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약산 수미봉에서 갈 길도 접고 노닐다가..

2012. 3. 26. 01:51山情無限/영남알프스

 
 

 
재약산 수미봉에서 갈 길도 접고 노닐다가..
(봄은 등로를 질척이며 오고 있었다)




○ 2012. 3. 18 / 가랑비, 짙은 구름 차차 갬
○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 밀양시 단장면



 


오늘도 오후 늦게 카메라를 챙겨 영알로 향했다.
산행이라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지만 근래 하나의 산행패턴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산에는 가야하니까..
오늘은 오랫만에 배내골 주암마을로 가서 심종태바위 능선으로 올라
수미봉-재약산-샘물산장-산막골로 다녀 오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오후에 산에 들면 시간에 쫓기기 마련이지만 일몰을 담으러 가면
일몰전에 사진찍을 포인트까지만 가면 되니까 산행코스가 좀 길더라도
크게 부담이 되지않아 좋다. 영알의 준봉들은 모두 2~3시간이면
정상까지 갈 수 있는데다 아예 야간산행을 작정하고 나서니까
하산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지
야간산행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







(배내고개 풍경,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내려앉아..)

차가 언양에 들어서자 차창에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는지 빗물이 흐를정도로
땅이 젖어있고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금새라도 비를 쏟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암마을로 갔다.
하늘이 찌부둥하여 산을 오를까 말까하는데
이미 유료주차장에 들어온 탓에 세리 같은 주인이
주차요금부터 달라고 하기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3,000원" 한다.
"오후만 주차하는데 좀 깎아주면 안됩니까?" 했더니
"이런 곳에 와서 3,000원이 문제입니까?"란다.
오후에 와서 반나절에 3,000원이면 많이 비싼거지..
주차비를 내니 "고로쇠 한 잔 하고 가세요"한다.





(바위 틈에도 봄은 오고..)

주암마을에서 산행 들머리는 세 곳이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농막골로 정상에 오르고,
왼쪽 간이화장실쪽 팻말은 주암계곡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
심종태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화장실 왼쪽으로 열린 길로 가야한다.





(고로쇠 집수장)

고로쇠 수액 나르는 아주머니들이
고로쇠 수액을 한 바가지나 떠 주셔서 다 마셨더니
이래 가지고 산에 오를 수 있겠나 싶다. 조금전 주차장에서도
2잔이나 마셨는데.. 고로쇠도 이제 끝물이란다.





(계류는 졸졸졸, 본격 들머리)

오늘 코스는 일단 심종태바위 능선을 타고 수미봉-재약산-샘물산장..
하여, 계곡합수점에서 계류를 건너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심종태 바위)

계류를 건너자마자 가파른 된비알이 나타나고 된비알을
10여 분 오르면 추모석판이 나오고, 이후 경사는 더 급해지고
밧줄까지 매달려 있다. 이렇게 한참을 오르면 심종태바위(777m)에 닿는다.
효자 심종태의 전설이 깃든 이 바위 정상에 서면 정면에 재약산(사자봉)이,
우측으로 능동산 배내고개 오두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하다.





(주암계곡, 982봉(왼쪽)과 주암계곡 뒤로 보이는 재약산)

여름에는 1급 피서지 주암계곡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조망이 일품인 비경지대)

몇 차례 암봉의 날등을 타고가다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낭떠러지에 걸린 소나무의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그냥 갈 수 없어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다시 주암계곡)





(호젓한 임도도 나오고..)





(심종태바위 뒤로 보이는 배내고개)







(전망대에서.. 맞은편 간월재, 전방에는 수미봉이 고개를 빼꼼이..)

몇 번의 전망대를 거치며 우측 발 아래
주암계곡과 같이 가다 호젓한 숲길도 이어진다.
고도를 서서히 올릴 즈음 겨울산의 푸른빛 산죽이 길손을 맞는다.
심종태 바위에서 1시간 가량 진행했을 즈음 시야가 시원하게
뚫리는 전망대(982m)가 나타난다. 지나온 심종태 바위와
능선길, 그 우측 배내골이 선명하게 보이고
정면에 재약산 수미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간이휴게소)

조망대에서 내려서면 억새밭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재약산 수미봉이, 오른쪽으로 웅장한 재약산이
시야에 들어 오지만 그기에 맘 줄 수 없는 것은 등로가
완전 진창이어서 전방주시는 고사하고 아차하면 미끌어져
낭패를 당할 상황이어서 한 발 한 발 조심하며 내딛기에
급급하다. 그렇게 얼마를 내려왔을까 드디어 간이 휴게소가
보이고, '주암계곡' 팻말이 보이는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침목이 깔려있다.





(재약산 사자평원)











(같은 산을 두고 재약산,수미봉, 사자봉,천황산 참 혼란스럽다)

각 지자체는 공동으로 본래의 산이름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 후 산이름을 일원화하여 이정표도
정리하기 바란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된
산이름을 지형도에 표기하는 일일 것이다.





(재약산 수미봉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 하나를 세워도 제대로 세워야)

잘못된 열심은 오히려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설치한 잘못된 간판, 이정표, 정상석..
잘못되어 고치면 자기 돈으로 고칠 것인가!
내 돈보다 더 중하게 생각하고 심사숙고 했으면..







(이 정상석은 제자리가 아니다. 제 이름표가 아니다)

이 이정표를 세운 밀양시 공무원의 이름을 바꿔서
불러주면 기분이 어떨까? 산이 무생물이라고 기분을 느끼지
못하니 괜찮다고?.. 이 정상석은 소위 천황산이라는 정상석이
서 있는 재약산으로 가야한다. 천황산은 1910년대 이전에는
사용않던 이름 아닌가? 고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천황산과 재약산 지명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가
각 각 언제부터인지 우선 확인하여 볼 일이다.
어렵지 않으니..





(잘못된 이름표로 많은 사람들이 천황산이라고 부르고 있는 진짜 재약산)

천황산은 일제 창지개명(創地改名)시 바뀐 이름일 뿐이다.







(여기가 좋사오니.., 넋 놓고 바라본다)









(山情無限)









(시전천(川),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밀양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된 밀양 얼음골과 너무 가까워
문화재 훼손문제로 설치 논란이 일었던 밀양 케이블카가
오는 4월 공사를 끝내고 늦어도 6월초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행될 전망. 밀양 케이블카는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와
남명리 일대 구연마을~진참골 계곡 남측 정상을 연결하는
길이 1734m, 50인까지 탑승, 왕복 약 19분 소요.
사업비 약 200억원 소요, 사업 주체인 한국화이바의
자회사인 ㈜에이디에스레일이 운영예정.
탑승료는 8000원~9500원 사이에서 책정.

여하튼, 밀양시에서 이 케이블카 설치를 시작으로
울주군이 추진 중인 배내골과 재약산 사자평 연결 등산로
5~6㎞ 확․포장, 재약산 사자평 일대 7만6천 평 관광단지 조성,
생태․승마․몽골텐트체험장과 파크골프장 건설 등의 개발계획이
봇물터지듯 영남알프스 일대가 개발열풍에 휩싸일 것"이라는
지역 환경단체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간월산과 신불산, 그리고 그 사이 간월재)





(층층폭포 & 차마고도)

더 아래로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배낭을 수미봉
정상에 벗어두고 카메라만 챙겨오는 바람에 층층폭포가
잡히는 지점까지만 내려와서 한 컷 담아본다.
누구는 한국의 차마고도라고도 표현한 길..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미 마음은 여기에 닻을 내렸다.
몸의 열이 식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다시 길을 나서기가 쉽지않은데.. 여기가 좋사오니..
실제적인 이유는 야간산행을 그 질척거리는 등로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머물더라도 일몰이 되기 전에 내려가려고..





(문수봉 능선쪽에서 바라본 수미봉 모습)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사방을 돌아본다)





(샘물산장, 케이블카 승강장,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신불산과 중봉)





(54)





(에덴벨리 슬로프는 아직도 하얀 눈이..)





(수미봉 정상에서 진짜 재약산을 본다)





(봄은 이렇게 오고 있었지만..)

정말 한 눈 팔 겨를이 없다. 당면의 문제는
이 지뢰밭같은 질척이는 등로를 언제 벗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일몰까지 포기하며 욕심 줄이고 밝을 때
하산하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같다.







(다시 간이휴게소로 내려와 뒤돌아 본 재약산)

오늘도 무거운 삼각대를 짊어 지고 왔건만
한 번 펼쳐 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고 가려니
본전생각도 나지만 딱히 펼쳐볼 기회가 없었다.
사실, 오늘 재약산에서 일몰 찍고 샘물산장 거쳐
1018봉 옆 농막계곡으로 내려갈까 했는데..





(토끼 피하면 호랑이 나타난다더니)

심종태바위 능선 982m봉 전망대 직후부터
주암계곡 갈림길까지 내려 오는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내려갈 때는 질척이는 길을 피해서 간다고 주암계곡길로
들어섰더니.. 여기는 완전 못내기할 논 같고 중간중간 얼음까지
숨어 있어 발 내딛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았는데 다행인 것은
그 상황이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이 즈음 이 지역은 늘 이랬었다.





(계곡은 아직도 한 겨울인듯..)

그러나, 얼음짱 밑으로는 계류가 졸졸졸..





(봄은 얼음을 녹여 시내를 만들었다)





(주암계곡 호젓한 산 허릿길)







(주암계곡에 들어서면서부터 전방으로 보이는 심종태바위)

심종태바위의 '심종태'는 사람 이름. 전설로는,
효성이 지극했던 심종태는 부모님 제사를 위해
송아지를 키웠는데 간밤에 도둑을 맞았다. 송아지를 찾아
근처 산을 샅샅이 뒤지던 그는 큰 바위의 동굴에 이르러
일단의 도적떼를 만났다. 심종태는 도둑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에 감복한 도둑들은 송아지 대신 금은 보화를 선물로 줘
무사히 부모님의 제사를 지낼 수가 있었다 한다. 그 이후
사람들은 심종태가 금은 보화를 얻은 바위를 효의 상징으로
심종태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바위에는
도적떼가 머물렀다는 동굴도 있다고 한다.





(66)





(가로등도 들어오고 주차장엔 내 애마 한 대만..)





(주차장)

50,000원 주고 고뢰쇠 수액 1말을 샀다.
끝물이어서 그런지 5리터 짜리 통 하나를 더 주었다.





(산행지도)

봄은 겨울의 흔적을 지우면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언 땅을 녹이고, 얼음을 녹여 시내를 만들다.
재약산 일몰을 기대했는데 뜻하지 않은 난적을 만났다.
등로가 너무 질척거려 일찍하산을 했지만. 내일도 어김없이
태양은 뜨고 질테니 때 맞춰 다시 한 번 올라야 겠다.
 
일제에서 해방된지 70년이 다 되어 가건만 아직도
진정한 해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니
그 중, 창지개명으로 이름이 바뀐 지명들도 하루빨리
제 이름을 찾아 주고 일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재약산 오를 때마다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오늘 산정무한(山情無限)을 느끼며
지뢰밭같은 등로를 무사히 통과하며
산행을 잘 마친 것도 감사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