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0. 12:58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미완의 영알 야영
( 별을 찍으려고 영알에 들었으나.. )
2011. 1. 15 / 몹시 추웠던 날, 홀로
정말 오랫만에 늦게까지 잤다. 코가 삐뚤어지도록 자고 나니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오늘 뭘하지~ 하는 생각.. 이렇게 멀쩡한 주말을 뭘할까 고민하다니.. 살다가 별일이다 싶기도 하다. 사실, 지난 주에 가지려던 모임이 이번 주말로 연기되었지만 별 진전이 없어 주말에 고리뫼 산우들과 지리산 와운골 비박산행을 가기로 했는데 금요일 오후 늦게사 주일 저녁에 모이자는 연락이 왔다. 모임에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큰바위님에게 참석하기 어렵겠다 연락을 했다. 가까스로 합류하기로 한데다 기대가 컸던만큼 한편으론 많이 아쉬웠다.
늦잠을 자고 나니 산에 들기는 늦은 시간.. 그렇다고 산에 가지 않기에는 너무 이른 어중간한 시간.. 멀쩡한 생날을 그냥 보낼 수는 없고.. 막상 산에 가려해도 선택의 폭이 좁다. 덕유산 눈꽃산행 가는 팀은 이미 새벽에 출발했고.. 영알 가는 팀들도 이미 다 떠났을 시간.. 카메라 챙겨 사진이나 찍으러 갈까도 했지만 겨울철 마땅한 출사지도 떠오르지 않고..
이번 주말은 몇 십년만에 찾아오는 강추위라는데.. 그러면 하늘의 별들이 더 초롱초롱 빛 나겠지.. 그래, 영알에 올라 야영을 하면서 쏟아질듯한 영알의 아름다운 별을 찍으러 가자. 주일 아침 일찍 내려와야 하니 청수골로 올라 영축산과 간월산 사이 가천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곳이 좋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음이 바빠졌다.
갑자기 야영 준비를 하려니 뭐가 그렇게 안보이는게 많고 챙겨도 챙겨도 빠뜨린 것이 그렇게 생기는지?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이것 저것 챙기다 보니 11시가 넘어 버렸다. 그나마 출발할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다행이지.. 계획했던대로 새벽에 지리산으로 출발을 했더라면 어제따라 퇴근이 늦어서 배낭 챙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 아닌가.. 겨울산을 준비없이 갔다가는 낭패를 당할테니..
배낭을 거의 다 챙긴 것 같은데도 계속 빠뜨린 것이 한 가지씩 나타나 다락을 몇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리스트를 만들어 시간갖고 차근 차근 챙겨야 되는데.. 그래서 준비성 있는 매니어들은 1주일 전부터 야영할 채비를 한다는 것 아닌가?
새벽 4시에 출발했으니 벌써 일출식당에서 아침 먹고 지금쯤은 이미 와운골을 오르고 있겠지? 눈이 많이 왔을라나.. 동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꿩아니면 닭이라고 영알에라도 야영하러 갈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거의 점심 때가 되어서야 집을 나서는데도 바깥 기운이 섬찟할 정도로 매섭다. 매스컴에서 몇 십년만의 혹한이라는 소리가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혼자 산에 들 때야 그냥 라면 두 어개와 햇반과 카레 정도만 있어도 거뜬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데 오늘은 특별히 야밤에 별 찍으면서 먹으려고 마트에 들려 오뎅 한 봉지까지 사서 배낭에 챙겨넣고는 배내골로 내달린다.
늦게 일어나다 보니 어중간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침을 늦게 먹었지만 때는 벌써 점심 때.. 아직 점심 먹을 상태는 아니지만 산을 오르다 해결하려니 날씨도 추운데다 번거러울 것 같아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 보았으나 들머리 청수골산장까지 가는 동안 문을 연 집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막다른 골목.. 마침, 문을 열고 있는 청수골 산장에 들려 "식사 됩니까?"했더니 "반찬이 아무 것도 없어 식사준비가 안됩니다."하는 것 아닌가! 하여, 일단 점심을 해결하고 산에 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김치만 있어도 되는데.." 했더니 상을 차려 주는데 함께 나온 시레기 국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덕분에 번거러운 일도 덜고 시간까지 벌었으니 2시에 출발하면 4시 전에는 야영터까지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 그러면 텐트 쳐 놓고 일몰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몰을 담은 후 일찍 저녁 해결하고 영알 산정에서 광대한 우주로 마음을 날려 보내며 수 억광년을 날아온 초롱초롱한 별들과 밀어를 나누며 그들을 일급모델삼아 카메라 앵글을 이리 저리 맞출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요즘 스키장 오는 손님들 때문에 청수골 산장 마당이 복잡한데 점심 한 그릇 먹고 마당에 1박2일 주차할 수 있겠냐고 물어 볼 뱃짱이 없어 애마는 길 옆 한적한 곳에 주차시켰다. 배낭을 메고 청수골 식당마당을 거쳐 좌청수-우청수 갈림길에 도착하니 뭔가 허전하다.. 중요한 것을 빠뜨렸을 때 느끼는 그런 기분이 들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배낭 챙길 때 상황을 되살리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빠진 것이 뭔지 모르겠다. 다시 '인도어 클라이밍'은 아니더라도.. 이 시간 이후 내일 아침까지 일어날 상황을 생각하며 그 상황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생각하니.. 맞다! 헤드랜턴을 빠뜨린 것이다. 랜턴을 챙기기는 했지만 어디 헤드랜턴만큼이야 하겠는가.. 용도가 서로 다른데.. 다시 되돌아 가서 카메라 쌕에 들어있는 랜턴을 챙기고 혹시나 싶어 배낭풀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버너를 지필 라이터도 확인하고 다시 그 지점까지 돌아오니 30분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 바람에 여유롭던 마음도 걸음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날씨가 춥기는 추운 것 같다. 그 큰 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오르는데도 몸에 열이 나지않고 손끝, 발끝.. 끝이라는 끝은 다 시리고 볼도 어는 것만 같다. 과연 춥다. 안되겠다 싶어 바라클라바를 해야겠다고 장갑낀 채로 하다가 잘 안되어 장갑을 벗었더니 이내 손이 곧아 버린다. 입김이 연탄난로 위에서 끓는 물주전자 주둥이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같다. 지난번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않고 그대로 인 걸보니 요즘은 확실히 삼한사한인 것 같다. 겨울은 몇 십년만의 강추위가 찾아오고, 여름은 여름대로 혹서에다 몇 달동안에 내릴 비가 하루에 쏟아지기도 하니 지구도 홍역을 치룬다. 그러나 이런 기상이변도 결국은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기 때문에 치루는 재앙아닐까!
이뿐 아니라 지금 이 나라 축산농가를 초토화시키며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구제역도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 부른 대재앙 아닌가? 육류소비가 많아지니 목장은 가축공장으로 변하고, 속성재배하듯하려니 가축들에게 먹여서는 안될 유전자 변형식물과 육류를 먹여서 생긴 재앙 아닌가? 인간의 욕심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같이 돌진할 경우 이 보다 더한 재앙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오리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예견하는 일 아닌가? 전문가들은 경고하기를 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15kg 이상의 식물성 사료를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육류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창한다. 모두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나 가축의 건강을 위해서나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육류소비를 줄여야 될 것같다.
억새밭 직전인 싸리밭 사이로 난 길에 드니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있다. 단조샘터로 내려가서 떨어진 낙엽을 걷어내며 물곬을 치니 수량이 줄기는 했지만 물이 졸졸 흐른다. 샘터옆 공터도 하룻밤 묵기는 안성맞춤이지만 오늘은 조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기로 마음 먹은터라 조금 더 가서 텐트를 치기로 하고 억새밭에 들어섰는데 조금 전까지 머리 위에서 키 큰 나무를 사정없이 흔들어 대던 바람이 이제 바닥까지 내려와 억새밭을 파도타듯 지나간다. 한 번씩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니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다행히 바람이 뒤에서 불어주어 발만 떼면 저절로 걸음이 걸어진다. 그렇게 바람과 함께 억새밭을 가로질러 주능선에 서니 조금 전까지의 바람은 양반이었다. 하마터면 금강계곡쪽으로 날아 떨어질뻔하기까지 했는데 다행히 바람이 조금 자는 것 같다.
이윽고 조그만 둔덕을 넘어 목적지에 도착하여 일단 텐트를 쳐놓고 일몰 찍으면서 신불재 샘터에 가서 수낭에 물을 떠 오면 되겠다 하고 텐트를 치려고 배낭을 풀고는 간신히 풋프린트 네 모퉁이에 팩을 박고 고정을 시켰다. 바람이 좀 불기는 해도 텐트 치는데는 큰 무리가 없겠다 싶어 텐트를 꺼내어 폴대 하나를 끼우고 나머지 하나를 끼워 바닥에 고정만 시키면 하룻밤 묵을 멋진 별장이 완성되겠다 싶었는데.. 아뿔싸!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것도 아니고.. 이 때부터 예정에도 없던 영알의 칼바람과 사투에 가까운 씨름을 할 줄이야..
( 영알 칼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 상상은 자유 )
사실 한순간 급박했다. 낭패당한 심정으로 난감하기까지 했다. 텐트가 모양을 갖추며 부품해지자 마자 한 줄기 바람이 야수가 먹이를 낚아채는 것 같이 텐트를 낚아채는데 아차했으면 아리랑릿찌 쪽으로 날려 버릴뻔 했다. 다행히 텐트를 놓치지는 않았는데 바람을 잔뜩 머금은 녀석이 힘이 얼마나 센지.. 이리저리 요동을 치면서 몸을 끌고 간다. 급박한 순간 일단 텐트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폴대 한 쪽을 풀고 있는데 그동안 바닥에서 팔락거리던 풋프린트가 갑자기 공중으로 휙 날아 오르더니 절벽 쪽 나뭇가지에 간신히 걸린다.
뒤이어 불어 온 회오리 바람이 잘 서 있는 배낭을 넘어 뜨리는 바람에 배낭 옆 포켓에 꽂혀있던 날진통이 빠져나와 바닥에서 나딩굴고.. 팩 주머니.. 텐트주머니, 폴대 주머니 심지어는 돌돌 말려있는 써머레스트 깔판까지 이리저리 나딩군다. 몸은 하난데 잡아야 할 것은 많고.. 한 순간에 이런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기에..
( 사실은.. 이 멋진 곳을 전세내어 하루밤을 유하려 했었다 )
그래 선택과 집중이다. 그러니 일단은 제일 비싸고 중요한 텐트 겆는 것이 급선무고.. 그 다음은 나무에 걸려있는 풋프린트.. 다음은 텐트 주머니.. 그 다음은 폴대 주머니, 팩 주머니.. 날진통과 깔판은 분위기에 휩싸여 저러지 저 넘들이야 하늘로 날아 오르겠냐 절벽 아래로 다이빙을 하겠냐? 그렇게 정리를 하고나니 별 것 아니다 싶다. 어쩔 수 없이 그 중 몇 개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지는거지 하고 생각하니 마음도 안정이 되고 텐트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텐트는 접어서 패킹할 형편이 안되어 그냥 배낭에 쑤셔넣고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한 풋프린트를 떼어 내고, 텐트 주머니.. 팩주머니까지 차례로 나무에서 떼내어 배낭에 그냥 쑤셔 넣었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날진통도 제자리에 끼우며 배낭을 꾸리고 나서 배낭안에 들어갈 자리를 빼앗긴 써머레스트 깔판은 배낭에 매달고 나니 상황 끝..
여기는 안되겠다 싶어 바람도 자고 물이 있는 신불대피소 데크로 가면서 하늘을 보니 한 뼘 넘게 높게 떠 있던 태양이 붉은 빛을 내며 작별을 고하려 한다. 텐트 치느라 30여 분 씨름을 한 것 같다.
바람에 대한 아픈 추억이 또 있다. 7년 전쯤 되나보다. 한창 힘든 순간 마침 새 차를 뽑고는 머리도 식힐겸 동해안을 거쳐 서해안을 두르는 전국일주 길에 나섰다. 7번 국도를 따라 정동진을 거쳐 미시령 휴게소까지는 잘 갔는데 그만 일정 초반인 미시령 휴게소에서 낭패를 당했다. 전망대쪽에 차를 세우고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거대한 바람이 "빡"하며 차문을 낚아챈다. 도어체카도 부러뜨리며 도어를 완전히 재껴 버렸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옆에 세운 경차는 바람에 밀리고 있었다. 얼른 차에서 내려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닫긴 닫았건만 차에 타려면 문을 다시 열어야 하는데 바람이 그치지않아 그 미시령 칼바람을 맞고 동태가 될뻔 했던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황당한 기억.. 그래도 그 차로 춘천 거쳐 의왕 사는 친구 만나고.. 전주거쳐 마산사는 친구까지 만나고 울산으로 무사히 돌아온 별난 여행. 혹 바람부는 날 미시령 옛길로 올라 휴게소에 주차할 일이 있으면 전망대쪽에는 세우지 마시길..
사실 텐트치면서 바람과 씨름할 때도 춥기는 추웠지만 그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제 정신이 돌아오니 날이 더 춥게 느껴진다.
날이 춥고 손이 시려도 사진을 찍기는 찍어야 하는데.. 두툼한 장갑을 끼었는데도 손가락 끝은 바늘을 찌르듯한다. 도저히 장갑을 벗을 수 없어 마구 몇 컷 찍고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방향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걸어가다 신불재 내려서는 목책계단에서 제대로 찍어 봐야지 했는데.. 왠걸 목책계단에는 얼음이 얼어 내려서기도 조심스러운데 바람이 더 세차게 불어 아예 카메라를 꺼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드디어 신불재 대피소.. 그러나 대피소 문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다. 급할 때 사용할 수 있었던 요긴한 대피소였는데 대피소가 매점으로 바뀌니까 물품을 보관한다고 문에 자물쇠를 채워 버리니 이럴 때는 이전 대피소가 그립고 아쉽다. 어차피 대피소에 들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니까.. 샘터옆 데크에 텐트를 치려고 계단을 내려서서 샘터로 다가서니 아뿔싸! 가뭄에도 마르지 않던 샘터인데.. 샘터 물 나오는 플라스틱 파이프 주둥이에 얼음이 꽁꽁얼어 물길을 틀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상황에서 낭패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감사한 생각이 드는 것이 만약, 조금전 그곳에서 어렵게 텐트를 치고 배낭의 모든 짐 다 꺼내놓고 여기까지 물 길러 왔다가 이 상황을 당했으면 얼마나 허탈했을까.. 그곳에 텐트를 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배낭 챙기는 일을 많이 줄여준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 그런 것 같다. 영알 별빛 촬영 야영은 다음에 하라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기가 아쉬워 신불산을 넘어 간월재로 갈까 하다가 내일 아침 일찍 내려 가기엔 거리가 멀어 단조샘으로 가기로 하고 돌아 나오는데..
벌써 언양과 가천쪽은 별빛같이 불이 반짝이는데 반면 하늘에는 조금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눈빨까지 날린다. 별 보러 왔는데 별도 없는 밤 이 혹한 속에서 야영할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에 와야할 것 같다.
이제 낮은 구름까지 요동치며 머리 위를 빠르게 날아 간다. 더 이상 날씨가 호전될 것 같지 않다.
현재 시간 6시 반. 하산을 해야겠다. 그래, 결단은 빠를수록 좋은 것.. 영알은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테고.. 영알을 비추는 하늘의 별들은 언제나 초롱초롱 빛날테니까..
오랫만에 헤드랜턴을 끼고 하산을 한다. 산을 오를 적에는 눈이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가졌었는데 내림길에는 이렇게 끝까지 눈길, 빙판길이냐 싶다. 눈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빙판이고.. 또 낙엽밑에 숨은 얼음이었다. 조심해서 내려온다고 와도 두어번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는데 배낭이 크니까 안전보호구 역할은 충분히 해 주었다.
청수골 애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8시 조금 안된 시간.. 나도 모르게 땀이 나도록 내려 오는 바람에 그렇게 추운 줄 몰랐는데 차의 외기 온도가 -13도를 가르키고 있다. 아마 영알정상은 -20도는 되었을 테고 칼바람 맞을 때의 체감 온도는 이 보다 훨씬 낮았겠지.. 갑자기 와운골 간 산우들이 생각났다. 그 친구들 이 시간도 혹한의 눈 밭에서 찐한 지리산정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나.. 그 쪽은 하늘에 별들이 빛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 담엔 200mm나 300mm쯤 되는 망원렌즈를 준비해서 영알의 별을 찍으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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