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진동하는 영남알프스에서의 하룻밤
2012. 5. 10. 01:23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생명이 진동하는 영남알프스에서의 하룻밤
(산에 가야 산꾼, 산에 가야 산사람을 만난다)
○ 2012. 4.28 ~ 29 / 날씨 : 흐림, 바람심함
○ 울산광역시 상북면 영남알프스 일원
○ 홀로 / 산에서 산친구들을 만나다
야영을 하기에는 더 좋은 계절이어서 없는 시간 만들어
다음 주 청산도로 야영을 가려 했지만 사정이 생겨 취소하고,
지리산 가는 팀에도 합류할 수 없는 형편, 생명이 진동하고 연두빛
새 순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 좋은 계절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언제나 편안하게 받아주는 영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영알 인근에 살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근래 산행준비를 하면서 장비를 빠뜨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일반산행시 산행장비를 빠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야영의 경우는 더하고, 동계산행일 경우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산행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근래 산을 싶게
오늘은 물을 가득 채운 날진 수통을 빼먹고 집을 나선 바람에
MSR 수낭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박 배낭을 30분 만에 꾸렸으니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산행준비는 아무리 많이 해도 넘치지 않으니까.
(봄은 강에서 올라 오는 것)
(하늘을 떠가는 쪽배)
(오늘은 신불재대피소 데크에서 하루밤 유해야겠다)
오랫만에 져보는 박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마음은 설레고 가볍다. 당면의 문제는 주능선까지 오르는 일..
도중에 두 번 쉬고 쉬엄쉬엄 오르니 이내 신불재대피소가 보이고
데크에는 벌써 헥사타프 한 동과 텐트 2동이 설치되어 있어
인사를 하니 상병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란다.
신불재에 오르니 과연.. 텐트를 치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세차 돌아 내려와 대피소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편리하고 인기있는 야영지이기는 하지만
길목이어서 내가 선호하는 야영지는 아니다.
(J3 팔도강산.. 열정이 대단한 멋쟁이 산꾼)
하루밤 머물 저택 부럽잖은 1평짜리 텐트를 쳐 놓고
옆 집에 마실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이마에 불을 단 범상찮은 산객들이 신불대피소에 들이닥치길래
혹시나 하고 봤더니 멋쟁이 팔도강산이 보이는 것 아닌가!
지금 "J3 실크로드 100km 종주" 중에 있다며 저녁 해결하러
신불대피소에 들렸다고 한다. 반가웠다!
왠 사진이 이렇게 나왔담..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
그 마음씨 좋은 상병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라 한다.
상병씨가 매개가 되어 이렇게 또 연결이 된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순수해서 참 좋다.
(이내 이웃이 되어..)
옆 텐트 젊은 친구까지 불러 들여 분위기는 익어가고
산정도 더하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젊은 친구가 내가
존경하는 1+9 선답자 구경쟁이님 아들이라고 하지 않는가!
'모전여전'이 아니라 '모전자전'.. 그 어머니의 그 아들..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믿음직스럽기까지 했는데
사진 한 장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옆 텐트들은 불이 끄는데 한창 열 올리는 옆 텐트)
(야밤에 카메라를 챙겨 주능선에 올랐다)
구름이 낀데다 노출을 길게 줬더니..
보름달도 아닌 것이 보름달같이 담겼다.
주능선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신불재에는 텐트 한 동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바람이 심해서인지 원래 가려고 했던 신불산 정상 전망데크에는
아무도 텐트를 치지않았는지 불빛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바람자는
맞은편으로 몰렸는가? 오늘 같이 좋은 날 영알에 야영객이 이렇게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야심한 밤 벌써 모두 잠들었나..
혼자 괜한 생각을 해 본다.
(울산, 언양, 양산방향의 야경)
영알능선은 오늘도 바람이 심하게 분다.
산 아래 불야성을 이룬 도심의 찬란한 불빛이 황홀하기까지 한데
카메라가 많이 흔들려 선명하지 않아 아쉽다.
(재약산 방향과 영축산 방향 하늘금)
(한 시간 넘게 주능선에서 노닐다가..)
텐트로 돌아가니 주변 텐트는 모두 잠자리에 든듯한데
옆의 'U대 산악 텐트는 왁자지껄 시끄럽다. 젊으니까 그렇수도 있겠다
이해를 해 보려 하려고 보지만 주변을 아랑곳 않고 너무 크게 떠든다 싶다.
이웃 텐트의 산객들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듯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있으면 밤새 떠들고 놀 것같아 소리 좀 죽여달라고 했는데도
30분 이나 더 계속하더니.. 한참 후 밖으로 나왔는지 데크가 쿵쿵울린다.
산행예절, 야영예절을 지켜야 한다. 특히 대학교 산악회라면
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젊음을 발산하며 산정을 나누고 싶다면
야영객들이 많은 이 곳에 텐트를 칠 것이 아니라 범봉이라든지..
다른 산객들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지.
하루가 가니, 또 새날이 밝아 오고..
(햇귀가 돌기 시작한다)
어젯밤 옆 텐트에서 심하게 떠들어 대는
바람에 잠을 설친 탓인지 눈을 뜨니 5시 10분,
일출시간이 5시 33분인데.. 마음이 바빠졌다.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능선에 올랐다.
일출 전·후 30분
일몰 전·후 30분
이 시간대가 사진빨 제일 잘 받는 시간인데
오늘 늦었구나 생각했는데'' 순간 다행(?)이다 싶었다.
마치 거지가 불난 집을 보고 불날 집이 없어 좋다고 한 것 같이.
오늘은 구름이 일출전 황홀한 모습을 가렸기 때문..
웃음이 나온다. 이런걸 다행이라 생각하다니..
(문수산 뒤쪽 대암호 주변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같이..
(두터운 구름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미는 태양)
어쩌랴 황홀한 일출을 기대했지만..
이 마저도 영알의 지극히 자연스런 일상인 것을..
(울산의 이른 아침을 당겨본다)
울산시내까지 당겨지는 렌즈가 대단하다.
도심의 세세한 풍경과 사람까지는 잡히지 않지만
필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지런한 사람들이 새벽을 깨웠겠지
새벽시장은 상인들로 활기가 넘칠테고,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리라. 혹 어제는 실망하고 절망했을지라도
오늘은 새 희망을 안고 하루를 열고 있겠지.
(삼봉능선의 2봉(남근봉))
(영남알프스 주능선에도 진달래가 피었다)
지난 주 왔을 때는 꽃몽우리만 맺혔더니..
산은 그냥 그대로 있는듯 하면서도
오늘의 산은 어제의 산이 아니다.
(이 방향, 저 방향 당겨본다)
심심하면 장독깨듯이 딱히 잡히는 풍경도 없어
낯익은 풍경들을 잡아본다.
(태화강줄기를 따라 어렴풋이 피어 오르는 물안개)
(산 너머 산, 그 너머 바다)
산에 올라야 산 너머 산이 보이고,
산 너머 바다도 볼 수 있다.
(무지개는 아닌데..)
(물안개가 제법 세력을 확장하는 사이)
(하늘에서는 구름이 바쁘게 변신을 거듭한다)
(진달래꽃 너머로 보이는 언양과 울산의 풍경)
(삼각대와 50-500mm 망원렌즈)
영알에 오를 때 꼭 동행해야 하는 친구들..
(하늘은 캔바스, 날틀이 선을 쫘악 긋고 지나간다)
(약한 햇살에도 진달래가 수줍은듯 얼굴을 붉힌다)
그래서 사진은 빛의 예술, 기다림의 미학이라 하나 보다
(붉은 기운이 도는 장생포 앞바다, 화학공단 방향을 당겨본다)
(봄은 연두색을 앞세우고 정상으로 진군중)
(영변의 약산 진달래.. 울산의 영남알프스 진달래)
사실.. 영남알프스는 진달래 명산은 아니지만
진달래 색깔은 어느곳 못지않게 곱다. 어찌아랴! 억새가 영알에
둥지틀고 자리를 잡았듯.. 이 진달래들이 뿌리를 뻗치고
종자를 사방으로 퍼뜨려 군락지로 변모시킬지..
(자꾸 눈길이 가는 대암호 물안개)
(멀리 진하 앞바다도 당겨보고..)
(88)
(가천마을 방향)
(드문드문 피어있는 진달래.. 때깔이 참 곱다)
(멀리 정자 앞바다.. 그리고 울산시내까지..)
(억새밭을 뚫고 고개를 내민 노랑제비꽃)
(98)
(배내고개로 떠나는 구경쟁이님 아들..)
낮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아니 먼동이 빨리텄다
오늘 일출 시간이 05:33분인데 반해 지난 1월달은 07:30분 경이었다.
1월에 비해 일출이 2시간이나 빨라졌으니 한층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10시까지 차량을 회수하면 교회갈 시간이 충분하다. 겨울은 일출후
1시간 30분 이내에 하산을 시작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사진담기도 바쁘고 아침도 해결못하고 하산하기 급급했는데..
함께 야영한 팀들은 각자 영축산 방향으로, 신불산 방향으로
떠나고 마지막으로 나도 하산을 한다. 오늘은 느긋하게
아침까지 해결하고 출발을 해도 여유가 있다.
(데크를 내려서는 침목 사이에서 개별꽃이 인사를 하고..)
몇 발짝 내려서니 노랑제비꽃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 옆에는 현호색이 수줍은듯 눈맞춤을 하자하고..
(산벚꽃나무 아래를 지나니 권경업 시인의 시가..)
저건 소리 없는 아우성 같지만
실은, 너에게 보이려는
사랑한다는 고백이야
생각해 봐
저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그것도 겨울밤을, 비탈에 서서
발 동동 구르며 가슴 졸인 줄
생각해 보라구
이제사 너가 등이라도 기대주니까 말이지
저렇게 환히 웃기까지의
저 숱한 사연들을, 고스란히
몸속에 품어두었던 그 겨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니
생각해 보면, 뭐 세상 별것 아니지만
먼 산만 싸돌아다니던 너가
그저, 멧꿩 소리 한가한 날
잠시 옆에 앉아 낭낭히 시라도 몇줄 읽어주며
"정말 곱구만 고와"
그런 따뜻한 말 몇마디 듣고 싶었던 거라구
보라구, 봐
글쎄,금방 글썽글썽해져
꽃잎 후두둑 눈물처럼 지우잖아
"산벚꽃 그늘 아래서"는 참 좋아하는 권경업님의 시다.
산벚꽃이 많이 졌지만 분위기를 잡아본다.
(바위 위에서 살아내는 생명의 경이)
(너럭바위에 누워 숲속 하늘을 보는 여유도 가지며..)
(다음 주에는 신불리지를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제법 힘차게.. 소리내어 흐르는 계류)
(겨울엔 이 숲에 키 큰 소나무만 사는 줄 알았다)
(산행들머리에 있는 전원주택)
(병꽃나무, 유채꽃, ?)
(한참 가까워진 문수산, 남암산)
아웅다웅 거려야 하는 세상가운데로 돌아오지만
산정에서 느꼈던 것 같이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자.
한 발 물러서서 좀 더 멀리 보자 그리고 일희일비하지 말자!
순간 순간 세상 전부를 건듯 숨막히는 경쟁, 전쟁같은 일상,
이긴들.. 진들.. 그게 종국에는 무슨 대수일까!
전리품도 시간가면 빛 바래고 대단한 것 같은 자랑거리들도
산정에 핀 풀꽃 하나만 못하고, 한 낱 안개같은 것.
내 한 발 물러서고 양보하여 세상이 변하면 좋겠고,
세상이 변하지 않아도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오리라!
산에서 내려오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세상 가운데로 뛰어들면 또 무리속에 휩쓸려
덩달아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산은 언제나 철없음을 질책도 않고
값없이 철들게 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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