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은빛 억새꽃밭을 가로질러가는 가을을 만나러
2011. 11. 1. 23:59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은빛 억새꽃밭을 가로질러 가는 가을을 만나러
2011.10. 9(일, 오후) / 구름많고 시원한 날
삼봉능선으로 올라 억새꽃 만발한
주일은 교회가고.. 이렇게 짜여진 일상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그 패턴이 깨질 정도로 많이 바빠졌다.
아는 사람들은 요즘도 열심히 산에 다니냐며 안부를 묻고
더 가까운 사람들은 요즘 왜 산에 잘 가지 않느냐 한다.
그래.. 그런 것 같다. 이미 알게 모르게 나와 산은
뗄래야 뗄 수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찌 이 가을에 산에 들 틈도 만들 수 없으니
안달이 날 수 밖에.. 주일 예배를 드리고 곧장 집으로 와
절정일 영알의 억새도 궁금하고,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영알을 장식할 석양도 보고싶어 카메라 챙기고,
야간산행 준비를 하여 늦은 시간 집을 나섰다.
시간! 바쁠수록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산! 삶이 힘들수록 더 찾아야 하는 곳!
(신불산등산 안내도.. 불승사 입구)
오늘도 하산을 염두에 두고 불승사로 향했다.
불승사 코스는 삼봉능선으로 올라 계곡쪽으로 내려오면
등로가 짧기는 하지만 가파른 오르막과 탁트인 조망,
암릉미까지 느끼며 영알 주능선에 접근할 수 있고,
하산시간도 짧아 근래에 자주 찾는 길이다.
(직진하면 신불대피소.. 왼쪽길은 삼봉능선으로..)
(아래는 가천, 위로는 삼봉능선의 제1봉.. )
영알에도 가을이 찾아오니
산들은
꼭꼭 숨겨두었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꺼집어 내어 아름답게 단장을 한다
(오른쪽 신불공룡능선과 오른쪽 영축산 방향)
(삼봉능선 1봉(호랑이봉,범봉)의 위용/위), 2봉(남근봉) 옆구리에 1봉 이 보인다)
(드디어 3봉(돌탑봉, 1046m), 오른쪽은 신불산)
`
(주능선에 오르니 만발한 억새가 반겨 맞는다)
(억새벌판에서도 가을꽃 용담은 다소곳이..)
온통하얀 무채색의 억새밭에 엑센트를 찍듯
눈부신 보라색 용담이 영알의 가을을 지키고 있다.
(멀리 영축산까지 장쾌한 능선에 펼쳐진 억새 평원.. 좋다!)
이전에는 재약산 아래 억새평원이 유명했지만
근래에는 잡목이 많이 침범하여 이제는 오히려
신불산에서 영축산까지 이어진 억새밭이 더 멋진 것 같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풍경인데 억새가 만발하고
산객들까지 많이 찾으니
더 좋다!
(참 아름다운 길.. 억새꽃까지 만발하였으니 금상에 첨화!)
억새 / 권도중
지나올 수록 할 말이 많고
살아갈 수록 부대낌이 많은
이 언덕 오르기엔 숨차지만
저 언덕보다는 절실한 곳
가득한 가을로 오라
억새처럼 흔들리며
(산에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 감동..)
(단조늪 억새밭에서 바라보는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모습)
(가을, 그 가을과 함께 억새밭을 가로지르는 산객들,,)
(구름속의 태양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지만..)
(53)
(세월만 빨리 흐르는 것이 아니다)
몸보다 마음보다 계절도 빠르게 이행한다.
한 시절 곱던 산오이풀도 등 떠밀려 쇠잔한 모습
가을꽃들은 이미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영축산에서 바라보는 오룡산 방면)
영남알프스는 산이 높은 만큼 절경도 많다.
서쪽 사면은 골이 깊어 심산유곡을 품고 있지만
동쪽은 깎아지른 직벽에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늦게 산에 든데다 30여 분 영축산에 머무르다 보니..)
산객들은 거의 하산한 상태.
대구에서 오신 산객들에게 음료수(?)와 간식도
대접받고청수좌골 내려가는 길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멀리 경기도에서 왔다는 산대장 한 분! 급한듯
다짜고짜로 통도사를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느냐 한다.
이유인즉.. 단체산행을 와서 좌청수골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여자 한 명이 통도사로 내려가고 있다고
하여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참 딱하기는.. 하산지점으로 가지않은 일행도 문제지만,
30명 넘는 산행객을 이끌고 다니는 안내산악회 산대장이면
대상산 등산지도는 기본 적으로 준비해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지산리 가는 길과 지산리에서 통도사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 줬는데 어찌 잘 만나 났는지는 모르겠다.
늦은시간까지 산에 머무는 바람에
안내해 줄 수 있어 감사하다.
(62)
(63)
(햇살 한 줄기가 살포시 영알에 내려앉았다)
(69)
(!)
(73)
(구절초도 가는 세월에 버티기 힘든듯..)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억새가 만발하니 더 멋있다)
억새가 없는 영알.. 생각도 말아야지!
(오늘은 유난히 구조헬기가 많이 뜬다)
삼봉능선을 오르고 있을 때도 한 대가 떠드니만
이제 하산 하려고 하니 또 한 대가 떴다.
산이 좋아 산에 들지만 산에는 위험요소도
많은 만큼 무엇보다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구름이 옅어지면서 하늘도 조금씩 열린다)
(아리랑,스리랑리지.. )
(드디어 마지막 사람이 들려 올라가고.. 오늘만 영알에 헬기가 4번 떴 다고 한다)
(수리취도 이 계절이 버겁기는 마찬가지인듯..)
(구름이 조금만 옅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지만..)
그것은 욕심!!
(사람이든 자연이든 있는 그대로 봐 주자)
욕심만 줄이면 이 자체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아늑한 노을빛 은빛 억새)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이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입을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이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없는 수 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 흘려주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
내 생에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시집 '나에게 사랑이란' / 시선사
(오늘도 신불재 데크에는 텐트 한 동이 쳐지고..)
밤새 서걱이는 억새의 노래를 듣겠지..
별들의 밀어는.. 구름이 질투하지 않아야 할텐데..
(억새밭 너머로 노을이 지며 하루가 저문다)
(산 아래 도시에는 불이 하나 둘 들어오고.. 하늘에는..)
(어둠이 내리자 신불대피소도 정적만..)
2주전에 이어 오늘도 장관을 이루며 억새평원 위로 지는
영알의 모습을 기대하며 망원렌즈까지 챙겨 왔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은데.. 억새가 꽃술을
훌훌 날리기 전에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산정(山頂)은 일찍 어두워진다.
6시 15분인데 조금 전까지 중천에 떠 있던 달이
구름속에 숨어 버리자 등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해졌다.
인적도 없는 길.. 헤드라이트를 켜고 내려 오는데 바로 아래에서
인기척이 나길래 지금 영알에 드는 야영객인가 했더니 아뿔싸!
야간산행채비도 안한 두 사람이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는 캄캄한 길을
마침 라이트 빛이 강해 두 사람을 앞세우고 내려가는데 미안할 정도로
평소에 잘 알던 길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 산이 좋아 산에 찾는 여러분!
대상산 지도와 나침판, 헤드라이트, 그리고 방풍의 하나쯤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마무리 못했던
산행을 오늘에사 서둘러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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