것 같다.
1시간만 줄였어도 큰넉고개까지 갈 수 있었을텐데.. 지난 구간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조금 부족하여 하루만에 다 걷지 못한 것 같다.
어떻게 할까 고심하다 하루 더 걷다 가기로 했다. 경기도
끝 포천까지와서 20km도 못 이어놓으면 너무 비싸게 먹힌다.
내일은 오늘 못 간 큰넉고개 지나 바득재까지 가면
남은 구간 운용하는데 유리할 것 같기도 하다.
서파로 내려가 일동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맞은편
'할머니쌈밥집'으로 가서 냉콩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내촌참숯찜질방'을 소개받았는데 30% 할인권도 한 장 준다.
시내버스로 일동으로 가서 애마를 회수하여 소개받은
내촌에 있는 찜질방으로 갔는데 근래 사우나에 좀 적응이
된듯 하지만 그래도 이런 타입의 찜질방은 영 아니올시다.
물론 샤워하러 찜질방 찾았지만 달랑 샤워기 몇 개에 온통
땀 빼는 찜질방 뿐. 잠도 너른 홀 같은데서 자야하다니..
샤워했으니 차에서 잘까하는 생각도 했다.
○ 산행날씨 : 폭우주의보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9.9㎞ 누적거리 : 90.7km (358.7km)
○ 산행코스 : 서파고개-수원산-585.5봉-국사봉-큰넉고개
○ 소 재 지 : 경기 포천시 화현면, 내촌면, 기산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6:40~08:05 이동 / 승용차(내촌찜질방~서파고개), 아침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8:10 서파고개 출발
08:55 수원산(709.7m)
10:20 585.5봉
10:50 국사봉(547m)
11:45 큰넉고개
③ 복귀
12:00~30 큰넉고개 (?식당)
12:30~50 이동 / 승용차 (식당~서파고개)
12:55~19:25 이동 / 승용차 (서파고개~울산)
포천지방 예상 강수량이 9~24mm라 예보되어 있었는데 오는 길에
아침 먹으러 들린 식당에서 본 tv 뉴스는 오늘 경기북부지방에
시간당 40mm의 폭우가 예상된다며 속보를 내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찮아도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빗줄기가 강하더니..
오늘 산에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다 다행히 천둥 번개가
치지않으니 큰 문제없을 것 같아 들머리에서 우중채비를 하여
가능하면 바득재까지 가 보기로 하고 입산한다. 고개를 지나는
자동차안에서 이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룻밤 묵은 '내촌참숯찜질방')
말 그대로 찜질방이다.
여기 오긴 왔지만 사실 찜질방하고는 거리가 멀다.
정맥길을 가면서 사우나를 이용하지만 사우나에 가도
그냥 샤워하고 하룻밤 보내는게 목적이다.
(다시 서파고개)
서파 고개에서 컴컴한 숲 속으로 든 등로는 이내
숲을 벗어나 트이는데 축사의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수원산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비가 쏟아붓지만 비옷 안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하여 땀으로 젖으나 비로 젖으나 마찬가지다 싶어
좀 시원하게 가자며 자켓을 벗고 장대비를 맞으며
비로 더 미끄러워진 비탈을 오른다.
(물봉선 흐드러지게 핀 꽃밭도 지나고..)
(무슨 버섯?)
(사실, 수원산(水源山 / 709.7m)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겠다)
40분 가량 오른 후 좌측 산사면을 타고 널널하게 가니
우측으로 철조망이 보이고 군부대 정문앞 도로가 나온다.
수원산은 군부대 안에 있는지 정상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정표는 수원산을 1.5km나 지나 왔다고 가르킨다.
왠 포천에 수원산인가 했더니 抱川이 '물을 품에 안는다'라는
뜻으로, 여기서 물은 양평천과 포천천을 말하며 수원산의 水源과도
관련이 있는 물이 풍부한 고을이라는데.. 물이 풍부하다는
포천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한북길을 이어가고 있으니..
(수원산을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평지나 다름없는 길을 가는데
줄기차게 내리던 비도 소강상태다 같은데 뒷쪽에서
작은 천둥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소리도 크지않고
앞쪽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585.5봉쯤 되나보다)
헬기장과 콘크리트 벙커를 지나 잡풀더미속에 삼각점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592봉으로 보인다
이어 송전탑을 지나는데 또 장대비가 쏟아 지는데 이번에는 앞쪽에서
큰 소리로 천둥이 울린다. 스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바닥에 끌며
가는데 송전 철탑이 연이어 나와 조금은 안심이 된다.
(약수터 삼거리)
(이렇게 호젓한 길을 비를 맞으며..)
굵은 빗방울이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가
꼭 시냇물 자갈 굴리는 소리같고 모자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안마를 하듯한데 콩볶는 소리같이 들린다.
(사진을 찍기는 찍어야겠는데.. 카메라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지만..)
겨우 한 컷 하고나니 카메라가 온통 비로 젖어 버렸다.
얼른 전원을 끄고 카메라 색에 넣었지만 색을 비닐봉투로
감쌌는데도 이미 내용물이 다 젖고 물이 고일 정도다.
왼쪽으로 잣나무조림지가 참 멋지다.
쭉쭉 뻗은 잣나무조림지를 한 컷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카메라 맛이 갈 것 같아 그냥 눈으로만 담는다.
(잠시 시야가 트이는가 했는데..)
이내 비가 물동이로 쏟아붓듯 내리기 시작하면서
머리 위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하여 혼비백산했다.
아직 국사봉은 한참을 더 가야하는데 등로는
완전히 잡목숲에 잠겨 걸음이 더디다.
(국사봉(國師峰 / 547m), 여기서 10여 분 알바)
가파른 길을 10여 분 내려갔다.
폭우속에서 사방을 살펴볼 겨를이 없긴 했지만
간간히 보이던 시그널을 정맥시그널로 알고 가파른 길을
한참 내려가는데 방향이 이상하여 지도를 내어 확인하니 90도 가량
동쪽방향으로 틀어 내촌 기장교쪽으로 내려서고 있는 것 아닌가?
가파른 길을 다시 오르려니 더 힘이 든다. 비가 적당히 오면
우중산행도 운치있는데 오늘같이 억수같은 비는 체력소모도 많고,
무엇보다 등산화 가득 물을 담아 걸으니 발바닥에 무리가 온다.
목표로 한 바득재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아 큰넉고개에서 끊으려 하니
국사봉에서 2.1km. 큰 오르막도 없이 내림길이니 아무리
비가 쏟아 붓는다 해도 한 시간도 안걸릴 거리.
오늘은 4시간도 못 걷고 산행을 끝낸다는 이야기..
(아무리 비가와도 이렇게 이쁜 원추리는 한 장 찍어줘야 할 것 같아)
(물이 한강을 이루는데.. 어찌 그림은 빗물같지 않네)
백두대간과 정맥, 기맥, 지맥, 분맥, 단맥..
이 모두는 물길을 가르는 산자분수령이 적용되는 산줄기 아닌가?
얼토당토 않는 태백산맥, 소백산맥, 노령산맥.. 등등 소위 산맥은
내를 건너고 강을 건너지만 우리 선조들의 산경개념인 산자분수령은
과학적이게도 산줄기 모두 계곡과 개울, 내와 강을 만드는 강의
울타리 아닌가? 태백산맥 소백산맥으로는 낙동강을 설명할 수 없지만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낙남정맥 안쪽이 낙동강 유역이 되니
백두대간과 정맥을 알면 강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곳 한북 마루금에 떨어진 빗물이
갈려 좌측으로 흐르면 한강이 되고,
우측으로 흐르면 임진강이 된다.
비오는 날 걸으니 의미를 더한다.
(육사생도 6.25참전 기념비, 큰넉고개)
어느새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앞이 트이면서
우측으로 육사생도참전기념비가 보인다. 다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까지 버텨준 카메라가 감사한데
야속하게도 이제 맛이 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한 컷 남긴다.
넓고개, 넙고개로도 부르는 넉고개(廣峴)는 '넓다'라는
어원에서 유래하는데 가산면 우금리와 내촌면 진목리 경계다.
고갯마루에서 보면 전후좌우가 탁 트여, 광활한 구릉지대를
이루는데 전장이 무려 50여리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넓은
지형이라 하여 '넉고개'라 하고, 큰고개는 큰넉고개,
서쪽 작은 고갯길은 작은넉고개라 부른다고 한다.
(진목4리 교차로)
전화위복.. 이럴 때 쓰라고 생긴 말은 아닐지..
비가 얼마나 쏟아지는지 아스팔트 도로위로 몰린 물이
하수구로 다 빠지지 못해 군데군데 한강을 이루고 있는 길을
첨벙첨벙 걷고 있는데 저 앞에 신호를 받은 시내버스가 서 있다.
100m 달리기 하듯 달려가 문을 두드렸더니 기사님 안된다고
손사래를 하며 횅하니 가버린다. 좀 태워 주지않고..,
비에 절은 새앙쥐 같은 몰골에다 정류장도 아니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야속했다. 떠난 버스는 떠났지만 문제는
다음 버스가 언제 오느냐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으며
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반대방향 정류장은 비를 피할 수 있게
잘 세워져 있는데 내촌 방향 버스 정류장은 보이지 않는다.
마침 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가서 내촌가는 버스 타는 곳을 물으니
바로 앞에서 타면 된다시며 친절하게 30~40분에 한 대씩 다닌다고 한다.
버스가 방금 지나갔다고 하니.. 사장님이 안에 들어와 비를 피하라고 하시어..
씻고 옷까지 갈아 입고 기다리는데 반가운 소식은 덩굴같이.. 조금 후에
내촌쪽으로 나갈건데 그 때 내촌까지 태워 주시겠다는 것 아닌가!
고맙기도 하셔라! 마침 점심 때가 된지라 휴업중인 식당에 음식을 시켜
먹고 있는데 사장님은 나갈 시간되었다며 주방장한테 인계(?)하고 먼저 출발,
식사 마치기를 기다리던 주방장님 차를 탔는데.. 이 주방장님 내촌을 지나
서파 명덕삼거리 애마가 있는 곳까지 태워 주시는 것 아닌가!
내촌까지 나가도 내촌에서 서파가는 차를 갈아타고, 서파에서 다시
명덕고개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큰넉고개에서 서파 명덕고개에 있던
애마를 회수하기까지 이보다 더 편리하고 기분좋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없을듯.. 황송한 마음 표현할 길 없어 미안하고 난감하기만 하다.
또 식당을 나올 때 주인 아저씨는 사양하는데도 남는 우산이라며 갈아
입은 옷 젖는다며 강권하시다시피 우산을 들려 주시기까지 하였으니..
오늘 한북정맥 길에 나서 폭우를 만나는 바람에 큰넉고개에서 내려섰지만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하시려고 그러셨던 것 같다.
또 여기 포천 진목에서 이렇게 큰 사랑의 빚을 지며..
한북정맥 3구간을 이을 수 있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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