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4구간 (양고개에서 이동(고고리)고개까지)

        한남정맥 4구간 (양고개에서 이동(고고리)고개까지)




 ○ 산행일자 : 2010. 6. 25(금) 05:35 ~ 18:29 (12시간 54분, 휴식 2시간 포함)
○ 산행날씨 : 흐림, 고온 다습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8.2km        누적거리 : 104.9km
○ 산행코스 : 양고개-소실봉-버들치고개-형제봉-광교산(시루봉)-지지대고개-고고리(이동)고개
○ 소 재 지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수지구 / 수원시 영통구, 장안구 / 의왕시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6/25 00:00~04:30   이동 / 심야버스 (울산~수원)

05:08~30      이동 / 택시 (수원터미널~양고개)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35         양고개 출발

07:47~52      소실봉 (186.3m)

08:41~09:13   단대해장국 / 아침

09:50~10:40   우현묘지 갈림길 / 휴식

10:58         버들치 고개

11:50~12:05   형제봉 (448.7m)

12:43~48      비로봉 (490m)

13:28         광교산 (시루봉, 582m)

13:45~14:25   노루목 대피소 / 휴식

16:06         헬기장

17:00~20      지지대 고개

18:29         고고리(이동)고개

③ 복귀

18:45~        이동 / 시내버스 (이동고개~의왕 이일천랜드)

한남정맥 3번째 출정. 이번 구간 산길과 도심을 번갈아 가면서 이어간다.
용인 수지지구와 군포시 도심구간은 지도와 콤파스 만으로 통과하기가 쉽지않을 것 같은데 선답자의 산행기는 고사하고 산행개략도도 작성하지 못하고.. 목요일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허겁지겁 배낭만 챙겨 준비없이 수원행 심야버스를 타러 나선다.
대간과 정맥을 통틀어 이렇게 준비없이 떠나기도 처음이다.
근래 컨디션도 다운되어 있는데 준비없이 떠나는 맘이 무겁다.

이번 구간에서 한남정맥의 최고봉인 광교산을 넘는다.
최고봉이래야 고작 582m이고, 정맥상에 500m 넘는 봉우리 또한 광교산과 백운산뿐.. 남한 9정맥중 평균고도가 제일 낮은 산줄기지만, 반면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마루금을 마구 자르고 허물어 콘크리트 장벽을 치며 도시를 만들고 지형을 바꿔 놓은 바람에
제대로 마루금을 밟기는 제일 어려운 구간이 아닌가 싶다.  
지난번 끊은 용인 운전면허시험장이 있는 양고개에서 출발하여
신갈분기점을 지나면서 용인시 수지지구를 지나 버들치고개에서
용인시와 수원시 경계를 타면서 321봉, 형제봉, 광교산을 오르고,
백운산을 지나면서부터는 우측으로는 용인시와 작별하고 의왕시가 바톤을  받아 이어가다 오봉산을 넘어 한세대학교 직전에 군포시에 들어선다. 용인과 수원이야 그렇게 낯설지않지만 의왕과 군포는 생소한 지명인데 한남정맥을 바람에 정이 들 것 같다.





(양고개, 들머리를 못찾아 왓다리 갔다리..)

수원터미널에서 택시로 쉽게 이동한 양고개는 왕복 8차선인
23번 도로가 지나는데 이 도로를 넘으면 구갈리에서 신갈리로 바뀐다.

지도를 보나 지형상으로나 '황도바지락국수' 뒤로 마루금이 이어질 것
같은데 길이없다. 허리까지 찬 수풀을 헤쳐도 길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풀밭을 헤치고 들어갔더니 희미한
흔적이 나타나면서 길이 열리고 시그널도 보이기 시작한다.
선답자 산행기를 읽어보고 오는건데..





(10여 분 풀밭을 헤치고 오르니 우측에서 올라오는 오솔길..)

포터로 입구를 막아 놓았던 고물상(?) 쪽에서 올라오는 길인 것 같다.







(풀밭에 묻힌 철조망 옆길을 따라 가니 경부고속도로가 나오고..)

거미줄을 걷으며 컴컴한 숲길로 진행한지 얼마되지않아 신갈IC가
내려다 보인다. 우측의 철망울타리, 좌측의 고속도로와 나란히 걷다가
철망울타리를 따라 고속도로 갓길로 내려서서 넓은 공터를 지나면
지하통로가 나오고.. 그 통로로 경부고속도로를 건넌다.





(저기 반가운 백장미님의 '세월'시그널이..)

경부고속도로를 건너 시멘트길을 따르던 마루금은 다시 아스팔트
도로로 이어가다 왼쪽 한진교통 지나서 고가도로 아래에서 절개지를
타고 올랐는데 마루금은 한진택시 맞은편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갈래길이 많아 긴가민가하며 시도 때도없이 지도에 나침판을 놓아보며
걷는데 높다란 곳에서 세월시그널이 이 길이 맞다고 확인해 준다.





(마루금을 잘라 길을내는데.. 또 절개지가 하나 생길 것 같다)

숲속 길이 계속 갈래를 쳐 마루금이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큰 능선을 따라 가는데 마루금이 아닌 것 같아 돌아나와 우측능선으로
붙으니 곧바로 아래로 떨어지고.. 도로 공사장이 나온다.





(2중으로 쳐진 철조망안에 서 있는 전망대)

고갯마루 공사장을 건너 숲으로 드니 정면으로 수자원공사 철조망이
가로막고 마루금은 우측으로 꺾어 철조망을 따르는데..





(철조망 옆 우거진 수풀사이로 이어가던 길이.. )

길이 그만 사라지고 우측으로 함양박씨 가족묘터쪽으로 길이 열린다.
반신반의하며 가족묘터 쪽으로 내려가면서 왼쪽으로 난 길이 있는가 살펴보지만
한참을 내려가도 길이 없다. 콤파스를 대어 보아도 분명히 마루금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아 다시 돌아 올라가 철조망쪽을 살펴 보아도 길이 없다.
다시 되돌아 오면서 왼쪽으로 난 길을 찾아 보지만 역시 길을 찾지 못했다.
지세도 그렇고, 지도상으로도 철조망 옆으로 길이 있을 것 같은데.. 하긴
그 쪽이 길이 맞다고 해도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나갈 엄두가 나지않아
함양박씨 가족묘쪽으로 내려서서 살펴보니 좌측 윗부분을 지나는 산줄기가
마루금 같아 보여 풀밭을 치고 오르니 전면에 수자원공사 철조망이
나타나고 희미한 마루금 흔적이 보이는 것 아닌가!





(한참을 에둘러 마루금에 붙으니.. 여기도 마루금은 수풀에 뒤덮혀..)

마루금은 전망대에서부터 소현초등학교까지 쭈욱 수자원공사
철조망 옆길로 이어가야 할 것 같은데.. 낭패다. 수풀과 칡넝쿨이
너무 무성해 길을 삼키고 있어 발을 내딛기가 겁난다.





(10)





(악전고투 칡넝쿨과 키보다 높은 풀밭을 헤치며..)

길을 덮은 울창한 수풀과 가시밭을 헤쳐 나가기도 힘들지만
솔직히 풀밭에서 뱀을 밟을까 더 신경쓰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드디어 풀밭지대 탈출 성공하여 소현초등학교로 들어섰다)

연두색 철망 울타리 아래로 개구멍이 나 있다.
학교를 우회할까 어쩔까 하다가 아직 학생들이 등교전인데다
마루금을 따른다고 풀숲까지 헤치고 온터라 마루금을 따르기로 하고
배낭을 밀어넣고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간다. 마루금이 뭔지..
내려서서 생각하니 학생들한테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소현중학교 앞을 지나 소실봉 오르는 길로..)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는 소실봉(186.3m, △수원24) 정상에는..)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로 반질반질한 등로를 따라 오르니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고 정상에는 몇 사람이 운동하고 있다.
그 한복판에 묵은 삼각점이 박혀있다.





(도심을 지나기 위해 마음 단단히 먹고 소실봉을 내려선다)

정상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한 숨 돌리고 산길보다
더 어려운 도심속 상처투성이 마루금을 따르기 위해 소실봉을 내려선다.
바로 아래가 매스컴으로만 듣던 아파트단지 수지지구다.





(소현초등학교)





(루드비키아 활짝 핀 아파트단지 텃밭을 통해 내려서는데..)





(아파트단지로 내려서긴 했는데..)

GPS 안내를 받는 것도 아닌데 선답자의 산행기도 한번 읽어보지 않고
지금까지 잘 헤쳐왔다고 지형도와 나침판만으로 이 아파트 정글을 통과하려고
하는 자신이 참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전에는 준비성 하나 만큼은 남에게 지지않았는데..





(도심 일단은 방주교회를 목표로 하고..)

궁하면 통하는 법,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고, 일단 부딛혀 보는 것..
도심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 목표점을 방주교회로 하고, 아파트 숲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곳 물길을 가를만한 곳으로 걸으려니 생각은 고상하지만
현실은 큰 의미없는 상황이다. 땅이 곧 돈이고 투기의 대상인 이곳에서
분수령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한남정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남길을 가면서 그나마 자위가 되는 것은 더 이상 허물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흔적이 있을 때 마루금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지..
무사히 도심을 통과하여 방주교회까지 왔다.





(다시 수지대로(43번 국도) 아래로 통과하여 응봉으로 향하려는데..)





(저 앞에 24시 해장국집이 보이는 것 아닌가!)

도심을 통과하면서도 아침에 문 연 식당을 찾지 못하여 아침도 못 먹고
빈 속으로 산에 오르면 어쩌나 하며 두리번 거리는데 저 앞쪽에 24시라는 간판이 보이는 것 아닌가? 눈이 번쩍 뜨인다.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
민생고부터 해결하려 마루금에서 한참 벗어난 식당으로 향한다.

나이 지긋한 손님 한 분이 배낭메고 산으로 안가고 식당으로 온게
의아한듯 말을 건네시길래 새벽에 신갈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으며
아침 먹고 또 군포까지 갈거라 했더니 믿기지 않는듯 교통편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려하시길래 차를 타고 가는 것도 도로를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산길을 걸어서 간다 했더니 믿기지 않는듯.. 별 이상한 사람 본다는 눈친데
이야기를 엿듣던 식당 아주머니가 더운데 고생많다면서 여태 먹어본
5천원짜리 해장국하고도 비교도 안될 정도로 뼈다귀를 수북하게 쌓아
그릇에 넘치도록 담아내어 오는 것 아닌가! 덕분에 아침부터 포식을
하고는 날진통에 시원한 물까지 한 통 채워서 식당을 나선다.





(응봉 오르기 직전의 응골)

심야버스에서 잠도 제대로 못잔데다 식당 아주머니의 정에 못이겨
아침을 포식했으니.. 몸도 나른하고.. 다리가 풀린다.





(산수유 빨갛게 익어가는 계절)





(우현묘소 철조망을 따라 오르니..)

주변 지형중 제일 높아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연결되는 곳으로 올라섰더니
아파트 공사장인듯 펜스를 쳐놓았고..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팻말이 있지만
쪽문같이 펜스가 터져있는 곳으로 오르니 우현묘소 입구가 나오고
철망이 쳐진 우현묘소 좌측으로 오르니..좌측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데 실제 마루금은 좌측 능선인 것 같다.





(좌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조금 진행하니 좌우측에 철조망이..)

나른한 몸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길이 좋으니 잠이 쏟아진다.
좀 쉬어가려고 주위를 살펴보니 저쪽 한적한 곳에 벤치가 있는 것 아닌가!
잠시 눈을 붙히고 간다는게 세상 모르고 그만 1시간이나 잤다.
자고나니 다리에 힘이 주이고 제대로 걸음이 걸어지는 것 같다.







(?꽃과 싸리꽃)





(매봉샘에서 생수 한 바가지 들이키고..)

이럴줄 알았으면 날진통을 비워 오는건데.. 생수 두 병에다
식당에서 날진통 가득 물을 담아 지고 오다니, 물맛까지 좋다.
그렇다고 여태 힘들게 지고 온 물을 버릴 수는 없고..





(시멘트 길이 지나는 버들치고개)





(오름길 조망이 트인 곳에서.., 서울용인간 고속도로)





(마루금은 호젓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천년약수터, 수량이 많아 여기까지 수통하나 들고 오면 되겠다)

저 아래 매봉샘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천년약수터에 오니 더 그렇다. 괜히 무겁게 수통가득 물을 지고 오다니..
뒤따라 오는 분들은 천년약수터에서 물을 받으시길..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





(형제봉이 140m 남았다는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고..)





(밧줄쳐진 암봉을 타고오르니)





(형제봉 / 448m )

암봉으로 된 형제봉 정상에는 많은 산객들이 쉬고 있다.
조금전 간판이 있던 봉우리와 이 봉우리가 형제인듯..

7~8명이나 되는 한무리의 산객이 올라오더니 형제봉 정상을
전세내었는지 왁자지껄 혼을 빼놓는다. 산이 좋아 산에 들었으면
산행예절도 좀 지켰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쉬는 날이라서
산에 왔다는 신갈 택시기사님에게 주변 지리에 대해 배우며
제법 오랜시간 머물다 비로봉으로 향했다.





(지나온 수지지구 방향, 연무로 뿌옇다)





(가야할 광교산 방향)





(내 누이같이 고운 나리)







(김주용 장군 전승지 및 비 안내문이 있는 지점)

가보려다 '등산로 없음'하는 문구에 생각을 접었는데..

김주용 장군 전승지와 비(金俊龍將軍戰勝地─碑)는
1977년 10월 13일 경기도기념물 제38호로 지정되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광교산에 있는 병자호란 때의 전승지 터와 그 기념비로
충양공(忠襄公) 김준용(?∼1641)은 1608년(선조 41) 무과에 급제한 후 선전관
(宣傳官) 등 여러 관직을 거쳐, 병자호란이 일어난 1636년(인조 14)에는 전라도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로 있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군사를 거느리고 북상하여
13일만에 수원 광교산에 이르러 청군(淸軍)과 싸워 청 태종의 부마 양고리를 비롯한
청의 장군 2명을 죽이고 수많은 적병들을 사살하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1794년(정조 18), 수원성(水原城) 축성을 관리하던 영의정 채제공(蔡濟恭)이
이러한 사실을 그곳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고 김준용이 대승을 거둔 이 광교산의
천연 벽에 전승을 기념하는 글을 새기도록 하였다. 김준용은 1640년(인조 18)에
김해도후부사가 되고 1년 만에 영남절도사가 되었으나
다음 해에 병이 심하여 사임한 후 바로 사망하였다.





(비로봉 / 490m 정상의 정자)

형제봉에서 급비탈길로 고도를 100m쯤 낮춘 토끼재에서 다시 150m를
치고 오른다. 그러니 산이려니 해도 까먹은 내림길이 아깝다(?)
김준용장군 전승비가 있는 지점을 지나니 비로봉 갈림길, 올라서면
팔각정이 있는 비로봉. 팔각정에는 두 개의 시액(詩額)이 걸려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말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 나옹선사-


山中好友林間鳥 /
산중의 좋은 친구는 숲속의 새요
世外淸音石上泉 /
세상에서 가장 맑은 소리는 돌위에 흐르는 물소리다







(비로봉 팔각정에 걸려있는 두 개의 시액(詩額), 멋 있다)





(토끼재, 광교산은 다시 토끼재까지 내려섰다가 일어선다.)







(한남정맥 최고봉 광교산 / 582m △수원23)

북쪽으로 막힘없는 조망처로 청계산과 관악산이 보인다.
광교산은 수원과 용인의 경계에 있는 한남정맥의 최고봉으로
지자체끼리 서로 우리 산이라고 주장한다는데 광교적설(光橋積雪)을
수원과 용인에서 수원팔경과 용인팔경에 포함시키고 있다.

본래 광악산이던 것을 928년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평정하고
광악산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을 위로하고 있을 때, 정상으로
광채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산 이름을 광교라 했다고 한다.





(백운산 방향)





(노루목 대피소)

마루금은 백운산 쪽으로 향하는데.. 백운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되돌아 나와야 한다. 되돌아 나오면 곧 노루목 대피소를 만난다.

쉬엄쉬엄 걷는데도 날씨가 더워서 벌써 파김치가 다 되었다.
길가에 놓인 벤치가 쉬어가라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벤치에 앉으니 아무래도 날머리 군포까지 가려면 시간이 늦을 것 같고,
늦은 시간 또 24시간 사우나 찾는다고 헤멜 것 같아 준일씨한테
군포역 근처 깨끗하고 컴퓨터 있는 사우나 좀 알아봐 달라고
전화를 하고는 벤치에 몸을 눞히니 사르르 잠이 덮친다.





(하늘을 찌를듯한 송신탑)

'억새밭' 팻말이 간간히 보이지만 어디인지 알 수 없고
하늘을 찌를듯한 높은 철탑과 울타리를 둘러친 봉우리를 돌아 지난다.







(지지대고개 백운산(白雲山 562.5m △수원451) 갈림길, 억새밭은 어딘지?)

수원과 용인을 가르던 마루금은 용인과 작별하고 이제부터
수원과 의왕시를 가르며 이어가는데 의왕이라는 지명은 생소하다.

의왕시의 유래는 광주군 의곡면과 왕륜면에서의 의(儀)자와 왕(旺)자를 따서
의왕이라 하였는데 2007년 한자명칭을 儀旺市에서 儀王市로 변경하였다 한다.
왕(王)자가 들어간 도시여서 찾아봤더니 특별한 뜻은 없는듯..





(철망 좌측으로 돌아나오니.. Madison Mountain)





(넓은 계단길이 나오고..)





(다시 나타난 미군 통신대대 )





(또 군부대 철망 옆으로..)





(Madison Mountain)

뒤돌아 본 백운산과 미군부태 모습. 산경표의 한남정맥 마루금을
점령한 미군부대가 영 그렇다. 미군부대 정문까지 도로가 나있는데
마침 승용차가 한 사람을 내려주고 돌아 내려간다.





(헬기장, 수원 시경계 이정표는 확실하다)

수원시 구간에는 왜 한남정맥 시그널 보기가 힘든지?
후손들에게 잘못된 태백산맥 소백산맥만 가르칠 것인가?
마루금 정비도 하고 정맥 이정표도 세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지자체에서 안하면 수원 산악인들이라도 나서주면..





(의왕시 방향, 연무로 조망이 좋지 않다)





(호젓한 숲길..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지 길이 반질반질하다)





(다시 나타난 헬기장, 356봉)

광교헬기장으로 헬기장에서 왼쪽 광교저수지 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지만 정맥은 오른쪽으로 이어간다. 여기서 부터는 간간히
만나던 산객도 완전히 끊겨 다시 고독한 행군이다.





(날도 덥고 발바닥도 불이나는데 벤치가 유혹하지만..)





(수의사거리, 이제 지지대고개까지는 ?km)





(가야할 방향의 능선이 부드럽다)





(범봉)





(까치수영)

산에 들 때부터 까치수영이 많이 피어 있었는데
그중 제일 멋진 녀석을 담아보려 고르고 고르며 왔는데 이쯤에서는
담아 줘야할 것 같다. 이전같으면 이 꽃도 찍고 저 꽃도 찍었을텐데
배터리 하나로 이틀을 쓰려니.. 꽃들아 미안하다.





(산마루)

고도를 낮추며 수의사거리, 범봉을 지나면 다시 산마루 이정표가 나온다.
마루금은 고도를 계속 낮추며 지지대고개로 향한다.





(지지대고개 직전 영동고속도로 진출입도로)





(숲 사이로 보이는 북수원IC)







(급비탈길로 내려서니 고속도로 아래 통로를 통하여)

영동고속도로 진출입로를 어떻게 건널까 했는데 지하통로가 있어
의외로 쉽게 건넜다. 고속도로 진입로는 쉽게 건넜는데..





(프랑스군 참전기념비 앞으로 나왔는데..)

굴다리를 통하여 고속도로 진입로를 건너 올라서니
우측으로 프랑스군참전기념비가 있고, 좌측으로 넓은 광장과
주차장이 있는데 광장에는 큼직한 광교산 등산 안내도가 있다.





(천천히 천천히 가자던 지지대(遲遲臺) 고개, 왕복8차선 도로에 자동차들이 질주한다)

어렵게 생각했던 영동고속도로 진입로는 잘 건넜는데
다시 앞을 가로막는 왕복 8차선 1번국도 건널 일이 문제다.
고갯마루 주변을 살펴봐도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

톨게이트쪽으로 걸어 내려가는데 맥놀이하듯 줄지어 달리던
자동차 행렬이 끊기고 도로 중앙분리대가 조금 터진 부분이 보여
'우사인 볼트'라도 되는냥 4차선을 횅하니 달려 중앙분리대까지 갔다.
사실 자랑할 것 아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무단횡단하려고
8차선 도로로 뛰어 들었지만 넓은 도로를 한꺼번에 건너지 못하고,
중앙분리대에서 반대쪽 차선 차량 행렬도 끊기기를 기다리지만 맞은편
차선은 차가 끊겨야 말이지.. 중앙분리대에 서서 기다리는데 얼마나
차들이 쌩쌩 달리는지 겁도 나고 한편으로 도로순찰차라도 만나면 여지없이
8차선 국도를 무단횡단한 현행범(?)이 될 판국이어서 어떻게든 빨리 남은
차선도 건너야겠는데 마음은 바쁜데 차들이 줄지어 오니 얼마나 답답한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차량행렬도 시간이 가니 다시 틈이 생긴다. 이 때다 싶어 다시 100m 경주하듯 내달려 8차선이나 되는 1번 국도를 무사히 건넜다. 선답자들은 어떻게 건넜을까?





(지지대고개 휴게소)

느릴 지자 두 자를 쓴 특이한 지명의 지지대(遲遲臺) 고개는,
수원에서 서울 쪽으로 갈 때 의왕시와 경계가 되는 고개로,
옛날 사근현(沙斤峴)이라고 불렀으나, 효심이 지극한 정조가 매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인 현륭원(顯隆園) 참배를 위해 한양에서 수원까지 행차를
하지만 환궁하는 길에 서럽게 죽은 아버지를 두고 돌아가기 아쉬워
가마꾼에게 '천천히 가라 천천히 가라'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고 해서
느릴 지(遲)자 두 자를 붙여 지지대(遲遲臺)고개라 했다고 한다.

지지대 고개에는 높이 150㎝, 너비 60㎝의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지지대비'가 있는데 비문을 통하여 정조의 부왕에 대한
사모의 정을 엿볼 수 있다. 비문의 내용 중 “우리 전하께서 능원을
살피시고 해마다 이 대를 지나며 슬퍼하시고 느낌이 있어 마치 선왕을
뵙는 듯 하시어 효심을 나타내시어 여기에 새기게 하시니, 선왕께서
너그러운 교훈을 내리시는 정성과 우리 전하께서 선대의 뜻과 일을 이어
조상의 근본에 보답하고 받으시는 아름다움을 여기에 그 만의 하나로
상고했도다.”라는 사실에서 정조의 애틋한 심정이 드러난다.





(다시 숲으로 들어)

고갯마루로 향하다 당산나무 뒤로 돌아 올라가니 좌측으로
휴게소쪽에서 올라온 길과 합류하여 숲길을 이어가는데 숲을 뚫고
내려온 햇살을 받아 광채를 발하는 연녹의 잎이 곱다.





(수원과 의왕시의 경계를 따른다.)

국경도 아닌데 수원시는 시경계 표시는 확실히 하고 있다.
다시금 말하지만 한남정맥 이정표도 좀 세워주었으면 좋겠다.





(의왕-고색간 고속화도로 동물이동통로 위에서..)

진행방향은 의왕시, 반대방향 조금 아래에 신부곡 IC가 위치한다. 물론 현 위치도 의왕시.





(왠 스티로폼.. 저걸 땅에 묻으면..)

도로를 낸다고 산줄기를 두부 모 자르듯 싹뚝 잘라
직벽에 가까운 절개지를 만들어 동물들의 이동을 막아
생태계를 혼란시키는 것 보다 동물이동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낫기야 하지만.. 썩지도 않는 스티로폼을
넣고 복토를 하는 것은 또다른 환경오염행위다.





(다시 길은 풀밭에 묻히고..)

동물이동통로를 건너 능선으로 붙으면 풀숲에 묻힌 공동묘지를 지난다.







(힘내라고 응원하는듯한 들꽃들..)





(여기서 조금 더 가고 싶은 맘이 사라져 버렸다)

공동묘지도 풀숲에 잠겨 간신히 마루금을 따랐는데
아뿔싸! 숲으로 난 길은 들어서기가 겁나게 우거져 있다.
되돌아 갈 방법도 없고.. 이동고개까지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어떻게든 빨리 풀숲을 헤치며 나가야겠다고 어두컴컴한 숲에 들어섰다. 마루금은 배수장 철조망 옆으로 돌아가는데 철조망쪽으로 달라붙었던 각종 덩굴풀과 칡넝쿨이 팔과 목을 사정없이 활퀴는 바람에 한발 한발 내딛기가 정말 힘도 들고 고통스럽다.  
오늘은 초반 용인 수자원공사 철조망을 따를 때도
마루금을 삼킨 풀숲을 헤쳐 나오느라 갖은 고생을 다했는데
날머리 가까운 마지막 부분에서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 한남정맥! 그나마 산줄기에 남아있는 마루금마저 이러다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싶어 안타까운 생각이다.





(이동고개, 오늘은 여기서 끊어야 할까보다)

철조망을 따라 한참을 이어가던 마루금은 도로가 보이는
부분에서 아래도 꺾어 내려선다. 아직 6시 반도 안되었고
걸을 힘도 있지만 이동고개 내려서면서 풀숲에 혼이나는 바람에
군포까지 가기로 했던 계획을 접고 이동고개에서 끊기로 했다.
군포까지 갈 거라고 준일씨에게 부탁하여 알아 놓은 군포에서 젤 깨끗하고
시설이 좋다는 24시 S사우나에 전화걸어 확인까지 했는데..
여기서는 거리가 얼마나 되려나?

내려서니 고고리 고개라고도 하는 이동고개,
버스정류장 이름은 재활용센터.





(내일 이어갈 다음구간 들머리를 확인하고는..)





(길을 건너 버스를 타고 의왕으로 이동)

준일씨가 가르켜 준 사우나를 찾아가기위해 택시를 타고
기사님에게 S사우나로 가자고 했더니 그기까지 갈 특별한 이유가
있냐며 S사우나는 산본에 있어 여기서 거리가 좀 멀다고 하면서
하룻밤 잠만 잘 것 같으면 이 근처에서 주무시라 한다. 고맙게도..
그럼 주위 깨끗한 사우나로 가자고 했더니.. 이일천랜드로..

막판에 만난 풀숲 때문에 계획한 날머리 군포 조금 못미쳐
끊긴했지만 무덥고 습도 높은 날씨에도 처음 들머리를 찾지못해
10여분 헤맨 것 빼고는 무난하게 또 한 구간을 이을 수 있어 감사하다.
컨디션도 안 좋은데 준비도 제대로 하지못해 발걸음도 마음도 무겁게
심야버스에 올랐지만 산행하는 동안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었고,
악명높은 용인 수지지구 아파트 정글도 잘 통과하고,
심지어는 두 번이나 만난 커다란 장애물.. 마루금을 삼킨
키를 넘는 풀숲도 무사히 잘 통과하여 정말 감사하다.
이제 내일 방죽재까지 이어가면 터미널도 그동안 이용하였던
수원터미널에서 안산터미널로 바뀐다. 도심을 통과하는
한남정맥이 또 이런 면에서는 교통이 편리하여 좋다.

기사가 태워준 이일천랜드는 금요일밤이어서 그런지
손님도 별로 없고, 가동되는 컴퓨터가 1대 밖에 없었지만
2시간 넘게 독점하여 메일 확인하고 숙제가 되어버린
블로그 답글도 달며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 순간은 힘들어도 지나고 보면 모두가 감사의 조건들..
늘 한 템포 늦지만 하루를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