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통째로 날아간 '독도 예산' 43억원

2009. 12. 13. 22:03역사/독도

 

 

정쟁에 통째로 날아간 '독도 예산' 43억원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서 정부가 요청한 독도 관련 교육, 홍보 예산이 통째로 누락됐다.  이번 예산 삭감은 일본에서 2011년 자국의 독도 영유권을 명기한 중학교 교과서 출간이 예고되는 등 ‘독도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독도연구’(회장 정태만)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등에 따르면, 2011년 독도 관련 홍보 등을 위해 쓰일 43억원의 예산이 국회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반영되지 않고 빠졌다.

 

날치기 파동과 이른바 ‘형님 예산’으로 얼룩진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독도관련 예산이 쏙 빠진 모양새다. 이번에 누락된 독도 관련 예산 43억원은 ‘독도교육홍보관’ 건립비 30억원과 독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동북아공동체협의회 구축비 4억원, ‘독도 아카데미’ 운영비 5000만원, 독도 관련 연구비 2억원 등의 항목으로 짜여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내년에 일본과의 독도 분쟁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내년 동북아역사재단 예산안에 독도 관련 홍보와 교육 예산을 처음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에 독도 홍보관을 짓고, 대학생들 상대로 독도의 역사와 우리 영유권 주장의 근거 등을 가르치는 독도 아카데미도 확대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예산이 통째로 빠지는 바람에 물거품이 될 상황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독도 관련 예산 누락을 문제 삼고 있는 ‘독도 연구’ 측도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번 독도 예산 누락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독도 관련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처음부터 누락된 것은 아니다. 당초 교과부는 43억원가량의 독도 관련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 예산이 누락된 것은 상임위가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교과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학교 무상급식 등 예산안 쟁점을 놓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면서 아무도 독도 관련 예산을 챙기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교과위 파행의 원인이 됐던 예산안 쟁점 중에는 야당에서 이른바 ‘형님 예산’으로 분류한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비 예산 200억원도 포함돼 있었다.

 

노재석 국회 교과위 수석전문위원은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비 예산 200억원은 민주당에서 반대했고, 학업성취도 시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야당의 제안은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교과위가 난항을 겪었다”며 “결국 소위에서 합의된 예산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하지만 상임위가 파행을 겪으면서 독도 관련 예산을 예산안 원안에 추가하기로 한 여야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 덜렁 원안만 예결위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독도 관련 예산이 추가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교과위 파행의 한 원인을 제공한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비 예산은 당초 원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결국 본회의를 통과했다. 단순화시켜 보면 ‘형님 예산’으로 여야가 다툼을 벌이다 정작 중요한 ‘독도 예산’은 날려버린 셈이다.

 

한나라당 측은 이런 사실을 전해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독도 관련 예산 문제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내부적으로 (시정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독도 예산’ 시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산 추경 편성 문제는 아직 정부에서 입장을 발표한 게 없고 통상 내년 8월 이후에나 추경 예산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독도 공세는 해가 바뀌면 바로 불거질 전망이다. 일본은 내년 4월로 예정된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모두 담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과서 검정은 4년마다 진행되는데 이미 지리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부분을 반드시 명시하게끔 학습지도요령해설서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내년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돼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