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봉산골의 이끼폭포는 환상적이었다

2012. 7. 15. 22:44山情無限/지리산

 
 


지리산, 봉산골의 이끼폭포는 환상적이었다
(지리산 이끼계곡 봉산골을 찾아서..)




○ 2012. 7. 7(토) 08:30~17:10 / 흐렸다 갬, 습도높음
○ 쟁기소-봉산(우)골-1650봉-달궁능선-1260봉-쟁기소능선-쟁기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이번엔 지리산 이끼계곡 봉산골 산행이다.
마음이야 함박골 실비단이끼폭포를 다녀온지도 오래되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궁금하고, 블로그 친구들이 소개하는
이쁜 이끼폭포들도 가 보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은데.. 봉산골 공지가 올라왔길래 얼른 꼬리를 달았다.
산사진 찍는 것이 취미라지만 사진을 제대로 찍은 것이 없다.
그저 종군기자 취재하듯 보이는대로 찍는 기록사진에 지나지 않는다.
종주산방이 코스를 잘 잡아 따라붙기는 하지만 사진까지 찍으려니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 두 가지 겸하기가 벅차다.

우선, 카메라부터 화각이 넓은 풀프레임을 가져가야하나
가볍고 기동성이 좋은 크롭바디를 가져가야하나 부터 갈등이고,
지난해 봄 무릎을 다친 이후로는 종주산방 준족들 뒤따르기도 힘든데
사진찍는 시간만큼씩 뒤쳐지니 더 힘들지만 욕심은 버리지 못하고..
그래 사진을 잘 찍으려면 사진찍을 준비부터 제대로 하여
가는 것이 맞겠지만 그넘의 욕심이라는게.. 오늘은 봉산골
스케치하는 정도로 다녀 오자고 다짐을 하지만..

과연 지리산이 인기가 있긴 있나 보다.
40명에 울타리를 치고 대기자를 받기까지 했지만
최종 37명으로 확정되었다. 사실, 지리산 가기에는
많은 인원이지만 차가 꽉 차니 마음도 풍성해서 좋다.
낮익은 얼굴들, 오랫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오늘 처음보는 얼굴들도 많은데.. 모두 지리산에 대한
기대로 상기되어 있는듯 하다.







(가는 길.. 산청을 지나자)

구름이 걷혀야 할텐데 차창에 빗방울이 맺힌다.
일기예보는 오늘 개인다고 했는데 어찌 하늘의 일을 인간이
제대로 예측할 수 있겠나만 쉽게 개일 것같지 않은 느낌이지만
큰 비는 오지않을 것 같아 봉산골 이끼폭포가 어떤 모습으로 맞아줄까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데.. 성천대장이 식당에 전화를 해 보니
어제 내린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어 코스를 변경하여, 주능선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자 그렇게 하자는 동조자도
나오고.. 오늘 봉산골에 대한 기대를 갖고 왔지만 형편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달궁민박마을, 송백식당 / 세인님 작품)

차는 반선을 지나고, 달궁을 지나는데 야영장에는
벌써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텐트들이 가득하다.
야영의 계절이 온 것 같다. 길 옆으로는 오토캠핑장, 야영장들이
즐비한데 형형색색으로 쳐진 텐트들의 모습이 정겹다. 근래 캠핑인구가
참 많이 는 것 같다. 달궁민박마을에서 산행채비를 한 후,
다시 차를 타고 봉산골 입구 쟁기소로 향한다.





(입산)

도중에 한 번 잘못내려 우루루 다시 차를 타고 성삼재방향
구불구불한 길로 오르다 정령치로 오르는 달궁삼거리 못미쳐
쟁기소 입구에서 신속하게 산으로 빨려든다.







(쟁기소 철다리를 건너.. 문은 열려 있었다)





(어제 내린 비로 만수천이 많이 불었다)

전북 남원 지리산 노고단에서 발원하여
남원시의 산내면을 관통하는 하천으로 산내면 면 소재지 부근에서
람천에 합류되고, 이어서 경남 함양의 임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어서 남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모두.. 일사분란하게 산으로 빨려든다)





(고운 모습의 산수국은 산객이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무엇이 이 길로 이끄는지..)







(습도가 높아 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시원하다! 계류가 땀을 식혀준다.





(27)





(바위를 돌아 내리는 계류는 재잘거리며 포말을 일으키며..)

자신을 낮추고 낮춘다. 아름답다!





(29)





(이끼계곡의 전조.. 파란 이끼 옷 입은 바위들이 나타나고..)





(33)





(이심동체, 돌을 품은 나무)







(마치, 이현세 화백의 까치를 연상시키는 폭포?, 분수?)











(계곡이 아름다운 것은..)

꽃에 나비가 없을 수 없고,
산에 샘이 없어서는 안된다.
돌에는 이끼가 있어야 제격이고,
물에는 물풀이 없을 수 없다.
교목엔 덩쿨이 없어서는 안되고,
사람은 벽(癖)이 없어서는 안된다.

장조의 '유몽영'中







(점입가경(漸入佳境)!)







(당겨도 보고, 밀어도 보지만..)

오늘도 아쉬움이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다. 이율배반적이게도 골이 깊고, 이끼가 진할수록
아쉬움은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욕심 탓이겠지!
가슴에 제대로 담지 못하니 그림으로라도 담아야겠는데
갈길이 멀어 마음은 바쁘건만 걸음을 붙잡는 풍경들..
그만, 갈길 접고 카메라하고 노닥거리고 싶어진다.





(폭포 벼랑에 피어있는 고고(孤高)한 꿩의다리)

세상 일에 초연한듯 홀로 고상한 모습!
유혹에 못 이겨 다가가서 카메라를 갔다대니 인사인듯
가는 허리 하늘하늘 춤춘다. 이쁜짓한다고 추는 춤이 겠지만
남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쳐진 길 누가 대신 가 주지 않으니
내 몫의 길은 내가 가야하니 춤구경한 댓가 치르느라
애꿎게 걸음만 재촉한다.







(계류는 폭포를 이루며 아래로 아래로)

모든 것들이 높고 높은 곳으로 향할 때
계류는 자신을 낮추고 낮추며 아래로만 흐른다
이렇게 계류마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라 교훈하며
낮출 수 없는 곳까지 자신을 낮추어 간다.





(각이 설 수록 계곡미가 더 하고..)

계곡이 아름답다. 계곡미가 더하면 더할수록 상응한
댓가도 따르기 마련.. 한 컷 담고 나면 일행들은 모퉁이를
돌아가고 두 세 컷 담고 나면 꽁무니도 보이지 않는다.





(건천을 지나고)





(무너져 내린 계곡도 지나고..)

계곡이 생채기가 심하다.
군데 군데 무너져 내려 속살 드러낸 곳을 지난다.







(이끼)

오늘 산행의 목적은.. 푸르름이 가득한 봉산골의 이끼그림
환상적인 이끼의 때깔이 걸음값을 제대로 한다.





(무슨 열매?)







(울창한 숲)

지리의 골들이 나름대로 이름값을 하지만 깊은 골짜기,
원시의 울울창창한 모습은 공통적인 모습아닐까!

'봉산골' 지명의 유래가 '封山골'이 아닐지..
(조선시대 나라에 필요한 목재를 조성하기 위해 벌채를
금지한 산(封山)으로 보호하는 수종과 금지범위, 관리책임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는데 수종에 따라 소나무를 보호하는
봉산과 황장목을 보호하는 황장봉산, 밤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율목봉산, 참나무를 보호하는 진목봉산 등이 있었다.
조선후기에는 상당히 많은 곳을 지정 관리했다는데
울창한 숲으로 보아 그 중 한 곳이 아닐지..?)









(그래, 이 맛이야!)


우리나라에도 이름난 이끼계곡들이 많다.
삼척 육백산 무건리이끼계곡, 영월 상동이끼계곡,
가리왕산 장전이끼계곡, 거창 금원산 이끼계곡,
왼쪽 달궁능선 너머에 있는 뱀사골 실비단 폭포,
모두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지지만
봉산골은 찾는이가 많지 않은듯..





(스카이님의 열중)









(이끼를 타고 내리는 실비단 폭포)





(사태지역.. 자연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8월초 슈퍼 태풍 무이파의 위력은 대단했다.
최대풍속 70m/s의 가공할 위력으로 사망 22명, 실종 6명의
인명피해를 비롯해 큰 피해를 낸 '서양자두 꽃'이라는 의미를 가진
태풍 '무이파'는 이곳 봉산골에도 사태를 내고 원시미 가득한
폭포를 메꿔 버리며 지형까지 바꿔버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위대하다)

황무지에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여기까지..)

손각대로 찍을 수 있는 셔터속도는 1/10초.
우유빛 안개같이 뽀얗게 깔려있는 물줄기와 새파란 이끼의
아름다운 모습이 부럽기야 하지만 그것은 그림의 떡, ND필터
달고 10초 대의 장노출을 주어야 하는데.. 따라가기도 벅찬
종주산행팀에 동행하며 그런 생각은 호사스러운 일,
아쉽지만 이정도도 감지덕지 해야 할판.







(운칠기삼이라지만..)







(폭포수가 힘이 있어 좋다)





(뒤따라 오르다 보니.. 뒷모습밖에 찍을 수가 없다)







(다시 만난 실비단 폭포)







(벼랑에 붙어있는 비비추를 찍으려고 내려가는데..)

딛었던 한 아름이나 되는 바위가 힘없이 빠져내린다.
다행히 바위는 구르지 않고 멈춰섰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늘, 우리팀도 몇 번의 위험한 순간이 있었고,
앞서간 팀도 사고 직전까지 내몰린 일이 많았다는데
큰 사고없이 무사히 다녀올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비온 뒤 계곡산행은 낙석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





(다시 너덜을 지나고..)





(건천이 계속되어 계류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않는 울창한 숲..)

원시림, 지리산의 속살









(진수성찬! 그러나 먹기가 미안했다)

한 바탕 오름짓에 배가 고파 올 즈음 이른 점심을
먹으려 배낭을 푸니 이건 완전 야영배낭 수준의 먹거리다.
사연인즉, 파르티잔, 스카이, 성천님 모두 짐들을 맡았는데
본의 아니게 선두와 후미가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바람에
전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만날 수도 없는데.. 무거운
짐을 계속 지고 갈 수도 없고 하여..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진수성찬을 대하니 좋기는 하지만,
준비해 온 님들에게 미안한 생각에 목이 메인다.
파르티잔님은 미안한 맘에 먹지도 못하고 뒤돌아 앉아
애꿎은 담배만 피는데.. 믿거나 말거나..











(푸르름이 좋다. 울창한 계곡을 타고 오르니.. )

발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다시 이끼낀 계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얼굴에 햇살을..)

낡고 하찮은 것들은
때때로 얼마나 끈질긴 힘이던가
한 때의 추억이 더 이상 길이 되지 못하는
이건 아니라고 고개 휘휘 젓던 그 길에서도
자잘한 일상이나 응어리들을 모아서는
묵묵히 자리를 넓혀가는
새파란 청춘도 아닌 것이
또다시 새 길을 닦는다
철거당한 영세민들인가
그늘진 세상의 한쪽 끝에 터를 잡고서는
밝은 쪽의 어떤 힘에 대항하여
서로의 빈틈을 최대한 좁혀서는 악착같이
아주 조금씩 양지 쪽으로 뿌리를 뻗는다
평생 음지 쪽에서만 살아본 것들이 내뿜는 물기는
저리도 절실하고 투명한가
미처 새기지 못한 지난 날의 아픔처럼
세상이 밝을수록 더욱 파릇파릇 빛이 난다

추억의 푸른 이끼 / 장병천







(물이 바위사이로 힘차게 쏟아져 내린다)





(시나브로.. 다시 신이 나고..)







(이런 곳에 이런 모습으로)





(찍고 있는 모습도 찍히고..)









(작품이 될만한 모습들이 많았지만..)

장노출로 폭포를 제대로 담아보고 싶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잡히는 것..
그래도 이게 어딘가!





(2명이 빠진 우골팀 단체사진!)





(105)





(계류가 너덜 아래로 흐르다가..)





(폭포에서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봉산(우)골은 상단부로 오를수록 직벽에
가까울정도로 계곡이 꼿꼿하게 일어선다.









(우골 최상단 폭포)

지리산은 넓고 골도 많다.
숨어있는 계곡은 소리없이 아름답다!







(제대로 담았어야할 모습.. 아쉬움이 찐하게 남는다)







(수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





(물 줄기도 적당하고, 때 맞춰 왔는데..)







(봉산골은 아무리 보아도 매력덩어리)







(봉산골(우골) 상단부 모습)

봉산골은 반야봉이 거느리고 있는 수 많은 골짜기중
북서사면에 위치해 있고, 상단부 경사가 심한 골짜기다.
그 중 우골이 가장 경사가 심하여 거의 직벽을 이룬다.
햇빛이 가장 늦게들고 가장 일찍 져 골짜기 전체가
원시림에 가깝고 녹색이끼로 덮혀있다.









(최상단 폭포)









(빨치산도 아니면서 빨치산 산행을..)

봉산(우)골 상단에서 우측으로 비껴서 오르는데
가파른데다 발 딛을 곳도 마땅찮고 딛은 돌마다
흔들리고, 제대로 잡을 것도 없는데 딛은 땅이 무너지고
미끄러져 내려 여간 위험하지 않다. 급경사 지대를 지나니
이제는 덩굴나무들과 키작은 잡목들이 진행을 방해하여
40분 넘게 악전고투하며 상단부 밀림을 빠져나왔다.
물론 그 와중에도 대장 스마트폰 찾느라 10여 분
소요를 하기도 했지만..

선답자들 산행기를 찾아보니 대부분 상단
폭포를 바로 치고 올라간 것 같았다.





(관중)





(선두와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나 빠른 길로 하산키로 결정)







(신작로 같은 달궁능선으로 들어섰다)





(주목지대를 지나..)







(1570봉, 전망바위에서..)







(꿀풀과 노루오줌풀)





(심마니샘 내려가는 길)





(달궁능선 산죽지대를 지나.. )







(성천대장, 갈 길 정하느라..)







(양지꽃과 비비추꽃몽우리)





(뒤돌아 본 주능선)





(146)





(한 길이 넘는 산죽숲길, 댓님이 얼굴을 긁지만 길은 뚜렸했다)





(148)

숲의 주인은 참나무, 소나무, 때죽나무,
버섯, 이끼, 뻐꾸기, 소쩍새, 지빠귀, 산까치,
들비둘기, 족제비, 살모사 ...
그리고
가끔씩 골짜기 타고 와서
먼지를 털어주고 가는 바람도 주인이지.

안도현의 '주인' 中







(가파른 길이 순해지더니)





(드디어 아침에 건넜던 철다리가 나오고,)

만수천이 나왔다.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선두는 다 내려왔겠지?
우리는 버스를 불러 식당으로 향한다.





(이 즈음 달궁의 풍경)





(언제나 풍성한 다물의 산행뒷풀이 / 성천님 작품)







(달궁의 모습들)

 

 

 

 

(산행코스 / 봉산우골팀)

 

 


산행코스가 쟁기소에서 봉산골로 올라 하점골로 내려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봉산(우)골로 오르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바람에 달궁능선을 거쳐 쟁기소능선으로 내려서
쟁기소로 원점회기했다. 길이 엇갈려 선두와 후미가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또 한편으론 37명의 대부대가 위험한 우골로
올랐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상황이기도 했다.
하점골을 들리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다행히 우골로 제대로
덕분에 오늘 산행의 목적인 봉산골의 아름다운 실비단이끼폭포와
파란 이끼 옷입은 바위를 휘감아 흐르는 계류가 만든
수 많은 이끼폭포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비가 내린 다음날 찾은 봉산골은 계곡미를 한층 뽐내고
이끼폭포의 모습은 더 없이 좋았던 반면 계곡산행으로서는
상당히 위험하였다. 험준한 지리산 계곡이어서 더 그랬다.
산행내내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사고의 위험이 따랐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올 수 있어 감사하다.
함께한 모든 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