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도덕불감증

2009. 9. 28. 23:48이래서야/더불어살기위하여

 

 

신자유주의와 도덕불감증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수정 : 2009-09-28 17:59:38

 

 

 

 

 

장관과 총리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면서 이명박 정부와 후보자들의 도덕불감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영국의 대처 정부 시절에도 “정부와 여당이 도덕불감증(sleaze)에 빠졌다”는 비판이 자주 등장했다. 기업가들이 정치인과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 사업을 성사시킨 사건들, 기혼의 장관이 미혼의 여비서와 정사해서 아이를 가진 경우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처 정부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기억이 난다.

 


실업·빈곤은 개인 탓 돌리고

 

새로운 자유주의가 아니라 식초 맛으로 변해버린 ‘신’자유주의가 도덕불감증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닐까? ‘기업하기에 좋은 사회’를 정부의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들이 제시하는 어떤 ‘무리한 요구’도 정부가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 철도나 도로를 민간자본이 건설하고 정부가 어떤 손실도 입지 않게 하겠다고 보장하는 경우가 이른바 관민협력사업인데, 정부가 특정 민간업자에게 떼돈을 벌게 하는 방법이다. 또한 기업가들은 사회에는 해를 끼치면서도 사적인 이득을 얻는 온갖 사업계획을 정부가 허가하고 지원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정부는 추한 민간자본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를 묻지 않기 때문에 부자의 도덕성을 처음부터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아파트나 토지에 대한 투기를 통해 부자가 된 사람은 새로운 가치나 부를 스스로 ‘창조’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국민은 부자의 도덕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실업이나 빈곤이 개인의 잘못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사회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억지를 부린다. “눈만 조금 낮추면 누구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다가는 새벽 노동시장에서 뭇매를 맞을 것이다. 실업, 빈곤, 자살, 사교육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고, 정부 비판, 시위, 파업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도 경찰과 검찰, 국정원이 뿌리뽑아야 한다.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한 정치가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대처가 그랬고, 레이건과 부시가 그랬으며, 이명박도 그렇다. 신자유주의 정권은 노동조합을 ‘국내의 적’으로 삼으며,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가연합과도 밀접하게 상의하지도 않는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시민단체 중에서 친정부적인 단체들에만 지원금을 주고 비판적인 단체들을 소외시킨다.

 

 

부자의 도덕성 묻지않는 정권

 

주요 정책을 연구하고 입안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고 전혀 토론도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부자 감세, 철도와 도로 건설에 대한 민간 투자 보상, 4대강 개발, 희망근로사업 등에서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하면서 공개 토론한 적이 없다. 이리하여 개별 기업들은 ‘비밀리에’ 개별 정치인이나 관리에게 부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비리·부정·부패·비능률이 범람하게 된다.

 

뉴라이트는 박정희 정권이 ‘청렴결백’하고 능률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자행된 수많은 사법살인을 발견하고 바로 잡음으로써 박정희 정권의 정체를 밝히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미디어법, 금산통합법 등으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으면서 빈익빈 부익부를 강화하려는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기득권자들의 도덕불감증을 증가시켜 온갖 부정과 부패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으며, 결국 스스로 몰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