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낸듯 신불공룡-간월공룡능선 원점회귀 산행

2011. 12. 30. 01:24山情無限/영남알프스

 
 
 

 


전세 낸듯 신불공룡-간월공룡능선 원점회귀 산행
()





○ 2011. 12. 24    날씨 : 추운날, 바람강함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일원






오랫만의 산행이다.
산이 몹시도 고프지만 도대체가 주말에 시간이 나지 않았다.
가을을 그냥 보낸 후 11월 한라산을 갔다 온 후로 거의 한 달 보름만이다.
산이 어디가지 않는다 해도 산에 가야 산꾼이지. 내가 봐도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이 해가 가기 전에 영알에서 하룻밤을 보내려고
궁리를 해 보지만.. 어디 12월이 그렇게 녹녹한 달인가!
마침 넷째주 반토막이지만 토요일 오후까지는 장마철 구름 트진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비치듯 틈이 생겨 금요일 밤에 영알에 들면 되겠다 싶었다.
마침 달이 없는 그믐이어서 영알의 별들도 더 초롱초롱할 것 같고
근래 유난히 붉은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어디 년말년시의 시간이 내 시간인가?
그렇게 금요일 밤에도 산에 들지 못하고..
토요일 새벽 영축산 일출이나 만나봐야겠다고 늦은 밤 배낭
챙기려다 졸려 잠깐 누웠다 일어난다는게 일어나니 벌써 7시..
그래도 영알에 인사는 해야겠기에 느즈막이 집을 나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하다가 등억으로 차를 몰았다.





(등억 신불산 들머리)

들머리에 선 시간은 10시 5분.
오늘이 올 겨울들어 제일 추운 날씨라더니 볼이 시리다.

비 온다고 밥 굶느냐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행을 즐기는 산객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아마도 산사랑이 좀 덜한 산객들은
날씨가 추워서 그럴 것 같고, 또 열혈파들은 하얀 눈길을 찾아
북쪽으로 갔는지.. 북새통을 이루던 간월산장앞 주차장도
헐빈하고, 적적할 정도로 산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등로를 보수하는 인부들..)





(직진하면 간월재, 간월산.. 왼쪽 홍류폭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머리 위로 보이는 신불공룡능선)







(얼기 시작하는 홍류폭포)

홍류폭포는 높이가 약 33m나 되는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폭포로 물줄기가 소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바위에 부딪혀 비산되면서 물보라를 이루는데
햇살을 받기라도 하면 띄우는 무지개가 장관이다.

한 여름에는 서늘한 기운이 발길을 붙잡고, 겨울에는
빙폭을 이루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사철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고 클라이머들이 빙벽등반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흘러내린 계류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서
내려오는 계류와 합류하여 작괘천을 이루고
작괘천은 태화강으로 흘러든다.





(시그널의 폐해, 유익한 면도 있지만 요즘은 너무 심한 것 같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객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산을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것인지
자성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 아닌가!

우선.. 시그널을 함부로 달지 말자!







(신불공룡능선의 핵심인 칼바위 능선)

격렬한 용틀임을 하던 공룡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거대한 삼각 바위들이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위아래로
요동을 치며 이어진다. 양쪽으로 수십 길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바위를 지나다보면 마치 백척간두에서
곡예하며 걷는 듯한 느낌..





(오늘 날씨가 춥기도 춥고, 바람도 세차다)

여태 공룡능선이 이렇게 한산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바라클라바로 무장한 두 사람을 내려온다. 반가워서
인사를 했더니 입이 얼었는지 대답이 잘 들리지 않는다.
산 아래 기온이 영하 4도, 기온이 조금 올랐다해도
고도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이 0.65도씩 낮아지니까
고도를 약 1000m 가까이 올렸으니 계산상으로 영하 10도..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대니 체감온도는 영하 15~20도
아 끝이라는 끝은 다 시리다 못해 콕콕 찌른다.









(35)





(간밤에 영알에는 눈이 흩날린듯..)









(암릉을 타고 가기 위험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이렇게 한적 할 수가..)

뒤에 한 사람이 암릉을 타고 따라오다
도저히 안되겠는지 우회길로 내려선다.
갑자기 몇 년 전 바람이 무지하게 불던 날
설악 용아를 걷던 생각이 스쳐간다.





(공룡능선 사면 뒤로 보이는 간월산, 가지산...)





(뒤돌아 보니.. 과연 공룡의 등뼈같다)





(눈이 많이 온 어느날.. 잡목숲 터널로 기어 오른적도 있었지..)





(장쾌한 능선과 신불평원, 저 앞 영축산까지는 낙동정맥이다.)





(흉측한 신불산 정상의 모습)





(영알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여 자주찾는 구간)





(멀리 낙동강 하구도 당겨보고..)





(영알에 온갖 시설물 설치에 앞서 신불산 표고나 바로 잡으시지..)

신불산이 영남알프스 산군중에서
가지산 다음으로 높지만 지형도상 높이는 1159.3m





(서봉 가는 길..)





(말잔등같은 영축산 가는 길, 그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천성산)





(다시 한 번 낙동강 하구언까지 당겨 보고..)

실수.. 그렇지 않아도 500mm 망원은
최대광각에서 약간의 비네팅 현상이 있었는데..
기온탓인지 렌즈후드가 잘 채워지지않아 정위치까지
채우지 않고 사용하였더니 그만 비네팅..







(山情無限!)

내 안에서 크는 산 / 이해인

좋아하면 할수록
산은 조금씩 더
내 안에서 크고 있다

엄마
한번 불러 보고
하느님
한번 불러 보고
친구의 이름도 더러 부르면서
산에 오르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조금씩
산을 닮아가는 것일까?

하늘과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산처럼 높이
솟아오르고 싶은 걸 보면

산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그냥 마음이 넉넉하고
늘 기쁜 걸 보면







(정말 산을 이래도 되는가.. 아예 아스팔트를 깔아라!)









(임도를 낸 산은 무너져 내리고.. 인공 구조물은 계속 들어서고..)







(데크를 설치한다고 바위에 구멍을 뚫고 쇠말뚝을 박고..)





(간월재 구조물들.. 훼손된 산허리.. 저멀리 케이블카 공사장)

일렬로 줄도 잘 세웠다.
야 이 사람들아..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이렇게 자연을 훼파하느냐?







(간월재 내려가는 길에 설치된 계단들..)

어떤 구간은 계단으로 계속 돌들이 흘러내리니
오히려 맨길보다 더 위험하고, 또 어떤 곳은 설치한지
몇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침목에서는 시커먼 기름이 배어 나온다.
산의 풀 한포기, 돌 하나, 풀벌레, 지렁이, 심지어 개미 한 마리도
하찮게 대해서는 안된다. 탁상공론자, 개발지상주의자, 환경파괴자들아!
제발 자연은 있는 그대로 좀 놔둬라! 당신들..!!
이 지구별이 창조되고 아름다운 자연이 형성되는데
기여한 것이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65)





(아들 딸 시집 보낸 것같이 황량해진 억새밭으로 간월재 골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이 아름다운 억새평원 간월재에 들어서는 휴게소)

간월재에는 무지막지한 데크를 비롯하여 인공 구조물이 많아
 구조물이 들어가지 않게 사진을 담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
설상가상으로 천혜의 절경인 간월재를 깎아 또 거대한 휴게소(부지/998㎡)를
짓고 있으니.. 간월재는 이전의 그 아름다움을 이미 상실했고
앞으로도 이 휴게소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쓰레기로
주변환경이 얼마나 오염될까 심히 우려된다.





(간월산 오르는 길..)







(난장판이 되어버린 간월재)

간월재에서 이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시선 둘 곳이 없다. 산정에 올라와서까지 이런 모습을 봐야하다니..





(간월공룡.. ?봉)





(천길바위)





(간월산에서 내려오는 산객들..)





(바위비탈에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들..)









(8)





(간월재 모습)







(나름의 자기자리는 있다. 평지든 절벽이든..)

간월공룡능도 험한 만큼 경관이 좋다.
내려오면서 뒤돌아 보는 간월공룡의 모습은
동양화처럼 단아하지만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저 곳에 저런 길이 왜 필요할까?)

창조주는 인간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주었는데
교만한 인간은 자연을 잘 보존하기는 커녕 마구 훼파한다.
저 골짝에 시멘트 신작로가 있어야 할 이유가 뭔지도 모르겠다.
계곡을 가로지르며 콘크리트 포장길을 내다보니 큰 비만 오면 길이
끊기고 산이 무너져 내린다. 자연은 잠시동안 맡은 지자체장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것도 담당공무원이 그렇게 맘대로 계획 할 수 있는 것도
몇 푼 돈에 눈먼 건설업자가 맘대로 파헤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 쓰는 것.., 우리 세대는 자연을 잘 보존하여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할 위대한 유산이다.





(튼튼한 밧줄을 설치한다고 한 것 같지만..)

직경이 50mm가 넘는 나이론 밧줄은
손에 꽉 잡히지도 않고 미끄러워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 주었으면..





(간월공룡도 등로가 제법 거칠어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 밧줄 구간..)





(드디어 암릉구간이 끝나고 호젓한 숲길..)





(이정표.. 이제 다 왔다)





(여기에 왜 이런 길을 내어야 했을까?)

영알에 들어 아름다움에 도취할 수만 없는 것은
정말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탁상공론하는 개발지상론자들이 영알을 사대강에
속도전으로 보 막듯이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며 나서니
정말로 큰 일이다. 앞으로 국립공원화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난장판이 된 간월재는 옛 모습을 잃었고,
산길 곳곳에 흉측스런 구조물들이 쉴새없이 수없이 들어서고,
얼음골쪽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더니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제는 신불산에 케일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안달이다.
정말이지 영알을 더 이상 훼파해서는 안된다.
제발 있는 그대로 좀 놔두길 바란다.





(신불산과 간월산이 만든 계곡을 건너..)





(원점회귀 하니 4시 3분)





(신불공룡-간월공룡 산행개념도)

5시간 코스를 6시간만에 원점회귀를 했다.
오랫만에 산에 든데다 날씨도 춥고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서
산행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다녀 올 수 있어 감사하다.
영남알프스는 장쾌한 주능선을 따라 종주를 하는 것도 좋고,
주능선에서 갈래친 지능선을 따라 원점회귀할 수 있는 코스도 많아 좋은데
오늘 다녀온 신불공룡-간월공룡능선을 함께 타고 등억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도 좋다. 이렇게 좋은 영남알프스를 30분이면
올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송년산행을 할 수 있을까?
올해 마지막 일몰과 신년 일출을
영알에서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