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도 날려버린 덕유산 칼바람을 맞으며.. / 시나브로
2011. 2. 1. 17:27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설화도 날려버린 덕유산 칼바람을 맞으며..
(칠연계곡으로 올라 향적봉 거쳐 삼공리로)
○ 언제 / 2011. 1. 29(토) 10:40 ~ 16:15
○ 날씨는 / 오전 눈오다 개임, 주능선은 강한 바람 (영하 18도)
○ 누구와 / 조은산악회 46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4.5km
○ 어디로 / 안성탐방지원센터-칠연계곡-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삼공리
○ 위치는 / 전북 무주군 안성면, 설천면 / 경남 거창군 북상면
혹시 미산님이 지리산에 들면 따라 붙을까 하여 비워두고 있는데
사정이 생겨 지리에 들지 못한다고 하여 이미 자리가 꽉찼지만
덕유산 가는 J산악회에 대기자로 꼬리를 달고 다른 곳도 기웃거려보지만
다섯째주여서 그런지 마땅한 곳이 없다. 덕유주능선 종주를 하려던 D클럽은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삿갓재 이후 구간을 통제하는 바람에 꼬리를 내렸고..
W악우회는 토요일 밤에 소백산을 간다니 주일산행이어서 맞지않다
혹시나 하여 자정이 다된 시간 J산악회 카페에 들어가봐도 깜깜 무소식..
하여, 텃구나 하여 내일 새벽 강동 바닷가에 가서 일출을 찍고
영남알프스를 한 바퀴 돌아야 되겠다 하고 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카메라를 챙기면서 폰을 열었더니
자정넘어 거산 대장이 보낸 문자가 들어와 있는 것 아닌가!
"..늦은데 지송한데요 내일 덕유산 갈 수 있는지요? 거산"
눈이 번쩍 뜨여 전화를 했더니 6시 20분에 신복로타리에 도착한다고 한다.
다행히 배낭 챙길 시간은 되어 부랴부랴 덕유산 길에 합류한다.
우여곡절 끝에 올 겨울 덕유산을 가기는 가는구나..
겨울에 하얗게 피는 눈꽃 산행지로서도 그렇고
주능선 종주는 지리산과 쌍벽을 이루는 덕유산 아닌가!
(울산서 꼬빡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안성탐방지원센터, 멀다)
자리가 생겨 대기자인 나 한테 문자를 보낸줄 알았는데..
마지막 탑승지인 신복로타리에서 마지막 몇 사람이 더 타니 한 자리가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미안한 맘.. 경산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함양휴게소에 들렸다가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10시 반
(대 군사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오기까지 했으니..)
대 군사이기도 하지만 군기가 해병대(?) 수준이다.
인원점검을 하고 산행대장의 주의사항 듣고, 단체사진 한 장 남기고..
함양휴게소 조금 지나면서부터 비치기 시작한 눈이
이제 제법 눈빨이 되어 날린다. 오늘 눈이 많이 오려나?
(인원점검후.. 삼공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
조은산악회는 짜임새 있게 운영을 하며 제법 빡시게 타는
건전한 산악회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않아 가입만
해 놓고 참석은 처음이라 아는 사람이 별로없다. 그런데다
가릴 곳은 다 가렸으니 누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다.
(계곡은 소담스럽게 눈이 내렸는데.. 눈꽃도 조망도 기대하기 어려울듯..)
조망이 트여 산너울 너머 지리 주능선을 보여주던지..
아니면 겨울덕유 특유의 하얀 설화라도 보여주던지..
아니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이라도 펄펄 내려주던지..
그러나 그것은 욕심.. 그냥 덕유의 있는 그대로를 즐기자
(칠연폭포 갈림길, 칠연폭포에 들려 보려고 선두로 올랐는데.. 그냥 간단다)
(칠연계곡을 따라 동엽령으로..)
칠연계곡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한이 서린 계곡이다.
1907년 일본의 강압으로 정미칠조약이 체결되고 구 한국 군대가 해산되자
시위대 출신 군인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의병대를 조직하였는데,
무주의 시위대 출신 장교 신명선은 스스로 의병장이 되어
150여 의병을 모으고 덕유산을 근거지로 삼아 무주, 진안, 장수 등
여러 곳에서 일본군과 싸워 수 많은 공적을 남겼다고 한다.
1908년 4월 신명선 장군은 안성에 주둔중인 일본군 수비대를
공격하고자 행군하던 중, 계곡에 잠복중이던 일본군의 협공을 받고
대항할 틈도 없이 전 대원과 함께 장열하게 전사하여 이곳에 묻혔다.
1969년 계곡 근처에 묻혀 있던 유해를 주민들이 수습하여
묘역을 만들고 칠연의총(七淵義塚)이라 이름하였다.
(9)
(호젓한 눈 길.. 산에 든자만이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기차같이 줄지어 오르는 모습..)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평탄한 길이라 다행이긴 한데..)
오늘 길을 제대로 갈 수 있으려나..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조금 전 오르막을 치고 오를 때 대열을 지어 오르는 속도가 느려
길이 넓은 곳에서 추월한다고 뛰어 오르는데 오른쪽 종아리가 따끔하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 후로 다리에 힘을 주니 계속 경련이 일어난다.
조은산악회도 제법 내달리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제대로 보조를
맞출 수 있으려나.. 허릿길을 갈 때는 그런대로 걸을만 하다만..
(나무들은 분칠을 한듯하고)
(바닥은 두툼한 이불을 덮은듯.. 차가운 눈도 포근해 보인다)
(드디어 동엽령, 동엽령이 맞아 준 것은 세찬 칼바람..)
(주능선 남덕유산 방향)
온 나라에 창궐하는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덕유산국립공원내 일부 탐방로를
2011. 1. 24일부터 별도 개방시까지 무기한 통제하는 바람에 이 길을 가는 사람이 없다.
전체 구간중 통제탐방로는 영각에서 남덕유산 거쳐 삿갓재대피소에 이르는 7.9㎞와
월성에서 월성재에 이르는 2.6㎞, 그리고 육십령에서 서봉 거쳐 남덕유산에 이르는 3.6㎞로
삿갓재대피소 남쪽은 모두 통제구간으로 묶여있는 셈이다. 저 길로 남덕유산 방향으로
가면 남덕유산과 월성방향으로 내려설 수 없어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능선 아래쪽에서 잠시 칼바람을 피하는 산객들..)
(가야할 방향, 백두대간 백암봉은 아직도 구름속..)
정확하게 2006년 7월 7일 이 길을 지나간 후로 처음이다.
백두대간을 땜방하느라 홀로 육십령에서 백암봉 거쳐 향적봉까지 가면서
이 길을 지나간 적이 있다. 동엽령부터 구름속에 잠겨있는 백암봉까지는
백두대간 길이다. 백두대간은 백암봉에서 우측으로 꺾어 귀봉, 횡경재,
대봉, 갈미봉을 거쳐 신풍고개라고도 부르는 빼재로 향한다.
동엽령 삼거리에서 덕유평전 너머 백암봉, 중봉너머 향적봉까지
장쾌한 덕유주능선 눈 길을 칼바람 맞으며 넘어야 한다.
(좁은 비탈길, 교행이 안되는 곳은 가끔씩 기다렸다가..)
(장쾌한 주능선.. 마음이야 막 내달리고 싶지만.. )
(추위가 보통 아니다. 몸을 날려버릴듯한 바람까지 가세를 하니..)
(바람이 자는 곳에서 잠시 휴식하지만.. 기온 자체가 낮으니..)
(향적봉 3.3km를 가르키는 이정표)
(그 와중에도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한 컷 남기려고..)
(맞바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가끔씩 세찬바람이 휘몰아 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서남서풍이다.
북진을 하고 있으니 왼쪽 얼굴이 공격을 받지만 거의 뒤에서 부는 바람이다.
(바람이 만드는 조각품..)
(누가 시킨다고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이 길을 가게 하는 힘은 열정이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고.. 덕유주능선의 겨울은 칼바람 눈보라가 쳐야 제 맛아닌가)
누가 겨울 산에 볼 것이 없다고 했는가?
누가 겨울 산은 눈꽃만이 비경이라고 했는가?
살을 에는듯한 혹한도 겨울산행의 진수아닌가!
이렇게 정초에 정신이 한 번 번쩍 들게 해야
이 한해도 제 정신으로 살아낼 것 아닌가!
(갑자기 허기가 져서..)
마땅히 쉴 곳도 없어 계속 걷다보니 벌써 1시가 넘었다.
점심을 먹어야 할텐데 선두는 어디까지 갔는지.. 딱딱해진 초코파이
하나를 먹고는 조그만 봉우리를 넘어서니 선두가 점심을 먹고 있다.
점심이래야 빵 2개.. 그것 먹는데도 손이 시리고 턱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젓가락질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빵 2개 먹는 동안에도 손에 동상 걸릴까 신경쓰일 정도다.
장갑을 껴도 아릴 정도로 시린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걷는다.
5분 정도 지나니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다.
(분계천으로 이어지는 병곡리 계곡)
백두대간 길이다.
백두대간이 분수령이다. 여러 계곡이 하천이 시작되어
계곡이 많은데, 북동쪽 무주와 무풍 사이를 흐르면서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으로 흘러드는 길이 30㎞의 널리 알려진 명소 무주구천동.
무이구곡을 비롯한 구천동 33경과 칠연폭포, 용추폭포 등이 장관이고,
안성계곡·송계사계곡·산수리계곡 등도 명소로 꼽힌다.
(암릉위 하늘의 구름도 추운지 바쁘게 흩날린다)
(바람을 맞받으며 오는 산객들의 고통은 더 심할듯..)
(백암봉, 송계삼거리.. 백두대간은 우측 귀봉 방향으로 꺾어 진행한다)
(중봉을 향하여.. 밋밋한 백암봉도 정말 힘들게 올랐는데..)
오른쪽 종아리쪽에서 시작된 경련이 왼쪽으로 옮아 오더니
이제는 오른쪽 무릎윗쪽 근육에도 경련이 일어난다.
이런 상태로 중봉을 제대로 오를 수 있으려나..
(추울수록 뿌리는 땅속 더 깊은 곳으로 향하듯..)
(여기 언땅에도 어김없이 봄은 올테고.. 여름이 되면 범꼬리, 원추리가 지천으로 피겠지)
(중봉에 올라서니 장쾌한 덕유산 주능선이 펼쳐지고..)
바로 앞 백암봉부터, 무룡산, 삿갓봉 너머 남덕유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백암봉에서 좌측으로 뻗은 능선이 백두대간, 능선상의 봉우리가 귀봉)
(이 칼바람 속에서도 중봉을 오르고 있는 의지의 한국인들..)
(오른쪽 무주군 안성면 방향)
(수도산 방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고사목도 해가 다르게 사위어 가고..)
덕유산 눈꽃 / 최정원
바람 맞으며
가지끝에 피어나는 눈부심
칼날같은 매서운 바람 벗삼아
한 방향으로 날이선
겨울 눈꽃...
봄 꽃 피우고
여름 초록 물들이며
가을 잎새 떨구더니
겨울 눈꽃으로
가는 계절 붙잡는 아쉬움...
하늘을 이고 백년이 넘도록
의연함을 잃지 않은 구상나무의 푸른 절개와
잎 새 하나 피우지 못하여도
굴하지 않는 고사목(枯死木)의 기개와
가지 끝마다 부는 삭풍(朔風)을 맞이하여
아름다운 눈꽃 피우는 덕유산...
향적봉 너머의
산...산...산...
겨울 보내고
새 봄 오면
다시 찾을 발걸음을
그는 또 한번 맞이 해 줄건가...
(덕유산 주봉, 향적봉이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났다)
(향적봉 대피소, 향적봉을 오르는 산객들..)
(향적봉 대피소는 인사인해..)
향적봉대피소는 언제나 북새통이다.
이전에는 대피소 예약이 정말 힘들었다던데..
설천지구가 개발된 이후에는 이용객이 줄었다고는 하나
등산객과 유산객, 그리고 사시사철 멋진 사진 소재를
제공하기에 사진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향적봉에서.. 남덕유산 방향은 아직도 짙은 구름이..)
(향적봉 정상 모습, 돌탑과 저 뒤의 표지석)
덕유산 주능선은 백두대간 육십령에서부터 경남과 전북의 도경계를
그으며 남덕유산(1,507m), 삿갓재, 무룡산, 동엽령, 백운봉까지 달려오다
백암봉에서 귀봉을 향하여 방향을 우측으로 틀어 계속 경남과 전북을
가르며 빼재로 향하고, 한편 백암봉에서 직진하던 능선은 2km 정도
더 진행하여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香積峰:1,614m)에 이른다.
주봉 향적봉은 전북 무주 안성면과 설천면의 경계에 솟아 있다.
(설천봉 방향, )
(무룡산이 뾰족하게 솟아있고.. 남덕유산은 구름속에서..)
(마치 순례객같이 향적봉을 향하고 있는 산객들..)
(백련사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
(59)
(60)
(가파른 길을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가파른길이 미끄럽기까지 하여 정말 힘들게 내려왔다.
산행 초반부터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며 컨디션이 난조를 보였지만
미끄러운 길도 무사히 잘 내려온 것 같다. 다리에 힘이 없으면
특히 미끄러운 길은 중심잡기가 힘들어 위험하다.
이제 백련사까지는 0.5km
(백련사를 내려서도 삼공리까지는 6.4km, 이길도 참 지루한 길이다)
오히려 향적봉에서 설천봉을 거쳐 칠봉쪽으로 내려서면 삼공리가
많이 가까워지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길로 걸어봐야겠다.
(이 길은 거의 새벽에 삼공리 쪽에서 걸어 올라왔는데 오늘은..)
덕유산 종주시에는 오늘과는 반대로.. 삼공리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을 오른다. 6km 넘는 시멘트길이 참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눈길어어서 조금 낫다. 중간 후미쯤 되는 것 같아 속보로 걸어본다.
(눈이 계곡을 포근히 덮었다)
(덕유산 구조대 사무소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드디어 삼공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나고.. )
(덕유산 등산로 등급표.. 오르는 길은 전부 고급?)
삼공리 주차장에 산악회에서 온 버스가 몇 대 보인다.
먼저 내릴거라 배낭도 입구에 잘 챙겨넣고 버스에 오르니 거의
그런데 이게 왠일.. 타고 왔던 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 아닌가?
왜? 자기 자리에 앉지않고 남의 자리에 앉아 있지? 했는데..
죄송하다는 인사을 하고 차에서 내리니 옆에 우리 차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없이 비슷한 버스를 탔고.. 처음 간 산악회라 아는 얼굴이 거의 없었으니..
우리 차로 돌아오니 아직 1/3도 자리가 안찼다.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속도를 늦출걸.. 하마터면 울산이 아닌 울산이 아닌 서울로 갈 뻔했다.
산길은 잘 찾았는데 평지에서 그만 길을 잃을뻔 했으니..
(오늘의 산행경로)
오는 길 고령에서 하산주를 한다더니 저녁까지 제공되었다.
계산이 뻔한데.. 회비만으로 아침과 저녁까지 다 제공할 수 있을려나..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긴하지만 저렇게 해서 거덜나지 않으려나..
오늘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겨울 덕유산을 다녀온 것 같다.
덕유산 설경을 기대하며 큰 카메라까지 메고 간데다 산행초반부터
다리가 불편하여 고생하였지만 혹한의 칼바람 속 눈길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어 감사하다. 자리가 없는데도 동행할 수 있게 배려해 준
조은산악회 거산대장과 운영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조은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린다.
함께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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