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찬가가 울려퍼지는 신불평원에서의 하룻밤

2011. 6. 6. 10:34山情無限/영남알프스

 
 
 
 

 
생명의 찬가가 울려퍼지는 신불평원에서의 하룻밤 

(오랫만의 동행, 그러나 짧아서 아쉬웠던 영알 나들이)




○ 언제 : 2011. 5. 14(토) ~ 15(일)  
○ 날씨 : 구름속 찬바람,
○ 누구와 : 외인악우회 김영진 대장, 배영환, 시나브로  
○ 어디로 : 청수골산장-좌청수골-단조샘-청수골산장(원점회귀/나)
~단조샘-신불산-간월재-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김대장,용환씨)
○ 위치는 : 울산 울주군 상북면 일원
 


 




 

두어 달 전 삼태기맥길 걷느라 무룡산 오른 것 말고는
근래 산행을 하지못해 좀이 쑤시는데 금요일 등산학교 OR후
저녁먹는 자리에서 외인악우회 김영진 대장이 주말에 단조샘에
야영 가려는데 함께 가지 않겠냐고 한다. 그렇찮아도 이번 토요일은
장마철 트진 구름사이로 빼꼼히 햇살비치듯 손바닥만한 시간이 생겨
당직 마치고 오후 늦게 혼자 영알에 들었다가 주일 아침 일찍
내려올까 하고 있는 참인데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듯...
용환씨도 동행한다니 잘 되었다. 근래 몇 번 만나기는 했어도
함께 산에 들기는 낙동 영알구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토욜 17시 문수고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영알에서 보는 하늘)





(코스는 좌청수골로 올라 단조샘 부근에서 야영하기로 하고..)

배내고개를 날머리로 잡았다.
일단 배내고개에 김대장 차를 주차시켜 놓고..
내 차에 합류하여 다시 청수골 산장으로 차를 몬다.







(청수골 산장 앞에 도착하여 산행채비를 하고..)

오늘 용환씨의 MYSTERY RANCH 백팩킹 착용식도 해야할듯..
얼마 전부터 어얼리어답터 산꾼들을 중심으로 소개되면서
이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듯 하기도 한..





(7시가 다된 시간 청수골산장 출발, 일몰이 7시 19분인데..)

중력의 법칙에 역행하려니 힘이 들 수 밖에
없겠지만 오랫만에 산에 든 탓에 더 힘든 것 같다.
1시간 정도 오르니 이미 일몰시간도 한참 지난 시간이어서
앞서가던 김대장과 용환씨가 이마에 불을 밝힌다.
나도 헤드램프를 켤까 하다가.. 보름을 사흘 남겼는데도
숲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제법 밝아 길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다.
헤드램프를 꺼냈지만 켜지 않고 조금 뒤쳐져 걷는다.
평소 도시의 밝은 불빛에 얼마나 혹사당한 눈인가?
집중하여 작은 빛을 모아본다. 걸을만하다.

이마에 땀이 맺히지만 안온하고, 상쾌하다.
도시의 매연에 찌든 폐부 깊이 맑은 공기로 청소하고
도시의 소음에 절은 귀도 자연의 소리로 정화시키고
도시의 밝은 불빛에 혹사당한 눈도 컴퓨터 리셋시키듯..
온 몸과 마음을 자연에 내어 놓는다.










 


 

(21시 넘어 저녁, 만찬이다)

텐트를 치며 야영준비를 하는 사이
비박 준비를 해온 두 사람은 이미 저녁준비를 다 해놓았다.
용환씨는 지난 낙동정맥 4구간 깃재부근에서 땄던
노루궁뎅이버섯을 술로 담아왔다. 처음에야 노루궁뎅이버섯의
명성에 군침을 삼키기도 했지만 벌써 4년이 다 되어 가는 세월..
그 때 일은 벌써 까맣게 잊었는데.. 그동안 잊지않고 챙겨준
양미씨가 고맙다. 오늘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과연.. 때깔도 좋고 알콜냄새도 나지않고 향내가 좋다.

마음 맞는 산우들과 산정에 취하고
산정을 나눌 수 있음이 정말 좋다.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내일은 비가 오려나..

야트막한 산 허리 아니면 무릎 아래 어디쯤
띄엄띄엄 걸어도 숨차지 않을 적당한 그곳에
내 인생 저녁놀 모락모락 피우며 살고싶다
노안이 몰고 올 희미한 미래 두렵지 않게
시린 어깨 도닥여 줄 따뜻한 손 있다면
산 속 섬에 갇혀도 난 고독하지 않으리

그동안 흘린 눈물 그저 천재지변이려니
한 방울 한 방울 삼킨 세월 다독여
달무리 따라가다보면
희붐히 아침이 마중나오지

누군들 지나온 세월 절룩이지 않았으랴
상채기 난 가슴가슴 덧나지 않았으랴
가끔, 아주 가끔
꽃처럼 아름답지 않았으랴

격랑을 거슬러 회귀하는 연어처럼
지친 세월 다독다독 위무하며 맞잡은 손
둔덕 위 무릎 접고 안주하고 싶다
저물어가는 세월을 방관하고 싶다
그대의 그루터기에 기대어
무심한 하늘 쏘아 보며
산 속 섬에 고립되어도 행복하리

희망사항/ 유미자





(아직 만월이 아닌데.. 왜 보름달로 찍히지..)





(자정 넘게까지 카메라와 씨름해 봤지만..)

노출을 길게 주니 어둠에 묻혔던 또 다른 하늘의 모습이 드러났다.

 
영알에 들어 꼭 해 보고 싶은 것..

만월에 간월산에서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밤을 보내고 싶은 것과

그믐에는 영알에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을 담아보고 싶은 것,

아직까지 기회가 잘 닿지 않는다.

 





(일출시간은 5:19분. 5시 조금 전에 잠을 깼지만..)

텐트 사이로 비쳐 보이는 하늘이 흐린데다, 몸도 피곤하여
조금만 더 누워있다 일어난다는게 눈을 뜨니 6시가 넘어 버렸다.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해는 벌써 영알 하늘금 위로
솟아 있고 영축산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지런한 사람들..





(단조늪)

얼마전에 장마같은 큰 비가 내린탓에 단조습지는 온통 늪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야영지 찾느라 한참을 헤매대가
다시 되돌아 내려와 단조샘 근처에 짐을 풀었다.
 
단조늪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의 문헌에 따르면
늪의 중심에 신라시대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단조성이 있어
이를 따서 단조늪이라 불리게 되었다.
 
주변부에는 고산 초원이 발달하였고,
동쪽과 남쪽은 암벽, 서쪽은 참나무류의 숲으로 둘러 싸여 있고
북쪽은 단조봉~신불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으로 되어 있다.
동·식물은 식물 183종과 동물 64종이 서식하고 있다.
습지 식물은 방울고랭이·동의나물·물매화·흰범꼬리 등 30여 종,
고산 식물은 동자꽃·노랑제비꽃·쥐오줌풀·잠자리란 등 24종이 발견되고,
희귀 식물로는 환경부 지정 특정 관리 식물인 설맹초·솔나리·개족도리풀 등과
습지 군락으로 진퍼리새 군락·방울고랭이 군락·박새 군락 등이 있다.
 
영축산 북쪽 능선 해발 940~980m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고산 습원으로 각종 희귀 동·식물이 자라고 있다.
늪의 크기는 습지부가 약 7,000㎢이고 습지부 주변의 고산 초원지대를
포함하면 약 30만㎢로 정족산 무제치늪의 3~4배이며,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 가장 크다고 한다.




 

(영알평원에는 꽃들이 노래하고)
 
동의나물과 설앵초,
설앵초는 희귀식물로 지정한 보호대상종이다.







(생명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산 아래 동네에는 봄이 다 간줄 알았는데..)
 
그래, 단풍은 산정(山頂)에서 내려오고
봄은 강바닥에서 산으로 오른다고 했지 않던가!







(시살등 방향)









(어제 석양도, 밤풍경도 다 놓쳤지만..)

하늘을 도화지 삼아 구름이 특별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꽃이 피고, 꽃진자리 잎이 돋고..)







(땅을 박차고 오르는 생명들..)
 
새봄 3 / 김지하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들꽃 한송이도 우주를 품고 있다)





(수달래, 고운 누이같은 꽃)





(단조성터, 단조성의 유래는 '동국여지승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42)







(그 사이 용환씨와 김대장은 아침준비 중..)

김대장과 용환씨는 신불산을 거쳐 배내고개로 가지만
난 주일이라 아침 일찍 원점회귀할 수 밖에 없어 아쉽다.
어젯밤, 아침에 일출 찍고 일어나기 전에 먼저 하산하겠다고 했는데
단조늪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오니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고 있다.
덕분에 아침을 먹고 작별하며 먼저 하산을 한다.





(미색병꽃, 병꽃도 색상에 따라 빨강, 흰색, 미색병꽃으로 나뉜다)





(연녹의 숲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참 곱다)







(이른 아침 이런 신록의 숲길을 걸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이마에 땀 흘리며 산에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아니겠는가!
 




(연둣빛 숲에 들면 몸도 마음도 무장해제가 된다)







(윗쪽에서 재잘거리며 흐르던 계류는 폭포수가 되어..)





(5월 찬가,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군인양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5월찬가 / 오순화
 




(드디어 청수골산장, 생각보다 빨리 내려왔다)







(청수골 산장 물레방아는 돌아가는데..)







(겹황매(?))







(화사한 꽃들이 만발한 청수골 산장)







(청수골 산장을 나서며..)





(숲속의 하얀집)

한동안 산에 들지 못하여 몹시도 산이 고프던 차에
오랫만에 김 대장과 용환씨와 함께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산에 들면 이렇게 좋은 것을.. 톱니바퀴 돌듯 꽉끼여 돌아가는 일상,
옆도 뒤도 돌아 볼 틈없이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기에 급급한
일상이지만 이렇게 한 발만 살짝 옆으로 비켜서도 여유와
자유와 웃음과 넉넉함과 평화와 행복이 있는데도 말이다.
인생을 그렇게 전쟁 치루듯 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다음 주부터는 등록한 등산학교가 개강하니
한 달간은 꼼짝없이 바쁜 일상이 더 바빠지겠지만..
어떻게 하든 시간을 쪼개서라도 또 일로 매진해야겠지
재미있게 해 보려해도 엄연히 (호구지책을 위한) 일은 일이고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할적에는 힘듦마저도 즐겁고 행복한 것.
미지의 세계는 언제나 설레임과 약간의 긴장감도 따르지만
도전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바쁜 가운데서도
새로운 생의 활력소가 되겠지.

오늘 함께한 김 대장과 용환씨와 생명의 찬가가 울려퍼지는
영알에서 진한 산정을 나누며 계획된 산행을 잘 이어갔겠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먼저 하산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