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의 밤이 깊어 갈 수록 山情도 깊어 가고..

2011. 9. 14. 23:48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알의 밤이 깊어 갈 수록 山情도 깊어 가고.. 

(대구_경북비박산악회 정기산행에 동행)



○ 2011. 8. 27 ~ 28    날씨 : 정상부는 짙은 안개
○ 양산시 원동면,하남면 /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상북면



 



 

그렇찮아도 지난 주말 지리산 가려고 했는데
'외인'에서 영알 야영가자고 하여 계획까지 변경했건만
비가 와서 산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휴가 때 옥룡설산 갔다
온 이후 2주 연달아 산에 들지 못해 온 몸이 찌부둥하여
이번 주말에는 혼자라도 영알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혹시나 하여 기웃거리는데 마침 '고리뫼'에 범봉 야영이 떴다.
마감시간이 지났지만 꼬리를 붙잡았더니 자유인님한테서
9시 20분 문수고 앞으로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번 범봉 산행은 대구경북비박산악회 정기산행에
고리뫼가 동행하는 산행이다. 잘 됐다.





(청수골 산장.. 박 배낭 메고 오면 거의 이곳이 들머리)

9시 20분 문수고로 나가니 벌써 자유인님과 태양님,
듀뽕스님과 게스트 한 분이 기다리고 있다. 차 한 대로
이동하면 좋으련만 내일은 주일, 혼자 아침 일찍 내려오기 위해
2대를 가져가야 하는데 자유인님이 내일 아침 범봉에서 제일
빠른 하산길인 불승사 입구에 내 차를 주차시키고 가자고 하여
고마운 마음에 그럴까 하다가 불승사에 주차시키고 약속장소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아 청수골로 향하다 배내고개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10시.
대구에서 제우님을 비롯하여, 렬이님, 멀리 성남의
대단한 산꾼 무심님 등이 벌써 와 있다.







(오늘은 좌청수골을 버리고.. 계곡을 건너 우청수골로..)





(습도가 높아 이내 땀이 범벅이 되고..)

배낭이 무거워서인지 일찍 무릎에 신호가 왔다.
무리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뒤쳐져 천천히 오른다
혹여나 영알의 영롱한 별빛을 만날 수 있을까,
황홀한 석양, 찬란한 일출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삼각대와 망원렌즈까지 챙기다 보니 카메라 짐만 5kg.. 
하지만 오늘도 짐만 될 것 같은 예감..





(마지막 계곡에서 두번째 휴식..)





(한피기 고개 능선 4거리)

직진하면 통도사, 우측은 염수봉, 좌측은 영축산, 신불산 방향..
이번 산행 코스는 일단 주능선을 타고 범봉에서 야영을 하고,
다음날 청수골 또는 신불서릉으로 갈 것 같고..
나는 또 교회가기 위해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배내고개로 새벽같이 출발해야 할 형편..







(죽바우등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11)











(이 맛이지..)







(눈 앞의 구름의 변화가 심하다)









(바쁠 것 없는 터라 조망처마다 짐을 내려놓고..)





 

 
(갈 방향, 멀리 영축산은 구름이 걸려 있고..)





(까마득한 죽바우등 내림길)





(25)





(함박등)





(함박재, 백운암으로 내려설 수 있다)







(함박재 안부에서.. 산에들면 바위가 되고, 산이 되어..)





(그래도 늦기전 범봉까지는 가야지..)









(진행방향 모습과 뒤돌아 본 모습)





(장쾌한 능선.. 저 마루금을 따라..)





(여기서도 청수좌골로 내려설 수 있다)





(먼저 간 산우의 추모비가 있는 영축산 직전봉)





(영축산 안부.. 정상까지 200m)

직진하면 영축산 정상, 좌측으로 가면 단조샘,
우측으로는 지산리로 내려설 수 있다.





(영알에는 이렇게 큰 정상석들이 키재기를 한다)

양산시에서 세운 영축산 정상석이 그렇고,
밀양시에서 재약산 정상에 천황산이라 잘못된 정상석이 그렇고,
재약산 수미봉에 세운 번지수 잘못된 재약산 정상석이 그렇고
운문산 정상석도 헬기를 동원하여 세운 정상석들이다.
자연속에 부자연스런 정상석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영축산에서 범봉은 정북방향이라 안개속이지만 방향만 잡고 걷는다) 

조금 뒤쳐져 여유를 부리며 걸었더니 일행은 어디까지 갔는지

짙은 안개 속에서 가늠도 안된다. 울산지역은 지형상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동남쪽 끝부분에 위치한 관계로 기상변화가 심하다.

특히, 영남알프스는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여서 지나가는 구름도 

산정에서 쉬어가고, 안개도 자주 끼는데.. 그 중에서도 신불평원 단조샘 부근

안개는 유별나서 영남알프스 지형을 잘 아는 사람도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에베로리지 가는 길, 출입금지 경고판)


 


안개 자욱한 범봉.. 밤도 깊어가고 산정도 깊어간다











(2진, 3진도 합류하고.. 내일 또 4진이 합류할 예정)

오늘 밤 범봉에는 멀리 성남에서 부터 수원, 대구, 포항, 울산, 부산 산꾼들까지..

가히 전국적인 모임이 되었으니 대경산방이 대단한 것 같다.







(산은 혼자 와도 좋고, 이렇게 어울림이 좋다)











(셰퍼, 요리사, 조리사가 모두 범봉에 출동한듯..)

생오징어 데침, 동태전, 새우구이, 오리훈제, 고등어, 고래고기,
이름도 모르는 ??, 뭘 먹었는지 기억도 다 나지 않는 범봉 산상만찬!

산정에 취하고 산중인심에 취한다.


혼자 산에들면..

햇반 하나, 라면 하나로 한 끼를 때우고

묵언수행하듯 귀만 활짝 열고 자연의 소리에 도취되는데

산은 혼자와도 좋고 어울려 와도 좋다.







(다음 날 아침.. 대부분 잠들어 있는 시간 인사도 못하고 출발,,)





(신불재 내려가는 길.. 가시거리가 20m는 되려나)





(가을을 준비하는 억새, 억새밭)





(신불대피소, 신불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이 정겨운 대피소의 운명도..)

산장지기가 일어 났으려나 하면서 신불대피소로 내려서는데
텔레파시가 통한듯 산장지기님이 부시시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온다.
시간이 있으면 모닝커피라도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신불샘에서 라면 끓여 먹고..)

물 떠러 왔다가 배내고개까지 그냥 가기는 무리일 것 같아
라면을 끓였는데 아뿔싸! 김치없이 아침에 라면을 먹는 맛이란..
그래도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나니 든든하다.





(신불샘 부근에는 개당귀꽃이.. 천상의 화원이다)







(다시, 신불산 오르는 길.. 완전 안개속, 오리무중!!)





(안개가 조금 엷어지면서 신비한 모습을 연출하더니)





(신불산 정상이 나타났다)





(신불산 양쪽 데크에는 텐트 몇 동이 쳐져있다)





(신불산 정상석..)

정상석 고도 1,209m를 지형도에 나와있는
고도 1,159.3m로 하루빨리 바로잡아 주었으면..





(안개비로 수정구슬이 맺히고..)





지금 영남알프스는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참취, 산오이풀, 유난히 노란 원추리, 구절초)







(하얀 참취와 노란 원추리를 짝지워 본다)







(거미는 거미줄로 곤충만 잡는 것이 아니었다)





(산행길이 인생길 같다는데.. 이런 모습은 더더욱 그렇다)





(이미 가을은 시작되었다)

봄은 강바닥에서 올라 오고,
가을은 산정(山頂)에서 내려 온다.





(새악시같이 수줍게 피어난 억새꽃) 

아직은 새악시 같지만 머지않아 가을이 올테고,

가을이 되면 영남알프스 광활한 평원에는 억새꽃들이 은빛 물결로 일렁이면서

산객들의 마음을 유혹하겠지.













(미역취, 짚신나물, 은꿩의다리, 산오이풀, 송이풀)







(응달에는 아직 꽃을 못피운 돌양지와 이끼가..)





(늘 보던 모습도 안개가 신비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모싯대와 네귀쓴풀)





(이전에는 장날같던 간월재도 요즘은 한산할 정도)

데크에 텐트 몇 동이 보인다.
간월재로 오르는 임도에 차량진입을 통제하여
최소한 1시간 반 이상은 수고하며 올라야만 간월재에
오를 수 있다보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임도에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 막은 순수하게
산의 훼손을 막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쌍수들고 환영할 일인데..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은 딴 나라 사람들인가?
모르긴 몰라도 케이블카 수익을 올리려
차량을 통제하는 것 아닐까!





(안개가 짙은 간월산 방향)

간월산, 912봉, 배내봉을 지나 배내고개로 가려던 계획을 바꿨다.
신불산을 내려오는데 무릎에 신호가 오는 것 같아 간월산 내림길도 신경쓰이고,

진행시간도 지체되고 있어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로 계획수정..





(영알 산정에는 안개가 장막을 치고 한창 억새꽃을 피우고 있다)







(간월대피소)











(강아지풀, 골등골풀?, 달맞이꽃, 물레나물)













(물봉선, 골등골나물, ?, 개망초, 황금마타리)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팝나물?, 닭의장풀, 층층잔대)





(재약산 방향, 심종태바위가 보인다)





(임도 차량동행 연중 제한 알림)

"우리가 조금 더 힘들고 불편하지만 산과 사람이
다같이 건강하도록 걸어서 산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남부지방산림청 양산국유립관리소장"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말을 할 줄 알면서도 왜 영남알프스를 그렇게 훼파하는가?

올 가을에 개통하겠다며 120억원이나 들여 얼음골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또 신불산에는 얼음골보다 2배나

더 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안달하는 것은 무엇인가?
산을 아끼는 마음으로 임도 차량통행을 제한한 것처럼
말 한마디 문구하나도 광고카피처럼 사용하지 말고, 진정성 있고

책임성 있게 사용하고 그 마음같이 산을 아껴 주었으면 좋겠다.
신불산 간월산 허리에 생채기를 낸 임도가 왜 필요하며 큰 비만 오면

산이 무너져 내리는 신불재를 넘는 시멘트 포장길이 왜 필요한가!
산의 물길을 건들면 산이 무너져 내리고 산에 구조물을 설치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한 번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이 어려운 것 아닌가?

일개 지자체장이나 돈에 눈먼 개발론자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마음대로 훼손할 권리는 없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쓰다 그대로 돌려주어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드뎌, 배내고개.. 애마가 보인다)







(배내골 방향(위)와 덕현(덕현천)방향

주말 혼자라도 영알에서 하룻밤을 보내려 했는데 

마침 좋은 산친구들과 함께 들 수 있어 좋긴하였는데

토욜 산에 들면 항상 아쉬운 것은 주일 아침 일찍 내려 오느라

일행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하고 아쉽다.

이번에는 처음 만난 산꾼들과 통성명도 제대로 못했는데

아침 일찍 단잠을 깨울세라 조용히 짐을 챙겨 먼저 하산을 했다.

고리뫼 자우방장님과 멀더님도 이 곳으로 향하고 있을텐데..

 

평소 불편을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무릎이 정상이 아니어서 

신경쓰인다. 신불산에서 간월재로 내려올 때 무릎에 신호가 오는데다

간월산 오름길에 안개가 너무 짙어 간월산, 912봉, 배내봉을 거쳐 

배내고개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임도를 따라 내려 왔다.

앞으로 산행은 배낭 무게도 줄이고, 무리한 산행은

자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될려나..

 

 

산은 혼자 들면 혼자 드는 대로,

어울려 들면 어울려 드는 대로 다 받아 주니 좋다.

함께한 산우님들 반가웠고 즐거운 시간이 되어 좋았다.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