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일색인 영알에서 초록에 물들다

2012. 7. 2. 00:13山情無限/영남알프스

 
 
 

 
초록 일색인 영알에서 초록에 물들다
(신불평원의 억새와 원추리 구절초는 정중동)




○ 2012. 6. 23 ~ 24 / 구름, 밤새 바람심함
○ 신불산 정상(불승사 - 신불산 원점회귀)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일원



 



 

점심을 먹고나서 배낭을 챙기다 보니
3시가 되었지만 날씨가 흐려 오늘은 일몰시간에 대한 
부담없이 어둡기 전에 야영지까지 오르기만 하면 되니까 느긋하다.
야영 배낭 메고 나설 때의 즐거움중 하나가 풍광좋은 자리 잡고
머물며
기다리며 사진 찍을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그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지불하는 댓가도 만만찮은데, 오늘은 (아들의) D80에 18-200mm를
장착하니 렌즈 하나로 접사와 망원을 동시에 흉내낼 수 있어
기동성도 좋아지고 무게까지 줄어 짐이 한결 가벼워 졌다.

날씨가 흐려 일몰과 일출은 기대않고 오른다.
사람을 좋아 하려면 그냥 좋아해야지 무슨 무슨 조건 때문에
좋아하다보면 그 조건이 사라질 때 좋아하는 감정도 사라질 수 있듯
산도 마찬가지, 산을 있는 그대로 그냥 조건없이 좋아해야지..
카메라를 챙겨 산에 오르다 보니 날씨와 일몰, 일출.. 상황에 
운기칠삼이라며 일희일비하기도 했지만 그러지 말아야 겠다.
가다 비경이나 좋은 풍광을 만나면 그것은 덤, 욕심을 줄이자. 
산에 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꽃 길을 따라 입산)





(비가 좀 와야할텐데.. 계곡도 많이 말랐다)







(초록세상)

말 그대로 초록 일색이다.
숲의 나무들이 신록을 맘껏 자랑하고 있는듯 하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온통 생명의 색 초록세상.
눈을 떠도 초록, 나도 초록에 물들었는지
심지어 눈을 감아도 온통 초록색이다.





(신록이 좋다)

먼산에서 뻐꾸기 한 마리가 뻐~꾹~ 하며
선창을 하면, 반대쪽 산에서 또 한마리가 뻐~뻐꾹 한다.
뻐꾸기는 이 좋은 계절에 왜 저리도 구슬프게 울까?
푸른색 울음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조망처에서.., 삼봉능선 남근바위도 당겨보고..)





(신불재 신불대피소, 인기있는 데크에 아직 손님이 없다)

평소 이 시간쯤이면 텐트 두어동이 처져 있을텐데
오늘은 아직 데크가 비어있다.









(온통 찌부둥한 하늘.. 태양도 구름속에서 빛을 잃고..)





(신불산 정상의 케른(cairn).. 저걸 몇 천만원 들여 쌓을 필요가)

등산용어로 쓰이는 '케른(cairn)'은 '이정표로 삼거나
기념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돌을 쌓은 돌무더기나
석총'을 이르는 말인데, 너무 도식적인 모습. 아예 2층 양옥으로 짓지..
하긴.. 저 아래 간월재에는 이 보다 더 큰 인공미 풀풀넘치는
집채보다 큰 돌빌딩이 있다. 공사비로 수 천만원을 썼다지..









(신불공룡능선)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남북으로 가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능선, 생긴 모습이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하여 공룡능(恐龍稜)이라 불린다.
공룡릉은 마등령에서 희운각대피소 앞 무너미고개까지의
능선구간으로 속초시와 인제군의 경계인데,

설악의 공룡능선과 비교할 것까지야 없지만,
암릉의 험준함이 공룡의 등줄기 같다하여 이름 붙힌 신불공룡능선.
조망좋은 능선은 좌우로 간월능선과 삼봉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산릉을 바라보면서 단애의 칼날같은 암릉 위를 걷는 짜릿한 코스.
멋진 풍광과 암벽사이에 피어나는 야생화와 이끼들까지..





(영축산 방향)

지금은 꽃이 귀해도 곧 원추리, 구절초로 수 놓겠지,
조용한듯 하지만 억새도 가을을 준비하느라 靜中動!

정상.. 땀흘리며 오른 것을 환영이라도 하듯 산들바람
한 줄기가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장쾌하게 펼쳐지는 평원.
가지산, 간월산, 영축산.. 그 뒤로 펼쳐진 끝없는 산과 구름.
눈 앞에 보이는 산과 구름의 모습은 산수화 한 폭.
영남알프스가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인사하는 태양)

잠깐 열린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던 태양은
금새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깐이지만 구름이 덧칠한
무채색 속에서 밝은 얼굴 내밀고 인사해 주어 고맙다.





(산 아래 도시에는 하나 둘 별같은 불이 켜지는데..)

구름이 커텐을 치는 바람에 불빛마저 가물가물.. 선명하지가 않다.





(초나흘달이다. 초승달은 밤하늘을 쪽배같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달은
눈썹같은 초사흘달.. 하루가 지났다고 그 새 제법 통통해져
쪽배같은 모습이 되어 서쪽하늘로 노를 저어간다.

크롭하니 제법 달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하늘 바다를 쪽배같이 떠가는 초승달.. )

인간의 대단한 지식(과학)은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닐 암스트롱을 달에 보냈지만, 그 순간 달나라에서
잘 살던 토끼는 계수나무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토끼가 사라진 달은 신화없는 역사같이 초라해 보인다.
나만의 감상이련지!





(좋은 산에 와서..)

야심한 밤 옆 텐트는 mp3 볼륨까지 높혀놓고,
주위는 아랑곳없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야영하며
산정에 취한 모습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심하다 싶다.
데크상단의 텐트 2동도 잠을 못이루는지 불이 켜져있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끝나기를 기다려 보지만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별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열을 낸다. 
산에 들어 무엇이 길고 짧은지 누가 잘나고 못났는지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있겠는가!
산은 비우라고 하는데..,
자연의 소리를 들으라고 하는데.. 
산에 와서까지 욕심의 잣대로 재려 하는가!

근래 영알에 야영꾼이 늘면서 야영예절도 무너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오히려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산정을 나눔이 상식일텐데 야영객들이 제일 선호하는
정상 전망좋은 데크에 터잡고 주위를 아랑곳않고 민폐를 끼치고
있으니.. 좋지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밤이 야심한데도 시끄럽게 떠드는 야영객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않고, 잠도 오지않아 능선을 걸었다.





(이정표)





(밤은 깊어 가고..)





(불이 다 꺼진 후 텐트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평소 누워서 잠을 기다리다 자는 적이 없지만
산에 들면 잠을 청해서 자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그냥 잠만 자기는 아까워서 일까?





(오랫만에.. 챙겨온 시집을 폈다)

도종환 시인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중

'먼길'이 꼭 지금 정경같다

하늘엔 별도 없고
대추나무 잎마다 달빛만 흩어지는데
끝도 없이 먼 어둠을 건너는 구름
밤을 새워 풀그늘에 벌레는 울고
이 땅의 길들도 모두 저물어
저마다 쓰러져 깊게 누운 날
걸어온 길도 걸어갈 길도
어쩌면 어쩌면 이리 아득해
몇 번이고 홀로 불을 켜고 앉아서
꺼지고 넘어지는 불씨를 안고
고요히 불러보는 그리운 이름
함께 먼 길 가자던 그리운 사람





(어두움, 불을 끄고, 귀를 쫑긋세우고..)

우리는 귀는 도시의 소음에 저려있고,
눈은 도시의 낮같이 밝은 빛에 익숙해져 있다.
컴퓨터 리셋하듯, 자연의 어두움 속 빛을 모아 보고
귀를 쫑긋세워 소리에 집중하고 소리를 모아본다.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보여 온다.
들리지 않던 땅의 소리, 나뭇잎, 풀벌레소리,
멀리서 잠 못이루는 새소리, 풀잎을 딛고
지나는 바람소리까지 들린다.

불을 켰을 때는 앞만 보였지만
불을 끄니 멀고, 깊은 곳까지 보인다.
가끔은 불을 끄고,
심연의 소리를 들어 볼 일이다.











(영알의 장엄한 일출은 구름속에 숨었지만..)

기후가 많이 바껴가고 있는 것 같다.
올 들어 몇 번이나 영알의 찬란한 일출을
보려했지만 거의 대부분 구름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오늘도 일출시간은 5시 8분이었지만 태양은
구름속에서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신불산 정상석과 하늘억새길 안내판)

평소에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지 않았더라도
어떤 계기가 있거나 새출발 할 때, 바로 잡으면 좋지 않을까.
하늘억새길을 열면서 비싼 돈 들여 안내판을 세우지만 비싼 값
못하게 아직도 재약산을 천황산(수미봉)으로 써 놓았다.
젠장! 재약산이 언제 제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참에 신불산 1209m로 되어있는 정상석 고도 표기도
1159m로 바로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







(지난밤 텐트 일곱 동이 쳐진 신불산 정상 남쪽데크)

간 밤에 아무 소란도 없었다는듯..





(31)





(32)





(영축산 방향, 낙동정맥길..)





(저 아래 신불재에도 텐트 두 동이..)





(신불대피소)





(삼봉능선.. 삼봉)





(신불공룡능선)





(신불대피소 데크에도 텐트 2동이..)

그럼 그렇지.. 어제 산에 오를 적에 비어있던 데크에
텐트 두 동이 들어서 있다. 텐트 5동은 칠 수 있는 곳인데
요즘 야영객들은 너무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적을 때야 그렇게 하더라도 좋은 장소는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좁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무슨 꽃?)





(범꼬리)





(기린초?)





(산죽숲을 지나..)





(폭포를 이루던 암벽을 타고 내리는 물줄기)





(이번에는 삼봉능선 1봉 범봉을 당겨보고..)





(가천마을 뒤로 멀리 문수산과 남암산이..)





(노루오줌)





(숲길이 좋다. 호젓한 숲길이 좋다)





(때죽나무)

때죽나무 별꽃 진 자리에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바짝 마른 계곡)





(49)





(드뎌 날머리.. 오늘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다)

그저께가 하지였으니 낮 시간이 길어진게 실감난다.
주말에 야영을 하면 주일 아침 일찍 하산하여야 하기 때문에
야영지 선택에 제약도 따르고, 겨울철에는 일출보고 바로
하산해도 늘 시간에 쫓겼는데 오늘은 느긋하게 아침까지
해결하고 내려왔는데도 9시. 시간이 한층 여유롭다.





(철쭉)









(밤꽃 / 찔레꽃 / 인동초꽃)







(무슨 꽃? 감자꽃 비슷한데..)

시간도 남고.. 오늘 사진은 온통 무채색 하늘과
초록밖에 없어 차를 세우고 길가의 꽃들을 담아본다.





(구절초 비슷한 샤스타데이지)

미국의 육종학가 루터 버뱅크가
프랑스의 들국화와 동양의 섬국화를 교배하여 만들었다는
개량종으로 화단용과 꽃꽂이 용으로 가꾼다.

*    *    *    *    *

산에 들 때는 사람들간의 산행예절도 지켜야 하고,
그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과, 개미 한 마리,
심지어 풀 한 포기까지 그 땅의 터줏대감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쓰레기는 물론, 큰 소리, 밝은 불빛도
자제해야 한다. MP3 음악도 산속에서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잠깐 머물다 가는 나그네에 지나지 않으니..

이번 야영은 무례한 야영객들로 인해 유쾌하지는
않았다. 이도 영알의 변해가는 한 모습이라 생각하니
씁씁하고..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아름다운 지구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할 유산.
결국은 우리들 하기에 달린 것 아닌가!



Adagio / Eleni Karaindrou
영화음악 '안개속의 풍경'중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