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밤은 찬란하고, 황홀경이었다

2012. 2. 18. 00:03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의 밤은 찬란하고, 황홀경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2012.2.11~12 / 추웠지만 하늘이 너무 맑았던 날
○ 홀로 올랐다가 이웃한 야영꾼들과
○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 삼남면 일원



 



 

내 몸은 내가 안다.
몸살이 나았는데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산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 분명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산에 가지 않으니 그게 계속 악순환이 된 것이다. 몸의
컨디션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공허함까지 겹쳤기 때문이리라.
내 병(?)은 내가 안다. 산우들과 약속했던 선자령 설박도,
산방기간으로 문이 닫히기 전 그렇게 가 보려했던 지리산 설박까지
연달아 놓치고 나니 이 겨울도 지난 가을같이 속절없이 보내고
아쉬워할 것 같아 겨울 끝자락이라도 잡고 영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다. 이전에는 몸살이 나도 빡시게
산을 타고 나면 씻은듯이 낫지 않았던가. 그래,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창밖 하늘은 눈 시리도록 푸르고 맑다. 
이런날 영알의 별빛은 쏟아질듯 찬란하고 영롱하겠지?
오래 전부터 영알의 별빛을 담아보고 싶었기에 이 때다
싶어 삼각대와 줌-렌즈까지 챙기고 나니 카메라 짐만 한 짐.
배낭을 메니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진다. 별빛도 별빛이지만
일몰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또 욕심이 발동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일찍 준비하여 나설껄.. 후회는 암만
빨리해도 늦은 것. 신새벽에 명선도 일출 담으러 갔다와서 늦은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쉬다가 푸른 하늘을 보자 영알에 들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어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서니 배낭의 무게는 아랑곳않고 마음이 바빠진다.
하여, 다음날 일찍 내려 오기도 좋고 빠른 시간에
주능선까지 접근할 수 있는 불승사 코스로 오르기
위해 차를 몬다. 근래 애용하는 코스다.





(산행 들머리)

오늘은 건암사 입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갔다.
다음날 하산시간도 벌겸.. 지난번엔 아랫쪽 공터에
주차시켰다가 앞을 가로막은 차 때문에 혼난 적이 있어
오늘은 건암사 입구에 주차시켰다.





(등로가 열리는 키 큰 솔숲길이 정겹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즈음..)

나타나는 조망대에 서면 왼쪽으로 삼봉능선의
제1봉과 2봉..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는 건천인줄 알았는데..)

추위는 지독한 자린고비, 아니 마술사!
조그만 물방울 하나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다 모아서 이런 빙벽을 만들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눈길이 나타났다.)

아무도 밟지않은 길을 맨 먼저 가는 것도 아닌데..
다져진 눈이 빙판같이 미끄럽지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저 눈이 좋다!





(조금 더 올라서자 신불대피소 데크에는..)

벌써 텐트가 대 여섯동이 들어서 있는데..
낯익은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green님이다!
달빛산악회에서 야영을 왔다며 고맙게도 함께
야영을 하자고 하였지만, 별과 좀 더 가까운
신불산 정상에 머물고 싶어서..





(신불평원의 억새.. 올 가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언 땅속에서도 뿌리는 봄날을 위하여
한껏 수분을 모으고 있겠지..





(현재 영남알프스는 온통 인공구조물로 도배중)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파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7kg가 넘는 카메라 짐에다 수낭에 물까지
채웠으니 배낭무게가 30kg을 넘어 신불산 정상까지
이어진 가파른 비탈은 한 발 한 발 내딛기도 힘든데,
밉단다고 데크공사를 하면서 등로까지 막아 놓아
길도 아닌 옆 샛길로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찮아도 아름다운 영알을 파헤치는 것이
눈에 거슬리고 못마땅한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 낙동정맥이 지난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태양은 지고..)

일몰 직전..
아슬아슬하게 신불산 정상에 올랐다.
신불산 정상 데크에는 벌써 텐트 3동이 들어서 있어
옆쪽 공터의 데크 얼음을 걷어내고 텐트를 치면서
넘어가는 해를 잡아본다.





(낙동강 하구도 당겨보고..)







(해는 졌지만.. 아직도 빛이 참 곱다)









(언양과 울산의 불야성)

불야성을 이룬 도시가 보석처럼 빛난다.
산방님도 신불산에서 이렇게 찬란한 야경은 본적이 없다고
감탄한다. 그렇다. 눈앞에 펼쳐진 황홀경을 담아보려고
셔트를 누르고 장노출로도 담아보려지만 마음만 앞서고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기온이 급강하하여 손도 곧고,
카메라를 인 삼각대는 바람과 카메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 절을 하듯 고개를 숙인다.

렌즈를 꽉 조이고.. 장노출을 주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았는데..





(해진 후 신불산 정상의 모습)







(죽바우등 후광은 에덴벨리 불빛)





(시나브로의 열중, 캬르릉님의 작품.. 감사합니다.)







(이웃 '영남알프스 솔로캠핑' 카페 야영꾼들의 초대를 받아)

포식할 정도로 잘 대접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좁은 땅 몇 사람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으로 연결되듯
야영꾼들은 더 쉽게.. 한 사람만 건너면 다 연결이 되는 것 같다.
몇 사람 되지않지만 울산, 부산, 김해에서 왔다는데.. 산정이
주는 분위기와 야영꾼이라는 동류의식이 스스럼없게 만들었다.
곧 혼자서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난다는 그 중 제일 연배인
보드카님은 '고리뫼'의 자유인님과 쭈니님, 카페지기 자우님도
잘 알고 있었고, '대경산방', 부산, 김해, 창원의 야영꾼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다 수더분한 인품까지 더하여 오래된 친구같이
마음 편하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기에 산방님은 또 같은 직장이고..

오늘 혼자 오면서 짐을 줄이느라 먹거리라고는
딸랑 라면 2개와 햇반 하나 챙겨오는 바람에
내어 놓을 것이 없었지만..

 




(화덕에서 타 오르는 불꽃은..)

이전, 캠파이어하듯..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보드카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좋은 때 영알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히말라야 트래킹 잘 다녀오세요.





(오늘 저녁 메뉴(?)는 소박한 라면이었는데..)

이웃 텐트에서 풍성한 식탁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텐트로 돌아와 침낭안에 넣을 물을 끓이려고 수낭의 뚜껑을 열려니
그 사이 기온이 얼마나 내려갔는지 수낭의 뚜껑이 얼어 붙어
날진통의 조금 남은 생수를 데워서 녹이고 물을 끓였다.
 
수낭을 텐트 속에 두었는데도 밤새 물이 꽁꽁 얼어버려 
아침에 수낭의 얼음을 다 녹이지 못하고 1kg이나 되는
얼음덩이를 집까지 지고 왔으니..









(영알의 찬란하고 영롱한 별 빛)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맑고 쾌청했다.
날씨까지 추우니 별이 더 초롱초롱 빛나건만
그 영롱한 별빛은 가슴에 담아야만 했다.
별의 궤적을 잡아보고 싶었지만 바람이 시샘하는듯
삼각대를 마구 흔들어 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도 담지 못했다.





(밤은 깊은데.. 에덴벨리 불빛은 대낮같다.)







(햇귀가 돌기 시작하다)

세상 살면서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일과
홀린듯 아무 생각없이 내달려야 할 일이 있다.'
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일출을 기다리는 것도
전자에 해당되지만..
요즘 일출을 그렇게 맞지 못하니..

오늘도 그랬다.
일출이 7시 15분 경인데
6시에 일어나서는 바람이 세차고 춥다고
침낭속으로 파고 들었다가 한 시간이나
보낸 후 후다닥 달려 나왔다.
정성이 부족했다.
그깟 추위에..





(35)







(새 날은 이렇게 밝아왔다)

천지 개벽하듯
눈이 번쩍 뜨인다.

가슴이 고동치고
숨이 멎는 것 같다
불씨가 불덩이가 되더니
가슴을 태우고
하늘을 태운다

여보게,
저것 좀 봐!
황홀하지 않는가!





(38)







(일출을 담고 있는 산방님과 캬르릉님)







(빛이 생명이고 부활이다. 어둠에 묻혔던 칼라까지 다 살려낸다.)





(42)





(43)







(신불산 정상의 해맞이)





(간월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가는 장쾌한 능선, 낙동정맥)

능선의 정점이 영남알프스의 주봉 가지산,
우측으로는 쌀바위를 거쳐 고헌산으로 이어가는 낙동정맥,
좌측으로는 운문산, 억산, 구만산, 낙화산, 비학산을 거쳐
밀양 중산마을에서 맥을 다하는 운문지맥





(정상을 내려서기 전에 다시 한 번)





(지리산 설봉이 나타났다)

지리산으로 간 고리뫼 산꾼들은 지금쯤
어디메서 산정을 나누고 있을까!





(오늘은 주일, 이제 하산할 시간..)





(야영한 데크를 한 번 뒤돌아보고..)





(신불산 오름길에 데크작업중인 인부들..)

그래 이 인부들이 무슨 죄인가!
설사 이 인부들이 영알에 데크를 놓고 있더라도
이 인부들보다 이 일을 꾸미고 작당하는 사람들이 백번 나쁘지.
태풍 속에서 몸을 가누지 힘들듯 자연을 훼파하면서
그것이 자연을 위하는 것인양 적반하장으로 호도하며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확대재생산하는 구조악이 문제다.
고발하고, 구조악에 맞서야 한다.





(좌청수로 내려가는 길도 데크..)

신불재는 사방으로 나무데크가 깔려있다.
이제 영알에 들면 인공구조물을 비껴서 시선둘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 온통 인공구조물로 철떼반죽을 해 놓았다.
이것이 산을 지키고 자연을 보존하는 방법인가?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





(범봉 오르는 길.. 목책은 눈에 거슬려도)

억새밭과 산이 이루는 하늘금은 아름다운데
끝없이 놓여진 데크는 볼썽사납기만 하다.





(신불대피소)





(신불샘도 얼어 물이 말랐다)

어제 중간쯤 올랐을 때 마침 내려오고 있던
신불대피소지기가 대피소 샘에 물이 마른 것을
알려주어
문수암에서 물을 준비해 갈 수 있어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
모르고 올랐더라면 물 떠려고 어디로 갔을까 싶다.
신불산 정상에서 일몰을보지 못했을 것이고..





(달빛산악회 green님 일행을 뒤로 하고..)







(때로는 빙판이 나타나고, 호젓한 길도 나타나고..)

등로는 들고양이 같이 거친 길도 있고
순한 양같이 부드러운 길도 있는데 대체로
오름길보다는 내림길을 더 조심해야 한다.
어쩜 산행이 이렇게도 우리 인생사 같을까!
마치 인생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내려올 때처럼..





(이 길이 참 좋다!)





(드뎌 날머리)

9시에 신불산 정상을 출발하여 10시 15분
애마가 있는 곳에 도착.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내려 온 덕분에
과속하지 않고도 예배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일몰과 보석처럼 빛나던 언양과 울산 야경,
손을 쭉 뻗으면 잡힐 것같던 까만 밤하늘을 수 놓던 영롱한 별들,
숨을 멎게 할 정도의 황홀한 일출..,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맞아 준 영남알프스, 함께한 멋진 산꾼들..
채 스무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움과
행복은 시간의 길고 짧음과는 별개의 문제 아니던가!
어제 산에 들 때 보다는 몸도 마음도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아 좋다. 감사하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