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 억새꽃밭을 가로질러 오는 가을을 마중 나갔더니..

2012. 9. 17. 01:06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알 억새꽃밭을 가로질러 오는 가을을 마중나갔더니.. 
(산악회 카페 개설 7주년 기념 하늘억새길 산행 & 행사)



○ 2012. 9. 8 / 흐림

○ 참석 : 다물종주클럽 약 40명
○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 양산시 원동면



 


카페 개설 7주년기념 하늘억새길을 종주하고
산행 후 기념행사를 한다는 공지가 일찌감치 떴다.
꼭 참석해야 할 것 같아 3주 전에 꼬리를 달았건만 상황이 자꾸
꼬여만 간다. 종주구간이 30km 가까운데 주중에 3일이나 출장다니느라
몸은 파김치가 되어 6시에 출발하는 종주산행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산행은 포기하고 저녁에 기념행사장으로 바로 갈까 했는데 다행히
 배내고개부터 시작하는 2진이 10시에 출발한다기에 2진으로
변경하고는 잠이나 푹 자려 했는데.. 새벽에 눈이 뜨였다.
밖에는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전 일이다.
신불산에서 만난 착한마음이 "형님한테 딱 맞는 산방이 있다"며
소개한 산방 "ㅂ산악회". 가입을 하니 "ㅈ산악회"에서 강퇴를 당한
사람들이 만든 산악회라며, 강퇴없는 산악회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 때는 강퇴시키는 것이 카페지기의 대단한 권위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딱 한 번 산행을 했는데 "카페"에 구데타(?)가 일어나 운영진들이 쫓겨나게
되고,
나는 얼굴도 모르는 운영진들을 따라 이사를 한 곳이 "가천나라"이고, "가천나라"에서
산방 이름을 "산길따라종주산악회"로 변경하여 종주산악회로 명성을 쌓아가던 중
호사다마랄까 카페지기와 운영진들간에 갈등이 깊어지더니 강퇴당한 사람들이
강퇴시키는 일은 없게하자며 만든 카페에서 또 운영진들이 강퇴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운영진들과 회원들이 옮겨와 살림을 차린 곳이 "다물종주클럽"이다.
얼마전 "산길따라종주산악회" 카페를 인수받긴 했지만 그동안 참
우여곡절도 많았다. "산길따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으나
대간과 9정맥길을 걷느라 산행에 자주 참여를 못한 것이 아쉽고,
산방에 갈등이 생겼을 때 중재(?)라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산행코스 / 하늘억새길)

올해 5월 1일 준공을 했는데, 7개월간에 걸쳐
국비와 지방비 등 총 15억원을 들여 조성공사를 했다.
하늘억새길은 간월재에서 신불산과 영축산, 재약산, 능동산,
간월산을 거쳐 간월재에 이르는 29.7㎞의 억새 탐방길로
종주에는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다섯구간으로 나누어
1구간 억새바람길, 2구간 단조성터길, 3구간 사자평억새길,
4구간 단풍사색길, 제5구간 달오름길 등 기존 등산로와
임도에 구간별 테마를 부여하고 있다.





(배내고개에서, 구름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입석대 쪽을 당겨본다)







(배내고개에서 배내봉 오르는 길)











(등로 옆에서 반기는 야생화들)

골등골나물, 참취, 물봉선, ?







(억새꽃이 반기는 등로를 따라..)







(강활과 잔대)







(영알의 가을 / 억새, 구절초, 하늘, 구름, 단풍..)





(912봉, 간월산, 신불산.. 저멀리 뾰족한 죽바우등)







(간월산을 향하여.. 저 아래쪽은 단풍이 또 불바다를 이루겠지)







(배내고개에서 영축산까지는 낙동정맥)







(오늘은 이래저래 꽃밭이다)





(43)







(이쁜 달걀버섯과 쑥부쟁이)

갓부분에 방사형의 주름이 있으면 달걀버섯으로 식용이나,
주름이 없이 매끈하면 독버섯인 개나리광대버섯이다.





(숲길이 좋다)





(41)





(912봉과 웅장한 간월산이 성큼 다가섰다)







(조망바위에서.. 간월산 동북골짜기와 천길바위를 당겨본다)







(간월산 오르는 길)







(다시 조망대에서.. 간월산 동북능선 암릉)





(간월산)

오름길에서 늑장을 부리다 간월산에 올라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뒤쫓아 가려다 뒤에 오는
일행들과 같이 가려고 여유를 부린다.





(간월산 이정표와 전방의 신불산)







(간월재로 내려서는 길은 벌써부터 억새가 장관이다)







(뒤돌아 본 간월산 방향, 가을분위가 만연하다)

 

봄은 강바닥에서 올라오고

가을은 산정에서 내려 온다지..













(간월재, 간월재는 이미 인공구조물로 자연미를 상실했고..)

전국에서 제일 붐비는 야영장이 된 것 같은데..
야영객들 또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밤늦은 시간까지의 소란스러움, 쓰레기, 오물투기.. 등등
이대로 가다간 영알에서 야영이 금지될 지도..





(간월재 샘터, 물맛은 변함이 없다)





(간월공룡능선 암릉도 당겨보고..)









(간월재 억새밭, 신불산 방향)





(신불산 오름길 이정표)

유유자적 하는데도 뒤에 오는 일행들은 나타나지 않고,
물 떠러 간 사이 일행들도 저 멀리 올라가 버렸다.







(술패랭이, 가을되었다고 구절초도 피고..)

식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가령 산딸기가 하는 말이나
노각나무가 꽃 피우며 속삭이는 하얀 말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톱 한 자루 손에 들고 숲길 가는 동안
떨고 있는 나무들 마음 헤아릴 수 있다면
꿈틀거리며 흙 속을 사는 지렁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이제는 사라져 찾을 길 없는
늑대의 눈 속으로 벅차오른 산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너로부터 닫혀 있는 나와
나로부터 닫혀 있는 너의
그 많은 창문들 하나하나 열어 볼 수 있다면
휘영청 달뜨는 밤
산꽃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다면

산꽃 이야기 / 김재진





(침목을 놓은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커먼 기름이..)

기름냄새가 진동한다.
공장에서 맡아도 기름냄새는 역겨운데
산속에서 맡는 기름냄새.. 이건 아니올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 개발을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을 파괴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 구간은 피해서 걷고 싶다.





(새 길을 내면 물길도 터 줘야 하는데..)

올 겨울 이 길이 빙판이 될 것은 자명한 일.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게 오르내려야 할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간월재, 간월산)





(멀쩡한 산길에 데크를 깐 이유가 뭘까)







(이제 산오이풀의 시절은 가고, 구절초의 시절이..)

갈 때를 알고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사람이나 산오이풀이나 아쉽기는 마찬가지인 모양





(영축산 방향, 구름이 넘나든다)





(신불산 정상, 근래 참 많이 찾게 되었다)

앞서 간 사람은 1진 파모를 비롯한 5명,
늑장부리는 먼저 보낸 일행 5명 모두 합쳐도 10명이니
뒤따라 오는 사람이 30명은 될터인데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후미를 기다릴 겸 시원한 데크에 누워 한 숨 잤는데도..
그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홀로 길을 나선다.







(한 숨 자고 나니 영축산, 죽바우등 방향은 화산이 폭발한듯..)







(신불재 부근의 억새밭)





(영축산을 넘어오는 구름)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땅에게 묻는다 : 땅은 땅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존경하지.

물에게 묻는다 : 물은 물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채워주지.

풀에게 묻는다 : 풀은 풀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짜여들며 지평선을 만들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 :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묻는다 / 휴틴







(암릉, 아래는 쓰리랑 리지 상단부)









(좋다! 억새꽃밭을 가로질러 가는 이 길)









(영알의 대표적인 억새밭은 이 곳 아닐까)

이전에는 사자평 억새밭을 영알에서 으뜸으로 꼽았지만
이제 사자평 억새밭은 잡목도 많이 나고, 억새밭이 줄어들어 이 곳만
못한 것 같다. 억새가 만발하여 바람에 은빛물결로 일렁일 때
그 모습 이 장관이다. 그 때쯤 다시 올 수 있으려나..





(미역취)





(억새꽃밭을 지나는 산객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은데..)









(억새밭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영축산 정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했는데
일가족인듯한 초등학생 남매와 부부가 내려오더니
반가운듯 죽전마을 가는 길을 다급히 묻는다. 지리를 잘 몰라
당황한 기색 역력. 지도도 없을뿐더러 초행길인 것 같았다.
다행히 단조샘 부근까지 보이는 곳이어서 내려가는 길을 가르쳐
었는데 자꾸 왼쪽 단조성터쪽으로 가면 안되는지 되묻는다.
그 쪽으로 가면 청수좌골(좌청수골)쪽으로 이어지는데..
(그기서 휴양림 가는 가는 길 찾기도 어려운데다)
좌청수골은 상단부 등로도 험하고 청수골산장에는 철조망으로
길을 막아놓아 우회길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 단조샘쪽으로
가서 청석골로 가라 강권했는데 잘 내려갔는지..
영축산 아래 억새밭(단조늪)은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에
경험많은 산객들도 길을 잃기 쉬운 곳인데..





(영축산 정상, 일행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보지만..)







(신불산 방향, 아리랑-쓰리랑 리지도 당겨보고)











(운우지정(雲雨之情))







(이제 억새가 없는 영알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영축산 정상에서 기다렸지만 후미는 오지않았다.
모두 영축산까지 오지않고 다른 길로 하산한 것 같다.
지금 시간 17시, 18시부터 행사가 시작되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신라시대부터 축조되었다는 단조성터)





(좌청수골 내려서는 길은 완전 도랑이 되어..)





(상흔..)







(사유지를 지난다고 철조망으로 길을 막으면..)

계곡을 건너 가려다 물도 많고,
철조망으로 등로를 막은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철조망이 트인 곳이 있어 그쪽으로 넘어 갔다.
아니라 다를까 주인이 "왜 이리로 오느냐?"고 따지길래
"계곡에 물이 저렇게 많이 내려가는데 계곡을 건너다가
사고라도 나면 책임질거냐? 사람 생명이 중요한 것 아니냐
이렇게 길을 막아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 왜 당신들은
계곡을 무단점유하여 사유지같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느냐?"
등로를 막아놓은 철조망을 걷어 내던지,
안전한 우회길이라도 내어 주던지..





(새벽까지 내린 비로 좌청수골 계곡물이 많이 불었다)





(당신들은 왜 사유지도 아닌 이곳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가?)











(산길따라/다물종주클럽 설립 7주년 기념행사)

많은 산우들이 참석하여 뜻깊은 자리가 되었고,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시간이 되어 좋았다.
기념선물로 날진수통(+보온카바)까지 받았다





(산행코스 / 하늘억새길)

산꾼들의 영남알프스가 이제 지자체의
영남알프스로 넘어가는 싯점이 되는 것 같다.
하늘억새길을 만들고 영남알프스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미명으로 더 이상 산을 훼파하고 인공구조물로 칠갑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하늘억새길을 제대로 만든려면 산이름부터 바로잡아 주는 것이 순서 아닌가!
일제 때부터 잘못 불러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천황산..
(※ 키보다 큰 표지석이 서 있는 천황산은 일제시대 이전
우리나라 고지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일제잔재로 신라시대부터
불러오던 유서깊은 재약산(載藥山)으로 본래 이름을 찾아주어야 하고,
재약산 표지석이 서 있는 봉우리는 수미봉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 
일제때 바뀐 산이름 하나 바로 잡아 주려는 의지없이
무슨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려고.. 어불성설이다.

산방개설 7주년기념으로 하늘억새길을 함께 걷고
기념행사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초창기 함께했던 산우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처음보는 얼굴들,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여 좋았다.
모두, 산을 닮아가는 진정한 산꾼들이 되기를 바라며,
산방 또한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늘 애쓰고 수고하는 운영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