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에서 봄마중하며 노닐기

2012. 5. 4. 19:32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알에서 봄마중하며 노닐기
(봄은 봄이지만.. 산정은 아직 준비중)



○ 2012. 4.22 15:00 ~ 19:30 / 흐렸다 쾌청, 바람심함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신불평원 일원 / 홀로



 


어제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 새벽까지 쉬지않고 내렸다. 봄비답지않게
여름 장마비처럼 내려 소생하는 식물들에게는 생명수같은
단비였겠지만 근래 산행할 시간내기도 힘든데다 멀쩡하던
날도 주말만 되면 비를 내려 산에 드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이전같으면 "비오는 날 밥 굶느냐" 면서 산행과 비는 별
상관이 없는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걷는 산길이 정겹기까지 했으니
우중산행도 문제될 것 없었고, 비와 구름이 즐기는
운우지정의 풍경에 매혹당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같은 현상을 두고도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다니..
역시 그 차이는 열정의 문제아닐까!
인생에 있어서 열정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열정과 결과는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듯이
열정은 난관과 문제, 고통마저도 녹여,
그 마저도 즐길 수 있게하니 말이다.

영알에 봄이 어떻게 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 주간의 묵은 때를 씻어내야 또 일주일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겠기에 일찍 교회갔다가
오후에 영알에 들었다.







(숲에는 연두색 생명의 찬가가 울려 퍼진다)

순결한 연두색 어린 잎들이 춤추며
한 주간 탁한 도시의 색깔로 어두워진 눈을 씻어준다.
그래 매연으로 찌든 폐부도 씻어 내야지..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산에 빨려든다.





(우뚝한 삼봉능선의 1봉(호랑이봉, 범봉))

삼봉능선은 2개의 암봉과 정상(무명봉)까지
봉우리가 셋이어서 삼봉능선이라 부르는데.. 코스는
건암사쪽 들머리에서 신불대피소 오르는 길로 4분 여 오르다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왼쪽길로 들면 송림으로
느릿한 오름길을 이어가다 이내 급비탈로 변한다.
가파른 길을 올라 능선에 서면 조망이 트인다.
능선상에 있는 암봉 2개(범봉, 남근봉)를 우회하여
능선을 따라 오르면 헬기장을 거쳐 3봉.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가는 영알 주능선 낙동정맥이다.





(1봉을 왼쪽으로 돌아 바위를 타고 오른다)

범봉을 우측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좌측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좌측으로 돌면
바위를 타고 올라야 된다.







(한가로이 1봉에 올라.. 누워서 하늘을 본다)

구름은 파란 하늘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린다.
세찬 바람은 변화무쌍한 그림을 쉬지않고 그린다.
바람은 부산스럽게 움직이지만, 난 한가로이
넋 놓고 그 그림을 감상한다.







(봄은 강에서 올라오고..)

진달래가 앞장서 남근봉 바위를 타고 오르고
뒤따르는 연두색 잎들은 산중턱을 오르고 있는 중





(2봉 암벽을 돌아 올라)





(멀리 보이는 영축산, 동릉이 낙동정맥이다)





(유유자적, 이번엔 2봉에도 올라본다.)

그동안 삼봉능선으로 자주 올랐지만
1봉과 2봉 봉우리에 올라본 기억이 희미한데
오늘은 이곳 저곳 다 기웃거려 본다.





(2봉에서 신불리지가 훤하게 보인다)

지난 국해의원선거날 신불리지등반할 계획이었는데
비가 와서 취소.. 언제 저 바위를 올라 보지?





(저공비행하는 구름 한 더미)





(좌측으로 보이는 천성1봉, 희미하게 보이는 부산 금정산 장군봉)





(2봉 내려서기 전 진행방향)





(뒤돌아 본 범봉(1봉))





(정상직전 헬기장)





(신불산 휴양소 방향)





(18)





(1046봉 쪽에서 본 삼봉능선)







(쓰리랑리지 3봉(위), 6봉(아래))





(영알 동쪽사면은 흐름이 급하다)





(어떻게 암릉 위에 자리를 잡았는지..)





(에베로리지, 그 뒤로는 실폭포가..)







(소리없이 세상은 변하고 있다)





(영축산 독수리바위)





(할 일없으면 장독깬다고.. 다시 한 번 당겨본다)





(29)





(32)







(반란! 저 아랫쪽에도 내란이 일어난듯..)





(35)





(함박등, 죽바우등 위로 구름이 몰려간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노란 제비꽃은 고개를 내밀고..)







(영축산 방향)







(금강골, 장제골은 제법 계류가 되어..)

금강폭포가 있는 상단은 금강골,
왼쪽의 큰둘레골과 만나고 부터는 장제골..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듯.. (황무지/T.S 엘리엇)
군사격장의 포화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다.







(아리랑, 쓰리랑 리지)





(진달래도 꽃몽우리 터뜨릴 날을 기다리고..)





(45)





(1급 야영터)

데크보다도 맨땅이어서 좋고,
시장통같은 간월재보다 조용해서 좋고,
주변 조망이 좋아서 더 좋다.





(500mm 렌즈의 위용. 울산시내 태화강까지 당겨온다)





(1046봉, 전위봉에서 아리랑리지로 내려설 수 있다)







(골격미와 말잔등같은 부드러움의 조화)







(1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이런 억새평원이 있다니..)

오름길에서 부부 한 쌍을 만난 것 말고는
오늘 신불평원에서는 산객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영알 평원을 완전 전세낸 기분이다.





(다시, 문수산 남암산 너머 울산방향)





(신불산휴양림 방향, 청석골)









(억새밭, 영알은 억새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와 울산을 떼어 생각할 수 없듯이
억새가 없는 영남알프스를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개발지상주의자들이 포크레인까지 동원하여 이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를 훼파시키는 것이 안타깝지만..





(하늘이 너무 맑고 깨끗하여 하산을 해야겠다)

세찬 바람이 구름을 다 날려버려 하늘이 맑아졌다.
오히려 일몰은 평범해질 것 같고, 새벽까지 큰 비가 내린뒤라
내림길이 많이 질척거릴 것 같아 일몰전에 하산하기로 했다.
산에 들 때만 해도 적당한 구름속에서 장관을 이룰 모습을
기대했는데.. 어찌 하늘의 일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겠는가!
다시 영알에 들라는 뜻으로 알고 이렇게 좋은
오늘, 영알에 든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







(억새밭 그리고 신불공룡능선)





(하늘억새길 안내도)

5월 1일 준공예정으로 울산시와 울주군이
15억원을 들여 영남알프스에 하늘억새길을 만들고 있다.
코스는 간월재에서 신불산과 영축산, 천황산, 능동산을 거쳐
다시 간월재에 이르는 29.7㎞로 국내 최장이자, 최대 억새
탐방길을 만들어 년간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게 하겠단다.

하늘 억새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야 좋지만 그 이전에 자연을 보호,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았어야 했다. 온통 세말뚝을 박고 기름먹인
침목과 데크를 깔면 어떡하나. 아스팔트를 깔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산에 와서는 흙을 밟고
바위를 밟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또 중요한 한가지..
밀양시에서 "재약산"을 "천황산"으로 부른다고
하늘억새길에서도 "천황산"이라고 온 천지에 떠 벌리는데..
과연 "천황산"이 어디에서 근거하고, 유래하는가!
이번에 제이름으로 바로 잡아 주기 바란다.







(신불재에서 신불산 방향.. 온통 데크)









(신불재대피소와 대피소앞 물좋은 샘터)







(69)





(등로는 도랑이 되어 버린 곳도 있고..)





(71)





(숲 사이로 보이는 삼봉능선)









(진달래와 ?꽃)







(질척이는 등로, 계골물도 많이 불었다)





(수묵화같은 '신불산 산행도' / 신불산 이도사 作)





(숲엔 소나무만 있는줄 알았는데..)

산에 갈 시간내기도 힘들고,
갔다온 산 정리하기는 더 힘든 것 같다.
습관이 병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만
그냥 사진만 올리면 당일 끝낼 일을 훗날을 생각하며
한줄이라도 토를 달려다 보니 숙제가 되어 버렸다.
숙제같은 인생보다야 축제같은 인생을 바라지만
이상과 현실은 늘 거리가 먼 것 같다.
그 괴리를 좁히려는 과정이 인생아닐지..

이렇게 영알에 올라 봄마중 하며 노닐 수 있는
건강과 시간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살아있는 자체가 기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