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자굴산 일몰을 찍으러 올랐다가..
2011. 2. 8. 20:36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설 전날 고향 진산 자굴산 일몰을 찍으러 올랐다가..
(쇠목재에서 정상까지)
2011. 2. 2(수) 16:00 ~ 18:20
거의 배낭을 챙겨 가는 편이다. 이번 설에도 지리산 가려고 이미
2주 전에 대피소 예약까지 해놓고 배낭을 챙겨서 시골에 왔다.
설 전날, 가족이 다 모인터라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을 잘 참고 있었는데..
파란 하늘을 보니 갑자기 자굴산 일몰이 보고 싶어졌다. 카메라를 챙겨
집에서 거의 10분만에 쇠목재까지 오른 것 같다.
(쇠목재, 오른쪽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한우산 오르는 길)
일몰시간 맞추느라 차를 몰고 쇠목재에 오르긴했지만..
자굴산을 오를 때마다 가슴 아픈 것은 산을 너무 훼손한다는 것이다.
갑을에서 쇠목재를 넘어 칠곡 내조로 넘어가는 1038번 도로도 그렇고,
한우산 활공장으로 오르는 아스팔트 포장 길, 방화선.. 또 산허리를 도는
둘레길을 만들면서 산을 허물고 인공적인 조형물들을 많이 설치하는데
어쩔 수 없이 개발한다하더라도 무조건 길을 내고 파헤칠 것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최소한의 개발이어야 한다.
쇠목재에 왠 버스인가 했더니..
이전에 있던 간이매점 대신 폐차를 이용한 휴게소가
들어서 있다. 이런 곳에도 허가를 내 주는지..
(자굴산과 마주보고 있는 한우산 등산안내도)
(자굴산 등산로 입구, 등산로는 펜스 옆으로.. )
바로 앞에서 아스팔트 길이 끝나면서 자굴산 둘레길로 이어간다.
자굴산 등로는 왼쪽 철망을 돌아 오르는데 도중에 임도와 만난다.
(자굴산 오르는 최단코스.. 쇠목재에서 정상까지 1.2km, 30~40분 소요)
(자굴산 정상 모습)
(대의면 행정리 방면, 짙은 연무로 지척으로 보이던 황매산도 어디에 숨었는지..)
(정자에서.. 오롯한 자굴산)
(자굴산 둘레길 안내판도 서 있다)
자굴산 둘레길 6km 중 3.7km가 우선 개통이 되었으며,
미개통 2.3km도 차후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둘레길 코스는
해발 600~700m 지점에 만들어져 있는데 오르내림이 별로 없어
걷기에 좋으며, 자굴산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이 많아서
산행을 겸하면 재미가 더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원래는 높은 산 중턱을 수평으로 둥글게 횡단하는 길이어서
"자굴산 환트레일"이라 했는데 제주 올레길로 비롯하여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무학산 둘레길 등등 둘레길이라는
명칭이 대세여서 이 산길도 '자굴산 둘레길'로 이름붙힌 것 같다.
다른 둘레길들은 도중에 도로와 농로와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다소 이질적인 요소가 있지만 자굴산 둘레길은 해발 600m 이상의
높은 산중에 있어서 산림욕을 즐길수 있는 완전한 자연속의
둘레길로 특색있는 둘레길이라 할 수 있긴 하겠다만..
(정상은 철계단으로.. 0.7km, 둘레길은 오른쪽으로..)
(철계단 오르다 내려다 본 갑을리)
경남 의령군 가례면 갑을리, 양성리, 개승리..
병풍처럼 쳐진 아담한 (갑을)동네는 3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전면으로 흐르는 능선이 진양기맥 한우산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응봉산,
우봉산 및 옥녀봉을 지나 낙동강에서 맥을 다하는 길이 30.3km의
의령지역 지맥으로 좌로는 낙동강, 우로는 남강을 경계짓는다.
중간 잘록한 부분이 부잣재.. 오른쪽이 응봉산(매봉산)
(여기가 혹시 명경대..?)
조선시대 선비요 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이 2년 가까이 생활하며
글을 읽고 뜻을 세웠다는 자굴산의 명경대는 아직까지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다만, 가례면 갑을리 산 136번지 일대로 추정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역사적인 명경대 찾는데 경주해 주기를..
(벌써.., 자굴산 정상석이 나타났다)
(자굴산 정상석과 자굴산 설명)
"의령의 자굴산은 고을의 주산이요.
진산이어서 정기 맑은 명산이자 이름난 명산입니다.
해발 897m의 홑 산이지만 부드러운 산세와 기암괴석이 많은,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아름다운 산입니다.
30만 내외 군민의 올곧은 기질과 늠름한 기상에 넉넉한
심성 등은 모두 이 산에서 비롯되었다 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품같이 느껴지는 산이라서 인심좋고
살기 좋은 고장일 뿐 아니라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
많이 배출된 전통 반향(班鄕)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산이름 한자의 "자()"는 성문의 망대[성대(城臺)]의 뜻이고,
'굴()'은 우뚝 솟아 높다는 뜻입니다."
-자굴산 설명문 인용-
몇 년전 왠 어설픈 사람들이 '자굴산'이 아니라 '도굴산'으로
불러야 한다며 오도하고 있는 것을 발견, 분기탱천하여 밤을 새워가며
서울대 'e규장각' 고문서와 고지도를 뒤지며 '산림청'과 산악잡지
'e마운틴'에 항의하며 싸우던 기억이 새롭다.(자굴산 유감(有感))
얼마전 의령군에서도 자굴산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 놓아
이제는 어처구니없는 그런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만
옥의 티, 바꿔 세운 정상석 모양이 자연스럽지 못해 아쉽다.
이왕 바꿀려면 균형잡힌 자연석으로 하지..
산은 망루같이 우뚝한데 정상석은
어찌 엉거주춤 부자연스러운지..
(중봉(산불감시초소) 방향..)
중봉에서 좌측으로 백련암을 거쳐 옛 갑을초등학교쪽으로 내려갈 수 있고..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우측길로 가면 칠곡 내조로 내려갈 수 있고,
좌측길로 가면 가장 멋진.. 송림길로 새가례로 내려갈 수 있다.
(삼각점 / 삼가 11, 일등삼각점이다)
이는 1:50000 지형도 '삼가' 도엽에 설치된 1등 삼각점으로,
망실되었던 삼각점을 1991년에 재설치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간혹 삼각점 방향이 잘못된 것도 발견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삼각점
상단 대리석의 "+" 표시는 방위를 나타내는데 글자를 바로 본 자세에서
윗쪽이 북이 되므로 산행중 지형도상의 현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일등삼각점은 우리나라에 총 189개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일몰사진을 찍으려 자굴산에 올랐는데.. 짙은 연무로 태양도 보이지 않고..)
(18)
(능선 끝 뾰족한 봉우리가 봉화대)
(자굴산 정상부 모습.. 하늘은 맑은데 연무가 짙게 끼어)
의령의 진산이며 의령 자체라 할 수 있는 자굴산은
의령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산이다.
자굴산 하면 우선 남명 조식(1501-1572년) 선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록 60세 때 지리산 자락 산청으로 옮겨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양성했지만,
28세 때 자굴산 명경대(明鏡臺)에서 글을 읽고 뜻을 세웠다고 한다.
조선시대 지조 있는 선비요 학자인 남명 선생이 2년 가까이 생활한
자굴산의 명경대와 절집은 가례면 갑을리 산 136번지 일대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홍의장군으로 알려진 의병대장 망우당 곽재우 장군도 15세 때
자굴산에서 수학했다는 기록이 망우당전집에 남아 있다.
상해임시정부 자금 절반 이상을 조달한 백산 안희재도 의령인,
많은 인걸을 배출한 자굴산은 높이가 897m나 되는 높고 큰 산이며
경관이 좋고 골골마다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자굴산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띌 정도로 망루같이 우뚝하여 일망무제 사방으로 조망되는
일급 조망처. 맑은 날 정상에 서면, 2시 방향으로 화왕산, 관룡산,
5시 방향 무학산, 6시 방향 방어산, 계방산, 10시 방향으로 지리산,
11시 방향으로 덕유산, 12시 방향으로 가야산이 조망되는데..
오늘은 보이는 산이 별로 없다.
(한우산(앞쪽)과 산성산 모습)
남덕유산에서 달려온 진양기맥이 한우산 앞 799봉에서
오른쪽으로 우봉지맥을 가른 후 자굴산으로 향한다.
진양기맥은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갈래를 쳐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 망설봉, 갈전산, 바랑산, 소룡산, 황매산, 철마산, 금곡산,
성현산, 산성산, 한우산, 자굴산, 망룡산, 천황산, 집현산, 광제봉을 일으키고
남강 유역인 진양호 남강댐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159.7km의 산줄기로
주로 남강과 황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어 진양기맥의 서쪽과 남쪽의 물은
남강으로 흘려 보내고 동쪽의 물은 황강과 낙동강 본류에 합류한다.
진양기맥은 하동을 제외한 서부 경남의 전지역인 함양, 거창, 합천, 산청,
의령, 진주 등 6개 시군을 지난다. 이제 내가 나고 자란 고향 뒷산
자굴산을 지나는 진양기맥을 따라 걸어 볼 참이다.
(지리산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처음엔 매화산인줄 알았는데.. 집에와서 확인하니 지리산이다.
늘 보던 지리산을 몰라봤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금지샘과 내조리 방향을 가르키는 써래봉 이정표)
자굴산은 칠곡 내조리에서 자굴티재를 거쳐 오를 수 있고,
금지샘을 거쳐 오를 수도 있고, 달분재를 거쳐 오를 수도 있다.
물론 제일 짧은 코스는 쇠목재까지 자동차를 이용하여 오른 후
정상까지는 30~4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최단코스도 있다.
가례면 개승리에서 백련암을 거쳐 오르는 코스도 좋다.
자굴산은 높이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짧은 코스가 분에 차지않는 산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로는..
바로 새가례에서 시작하는 7.5km의 수더분한 능선을 타고
송림으로 오르는 길.. 이 길을 추천하고 싶다.
여기서 내조리 방향으로 내려가다 자굴티재에서 망룡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진양기맥이 되고, 또 맞은편 한우산 아래 799봉에서
우측으로 우봉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우봉지맥이 된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지리산)
(칠곡면 내조마을도 땅거미가 덮히고..)
(자굴산에 올라 지리산을 못보고 가면..)
오늘.., 날이 쾌청하고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청명하여
지리산이 눈 앞에 다가설 것 같은 기대를 하며 산에 들었는데
연무가 너무 짙어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다. 기대했던 일몰은 만나지
못했지만 자굴산에 올라 언제나 내가 보고싶은 모습만 보려한다면
그것은 욕심이겠지.. 이 모습도 자굴산의 자연스런 일상이거늘..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동그란 모습을 보여준다)
(의령농협에 근무하신다는 향우, 왕눈이님이 찍은 시나브로)
올라오는 길에 내려가는 서너 사람을 만났다.
다들 이 늦은 시간에 뭐하러 산을 오르냐 하는 눈치였다.
자굴산을 정상에 제일 빠르게 오르긴 올랐지만 산너울이 춤추는
일망무제 일급 조망처를 연무가 가린데다 일몰까지 커튼을 쳐버려
정상에서 이리 저리 별 소재도 되지않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중봉(산불감시탑) 쪽 계단으로 사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직감적으로 아마 고향에 설 쇠려 온 향우일거라는 생각에
다가가니 선한 얼굴에다 한눈에 산꾼의 내공이 느껴지는데
배낭 옆주머니에 삼각대까지 꽂혀 있는 것 아닌가!
순간, 동질감.., 동류의식이 진하게 느껴졌다.
(하룻일을 마치고 짙은 연무속으로 들어가는 태양)
(33)
(내려서기 직전의 정상 모습, 눈큰사슴(왕눈이)님)
(내려가는 길은 차가 있는 쇠목재 방향)
(갑을리, 산골마을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지고..)
특히 산꾼들은 몇 마디만 나눠보면 곧바로 내공이 느껴진다.
왕눈이님도 백두대간을 마치고 정맥길에 들었다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정맥을 접었으나 지금도 시간만 나면 산으로
향하는 대단한 열정의 산꾼이었으며 사진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았다.
왕눈이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갑을 마을에는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얼마가지 않아
날머리 쇠목재. 하산하는 시간은 더 빨랐다.
쇠목재, 전화번호와 블로그를 알려주고 설 잘 쇠시라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오늘 산에 들어 마음에 드는 일몰은
담지 못했지만 고향 뒷산 자굴산을 오를 수 있어 좋았고
또 자굴산 정상에서 멋진 고향 산우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산은 언제나 그렇듯.. 실망시키는 일이 없다니깐..
(자굴산 등산 안내도)
고작, 왕복 2.5km 정도, 산에서 머문 시간 2시간 20분.
사실 산행기를 적을 거리도 못되지만 그래도 고향 뒷산
자굴산에 올랐으니 일기같은 산행기를 써 본다.
일몰 사진도 못 찍고,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과 산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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