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구름은 왜 이다지도 잠 못 이루게 했는지..

2012. 9. 9. 23:49山情無限/영남알프스

 
 


구름은 왜 이다지도 잠 못 이루게 하는지..
(보름달을 보러 올랐다가 구름바다에서 헤매다)




○ 2012. 9. 1 ~ 2 / 안개비 내렸다 갬
○ 신불산 야영 / 와이프와 함께
○ 울산광역시 울주구 상북면



 




지리산!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고
그저, 지리산 자락에 드는 것만도 좋은데..
코스가 함박골이라니.. 주중에 비까지 내렸으니
실비단 이끼폭포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 만땅이다. 
참석인원이 적어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성천대장이
참석 인원수에 관계없이 강행한다고 하여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하루전 날 지리산 산행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이키! 오랫만에 함박골 이끼폭포를 만나러 가려던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은 풍선 바람빠지는 기분, 차를 직접 몰고 지리로 달려갈까 하다가
3째주에 지리 야영이 계획되어 있어 간신히 아쉬움을 달랜다.
 
갑작스레 산행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나, 대타라면 섭섭하겠지만
(만만하니까) 주전같이 믿음직한 대타, 언제나 찾고 싶을 때
찾을 수 있고, 찾으면 변함없이 반겨주는 영남알프스가 있으니..
그래, 주말은 날씨도 좋다니 영알에서 하룻밤을 보내자!
야영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침 토요일이 보름 아닌가.
지난번 박배낭 메고 칠선계곡으로 고생고생 올랐으나
세찬 바람을 만나 텐트를 펼쳐보지도 못한터여서..
와이프와 영알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들머리, 기다렸다는듯이 가이드가 나타나..)

그동안 두어 번 동행해 주던 녀석이 오늘은 들머리에서 부터
두번째 계곡까지 앞서가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







(어제까지 내린 많은 비로 폭포도 힘을 얻고..)





(영알은 구름의 거처,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더니 삼봉능선을 덮는다)





(여기서 상열집사 가족을 만나다니..)

가끔씩 만나야 하는데.. 다들 사는게 뭐가 그리 바쁜지?
이런데서 만나긴 했지만 만나서 정말 반갑고..
그래 건강한 모습들을 보니 좋구나!





(신불대피소 턱 밑)







(오늘은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상열집사 가족과 헤어지고 기분좋게 올라
대피소에 닿자 신불산대피소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대피소 데크에 잠깐 머무는 동안 또 백두대간을
함께 걸었던 도연씨가 옆지기와 함께 내려온다.
이게 얼마만인가!





(벌써 억새가 피었다)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빨리 핀 것 같다.
억새는 이렇게 꽃술을 터뜨리며 피었다가 다시 한 번
꽃술을 호호백발로 만발하며 변신을 한다.





(하늘로 통하는 천국의 계단같은..)





(신불산 정상 오르는 길)





(보름인데.. 하늘을 열어 만월을 보여 주려나..)





(조망도 없고.. 일찍 저녁을 준비한다)





(산정은 구름 속, 우윳빛 유리창 밖을 보는듯..)





(인생길과 흡사한 산길)











(구름 속에서도 빛나는 저 꽃들..)







(안개비도 그치고.. 눈을 의심하게 하는 풍경이..)

구름장막 속에서 딱히 할 일도 없지만..
머리위 구름이 두텁지않아 시간이 지나면 하늘을 열고
보름달을 보여줄 것만 같아 초저녁이지만 눈을 좀 붙히기로 했는데
이웃집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어 혹시나 하고 텐트를 열어보니
안개비가 내린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가 11시경 텐트밖으로 나와보니,
눈을 의심하게 하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 사이 안개비도 멎고
구름장막도 걷히고..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
영알자락에 구름이 내려앉아 넘어가고 있다.





(23:36 신불재, 어둠속 불빛 몇 개가 일렁인다)





(잠깐 얼굴을 보여준 보름달, 그래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나오느라 얼마나 수고했니!)





(자정인데도 산 아래는 아직도 불야성)





(구름바다)







(영알 평원에 내려앉은 황홀한 구름)

일출을 담으려 5시에 일어났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
이 아름다운 모습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숨박꼭질하듯 꼬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여명)





(구름바다 위로 햇귀가 돈다.)







(새벽을 맞는 사람들..)











(구름바다에 풍덩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해돋이, 붉은 점 하나가..)





(구름바다 위로 떠오른 태양)





(그 얼굴에 햇살을..)





(오늘 좋은 작품 담으셨지요?)

조망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예사롭지않은 두 명의 사진사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무슨 열정이 신새벽에
이 높은 산정까지 이끄는 것일까!





(구름바다.. 섬같은 공룡능선)





(44)







(좋다! 그저 좋다는 말밖에는..)











(애무하듯.. 바람의 길을 따라 신불평원을 타고 넘는 구름 한 줄기)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가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

흰구름의 마음 / 이생진





(밤새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던 보름달이..)





(대피소 데크에도, 신불재에도 가득 들어선 텐트들..)





(53)







(55)





(56)





(낮달도 보름달은 보름달)





(운우지정)









( ! )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풍경)





(64)









(공룡능선의 모습)





(라면과 식은 밥이지만..)





(이런 모습을 두고 가려니..)









(와이프도 기분이 좋은듯..)





(72)





(73)







(갈 길 바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75)





(76)







(하늘은 눈이 시릴정도로 새파란데 골쪽에서는 구름이..)







(억새와 강활)

















꽃 / 정호승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찬란한 숲길)





(슬픈 전설을 지닌 며느리밥풀꽃)

옛날 어느 가난한 집 며느리가 밥을 하다
뜸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느라 밥 알 몇 개를 입에
넣었는데 하필이면 그 모습을 본 시어머니가 '식구들이 모두
굶고 있는데 혼자서 밥을 먹고있어..' 하고는 막대기로 며느리를
사정없이 때렸고 그 바람에 그만 며느리가 죽고 말았는데
숨진 며느리 혓바닥엔 밥풀 두 개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후 그 며느리의 무덤가에 한맺힌 꽃이 피어났으니
그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꽃말은 거의 슬픈 사연을 안고 있기도 한데
이제 고부간 자리가 뒤바뀐 건 아닌지..





(계곡 상단부 모습)







(그냥 갈 수 없어 또 한 장 담고..)





(지는 순간까지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능소화)

이런걸 전화위복이라 해야할지?
지리산 못간 아쉬운 마음을 달래 주기라도 하는듯
영알은 이렇게 아름다움 모습으로 준비하고 반겨 주었으니..
사람은 산을 실망시키나 산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신불산정에서 만월을 보기 원했으나, 영알은 만월보다
오히려 더 멋지고 황홀한 구름바다를 펼쳐 보여 주었다.
오랫만에 와이프와 함께한 야영이었는데
때 맞춰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어 얼마나 좋았는지..
행복한 야영에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