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3구간 (하고개에서 양고개까지)
2010. 6. 29. 22:59ㆍ山情無限/한남정맥(完)
한남정맥 3구간 (하고개에서 양고개까지)
○ 산행날씨 : 새벽부터 종일 많은 비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5.3km 누적거리 : 76.7km
○ 산행코스 : 하고개-부아산-멱조고개-석성산-할미성-향린동산-아자치고개-약수터-양고개
○ 소 재 지 :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 용인시 기흥구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6/11 20:10~21:30 이동 / 시내버스 (수원~용인)
6/12 06:22~34 이동 / 택시 (용인 G찜질방~하고개)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6:40 하고개 출발
07:08~18 부아산 (403.6m)
08:25 42번 국도
08:50 멱조고개
09:41 석성산 (471.3m)
10:25 마성IC
11:04 향린동산
11:35 영동 고속도로(50번) / 청덕리
12:05 아자치고개
13:10 만수정 약수터
13:33 신릉초등학교
13:50 양고개
③ 복귀
14:15~15:25 이동 / 시내버스 (양고개~수원시외터미널)
15:40~20:10 이동 / 버스 (수원~울산)
다음날 한남길에 들려 한 구간 잇기로 했는데 마침 울산으로 돌아가는
동료가 있어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회사복과 신발을 동료편에 보내고
나니 산행내내 배낭에 지고 다녔어야 할 3kg 가량의 짐을 들게되어
어깨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덕분에 물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다.
우중산행 준비를 해 오기는 했지만.. 강수량 1~3mm라 예보되었으나
새벽부터 장대비가 내려 20mm는 더 온 것 같고 앞으로도 종일 많은
비가 더 내릴 것 같다. 다행히 천둥번개가 치지 않아 산행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지만 신발이 경등산화여서 출발하면서 부터 물에
젖을 것 같고 또 카메라 가방도 방수가 되지않아 얼마나 버텨줄지..
사실 이번 구간은 고도차가 심하지 않아 거리를 좀 더 연장하여 갈 수도
있겠지만 밤 8시 반부터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한국 VS 그리스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으니.. 8시 반까지 집에 도착하려면 수원에서 4시에
출발하는 차는 타야하고.. 또 수원터미널까지 오는 교통편을 감안하면
산행을 1시간 반 전에는 마쳐야 된다는 계산이니, 산행을 늦어도
봐야하니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이것도 욕심 아니련가!
(321번 도로가 지나는 하고개, 동물이동통로)
(하고개에 있는 부아산 등산로 안내도)
(이 풀밭길로.. 몇 발짝 걷지않아 바지가 다 젖고..)
요즘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산의 색이 달라지고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그 사이 수풀이 많이 자라 지난 구간 내려설 때 모습하고는 영 딴판이다.
수풀이 무성한데다 새벽부터 내린 비로 물까지 머금고 있으니.. 오늘 우중산행을
각오했으나 초장부터 엄두가 나지않지만 뭐던 처음에 용기가 필요한 법...
예상했던대로 비탈을 다 올라서기도 전에 바지는 다 젖어 버렸고,
신발 안에도 물이 비치기 시작한다. 오늘 하룻길 발이 고생 좀 하겠다.
(길이 열리는가 싶었는데.. 출입금지라고 울을 쳐 놓았다)
(부아산 직전봉 이정표)
(구름속으로 들면서 점점 어두워 지고..)
(구름속 정자와 벤치가 있는 부아산 정상)
(부아산 / 負兒山 403.6m △용인22)
아이를 업은 형상이라는 부아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2등급 삼각점이 박혀있고, 정자와 벤치까지 설치되어 있다.
이미 상의는 자켓 속에서 땀으로 젖었고, 바지는 비로 다 젖었다.
땀으로 젖으나 비로 젖으나 마찬가지.. 자켓을 배낭 안에 넣고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한다.
(구름 속에서.. 지곡리 방향으로..)
(마루금을 찾을 수 없게 산을 뭉게놓아.. )
진행방향 철탑은 해체를 한듯하고, 우측 철탑은 새로 세운 것 같다.
이나저나 송전하려고 철탑을 세웠겠지만 산이 자기 것도 아닌데 너무 허문다.
양쪽 모두 산을 너무 훼파해 놓았다. 산을 이렇게 허물어도 되는가?
주변을 너무 변형시켜 놓은 바람에 등로도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았다.
(청초해 보이는 엉겅퀴에 카메라를 갖다 댔는데..)
(깎아지른 절개지 ?고개)
산줄기를 이렇게 잘라내는 도로공사는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늘쪽 절개지 사면으로 돌아내리니 건너편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개발독재시대도 아닌데.. 이제는 좀 제대로 할 수도 있을텐데
그 놈의 몇 푼 이익에 눈멀어 온 국토를 절단내고 있다.
(마루금에 늘어서 있는 송전탑들..)
구름이 가려 쭉 널어선 송전탑이 다 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다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송전철탑과 같이 가야하나?
계속 송전철탑이 마루금을 앞서 가고 있으니..
(이런 숲길에 비까지 내리니.. 더 운치가 있다)
(왕복 6차선인 42번 국도)
차들이 쌩쌩 달린다. 저 도로를 어떻게 넘어야 하냐?
(42번 도로 건너 상신주유소, 마루금은 주유소 옆 비탈을 타고 오른다)
다행히 그 넓은 도로에 양쪽 모두 차가 뜸해졌다.
이 때다 싶어 쏜살같이 중앙분리대를 뛰어 넘는다.
중앙분리대가 높지않아 다행이다.
길을 건너 찾은 마루금은 주유소 옆 절개지를 오르게
되어 있는데 완전 직벽이다. 절개지에는 초록색 그물망어 쳐져 있고
그 철망을 딛고 오르는데 비가 내려 미끄러워 간신히 기어오르니
입구와는 달리 호젓한 오솔길이 열린다.
(멱조고개 우측으로 내려서는 바람에.. 멱조고개(175m)는 저 앞..)
약간의 기복이 있는 호젓한 길..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앞만보고 걷다가 길을 놓쳤다.
용인배수지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직진하는 바람에 멱조고개
우측으로 내려선 것이다. 300m 정도를 돌아나오는데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맞는 비는 숲에서 맞은 비와는 다른 느낌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도로 이정표를 찍으려는데 아뿔싸! 조금 전까지
잘 작동하던 카메라가 먹통이 되어 버렸다. 나한테 와서 혹사당하는
카메라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어 얼른 배터리를 빼내고는 물기를
닦고 스카프로 싸서 배낭 안에 넣었는데.. 카메라를 배낭 안에
이전에 낙남길에서 오늘같이 우중산행을 하다 카메라가 먹통되었을 때
산행을 중단하기까지 한 적도 있다. 오늘도 여기서 끊어버릴까 하다
울산서 접근이 쉽지않아 조금이라도 더 이어놓으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빗길 구름까지 낮게 내려앉아 가시거리도 얼마 안되는데다
카메라가 없으니 힘이 빠지고 좋은 동반자를 잃은 기분이다.
각설하고, 멱조고개는 옛길 영남대로의 멱조현으로,
'할아버지를 찾아 넘던 고개(覓祖)'라는 데서 연유했다고 하는데
아름답고도 가슴아픈 비극적인 사연이 서려 있었으니..
옛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부역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되자 시아버지가 대신 나무를 해서 장에 가서 팔았다고 한다.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돌아올 때면 아이를 업고 고갯마루에서 기다렸는데
어느 날 밤이 깊어도 시아버지가 오지 않자 걱정이 된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찾아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비명소리가 나서 달려가봤더니
시아버지가 배고픈 호랑이 앞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호랑이에게 배가 고프다면 내 아이라도 줄 터이니 시아버님을 놓아
달라며 아이를 던져주자 호랑이는 아이를 물고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시아버지가 자신은 늙었으니 죽어도 한이 없을 텐데 어찌하여
어린 손자를 죽게 했느냐고 꾸짖자, 며느리는 아이는 다시 낳을 수 있으나
부모는 어찌 다시 모실 수 있겠느냐며 모셔왔다고 한다.
멱조고개 횡단보도를 건너 경전철 아래를 통해 석성산 오름길에 든다.
평소 같으면 산객들이 붐빌듯하지만 우중이라 그런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꾸역꾸역 오른 석성산(471.3m △수원321)도 조망이 좋을듯한데 낮게 내려앉은
구름이 사방을 장막으로 둘러 이 높은 산정에 철저하게 혼자이게 한다.
석성산은 용인 8경중 제1경인 성산일출. 용인시 처인구, 기흥구에 접해 있는
구성산, 성산, 보개산으로도 불린다. 현재 조금 남아있는 석성은 축성연대가
475년경으로 추정되는데 크기가 약 2km인 자연석성이다. 성곽은 경사가
완만한 동쪽이 반원형으로 남아 있고, 동쪽 성문터만이 보존상태가 좋다.
석성산에서 내려서서 고속도로를 만나지만 생각보다 쉽게 통과를 하고,
맞은편 터키군 참전기념탑 앞 광장으로 올라선 후 계속 고속도로 차소리를
시끄럽게 들으며 헬기장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안내문에 '경기도 기념물
215호 할미산성'이라 쓰여있는 할미산성을 지나고...
안현을 향해 내려서면 왼쪽으로 구름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 숲속둥지라 불리는 '향린동산'이다. '향린동산'은 1970년
향린교회 교인 30명을 포함한 100여명이 인당 회비 30만원씩을 내어
그 자금으로 지금의 향린동산 자리 23만평의 산과 전답을 매수하여
개발 허가를 받은 후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했다고 한다.
향린동산 울타리를 따라 가다 정면으로 갈라지는 능선을 만나는데
이 능선이 바로 한남정맥 할미성 북쪽의 향린동산 뒷산에서 북쪽으로
분기, 법화산,검단산을 지나 팔당댐으로 가는 44.1km의 검단지맥이다.
검단지맥에는 검단산(黔丹山 542.1m, 657m)이 두 개나 있다.
이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한참 내려 오면 골프장을 지나 우측으로
나뉘고, 다시 고속도로 절개지 위에 서서 국도와 고속도 통과가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절개지 우측사면으로 내려서서 국도를 따라 돌아가니
고속도로 아래로 굴다리가 나 있어 영동고속도로 아래로 통과한다.
건너편에 LPG충전소는 한참을 에둘러 지하도로 건넌다.
LPG 충전소 뒤에서 숲길로 들면 잠시 고속도로가 따르다가 왼쪽
오솔길로 들어선다. 마루금은 끝없이 이어진 철망울타리를 따르가다 내려서면
폐기된 냉장고와 보일러 등이 길을 막고 쌓여 있다. 마루금은 오른쪽 위로
지나는 능선일 것 같은데 등로가 막혀있어 할 수 없이 마을길로 내려서서
아자치 고개로 향한다. 잠시 후 아래 대형가구단지가 들어서 있는 멱조현에서
이어온 영남대로 아자치 고개에 도착. 개 3마리가 낯선 사람을 보고 덤빌듯
짖어대는 내촌숯불갈비 간판 뒤로 올라서서 또 철조망울타리를 따른다.
어느덧 반질반질한 아파트 산책로에 들어서니 우산을 쓰고 올라온
산책객들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하고.. 등로 양쪽에 철망이 쳐진 길로
들어섰는데.. 산책길엔 빨간 줄장미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장미꽃 줄지어 핀 꽃길을 따라)
아파트 옆 꽃길을 그냥 지나가기가 아쉬어 혹시나 하여
카메라 배터리를 끼우고 전원을 켜니 LCD 창에 불이 들어 오는 것 아닌가!
이런 감사한 일이.. 빗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시던 분이
우산까지 씌워 주신다. 카메라에게 미안한 맘을 줄일 수 있어 좋다.
더 찍으시라는 배려가 고맙기는 하지만 몇 컷만 담아본다.
(한남정맥에서는 이런 길도 지나간다)
(만수정 약수터.. 물 한바지 시원하게 들이키고..)
(미로같은 아파트 지역을 벗어나 큰 도로로 나와)
산책길로 통하는 아파트 뒷길로 들어섰지만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아파트 주민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탈출하였는데.. 무슨 산길보다 더 힘드냐.
신릉중학교와 신릉초등학교를 지나 학교 뒤로 지나는 마루금에 붙는다.
(50번 고속도로는 느릿느릿 차들을 보내고 있었다)
빗속에 고속도로 절개지를 걷고 있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어떤 모습으로 보아도 할 수없고.. 또 이해해 주길 바랄 맘도 없다.
이해하기 힘들테니..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으니까..
(날머리 양고개, 도로 맞은편 용인운전면허시험장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여 절개지로 내려서니 23번 지방도가 지나는 양고개.
드디어 오늘 날머리다. 오후 2시까지 산행을 마치기로 했는데 현재시간이
1시 50분이니 우중에도 무사히 계획대로 잘 걸은 것 같아 감사하다.
용인면허시험장이 있는 양고개는 교통량이 많아 복잡하다.
빗길에 차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다음구간은 여기서 시작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서둘러 수원터미널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넌다.
(수원가려고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 가까이 기다려서 탄 버스도 수원버스터미널까지 바로
가지않아 신갈오거리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수원으로 향한다.
교통량이 많은 양고개에서도 수원가는 차가 자주있는 것 같지는 않다.
비는 계속 내린다. 우의가 빗길을 걸을 때는 좋지만 빗물이 줄줄
1 + 9도 어느듯 한남, 한북정맥만 남겨둔 상태.
떨어진 컨디션은 산에서 조절하며 조심조심 진행하고 있다.
이제 한북과 한남정맥 모두 조금만 진행하면 반환점을 돈다.
두 정맥 모두 상당 부분은 도심을 통과하여 마루금의 의미가
이어갈까 하다가 조망 좋은 운악산을 우중에 지나가기는 아쉬움이
많을 것 같아 도심을 지나는 한남길에 먼저들고 조망 좋은 날
운악산 구간을 가기로 한 것이다. 두 산줄기를 함께 걸으니
이럴 때는 선택의 여지가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오늘 우중에서도 무사히 한 구간을 이을 수 있음을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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