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쏟아지는 내연산에서의 설박 & 심설산행

2011. 2. 17. 00:32山情無限/산행기(일반)

 
 
 
 

 

함박눈 쏟아지는 내연산에서의 행복한 설박과 심설산행
(휴가까지 내고 나선 울릉도행은 무산되었지만..)




일시 : 2011. 2. 11(금) ~ 12(토)
날씨 : 첫날 / 함박눈, 둘째날 / 맑음
동행 : 고리뫼 산방 산우들(9명)과

 



울릉도 가려고 휴가까지 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6시 40분 문수고로 나가니 자우님, 곰돌신랑님,
곧이어 자유인과 쭈니님이 도착.. 키만한 배낭 다섯개를
차 1대에 구겨넣듯 겨우 싣고 포항으로 출발..

어제 퇴근하여 미리 배낭을 챙겼어야 하는데
몸살기운이 있어 잠시 누웠다가 챙긴다는게 그만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 야밤에 다락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대충 챙기고
새벽에 일어나 마저 챙겼다. 그러는 와중에도 카메라 삼각대까지
챙겼건만 집을 나설 때부터 허전한게 뭔가를 빠뜨린 기분..
급히 먹은 밥이 체하고 바쁘게 챙긴 배낭은 중요한 것을 빠뜨리기 일쑤,
신경써서 잘 충전해 놓은 카메라 배터리 하나를 그냥 두고 온 것이다.
울릉도에 가면 2박3일동안 사진찍을 소재도 많고 추우면
배터리가 빨리 나갈텐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경주가 가까워 지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포항에 들어서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눈오는
하늘에 왠 날벼락! 먼저 도착한 일행의 오늘 배 못 뜬다는 소식.
일단 여객선 터미널 입구 인근 식당에 울산팀, 대구팀, 서울팀..
각 지역에서 온 일행이 다 모이니 모두 13명, 아침을 해결하고
긴급 대체 산행지 물색.. 두타산, 내연산.. 하다
내연산으로 결정되니 장거리 산행이 어렵다며 3명은
욕지도를 가기로 하고, 10명은 내연산으로 출발.
회사에서는 모두 울릉도 가는줄 알고 있는데..





(폭설로 7번국도가 마비될 것이라는 것을 대비하라고 하는듯..)

7번 국도는 이미 거북이 걸음.
한 차선에는 드문 드문 자동차들이 멈춰 서 있고
벌써 사고차량도 보인다. 빙판이 된 길.. 완만한 비탈에도
차가 멈춰서면 출발을 못한다. 도중에 가다 서다 한다.
내려서 차를 밀기도 하면서.. 20분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 지체구간을 빠져 나왔다.





(드디어 보경사 입구에 도착했는데..)

눈은 펑펑 쏟아지고..
향로봉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였지만
이미 11시 45분을 지나고 있었다.







(4)









(내연골 폭포가 보이는 조망대에서 잠깐 휴식)

폭포는 얼어붙고 펑펑 쏟아 붓는듯한
눈꽃송이가 폭포를 가려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연담 김명국의 '설중귀려도' 같은 풍경에 넋을 잃고..





(비경과 12폭을 품고 있는 내연골(갑천계곡))













(내연골이 내려다 보이는 포토존에서 한 컷씩)







(설경.. 올 겨울 눈다운 눈을 보는 것 같다)









(문수암에 물 길러 갔다오는 길에..)





(문수봉 1km를 가르키는 이정표)

간단하게 점심 먹고 출발하는데도 벌써 2시
오늘 내연산 주봉인 향로봉까지 가기는 무리일듯..
코가 땅에 닿을듯 가파른 비탈도 비탈이지만
이렇게 눈이 꽃송이 되어 내리는데..









(문수봉 오름길이 급비탈이긴 하지만.. 황홀하기만 하다)





(온 천지가 눈 세상)













(가파른 비탈을 오르랴 사진도 찍으랴)





(인생길 같은 산길.. 어찌 오름길만 있겠는가..)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 능선에 붙으니
평탄한 길이 나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호젓한 눈 길이 열렸다.
고진감래랄까..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우리는 쉬고 있는데.. 눈은 쉬지도 않고 계속 내린다)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함박눈이 내린 길)







(영화 한 장면 같잖은지..? 대단한 비박꾼 쭈니님과..)





(대구경북비박산우회의 승욱님. 반가웠어요.)





(잠깐 쉬는 동안에 눈범벅이 된 배낭들..)









(눈이 내려도 갈 길은 간다)





(삼지봉, 야영터 눈 고르기)









(텐트를 치는 동안 눈은 잠시 소강상태)





(타프를 치고 만찬준비)







(오늘과 내일 사용할 눈 물 만들기, 녹이고 거르고..)

겨울 심설산행은 식수조달이 쉬워 좋다.
생수가 없어도 눈을 집어 먹으면 되고..













(배낭 속에서 나온 식재료들은 각양각색의 음식으로 변신)







(목하 요리 중)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지.. 연신 침을 삼키며..)





(晩餐)

가까스로 타프 밑에 들기는 했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바깥이 되어 승욱이와 나는 눈보라를 막는 방패막이가
되어 버렸다. 우모복을 입었지만 등어리에는 눈이 두툼하게 쌓이고
허리가 시리다. 다양한 메뉴의 만찬도 시간이 가니 끝이나고..
비주류는 침낭안에 넣을 끓인 물을 날진통에 담아 텐트로 들고
주류는 가는 밤이 아쉬운지 2차를 이어간다.
 
날진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와 침낭속에 넣고는
하루를 정리하려는데 텐트 안인데도 추워서 침낭 속으로
들어갔더니 몸이 노곤해지면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일어나니 여섯시가 다된 시간.. 야영와서
이렇게 잠을 푹 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새롭게 밝아 온 둘째날








(텐트안 풍경, 자켓과 비니와 장갑은 장작같이 뻣뻣하다..)

새벽에 잠이 깨었는데 바람소리가 세차다.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않아 침낭속에서 미기적거리다
일어나 보니 텐트안 자켓이고 비니고 장갑, 신발까지
모두 얼어 있고 텐트안에도 성에가 떨어져 있다.











(밤새 내린 눈에 텐트는 반쯤 파묻히고.)

계속 침낭 속에만 있을 수 없어
텐트를 살짝 열어보니 요란한 바람소리와는 달리
그렇게 바람이 세차지 않아 밖으로 나와서 보니
텐트가 눈에 많이 파묻혀 있다.





(우선 타프 위의 눈을 치우고..)

식당 타프 위에 쌓인 눈으로 바닥까지 닿을 정도가
되어 얼른 눈을 치우는데 눈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타프 밑에서 받치고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다시 아침 준비)

어제 저녁 지을 때 쌀 조금 사용한 것 말고는 아직 배낭이
그대로다. 오늘 아침 준비하면서 남은 쌀을 얼른 사용하고,
시락국 끓이면서 또 500g 가량 줄였지만 관건은 2kg 가까운
고깃덩어리를 처분해야 하는데 곰돌신랑님이 또 양념을 한 주물럭을
내어 놓는 바람에 이번에 꼭 처분하려 했던 목살이 또 뒤로 밀렸다.
에구 저 무거운 고깃덩어리를 계속 지고 다녀야하나..
빨리 배낭무게를 확 줄였어야 하는데..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순간)





(아침식사, 고통분담하자는 바람에 정량을 오버하면서 까지..)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준 삼지봉 설박)







(배낭을 한 줄로 세우고 단체사진 한 컷)





(대단한 비박꾼 쭈니님)







(삼지봉 정상석과 이정표)

경북 포항시 송라면 중산리에 위치한 삼지봉은
내연산에 속하는 봉우리로 문수봉과 향로봉, 북동대산 등
3곳으로 갈라지는 위치에 있어 삼지봉이라 한다.
내연산은 당나라의 종남산과 산세가 닮아서 종남산으로
불리다가 후에 내연산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삼지봉의 남쪽 계곡에는 관음폭포와 상생폭이 있다.









(아침 먹을 때까지도 날씨가 흐리고 눈발이 날렸는데.. 하늘이 개였다)







(차마 밟기도 아까운 이런 눈밭에 길을 내면서..)

흰 눈의 은총

생명들의 활동이 멈춘
차가운 겨울 숲 속에
凍死 직전의 소나무 마다
조물주는 간밤에
두터운 솜옷을 선사했다.

칼바람이 가지 끝을 스치던
살을 베는 고통에도
말없이 견디는 잎사귀마다
긍휼로 보듬는 주의 손길이
깊은 은총으로 와 닿는다.

눈 덮인 풍경마저
어느 영화보다 더 아름답게
파노라마로 펼쳐져
행복 속에 내가 갇힌다.

동지섣달 긴긴 추위가
戰爭만큼 무서워도
하늘로부터 내리는 은총에
숲에는 평화가 가득하다.









(이 시간 이 곳에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흥)





(순백의 하얀색도 무게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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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님 러셀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달콤한 휴식)





(힘겹지만 행복한 길)







(성철님과 시나브로)





(이마에 땀을 흘린 자만이 진정한 휴식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때로는 임무를 목표지점으로 돌진하는 특공대원같이..)







(가면 길이 된다)







(향로봉이 저긴데..)

심설 러셀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3시간 정도 예상하고 계곡쪽으로 탈출을 시도했는데..







(길을 만들며 가는 길)


프랑스의 등산가 샤뗄리우스는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던가..









(넘어지면 혼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건만..)

그 모습을 즐기며 사진찍기 바쁜 나쁜 일행들..
너나 할 것없이 미끄러 졌는데.. 뒤로 넘어지고 앞으로도 넘어지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어져도 어린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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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이런 길을 갈 수 있을까!)







(아슬아슬한 길, 미끄러져 계곡에 빠지기도 하고)





(미끄럽다 미끄러워..)





(때로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걷기도 하고..)







(탈출 성공, 드뎌 계곡에서 올라오는 능선길을 만났다.)

그러나 등로로 걷는 길이 편하기야 하지만
빨치산 산행같은 스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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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 드디어 계곡에 내려섰다)







(너덜은 마치 공동묘지의 무덤같이..)







(너덜지대를 지나며)





(가파른 너덜인데 와 평지같아 보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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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내려섰지만 남은 길이 그저 가지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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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관음폭포)

폭포수로 바위가 패여 커다란 동굴입구처럼
아가리를 쩍 벌린 검은 공간이 형성되고 그 아래
깊이 뚫린 소위로 물이 떨어지는 특이한 폭포.

이 내연골에는 관음폭를 비롯하여 상생폭, 연산폭 등
12폭이 있어 여름계곡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먼저 내려온 일행들.. 무거운 배낭을 지고도 참 잘 걷는다)





(두터운 얼음 아래로 봄소식이 전해 오는듯..)

가을은 산정에서 내려오고
봄은 강 바닥에서 올라 온다지..
졸졸 흐르는 계류에서
봄의 소리가 묻어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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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핀 눈꽃을 당겨보고..)





(봄이 오는 모습은 여기 저기서 포착된다)







(카메라에 열중인 시나브로와 승욱님)





(관음폭 이후 시간에 쫓겨 셔트 한 번 누르지 못하고 직행하여 원점회귀)





(산행마무리, 강구로 가서 대게로 대미를 장식)

뉴스에는 강릉 동해지방에 100년만의 폭설이 내려
7번국도가 마비되고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속보를 계속
내어 보내고 있다. 만약, 우리가 울릉도에 들어 갔더라도
월요일까지는 나오는 배가 없고, 두타산으로 향했다면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갇힐뻔 한 일 아닌가.
내연산으로 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오늘 산행이 "딱 내 스타일이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가 한 둘이 아닌 걸 보니 목적한 울릉도행은
불발되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두고 두고 좋은
추억이 될 내연산에서의 행복한 설박 심설산행으로
충분히 보상받은 것 같아 감사할 뿐이다.

러셀하며 수고한 자유인님과 승욱님, 1000리 길을
운전하며 다녀간 무심님을 비롯하여 모든 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함께한 산행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