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가 되어가는 설날 지리산행
2012. 2. 1. 22:44ㆍ山情無限/지리산
연례행사가 되어가는 설날 지리산행
(혹한에 지리산도 얼고 사람도 얼고..)
○ 2012. 1. 23~24 / 몹시 춥고, 짙은 구름, 바람심함
○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청군 시천면
○ 아내와 함께
이제 설날 지리산 드는 것은 연례행사가 되어 가고 있다.
설 전날, 오후 자굴산에 올라 보려 했는데 조금 누워있다
서두르면 자굴산에 올라 일몰도 담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컨디션도 좋지않지만) 쾌청하지 못한 하늘을 핑계삼아 산행을
설날, 일찍 가족들이 모두 모여 어머님께 세배드리고
차례지내고, 산소를 다녀온 후 곧바로 짐을 챙겨 지리산
갈 준비를 하는데 어머님은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시지만
아침을 늦게 먹은데다 제석봉 일몰을 담으려면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냥 나서니 어머님은
12시도 되기 전에 점심도 먹지않고 집을 나서는 것이 많이
서운하신듯.. "동네에서 우리 집이 제일 먼저 간다"고 하시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자주 오겠다며 집을 나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루 늦게 온 동생가족이 하루를
더 머물다 내일 간다고 하여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만
그래도 어머님께는 미안한 마음 금할길 없다.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13:30)
집에서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백무동.
애마를 주차시키고 산행차비를 하는데 기운이 서늘하고
볼을 스치는 바람이 차다. 주차장도 헐빈하고
사람도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백무동 탐방지원센터)
입산신고, 설날도 근무중인 탐방지원센터 직원분과
서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인사하고 산행시작
(하동바위 길로..)
이번에도 하동바위길로 올라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새벽 천왕봉 올랐다가 세석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와 원점회귀할 계획..
(반가운 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키 큰 나무 위로 보이는 하늘은 청명하다)
(땅이 보이지 않는가 싶더니.. 눈꽃터널도 나타나고..)
(참샘에서 시원한 생수 한 잔 들이킨다. 물맛 한 번 좋다!)
(능선까지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기 전 워밍업)
(산길)
산길
산길은 산을 닮아 있다.
산을 닮은 산길은 산을 배반하지 않는다.
산이 둥글면 둥글게 길을 열고
산이 각지면 각지게 길을 열고
산의 높이만큼
산의 깊이만큼
오르내리면서 산과 함께 하고
산길은 나무를 사랑할 줄 안다.
나무를 사랑할 줄 알아 나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나무들의 자리를 탐하지 않고
비어 있는 곳으로 다니고
산길은 사람을 알아본다.
사람을 알아보기에 사람을 대할 줄 안다
성질 급한 사람은 급하게 걷다
지치게 만들어 천천히 가게 하고
차분한 사람은 차분하게 걷다
산 깊은 맛을 보게 하고
사람에 맞게 길을 가게 하고
산길은 산을 닮아서 좋고
산길은 나무를 사랑할 줄 알아서 좋고
산길은 사람을 알아봐서 좋고
그래서 산길은 있는 그대로가 좋다
(이대의 / 시인, 1960~)
(드디어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 능선에 붙었다)
거리상으로는 장터목까지의 중간쯤되지만
기분은 이미 거의 다 왔다는 느낌
(소지봉 / 1,312m)
장터목대피소까지 2.8km, 고도차는 348m 정도되지만
호젓한 능선길인데다 몇 번의 가파른 오름길이 있어도
오름도 길지 않아 이 길에 들면 참 편안하다.
(숲사이로 보이는 지리주능선)
한 때는 질풍노도와 같은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저 능선으로 내몰아 세웠는데.. 다음에 시간내어
하루에 갔던 길을 3일쯤 나눠 걸어 보고 싶다.
(조릿대 숲에 소담스럽게 내린 눈)
산의 이불은 조릿대 숲
조릿대 숲의 이불은 눈
(급하게 오르다 잠깐 쉬어가는 곳)
(장터목대피소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듯..)
(입을 다 떨군 나목은 하얀 눈으로 분칠한듯)
(저 멀리 반야봉도 한 눈에 들어오고)
(서너번의 급한 오름길을 오르니.. 이제 마지막 오름길)
(일몰, 제석봉 오르기는 시간부족)
시간은 충분했는데.. 아쉽게 놓친 제석봉 일몰.
오름길에 빵을 조금 먹긴 했지만 점심도 안 먹고
곧바로 산에 든 탓에 시장하여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자 마자
라면을 끓여 민생고를 해결하고 있는데, 그 사이 해가 지고 있어
급히 제석봉으로 향했는데 마음이 급하니 제석봉 오름길은
벌떡 일어선듯 절벽같이 느껴진다.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고
해는 더 빨리 내려앉고.. 제석봉에 오르기도 전에
해가 지고 말 것 같아 비탈에서 옆으로 빠져나와
아쉽지만 넘어가는 해를 잡아본다.
(장터목대피소로 돌아와서..)
(지리 주능선과 일출봉능선)
(장터목대피소에서..)
해발고도 1,660m,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대피소로
주봉인 천왕봉이 가까워 일출을 보기 위한 등산인들이
연중 북새통을 이루는 인기있는 대피소. 주말에는
예약을 하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 한바탕 치열한
경쟁을 치뤄야 기회가 주어지는 대피소.
성수기 주말에는 예약시작 10초 이내에 끝이 난다.
식수 사정이 좋지않은 갈수기에는 물을 뜨기 위해
200m 아래 선희샘까지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하지만, 매점에서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최대 수용인원은 135명.
15일 전인 1/8 10:00:03, 3초만에 예약에 성공했다.
벼르고 별러 첫번째로 예약에 성공했건만 몇 일이 지나도
2/3 정도밖에 예약을 하지 않는다. 오늘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오기는 왔다만.. 지난번에는 숙소가 너무 추워 소금을 많이
구우며 항의까지 했는데 오늘은 더울 정도로 온도가 높아
젊은 친구들은 팬티바람으로 자는 모습도 보였다.
취사장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심지어 외국인에게까지
추태를 보이며 술주정을 한던 술주정꾼이 숙소에 와서까지
또 옆사람에게 시비를 건다. 참다못한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하면 그기에 또 시비를 건다. 즐거운 산행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인데 한 사람때문에 숙소분위기가 엉망이 된다.
급기야 대피소 직원이 오고.. 대피소 직원이 조용히 하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간신히 숙소에서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언짢아진 기분은 쉬 풀리지 않는다.
이런 곳에 와서까지 술주정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술이 문제겠지만..
(지금 현재 기온은?)
8시가 소등시간이지만 술주정꾼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30분이나 일찍 소등을 하여 일찍 잠을
자게 되었는데 11시도 안되어 잠이 깨고는 5시경까지
대여섯번은 일어났다 깼다 하다가 뒤늦게 잠이 들어
일어나니 5시 50분. 5시 50분에 취사장에서
와이프와 만나기로 했는데..
4시경에 나왔을 때는 바람이 쌩쌩거리며
구름을 급하게 날려 보내고 있었는데 지금도 귓전을
울리는 바람소리는 마찬가지인데 하늘에는 별들이 보인다.
4시경에는 오늘 일출을 보기 어려울 것같아 천왕봉은
아침먹고 천천히 오를까 했는데 다시 천왕일출을
기대해 본다. 그 사이 기온이 더 내려간듯..
고장난 전광판은 초속 3m가 넘는 바람도 0.0m
(천왕봉 정상)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이 천왕봉 표지석은 1982년 5공 실세였던
함양 산청 국회의원이었던 권익현씨가 세웠다고 한다.
그동안 천왕봉 표지석도 여러번 변모를 하였지만
표지석 뒷면 문구도 몇 번이나 바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영남인의 기상"에서 "경남인의 기상"으로
다시 "한국인의 기상"으로 변경되었다고..
(천왕봉 정상모습)
춥다. 정말 춥다.
장터목을 출발할 때 온도가 -19.2℃
장터목보다 고도가 290m가 높으니 -1.7℃(2.55x0.65)가
더 낮아져 천왕봉 정상의 온도는 -20.9℃라는 계산
여기에 초속 3m(시속 10.8km)이상의 칼바람이 불었으니
체감온도는 무려 -29℃ 이하라는 계산이다.
(※참고, 체감온도 조견표와 온도별 동상위험 시간)
(일출은 다음으로 미루고..)
(분칠한듯)
(37)
(설경)
(40)
(누가 겨울산을 황량하다고 하는가!)
(일출은 고사하고 시계가 100m도 안된다)
(통천문을 통해 내려온 사람, 그리고 오르는 사람들..)
(45)
(지리는 이렇게 겨울과 벗하고 있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오는 이 막지 않고
가는 이 붙잡지 않고
(바위도 산이고, 눈꽃, 얼음꽃도 산이다)
(칼바람이 얼굴을 활퀴는 황량한 제석봉을 지나)
아직 가지 않은 길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 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고은·시인, 1933-)
(다시 장터목대피소)
대피소로 다시 돌아와 햇반과 라면으로 느긋하게
아침을 해결하니 추위에 얼었던 몸이 녹고 긴장이 풀린다.
취사장의 온기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붙잡지만
이제는 출발하여야 할 시간,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피니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칼바람에 눈발도 날린다.
(연하봉 방향, 기를 죽이는 눈보라)
세석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가려면
지금은 출발하여야 할 시간. 다시 상황을 살피니
기상은 조금 전 보다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
먹구름에 몸을 날릴듯한 세찬 칼바람이 분다.
저 칼바람을 맞고 세석으로 가려니 걱정도 되고
멋진 연하선경도 제대로 못볼듯하여 아쉽지만
컨디션도 좋지않은데 무리하지 말자며 계획을
변경하여 하동바위길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연하선경과 한신계곡은 변함없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딱 한 장뿐인 같이 찍힌 사진..)
하동바윗길로 내려섰다.
장터목 대피소 뒷길을 통과할 때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더만 숲으로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듯
바람이 잠잠하다. 이 길도 내려오기는 오랫만이다.
설경이 좋아 와이프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삼각대를 2개나 메고 뒤따르던 분이
"같이 찍어 드릴까요?"한다.
사실 오늘같이 추운 날은 사진찍어
달라하기도 미안할 정도다.
(설국.. 바람도 잔다. 좋다)
(산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산새들도 떠난 빈 숲,
빈 숲에 내린 눈이 소담스럽다.
빈 숲, 그 소담스럽게 내린 눈길을 간다.
(로프가 길게 쳐져있던 가파른 길인데 평지같다)
(미련, 좋은 시절 정념을 다 태우지 못하고..)
(바람은 마른 가지에 눈꽃을 피운다)
(하필이면 한설위냐)
(67)
(서로 모델이 되어 한참동안 찍고 찍힌다)
(그저 좋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71)
(하얀 눈이 때로는 가지를 부러뜨리지만..)
(댓닢은 추울까 따뜻할까?)
(능선에서 내려서며..)
(참샘을 지나)
(하동바위 출렁다리를 건너)
(언제 그랬냐는듯 눈은 흔적도 없다)
(길)
(드뎌 하산완료, 23시간만의 귀환(?))
(지리산 국립공원과 둘레길 안내도)
느긋하게 내려오니 2시간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한신계곡 코스로 갔으면 아마 지금쯤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거나 한신계곡으로 내려서고 있는 시간.
그래도 하동바위길로 내려오기를 잘 한 것같다.
기상상태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였는데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모험과 도전은 좋지만 객기는 만용이다.
일년에 서너번, 백무동에 오면 꼭 찾는 단골집
"지리산팬션"에 들리니 후덕한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신다. 설 음식까지 곁들인 걸쭉한 해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하고나니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았다.
설 다음날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남해고속도로
곳곳이 정체되고 있다고 하여 국도로 울산까지 왔다.
사실, 백무동은 거리야 울산이 서울보다 가깝지만
접근하기는 서울이 훨씬 편리하고 쉽다.
계획중인 울산-함양간 고속도로가 뚫리면
그때도 지리산을 찾을 수 있을까?
올해는 숙제같은 쫓기는 생활이 아니라
축제같은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숙제하듯 산행기를 정리하고 있으니..
조만간 어머님 뵈러 시골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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