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촉촉히 내리는 신불산에서의 야영
2012. 8. 27. 00:29ㆍ山情無限/영남알프스
안개비 촉촉히 내리는 신불산에서의 야영
(이열치열하려 나섰다 피서가 되었지만..)
○ 2012. 8.18 ~ 19 / 홀로
○ 날씨 / 폭염 경보, 안개비 바람심함
○ 신불산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일원
낮에는 가마솥같은 더위로 견디기 힘들었고, 밤은
낮의 열기가 식지않아 열대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리라.
기록적인 폭염은 전력가뭄으로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비상사태
직전까지 가고, 급기야 MB의 치적(?)으로 내세울 사대강은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대재앙의 서막을 열고 말았으니..
강을 가로막은 댐의 보가 물의 흐름을 막고, 유속이 늦어진
강물은 녹조발생을 가속화시켜 강이 온통 녹조로 뒤덮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기까지 했다.
아무리 아니라 변명해도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는 일..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으니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않고', '고인물은 썩는다'
만고불변의 진리아닌가!
인간이 자연 앞에 행한 모든 불의는
부메랑이 되어 앞으로 더 많은 기상이변을 일으킬 것이다.
올 여름이 유례없는 더위라하지만 앞으로 여름은 더
전 지구적으로 대단위 환경파괴 행위와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면서
한편으로는 환경에 맞서 싸워야 하지않겠는가!
수은주가 4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 집에서 비싼 전기로
에어컨 틀고 피서를 하는 것보다 박 배낭을 메고
이열치열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집을 나선다.
결과적으로는 피서가 되었지만..
(작열하는 태양을 뒤로하고 입산)
(어제 내린 비로 폭포를 이루는 계곡)
(내일 하산 길에 찍을 수 있으려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하지만
일몰시간을 맞추려니 갈 길이 바빠
몇 컷만 담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폭포가 하는 말을 알 수는 없지만
오늘의 물이 내일의 물이 될 수 없듯
오늘의 모습을 내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느냐며 훈계하는 것만 같다.
(신불산 정상,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와 장막을 쳐 버렸다)
신불재에 올라설 때만 해도
잘 하면 해넘이를 만날 수 있겠다 했는데
신불산 정상이 가까이 오르자 점점 세어진 바람이
구름을 몰고 오기 시작하더니 신불산 정상에 오르자
갑자기 두터운 장막으로 사방을 에워싸 버린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바람에 태극기 날리듯 펄럭이는 텐트를
간신히 치고, 바람을 피해 텐트 안에서
버너를 피워 저녁을 준비한다.
(텐트 안에서.. 저녁준비)
채 1평도 안되는 텐트지만 별장이 부럽잖고
햇반 하나, 라면 하나로 떼우는 식사도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천국은 마음 속에 있는 것
자족하면 여기가 바로 천국
(어둠속에 어렴풋한 신불산 정상 캐룬)
카메라를 들고 나섰지만
제대로 보이는 것은 텐트를 밝히는 불빛뿐..
어둠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정상의 돌무더기와
어두워서 선명하게 보이는 반딧불이.
담을 수 있는 것은 다 담아본다
바람이 불고 안개비까지 촉촉히 내려
자켓을 입었는데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산 아래 도시는 오늘도 열대야로
고통스런 밤을 보내고 있을텐데..
(데크 바닥을 기어다니는 반딧불이)
(안개비 속에 흔들리는 불빛, 텐트가 심하게 요동친다)
구름과 바람의 거처, 밤새 안개비가 내리고
텐트를 날려 버릴듯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신불산 정상에는 목재 데크(전망대)가 둘 있는데
남쪽 데크는 전망이 탁 트여 북쪽데크에 비해 조망이 좋다.
재약산을 넘어온 바람과 청수골에서 올라오는 골바람까지
모두 맞으니 당연히 바람이 심할 수 밖에..
오늘 같이 사람이 없는 날은 자리잡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나 또 남쪽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구름장막이 조망을 막고, 텐트치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불어도 이 쪽이 낫겠다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태풍같은 바람이 밤새 바람이 불었다. 심하게 불었다.
야밤에 텐트를 옮길 수도 없어 선 잠을 자다 일어나
스트링으로 데크 난간에 사방을 동여매었지만
텐트가 날아가지 않은게 다행이다.
(구름속에서도 어김없이 밤이 가고 아침이 오니..)
구름속 찬란한 일출을 기대하였으나
5시경부터 7시까지의 모습은 그 모습이 그 모습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열렸다.
(커피 한 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운치있어 보이지 않는가!
(구름이 빠르게 움직인다)
온통 무채색이더니..
구름이 옅어지면서 억새밭의 초록색이 살아난다.
(신불산 정상, 반대편 데크에 야영한 팀들도..)
오늘은 혼자서 신불산 정상을 지키겠구나 했는데
밤늦게 한 팀이 올라왔다. 반가웠다. 잠깐 인사만 하고
돌아왔는데.. 텐트까지 찾아와 초대를 한다.
고마웠지만 피곤하여 자리에 누웠다
(구름이 걷힌 신불공룡능선)
(낮은 구름이 걷히자 파란 하늘엔 또 다른 구름이)
구름이 제트기같이 휙 지나가자..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 질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이 열렸다.
(구름이 바쁘게 요동치는 공룡능선)
(신불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품앗이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어젯밤 늦게 올라와 반대쪽 데크에 텐트를 친
일행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증명사진 한 장 남겼다.
(신불재 내려가는 길)
(신불산 표지석)
(멋진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데..)
점점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기다리면 멋진 풍경을 보여줄 것 같기만 한데
지금은 내려가야 할 시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어제 계곡에 남겨두고 온 폭포도 찍어야 하니
아쉬움을 남기고 걸음을 재촉한다.
(바람 자는 곳에서 돌양지와 원추리를 담았다)
요즘 영남알프스에는
산오이풀, 양지꽃, 원추리 등이 경쟁하듯
한창 서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내려오는 동안 바람이 심하여 아쉽게 담지 못했는데
바위 밑 바람자는 곳에서 어렵사리 이쁜 모습을 담아본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누가 보든 안 보든
때가 되면 지구별 한 구석을 밝히는 너들이 있어
영알이 더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낮은 구름 위로 또 다른 구름 그 위로 파란하늘)
(영남알프스의 구름과 바람과 억새)
(하늘은 도화지, 하늘은 만화경)
(?, 산오이풀, 참취)
(영축산 방향)
(어젯밤 태풍같은 바람속에서 잠 한숨도 못잤다는 산객)
나 보다 더 열심히 영남알프스 영축산을 지켰나 보다.
(변화무쌍한 아름다운 하늘)
(구름이 걷히자 문수산, 남암산 그리고 영축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갈 길은 바쁜데.. 발 길을 잡는 풍경들..)
(억새밭은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도 신불산 저상에는 구름이 노닐고..)
(신불대피소)
(140)
(자주, 물봉선, ?)
(숲에 내려앉은 찬란한 햇살)
(등로 요소 요소에 설치되어 있는 구급함)
(신불리지)
(호젓한 산길)
산길이라 해서 오르막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산길이라 해서 거칠고 힘든 길만 있는 것 아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잠깐이지만 정취있고 편안한 길도 있다.
인생길이 그렇듯..
(숲 사이로 보이는 문수산과 남암산)
(숲이 좋다)
나뭇잎을 흔들며 오는 산들바람..
뜨겁게 달군 아스팔트, 콘크리트 요새를 지나온
끈적끈적하고 후덥지근한 바람과 비할 바 아니고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과 비할 바 아니다.
숲이 좋다. 숲 바람이 좋다.
(재잘거리며, 잠시 쉬어가라 유혹하는 계류)
계곡으로 내려가 잠시 쉬었다 간다는게
폭포의 모습에 매료되어 몇 장면을 남겨 본다.
트리포트를 세워 장노출로 담아보고 싶고,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서 더 멋진 모습도 찾아 보았을텐데..
오늘은 주일.. 시간 맞춰 내려가야 한다.
(153)
높이 올라 먼 데를 바라보는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래 높은 데 오르다 보니
나는 자꾸 낮은 데만 들여다보고
내가 더 낮게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산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매사를 깊고 넓게 생각하며
낮은 데로만 흐르는 물처럼
맑게 살아라 하고 산이 가르쳤습니다
비바람 눈보라를 산에서 만나면
그것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 내 버릇이었는데
어느사이 그것들을 피해 내려오거나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올라갈 때가 많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낮은 데가 더 잘 보이고
내가 더 고요해진다는 것을 갈수록 알겠습니다나
나도 한마리 미물에 지나지 않으므로
입을 다물어 나의 고요함도 산에 보탭니다
(진정한 행복, 몰입(沒入))
진정한 행복의 과정은 몰입에서 오는 것!
(160)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
이키! 잠깐인줄 알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머물고 말았다.
주능선에서 구름과 파란 하늘에 발길 잡히고
계곡에서 계류와 소폭에 마음 뺏기니
그 사이 시간은 달아나 버렸고
죽어나는 것은 두 다리
(조금 전 계류의 모습을 찍느라..)
여기서 찬물에 얼굴이라도 씻고 가야하는데
사진만 한 장 남기고 종종걸음으로..
(그 꽃)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고 은 -
(정겨운 숲길)
(날머리, 다시 세상으로..)
숲을 나서니 햇살이 따갑다.
지금은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들지만
인간의 간사한 마음은 곧 계절이 바뀌면 햇살을 그리워 하겠지
올 여름이 유난히 덥기야 하지만 그래도 피하지 말자
더위도 어제의 더위가 오늘의 더위가 아니니
이열치열하며 남은 여름 더위를 즐기자.
'山情無限 > 영남알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알 억새꽃밭을 가로질러 오는 가을을 마중 나갔더니.. (0) | 2012.09.17 |
---|---|
영남알프스, 구름은 왜 이다지도 잠 못 이루게 했는지.. (0) | 2012.09.09 |
장대비를 맞으며 영알을 걷고 싶었다 (0) | 2012.07.23 |
초록 일색인 영알에서 초록에 물들다 (0) | 2012.07.02 |
생명이 진동하는 영남알프스에서의 하룻밤 (0) | 2012.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