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서걱이는 억새꽃밭에 별빛은 쏟아지고..

2012. 10. 17. 00:42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서걱이는 억새꽃밭에 별빛은 쏟아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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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10. 6 ~ 7 / 서늘한 날씨,
○ 신불평원에서 / 고리뫼 산우들과
○ 울산 울주군 삼남면 /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



 


영알을 수 놓은 가을의 진객 억새가 보고 싶고,
서걱이는 억새밭으로 쏟아지는 별빛도 보고 싶었고,
억새밭에서 반가운 동지들을 만나고 싶어
무에 바람들듯 횅한 가슴
박 배낭 챙겨 신불평원으로 향한다

영남알프스!
언제나 마음 속에 자리하는 nostalgia





(오늘도 코스가 제일 짧은 불승사 쪽에서 입산)







(올해는 큰 태풍 3개가 연달아 상륙하고.. 비를 쏟아부었다)

기상이변인듯.. 제14호 태풍 "덴빈"이 상륙한지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기습하고,
이어 제16호 태풍 "산바"까지 남해안으로 상륙.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등 3개의 태풍이 연달아 한반도에 상륙하였다.
그 중 16호 태풍 "산바"가 울산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는데
그 결과, 신불재로 오르는 등로는 산사태로 지형이 바뀌어 버렸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던 신불재 샘터도 물길을 돌려버렸는지
시에라 컵으로 고인물을 떠야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신불대피소에 올라서자 기다렸다는듯이 억새꽃이 반긴다)





(신불재를 막 지나고 있던 자유인님 일행이 알아보고.. )

손을 흔든다. 억새가 은빛물결로 일렁이는
이 때쯤이면 무에 바람들듯 횅한 마음이 되어 박배낭 메고
영알의 억새밭을 찾는다. 주말 혼자라도 억새밭에서 하룻밤을
보내려 했는데 마침 산방에 공지가 올라 오랫만에 반가운
산벗도 만나고 억새도 잡을겸 꼬리를 달았다.
10명쯤 참석하는 것 같은데.. 자유인님 일행이 본대고,
다른 사람들은 각 자 박지로 오기로 했다.











(억새가 만발한 영남알프스)

이제 억새없는 영알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새 억새가 영알의 가을 주인이 된듯하다.





(오늘 야영을 주관한 민아님)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이 계절은 우리들의 것)

한줄기 바람에도
연인의 부드러운 손끝에 반응하듯,
억새가 은빛물결로 일렁이는 지금 이곳은
천상의 화원, 이 아름다운 모습은
이마에 땀흘리며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것
이 계절도 그대들의 것!





(신불산 휴양림을 알리는 이정표)





(박지, 평소같으면 바닥이 질퍽할텐데..)

16호 태풍 "산바" 영향으로 단조늪의 물이 많이 빠진듯..
단조샘 수량도 줄어든 것 같고.. 큰 비로 지표에 흐르던
물길이 땅속으로 많이 스며들어가는 것 같다.





(밤이 깊어가고.. 산정도 깊어가고..)











(억새가 서걱이는 소리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2시. 텐트밖으로 나왔다.
반달이 떠 있는데도 억새꽃밭으로 쏟아지는 별빛..
초롱초롱하지는 않지만 빛나니 별이다.
잘 보이지도않는 뷰 파인더와 한 참을 씨름하다 보니
어느덧 3시.. 일출도 찍어야 하는데..

 









(조그만 점 하나가.. 온 세상을 밝히듯..)

태양이 떠 오르듯..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또 이렇게 하루가 선물로 주어졌다)





(서시 / 고은)

해가 진다
사랑해야겠다
해가 뜬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너를 사랑해야겠다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며 너를 사랑해야겠다

고은 연시집
행성의 사랑 / 창비, 2011







(문수산과 대암호, 대암호에서는 물안개가 살짝 피어난다)











(光明!)

어둠이 아무리 두텁고 짙을지라도 빛 앞에서야..





(황금들판..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64)





(영축산 정상석도 햇살을 받고 불그스레 상기된듯..)







(함박등에서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가는 영축지맥과 암릉)





(빛을 받자 살아나는 천상의 화원)

빛은 생명이다!!









(과년한 딸 출가시키듯 벌써 꽃술을 날렸거나 곧 떠나보내야 할 억새)







(햇살을 받으니 속내까지 다 보여주려는듯..)





(부지런한 산꾼들.. 억새꽃밭 사잇길로 영축산을 향하고 있다)











(춤을 춘다. 한줄기 바람에도 은빛물결로 파도친다)

억새꽃밭을 밟고 지나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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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준비하는 일행들.. 내려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억새밭을 가로질러.. 다시 오르기 위해 하산을 서두른다)







(87)





(88)











(영남알프스의 가을은 억새가 주인노릇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억새밭에 억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 길이 바빠 성의없이 셔트를 누르고는 미안한 맘..

















(억새평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풍경들)

이 모습이거나,
억새밭 사잇길로 산객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도 좋고,
향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붉게 물들인 억새받도 좋고.





(억새 너머로 보이는 아리랑/쓰리랑 리지)













(어디 눈길 멈출 곳이 없다)

신불 억새평전에서 / 곽미영

가을이 되자
바다는
산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은빛 파도 몰고 다니는 바람이
들릴 듯 말 듯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면
산으로 온 바다가
넘실 넘실 춤을 추고
안개는 산 등성이를 지우느라
분주하다

세상 살아가며
단 하루라도 이렇게 눈 부실수 있다면
바람에게 오늘만
나를 빌려주어도 좋겠다





(신불산 방향,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올랐다)





(황금들녘 뒤로 보이는 문수산과 남암산)





(황홀한 억새꽃밭길..)





(신불재에도.. 아직까지 몇 동의 텐트가 쳐져있다)













(내려서기 전에 셔트를 계속 눌러댔다)





(신불대피소 데크에도..)

어제 지나가면서 인사 한 분들.. 반갑게 인사한다.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느낌.. 동지애랄까..





(신불대피소.. 하늘빛이 눈이 시리다)







(쑥부쟁이와 ?)







(영알에도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호젓한 길, 숲을 뚫고 내려앉은 햇살이 찬란하다)







(삼봉능선과 공룡능선도 추색으로 물들고..)





(산사태 지역.. 내려오면서 다시 살펴보니..)





(부초 낙엽)





(날머리 나서기 전 이 숲길 걷는 것이 참 좋다)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