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정에는 얼음꽃이 피어도 홍류빙폭은 녹아내린다

2011. 3. 13. 01:12山情無限/영남알프스

 
 
 

 
신불산정에는 얼음꽃이 피어도 홍류빙폭은 녹아내린다
(신불공룡능선으로 올라 간월공룡능선으로 )



2011. 3. 5(토) 흐리고 하늘에는 구름이 많이끼고 포근한 날 홀로

등억에서 간월산장을 출발하여-홍류폭포-신불공룡능-신불산-간월재-간월산-간월공룡능-
간월산장으로 원점 회귀하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과 울산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에 걸친
약 12km의 길을 6시간 동안 유유자적 걷다.  


 
 

주말에는 시골 어머님을 뵙고 오기로 했다.
구정에 시골을 다녀온 후로 한 번도 다녀오지 못한데다
요즘 마음 심란한 일도 있고하여 시골을 다녀오기로 했다.
시골 가면서 배낭을 챙기기는 했지만 집을 나설 때까지도
어느 산을 갈지 정하지 않았다. 가다가 마음 내키는 산을 갈까 아니면
고향 진산 자굴산을 갈까 하고 있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백운산에
얼음꽃이 활짝 피었다고 하여 구미가 당겼지만 컨디션도 정상이 아닌데
얼어 붙었을 바위산을 생각하니 무리일 것 같아 등억으로 가서
신불공룡으로 신불산을 오르기로 했다. 원점회귀 할 수 있고
가다가 컨디션이 좋으면 간월공룡으로 내려서는 것도 좋고..

사람에겐 목표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1+9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웬만한 어려움도 거칠게 없었지만 1+9를 마치고 나니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이 생기고.. 몸은 또 왜 그렇게 처지는지 알 수가 없다. 
목표! 이뤄야 할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일로매진(一路邁進)
할 수 있지만 목표가 사라지면 힘도 약해지는 것..
산방기간 끝나면 기맥 몇 줄기를 따라 가봐야겠다.




(오랫만에 이 길에 들었다. 간월산장이 반갑다)





(홍류폭포 갈림길까지는 길이 수렛길같이 넓다)





(갈림길. 직진하면 간월재, 간월산.. 홍류폭포를 가르키는 좌측으로..)





(골짜기 위로 보이는 신불공룡능선)





(갈림길에서 조금 들어가면 홍류폭포가 나타난다)







(한쪽에는 아직 얼어 있지만 물줄기는 세차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거대한 빙폭을 이루었던 홍류폭포)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향해 줄기차게 내려오던 백두대간이
강원도 태백에서 갈래를 친 낙동정맥이 부산 다대포를 향해
내달리다 이곳 울산에서 영남알프스를 일으켜 세운다.
영남알프스는 산이 높은 만큼 계곡도 많고,
계곡들은 폭포들을 품고 있는데 신불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폭포중 하나가 홍류폭포다.

홍류폭포는 높이가 약 33m나 되는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폭포로 물줄기가 소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바위에 부딪혀 비산되면서 물보라를 이루는데
햇살을 받기라도 하면 띄우는 무지개가 장관이다.
한 여름에는 서늘한 기운이 발길을 붙잡고, 겨울에는
빙폭을 이루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사철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고 클라이머들이 빙벽등반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흘러내린 계류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서
내려오는 계류와 합류하여 작괘천을 이루고
작괘천은 태화강으로 흘러든다.

홍류폭포는 울주군 등억리 신불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언양에서 등억가는 377번 버스(하루 11번 운행)를 타고
등억온천에서 하차하여 간월산장 앞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700m쯤 오르면 된다.





(겨울이 봄으로 이행해 가는 모습)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겨울을 잘 보내주어야겠다





(폭포 상단부도 당겨보고..)

이리 저리 자세를 잡아보지만 썩 맘에 들지않는다.
잠깐 몇 컷만 담고 가려했는데.. 벌써 20분이나 지나버렸다.





(벼랑을 타고 오르다 다시 한 번)

홍류폭포는 좋은 사진 소재를 제공해 주지만
포인트를 잡기도 어렵다. 삼각대도 없어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찍으려니 노출시간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고..
아쉬운 맘으로 비탈을 오르다 다시 한 컷!





(홍류폭포 쪽 등로는 가파르고 험한 편..)

급격하게 고도를 높히는데다 거칠기까지 하여
이 코스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 철계단도 설치되고 찾는 사람도 많이 는 것 같다.





(숲 사이로 공룡능선 암봉이 우뚝선다)

된비알에다 몇 번이나 바위를 타고 힘들게 오르면
자수정 동굴쪽에서 올라오는 능선에 합류하고, 평탄한 길이
열리는데 평탄한 길도 잠깐.. 이내 벌떡 일어선다.







(조망바위에 올라 바라보는 진행방향)

오랫만에 이 길에 들었으니 쉬엄쉬엄..
조망바위마다 다 올라가서 주변 조망를 즐겨 볼 참이다.





(다시 몇 번 더 바위를 타고 오른다)





(1000고지를 넘어서자 잔설이..)







(밧줄구간을 지나..)





(등로는 온통 빙판..)

오늘 언양지방 기온이 낮에는 최고 영상 6도까지 오른다지만
여기는 아직 영하권.. 고도 100m 높아지면 기온이 -0.6도씩 내려가니
순수하게 고도차만으로도 언양과는 5도 이상 차이가 나니..
어제 낮에 녹았던 것이 밤에 다 얼어붙은 것 같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후.. )

본격적인 칼날능선에 붙기전 일단 숨을 고르고 있는 산객들..





(가야할 방향.. )





(범봉, 그 너머 머리만 보이는 영축산, 채이등, 죽바우등)





(자수정 동굴 쪽에서 올라오는 능선)







(칼날능선.. 능선 아래 우회길도 있다)

공룡능선의 하일라이트.. 칼바위 능선이다.
격렬한 용틀임을 하던 공룡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거대한 삼각 바위들이 좌우로 때로는 위아래로 요동을 치며 이어진다.
양쪽으로 수 십~수 백m의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바위 한가운데를
건너다보면 마치 칼날위를 걷는듯하여 칼날능선이라 한다.

짜릿하고 때로는 오싹할 정도로 위험하게 보이는 칼날능선도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조심하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방심은 금물..
조심조심 바위에 붙어 암릉산행의 묘미를 즐긴다.





(27)





(뒤돌아 본 신불공룡능선)

간월재에서 내려온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신불산에서 가지친
신불공룡능선이 있고 간월산 중턱에서 등억으로 흘러내린 간월공룡이 있다.
짜릿한 암릉을 즐기는 산객이라면 두 공룡능을 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9)





(공룡의 등뼈같이 거칠다고 하여 공룡능선..)





(공룡능선의 마지막 부분.. 저 앞 봉우리가 신불산)





(정상부의 허연 것이 눈인가 했는데..)









(그것은 수정같은 얼음꽃이었다. 꽃이 지고 있지만 장관이다.)

사실, 오늘은 시골가기로 하여.. 딱히 어느 산을 정하지 않고
시골가는 도중에 마음 가는 산이 있으면 들렸다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백운산에 얼음꽃이 만발하였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래.. 백운산으로 가 볼까.. 그랬는데 이쁜 바위산에 얼음꽃이 피었으면
바위도 얼었을텐데.. 아이젠도 없이.. 하여 등억에서 홍류폭포를
거쳐 신불산에 올랐는데.. 여기서도 얼음꽃이 반겨 주다니..





(신불산 바람이 피운 설화 / 2006년 겨울)

한겨울 신불산 칼바람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칼바람에 맞서 피운 눈꽃은 정말 장관이다





(신불산에서 간월산, 배내봉, 능동산,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낙동정맥..)

그 뒤 하늘금은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
운문지맥은 낙동정맥 가지산에서 서쪽으로 분기하여 운문산-억산-
구만산-육화산-용암봉-중산-낙화산-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으로
스며드는 길이 34.7km의 양산, 청도와 밀양 지역의 지맥으로
좌측으로는 단장천을 우측으로 동창천의 물길을 가른다.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신불재에서 영축산 사이 펼쳐진 신불평원)





(영축산은 독수리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영취산, 영축산, 취서산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영축산으로 이름이 통일되었다. 이는 한자(鷲)를 '취"로 읽으면
'독수리 취'가 되는데 정상부의 바위가 독수리 같이 생기기도 하다.
2001년 양산지명위원회에서 옛 문헌에 근거하여 불교에서
유래된 "축"으로 읽기로 하여 '영축산'으로 확정되었다.





(지나온 신불공룡능선)







(신불산 정상부의 수정같은 얼음꽃)





(신불산 / 표지석의 산 높이를 1159m로 고쳐야..)

경남 양산시 하북면과 울산 울주군 삼남면·상북면 경계에 있는
신불산은 낙동정맥에 속한 산으로 북서 2㎞ 지점의 간월산(1069m),
남쪽 2.8㎞ 지점의 영축산(1081m)과는 연속된 형제봉을 이루는데,
특히 남쪽 영취산 사이 약 3㎞ 구간에는 넓고 평탄한 장쾌한
능선에 펼쳐진 억새밭이 장관이다.
몇 년전 산 높이를 실측한 결과 표지석의 1206m보다 조금 낮은
1159m로 측정되었으나 그럼에도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1241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축산 너머로 천성산을 지나 부산 다대포로 향하는 낙동정맥이 보인다)











(서봉에 피어있는 얼음꽃)





(저 너머 수미봉과 재약산(사자봉))





(발아래는 얼음꽃이 장관이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을 오르는 산객들)





(눈꽃에 뒤질세라 바위도 얼음을 뒤집어 쓰고..)





(아~ 지리산이다! 신불산에서 지리산을 보다니..)

청명한 날 가지산이나 운문산에서 지리산을 본 적은 있지만
오늘 하늘에 구름이 이렇게 짙은데.. 그 구름바다 위로 지리산 천왕봉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찮아도 지리산이 가고픈데..

신불산에서.. 이건 정말 행운이고 덤이다.





(서봉의 얼음꽃이 장관이다. 그 옆으로 지리산도 보이고..)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루던 간월재도 차량을 통제하니 한산할 정도..)

간월재에는 산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장삼이사들까지
합세하여 북새통을 이루고, 임도는 자동차가 뒤엉겨 난장판같던 간월재..
산방기간이라 임도를 통제하니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간월재 / 895m, 간월재 돌탑)





(간월산 방향, 꽃술을 날린 억새도 짐승의 털같이 곱다)





(간월재 휴게소)





(간월산 오르면서 바라본 간월재, 신불산 방향)





(낙동정맥이 지나는 간월산(肝月山 / 1069m))





(간월공룡에 우뚝한 암봉, 저 아래가 등억리)





(전망대에서 간월산 방향)





(간월산에서 912봉, 배내봉으로 이어가는 조망과 운치있는 마루금..)





(내려 갈 간월공룡능선..)





(질척이는 절벽구간을 내려서서..)

돌탑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간월공룡능으로 내려서는 입구.
밧줄을 잡고 내려서야하는데 길이 질척이고 밧줄에 흙이 범벅이 되어
있어서 조심조심 내려선다. 이것만 내려가면 되겠지 싶지만
내려가는 길 내내 험난하고 거친 등로가 이어진다.





(신불산.. 간월재로 오르는 흉물스런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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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여기에 이런 길을 내어야 했을까!)

창조주는 인간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주었는데
교만한 인간은 자연을 잘 보존하기는 커녕 마구 훼파한다.
저 골짝에 시멘트 신작로가 있어야 할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다.
계곡을 가로지르며 콘크리트 포장길을 내다보니 큰 비만 오면 길이
끊기고 산이 무너져 내린다. 자연은 잠시동안 맡은 지자체장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것도 담당공무원이 그렇게 맘대로 계획 할 수 있는 것도
몇 푼 돈에 눈먼 건설업자가 맘대로 파헤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 쓰는 것.., 우리 세대는 자연을 잘 보존하여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할 위대한 유산이다.





(뒤돌아 본 간월산 방향)

간월공룡능도 험한 만큼 경관이 좋다.
내려오면서 뒤돌아 보는 간월공룡의 모습은 수묵화처럼 단아하지만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동양화 한 폭이 된다.





(신불공룡능선.. 더 당겨지지 않아서..)





(나뭇잎을 다 떨궜던 겨울산도 벌써 녹색기운이 돈다)





(절벽에 서 있는 소나무.. 인생이나 나무나 절벽에서 버티기는 쉬운 일 아니다)





(수 백길 절벽 아래 임도로 내려가는 산객들..)





(912봉, 그 아래 천길바위도 보이고..)





(바로 아래가 등억리, 멀리 울산 문수산과 남암산도..)

조망이 훤히 트인다. 울산 문수산, 남암산, 동대산, 국수봉,
치술령, 토함산, 삼태봉, 왼쪽으로 고헌산, 상운산, 귀바위가
조망되고, 발 아래로 등억리와 간월산장도 보인다.





(간월공룡능선도 거칠어 밧줄을 타고 내려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간월공룡능선은 왼쪽의 신불공룡능선에 비하여
규모는 한 수 아래 같아도 오히려 거칠기는 한 수 위..





(간월재 방향, 잘록한 부분이 간월재)





(가로막은 바위를 돌아내려..)





(다시 몇 번의 바위벽을 타고 내리니..)





(간월재로 이어지는 시멘트길 임도를 가로질러..)





(내일이 경칩이라더니 등로가 질척거린다. 개구리가 나올 수 있으려나..)





(호젓한 길을 잠시 이어가다 비탈진 송림으로 )





(5분 가량 내려서면 신불산과 간월산이 품은 계곡이 나온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얼음같이 차다. 계류가 맑은데 곳곳에 무속인들이 켜놓은듯 촛불이 켜져 있고
제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심지어는 돼지머리까지 나딩굴고..
이렇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오염시키다니..
단속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아롱진 모습이 신기하다)





(산정은 아직 겨울이더만.. 역시 봄은 강에서 올라 오는 것.. )







(겨우내 꽁꽁 언 얼었던 계곡도 힘찬 계류를 내려 보낸다)

경칩(驚蟄) / 오정방

우수와 춘분사이
자는 듯 조을더니

드디어 때가 되니
기지개 펴며 깬다

지구를
들어올리는
우렁차다 저 소리







(오랫만에 간월산장에 들러 국수 한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라면이 빨리된다고 했지만.. 맛있게 먹었던 국수가 생각나
국수를 시켰더니 한참만에 나왔다. 시장하기도 했지만 아무생각없이
한참 먹다보니 찍사 본능이 발동하여 찍기는 찍었는데..
음식 잘 찍는 사람들 먹는 걸 두고 어떻게 참는지..ㅋㅋ





(오늘 하룻길을 마무리한다.)





(신불산_간월산공룡능선 산행개념도)

시골 가는 길에 우포늪에도 들려보고 싶은데 벌써 4시..
5시반까지는 가야 일몰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서둘러야겠다.

계획에도 없던 신불공룡능선과 간월공룡능선을 다녀왔다.
5년 전쯤 이 길을 다녀온 것 같은데 어제 다녀온듯 눈에 익고 정겹다.
어제의 산이 오늘의 산은 아니지만.. 항상 변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의연한 모습으로 반겨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산에 들기 전에 찌부둥하던 몸도 산을 나올 때는 컨디션도 회복되는 것 같다.
김장호 선배의 알파인 에세이집 제목같이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신불산정에는 수정같은 얼음꽃이 겨울인냥 피어 멋부리지만
홍류폭포는 얼음기둥을 녹이며 폭포수를 쏟고 있다.
곧 산수유가 피고 매화가 화신을 전하겠지..
오늘도 좋은 산을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