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듯 가지산 일몰을 보러올랐더니..
2012. 3. 18. 22:43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소풍가듯 가지산 일몰을 보러 올랐더니..
(이제 겨울을 보내 주어도 될 것 같다)
○ 2012. 3. 11. 쾌청한 날씨, 칼바람
○ 경북 청도군 / 울산시 울주군 / 경남 밀양시
전에는 토,일 격주로 산행을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주일날 산행만 하다보니 참석을 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엔 코스도 만길능선으로 올라 신불산, 간월산,
간월서봉을 거쳐 베네치아 산장으로 내려서는 코스.
세월님들이 자주 찾았던 추억어린 길이어서 얼른 꼬리를
달았는데 졸업도 하기 전에 취직이 되어 서울 가 있는
아들이 금요일 새벽에 내려와서는 토요일 오후에 간다고 하여
같이 먹으려던 저녁을 점심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오랫만에
찾아 온 기회였지만 아쉽게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다만 몇 시간만이라도 산에 들어야 새로운 한 주를
제대로 지낼 수 있겠다 싶어, 주일 일찍 예배드리고
오후에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언양으로 향하는데 전방으로
보이는 신불산과 가지산 봉우리가 눈으로 하얗게 덮혀있다.
그래.. 어제 비가 왔으니 영알 산정에는 눈이 내렸겠지..
갑자기 행복한 고민.., 어느 산으로 가지?
근래 신불산을 자주 찾은터라 이번엔 가지산을
오르기로 하고 운문령으로 차를 몰았다.
(가지산 정상부에는 하얀 눈이 어서 오라는듯..)
(오늘은 운문령을 들머리로 하여..)
운문령은, 지방도 69호선이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서
울산 울주군으로 잇는 꼬불꼬불한 고갯길인데 이 아래로
길이 940m, 폭 11.5m(왕복 2차로)의 터널을 2013년에
착공하여 2017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운문령에서 쌀바위까지는 임도가 나 있다)
요즘 산행은 거의 패턴이 정해져 있다.
거의 토요일 오후, 아니면 주일 오후에 산에 들어
일몰을 찍고 내려오면 야간산행이 되고 집에 도착하면
8시에서 8시 반경이 된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일몰 출사 다닌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한번씩 빡시게
걸어줘야 하는데 그저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다.
석남터널쪽에서 오르는 것 보다야 멀지만
운문령에서 1241m나 되는 영알의 주봉 가지산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 중의 하나다.
(임도를 버리고 낙동정맥을 따라 상운산으로..)
(상운산 오르는 길의 조망과 눈밭)
조망이 트인다. 머리 위로 귀바위가 나타나고
전방으로 우뚝한 가지산 정상과 중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응달 산사면에는 녹다만 눈이 추위에 얼어있다.
(귀바위, 귀바위에서의 조망)
멀리 하얀모자를 쓴 신불산,
바로위가 상운산
(상운산(上雲山) / 1114m)
고봉들이 즐비한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1000m가 넘는 산과 봉으로는 주봉 가지산(1240.9m)을 비롯하여
재약산(1189.2m), 운문산(1188m), 신불산(1159m), 상운산(1114m),
수미봉(1108m), 간월산(1069m), 영축산(1081m), 고헌산(1034m),
문복산(1014.7m) 등 10산(봉)이나 되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함박등, 채이등 등도 1000m가 넘고 이름없는 봉도 더 있고,
억산, 능동산, 배내봉 등 900m가 넘는 산과 봉도 많다.
상운산은 그동안 상운봉으로 불리던 것을 산으로 승격(?)된
봉우리로 지형도에 산으로 표기되어 있지 않다.
(상운산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문복산(1014.7m))
(상운산에서의 가지산~신불산 방향 조망)
(갈림길, 직진하면 지룡산 방향, 가지산은 좌측 방향으로..)
(가지산은 울산과 경북 청도 경계에 있는데)
물론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일원을
'운문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고 그 관할을
'대구지방환경청장.청도군수'라고 했겠지만.., 이전 울주군이
인근 경주시, 밀양시, 양산시, 청도군과 접하며 아름다운
산악군을 이루고 있는 영남알프스 7개 주요 산들을 "울주7봉"으로
축소하여 독점하려다 산악인들은 물론 인근 지자체들한테도
호된 비판을 받고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영남알프스는 인근 지자체들이 협력하여 생태와 경관을
제대로 보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게 좋을 것 같다.
(20)
(신불산과 숲 사이로 나타난 쌀바위)
(쌀바위의 위용)
(쌀바위의 또 다른 모습)
클라이머들에게는 좋은 암벽등반 코스, 흔적들이 보인다.
오버행 구간에는 고정확보물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쌀바위 대피소, 대피소 풍경..)
사진 몇 컷 담고 오는 사이 라면이 벌써나와 있었다.
양은 그릇이라 조금 모양은 나지만 아무 것도 넣지 않은데다
김치도 없지만 점심 때가 한참 지난터라 시장이 반찬이다.
배낭에 수저가 있건만 아무 생각없이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 산에서는 더 그렇다.
(쌀바위 전망대에서.. 눈 덮힌 가지산(위)과 신불산 정상부)
가지산 정상에 사람들이 많이 보일 시간인데도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칼바람이 불어도 나는 저 꼭대기에 가야한다.
(고슴도치 등같은 능선)
(누가 겨울산이 볼 것없이 황량하다고 했는가!)
(이제 가지산을 향하여..)
지금 시간 15시 35분, 오늘 일몰 시간 18시 27분
대피소에서 라면으로 민생고까지 해결하며 노닥거려 보지만
일몰까지는 아직도 3시간이나 남은 시간.. 정상에서
시간을 보내자며 출발을 했는데..
(쌀바위 뒷쪽은 여태까지와 다른 모습..)
응달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폭신폭신한 느낌은 아니지만.. 등로는 눈이 다져진데다
얼어서 많이 미끄럽다. 눈 밟는 소리도 뽀드득 뽀드득하며
정감있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빠지직 빠지직하는 얼음 알갱이 깨지는
소리가 꼭 절규하는듯 하다. 아무렴 눈도 자신들의 계절인
겨울이 가는 것이 아쉽겠지.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버텨 보려고
단결은 힘이라며 서로를 얼리면서까지 몸부림 쳐보고 있는 것이겠지.
미안해!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무심하게 아픈 마음까지 밟고 가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어쩌겠나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순환하는 것..
가는 겨울이 아쉽지만 이렇게 끝물의 눈길이라도 걸었으니
나는 그만 겨울을 보내 주어어 할 것 같은데..
(학심이골 내려가는 들머리 경고문)
(오른쪽으로는 가지산 북릉 뾰족봉(1140봉)이..)
(빙판같이 미끄러운 눈길이지만..)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길은 아니지만..)
눈이 귀한 울산이지만,
이마에 땀 조금 흘리는 수고를 하고 영알에 들면
이렇게 초봄까지 눈을 만날 수 있다.
(52)
(고사목은 세월의 덧없음을 알려 주려는듯..)
오래 오래 전, 처음에는 꿈 많은 새싹이었을테지
그 이후에는 해와 달과 비와 바람이 보살펴 주고 키워 주고
때로는 폭풍우, 북풍한설의 단련에 튼실하게 성장하여 드디어는
하늘을 가리는 그늘을 만들고, 새들이 깃드는 안식처가 되었다가
태어나면 죽을 때가 있듯 때가 되니 생명도 소진하고..,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또는 그리움인지도 모를.. 생명을 다하고도
쉬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있던 자리 지키다가 쉼없이 가는
세월과 함께 둥치만 남았구려. 몸체는 사위어 부러지고 넘어지고
형체마저 부서져 내려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
인간도 이와 별반 다를 것 없지않을까!
(정상이 가까워져 가는데..)
조금 전 몇 명을 만난 이후로 적막만이 흐르는
눈길을 고독하게 걷고 있는데 윗쪽에서 인기척이 나고,
곧이어 나타난 두 사람, 그 중 한 사람은 안면이 있어
자세히 보니 '사람과 레저'의 사진 잘 찍는 호그니님 아닌가?
하도 칼바람이 얼굴을 할퀴듯 때려 조금 전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바라클라바에 고글까지.. 완전 무장을 하여
알아보기 쉽지않을텐데.. 단번에 알아보는 호그니님.
그 사이 가지산대피소 지기도 짐을 지고 철수를 한다.
에구~ 이 추운 날씨 대피소에서 시간을 좀 보낼까 했는데
지금 내려가시면 어떡해요. 호그니님과 사진 한 장 찍(히)고
정상으로 향하다 빙판에서 돌풍성 바람에 날려
넘어질뻔 하고는 얼른 아이젠을 찼다. 자켓 안에
패딩까지 입었으니 완전 겨울산행 채비완료.
(중봉 뒤로 보이는 신불산)
(어제는 눈꽃이 장관을 이루었다는데..)
나목은 잎인냥 얼음을 덕지덕지 매달고 있다.
사진작가들이 하는말 운칠기삼, 특히 풍경사진은 더 그렇다.
화무십일홍이라지만 눈꽃은 반나절도 버티지 못한다.
어제 영알소식이 궁금하더라니까
(영남알프스 주봉 가지산 / 1240.9m)
영남알프스의 주봉,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주위의 재약산(1189m), 운문산(1188m), 신불산(1159m), 간월산(1069m),
고헌산(l034m) 등과 더불어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며 이들 가운데
가장 높으며 또한 낙동정맥중 가장 높은 산이기도다.
가지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가는 낙동정맥은
태화강과 낙동강의 지류인 양산천으로 물길을 나누고,
또 운문산을 지나 억산, 구만산, 중산, 낙화산, 보담산, 비학산을
이어가다 밀양 중산마을 가화강에서 맥을 다하는 36.7km의
운문지맥은 밀양강의 지류인 동창천과 동천의 물길을 가른다.
정상 부근에는 바위 능선이 많고 나무가 거의 없어 일망무제
특급 조망처로 영남알프스 최고의 조망처가 되어
맑은 날에는 약 500리 밖 지리산도 조망된다.
영남알프스는 가을이면 곳곳이 억새밭과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는데 1979년 11월 영축산(1081m), 천성산(920.7m) 등을
포함하여 가지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지산 북릉, 우측은 학심이골, 좌측은 심심이골)
(가지산 대피소에서..)
정상은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칼바람이 세차다.
칼바람을 피하려 대피소쪽으로 내려왔더니 이게 왠 일!
고맙게도 대피소지기가 문을 잠그지 않고 내려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컴컴한 주방쪽에 양심매점 표식이 보인다.
조금전 쌀바위 대피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데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지금시간 4시 40분, 2시간 가까이 남은 일몰까지
뭘하고 시간을 보내지.. 늘 쫓기던 일상에서 갖고 싶었던
여유가 생겼지만 딱히 할 일이 없다. 이럴 때도 있다니..
시집이라도 한 권 넎어 올껄..
(지금 기온 영하 7도, 바람은 초속 4~5m는 될듯..)
(운문지맥 운문산 / 1188m)
육중한 모습의 운문산은 "구름의 문",
또는 "구름이 머무는 산"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중봉, 낙동정맥은 중봉을 지나 신불산으로 이어간다)
(백운산)
(저 능선이 밀양시 경계라고.. 케이블카를 설치하였다)
밀양시 개발지상주의자들은 각성하라!
영남알프스 가지산에서 재약산으로 이어가는 산줄기 경계가
밀양시와 겹친다고 저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오만함! 이기심!
영남알프스 대부분이 속한 울산시에서도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안달이지만 저항에 부딪혀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데
저렇게 밀양시 경계에 조금 물려있다고 그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신불산에 케이블카 들어서는 것도 멀지 않은 일.
그뿐인가! 심지어는 그 아름다운 능선을 파헤쳐 풍력발전단지를
세우겠다는 발상까지 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런 발상을 하는
사람들아 당신들은 이 지구별이 탄생하는데 무엇 하나 기여한 것도
없으면서 왜 훼파하려고만 하는가! 지자체장이나 공무원이나 잠시
그 자리에 일하고 있지만 자연환경을 훼파할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고
회복이 된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이 자연은
후손들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것.. 잘 보존하여
그대로 넘겨 주어야 할 공공의 유산 아닌가!
영남알프스가 밀양에만 속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이런 짓거리 하기전에 국민의 혈세로
재약산 정상에 밀양시 명의로 세워놓은 천황산이라고
잘못 세워놓은 정상석이나 바로 잡고,
제발 산을 훼파하는 짓거리 그만두라!
(산너울이 춤을 춘다)
쫘악 당겨 보고 싶지만 바람이 세차서
삼각대는 엄두도 못내고.. 바위에 브라케팅을 하고
몇 장 찍어 보지만.. 생각같지 않다.
(영알의 골격미)
렌즈를 바꾸고 각 방향으로 몇 장 담아본다.
(얼음 덩어리를 지고 있는 나무들..)
비탈에 서 있기만도 힘들텐데..
(언양 11, 신불산 정상 삼각점)
(신불산대피소 뒤로 보이는 운문산)
(아지트, 햇살이 비치는 산장 창가에서..)
따뜻한 햇살 비치는 창가에 앉아
태양에게는 이율배반적이게도
해 떨어지를 기다린다. 해가 지면
대피소 실내 기온이 더 내려가겠지만
저 해가 지면 집으로 갈 수 있기 때문..
창가에 앉아 있기가 무료해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칼바람은 10분도
안되어 대피소로 돌아가게 만든다.
아지트.. 아지트라기 보다는 B/C가 낫겠다.
대피소 문이 잠겨 있었더라면 어쩔뻔 했겠나 싶다.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다.
(85)
(이제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신비롭다. 고맙다.
태양이 그냥 산을 넘어 집으로 직행하면
얼마나 멋쩍을까. 하루 일을 마치고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식하는 태양은 정말 멋있다.
인생도 마지막을 잘 장식하자.
(97)
(해가 졌다. 오늘도 하루가 저문다)
장관의 일몰풍경은 담지 못했지만
오늘의 해는 지고 산을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빙판이 되다시피한 눈길을 어두워 지기 전에
쌀바위까지는 내려가야 하는데..
(숲사이로 붉은 기운은 더하고..)
어둡기 전에 쌀바위까지 내려가려고
배낭속에 카메라와 렌즈를 다 챙겨 넣었는데..
자꾸 노을쪽으로 눈길이 간다. 카메라를 낼까 말까 하다가
그만 꽈당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는데도 감사한 것은 조금만
아래쪽에서 그랬으면 미끄럼을 한창 타야만 했을 것.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래 늦으면 얼마나
더 늦겠냐 싶어 카메라를 내어 두어컷 담고는
아예 느긋하게 걷기로 했다.
(하늘에 별들이 뜨기 시작하고..)
시내는 벌써 불야성인데..
화려한 시내의 불빛보다 하늘에 마음이 먼저 간다.
쌀바위 위로 뜬 별 두개가 유난히 밝다. 무슨 별이지?
삼각대를 세우고 별을 잡았다. 그래 실물이 낫지.
사진은 가슴을 설레게 했던 별빛이 아니다.
(언양과 울산쪽 야경도 한 장 담고..)
상운산 갈림길에서 운문령 내려오는 구간은
아름다운 도시 야경을 보며 걸을 수 있어 좋은데
오늘은 하늘의 별까지 쏟아질듯 초롱초롱하다.
(20:10, 운문령)
요즘은 산행다운 산행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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