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거림에서 도장골로 올라 자빠진골로..

2012. 6. 17. 23:26山情無限/지리산

 
 

 

 
지리산, 거림에서 도장골로 올라 자빠진골로..
(민족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는 골짜기를 따라)




○ 2012. 6. 9 07:35 ~ 17:15 / 구름, 습도높음
○ 거림-도장골-연하봉-촛대봉-세석대피소-수곡재-자빠진골-거림
○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하동군 화개면 / 함양군 마천면
○ 다물종주클럽 21명



 


지리산이면 그저 좋은데 코스가 정말 좋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도장골에서 촛대봉, 시루봉쪽으로 올라
청학연못에 들리는 것도 좋지만 연하봉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지리산 주능선에서 연하봉에서 촛대봉까지의 구간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하고, 세석고원을 선연한 핏빛으로
물들인 철쭉을 보고, 이어 낙남정맥이 지나는 추억어린
남부능선에서 대성골을 거쳐 의신으로 내려서는 코스.
지리산 아흔아홉골 사연없는 골이 없지만 도장골과 대성골은
민족의 상흔이 가시지않은 현대사 비극어린 골짜기다.

지리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산
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산으로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산!
산행공지 꼬리가 길어지자 운영진은 발빠르게 작은 차에서
큰 차로 변경시켜 원하는 산객을 다 받기로 했지만 생각을 따르지
못하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한 사람 두 사람 꼬리를 내리더니
당일 새벽에도 신복로타리에서 두 사람 결석, 천상에서도 한 사람
결석, 언양 T/G에서 한 사람 타고 한 사람 내려 결국 21명.
면면을 보니 만만찮다. 오랫만에 참석한 10시간 짜리
종주산행인데.. 오늘 제대로 가야 할텐데..





(오늘 하늘이 열리려나..)





(카메라맨은 사진이 없는줄 아는지.. 성천님 감사)





(둘러모여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세인님 작품)

우리가 일찍 온줄 알았는데 주차장엔 벌써
대형버스 대여섯대와 승용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다.
빙 둘러서서 서로 닉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고..





(출발)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담쟁이나 사람이나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은 같다.
그러나 사람이 넘지못할 벽이라고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묵묵히 그 벽을 오른다.







(길상암을 가르키는 쪽으로)





(9시 47분, 입산)

길상암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면 숲속으로 길이 열린다.







(싱그런 숲길으로 빠져든다)

산죽과 연두색 숲, 이 시간 이렇게 호사스런
지리산의 숲길을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행복감에 도취될 수 없는 것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역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도장골이기 때문아닐까?





(이영회부대 안내 간판)

지리산 아흔아홉골 사연없는 골이 있겠냐만
도장골 역시 우리 현대사의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남아있는
골짜기로 민족사의 불행이 잉태되던 시기 빨치산 최후의
여공비 정순덕이 남편을 찾아 나섰던 골짜기로, 1951년
게릴라전이 활발했던 이영회 부대의 아지트가 있던 곳
도장골은 그 때의 그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두색
숲에 이깔나무만이 하늘을 찌를듯 자라고 있다.







(산죽과 쭉쭉 뻗은 이깔나무 숲길로..)





(숲길에서 계곡으로 내려섰다)





(천천히 가야 보이는 것들..)

도장골 비경도 담아야 하고,
돌틈에 뿌리 내리고 이슬을 먹고 사는듯한
고고한 모습도 발길을 잡는데..
갈길은 구만리







(석부작, 생명은 위대하다)

생명은 아무리 작은 것도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 위대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인적없는 도장골, 계곡물이 많이 줄었다)

올해 가뭄이 심하긴 심한가 보다.
지난번에는 물이 너무 많아 계곡산행을 포기하고
세석길로 올랐는데 이렇게 지리산 유곡도 수량이 줄었다
계곡산행은 수량이 많아야 제맛이지만 그래도 좋다!





(?나무)











(뚜벅뚜벅.. 신비한 도장골 깊은 계곡 속으로 빠져든다)







(원시의 신비를 간직한 도장골은..)

80년대 중반에 산꾼들에게 알려졌다고 하는데,
'지리산 최다폭포의 한신계곡,
소와 담의 뱀사골,
원시적 경관을 자랑하는 칠선계곡의
특징을 합쳐놓은 것 같다'고 한 표현이 실감난다.









(용이 누운듯한 모습의 와룡폭포)

도장골의 명소로 아랫용소, 윗용소, 와룡폭포를 꼽는데
수량이 많아야 제 모습을 보여주겠지.







(폭포, 폭포안 절벽에 꽃이.. 무슨 꽃?)





(사진 찍으랴 일행 따라 잡으랴)

계곡산행을 종주산행으로 바쁘게 지나가기가 아쉽다.
박 배낭 메고 쉬엄쉬엄 오르고 싶은 유혹이..
가을 단풍으로 불탈 때 한 번 와 볼까..







(촛대봉골(위)과 주곡(아래) 합수부)

왼쪽은 촛대봉으로 오를 수 있는 촛대봉골이고
오른쪽은 일출봉과 1807봉이 만드는 도장골 상류
우리는 연하봉을 향해 도장골 상류로 향한다.





(잠시 등로로 빠져나갔다 다시 계곡으로 들어섰다)





(계절은 여름인데 꽃인듯 아직도 연두색 잎이..)







(상류로 올라 갈수록 수량은 줄어들지만..)

원시의 비경, 신비.. 이끼 낀 너덜이 미끄럽다.
이곳 합수부까지는 거의 계곡을 타고 오르는데도 등로가
멀리 벗어나지 않았지만 합수부부터는 계곡과 일출봉능선으로
오르는 등로가 점점 벌어지기 때문에 계곡으로 오를 것인지
등로로 일출봉능선으로 오를 것인지 판단을 해야한다.
우리는 계속 계곡으로 오르기로 했다.





(석부작 2)

생명의 외경, 환경을 탓하지 말라 교훈하는듯..





(도장골 상류 모습, 성천님 작품)





(지리산 길잡이 성천님, 수고가 많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긴 터널을 지나)

계곡 상류에서 빠져 나가는 길이 없어
지리산에서 빨치산도 아니면서 빨치산 산행을 했다.
된비알, 오름길도 거칠어 지고 호흡도 가빠지는데
울창한 숲 키 작은 잡목들은 배낭을 마구 잡아 당겨
힘이 몇 배로 든다. 오늘따라 배낭의 탑이 나무에
걸려 제대로 진행을 할 수 없었다. 모두 힘들었겠지만
키 큰 몇 명은 더 힘들게 통과하지 않았나 싶다.
악전고투하며 마치 장애물을 통과한 느낌이다.











(연하봉 속살)

층암절벽(層巖絶壁)을 돌아 오른다.









(행복은 파랑새가 아니다)

성취주의자는 미래의 노예로 살고,
쾌락주의자는 순간의 노예로 살고,
허무주의자는 과거의 노예로 산다.
행복은 산의 정상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고
산 주위를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도 아니다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이다.

탈 벤-샤하르의 '해피어'中





(드디어.. 연하봉 옆구리로 탈출)





(연하봉으로 향하고 있는 주능선 종주꾼들..)





(산행중에도 에티켓은 지켜져야 한다)

한 무리가 라디오를 시끄럽게 틀고 지나간다.

인공향을 청초한 풀꽃 향기와 비할 수 없듯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솔바람 소리, 물흐르는 소리..
자연의 소리들은 인공적인 기계음에 비할 바 아니다.
산중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야 자유지만
자연에서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를 듣기위해 산에 오른
사람들의 감흥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에 들어 음악을 듣고 싶으면 이어폰으로 혼자듣고,
산에 들때 짙은 화장을 한들 꽃보다 이쁘지 않고,
청초한 풀꽃향기만 못하니 짙은 화장을 자제하는 것
자연에 대한 예의, 산행 에티켓 아니겠는가!





(뒤돌아 본 연하봉)

연하선경(煙霞仙境)
세석고원과 장터목 사이의 연하봉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홀연히 흘러가고, 이끼 낀 기암괴석
사이에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이름모를 풀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지리산과 어우러져 마치 신선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연하봉의 선경은 산중인을 무아의 경지로 몰고 간다하여
지리 10경중 제5경으로 꼽는 비경이다.





(50)





(點心을 하고..)





(1807봉에서, 구름이 두터워 바로 앞 연하봉도 보이지 않는데..)

점심 때 스카이 말을 긴가민가 하면서 빨간 음료수(?)
한 잔을 마셨다. XXX도 한 잔에 완전히 맛이 갔다더니
나도 정말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스카이는 그냥 내 빼버리고 꼬리도 보이지 않아 아예
1807봉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잡히기만 해봐라..





(함께 걸어도 좋은 길, 혼자 걸으면 더 좋은 길)







(54)







(혼자서 걷는 길)







(연진과 호야의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촛대봉)

자식을 갖기위해 산신령이 금지한 음양수를 마시는
바람에 산신령의 노여움을 사서 평생 남편과 생이별한 채
철쭉밭을 가꿔야하는 벌을 받은 연진여인이 손끝에서 피가
배어 나오도록 철쭉꽃을 가꾼 슬픔과 피가 세석고원의
철쭉꽃을 처연하리만큼 아름답게 피운다 하지요.





(세석대피소로 내려 가는 길)







(붉은병꽃나무와 쥐오줌풀이 반기고)









(동의나물, 왜갓냉이, 구상나무도 도열하여)





(미나리아재비꽃은 지천인데.. 철쭉은 벌써..)





(세석대피소, 잔돌고원)

지리산이어서 나선 길이기는 하지만
사실 오늘 코스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도장골 비경, 연하선경, 대성골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늦긴 했어도 잔돌고원(세석고원)의 철쭉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너무 늦게 왔다.
지리 10경중 제8경에 속하는 세석의 철쭉은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에 수십만 그루의 철쭉이 피빛처럼 선연하고,
처녀의 속살처럼 연한 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리며
한바탕 흐드러진 잔치를 벌이는데.. 한 발 늦었다.
아쉽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작은 돌밖에 없는 토양지대라 해서 '잔돌고원'이라
부르던 것을 한자표현으로 바꾸어 '세석평전(細石平田)'이라
하였는데 '평전(平田)'이 일본식 표기라 하여 근래,
'잔돌고원' 또는 '세석고원'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세석갈림길)

직진하면 칠선봉, 덕평봉 거쳐 벽소령대피소.
우측으로 가면 한신계곡을 거쳐 백무동(6.5km).
좌측으로 내려서면 거림(6.0km)으로 가거나
낙남정맥이 지나는 남부능선으로 이어갈 수 있는
주능선 상의 요충지. 여기서 거림이나 백무동,
벽소령대피소나 장터목대피소는 모두
2~3시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세석대피소, 성천님 작품)





(세석샘터 주변에 핀 꽃? 이름이 뭐지?)





(거림과 남부능선 갈림길)





(신록이 만들어 내는 세상)

자연 = 편안함, 평화로움, 쉼, 생명..





(후미를 기다리며..)

음양샘에서 시원한 석간수 한 바가지를 마시고
남아있던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





(음수와 양수 두 줄기 물이 흘러나오는 석간수, 음양샘)

양쪽 바위틈에서 두 군데서 물이 흘러 나오는데
왼쪽에서 나는 물은 음수로서 봄, 여름에 수량이 많고,
오른쪽에서 나는 양수는 가을, 겨울에 수량이 더 많다.
예로부터 자식이 없는 사람이 마시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소문에
득남을 원하는 여인은 양수쪽에, 장가 못간 총각은 음수쪽에서
정성들여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음양수 이정표)

세석에서 1.2km, 의신 7.9km, 청학동 8.8km, 쌍계사 15.3km
여기서 자빠진골로 내려서는 수곡재까지는 3.6km







(초록의 향연, 초록숲길이 좋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숲의 나무만큼 다양한 초록색도 드물다.
녹색, 라임색, 올리브색, 연두색.. 등등
연둣빛으로 발광하는 초록이 좋다

초록은 생명 색, 환경운동 및 생태주의의 상징.
시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여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나무나 숲이 많은 시골에 사는 사람의 시력이 더 좋고
초원이 많은 몽골인 등 유목민의 시력이 좋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초록은 색깔 자체만으로 좋다.





(반야봉, 구름이 짙다)





(낙남정맥이 시작되는 영신봉))

백두산 장군봉에서 시작하여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며
줄기차게 내리뻗던 백두대간이 종착점 지리산 천왕봉에 가기 전
이곳 영신봉에서 갈래쳐 김해 신어산을 지나 낙동강 하구인
매리에서 그 줄기를 낙동강에 담그는 221km의 산줄기로써
삼신봉까지는 남부능선을, 그 이후 고운능선, 주산능선으로
이어간다. 남부능선은 지리산 지능선중 하동바위능선과
함께 자주찾는 추억이 많은 능선이기도 하다.





(촛대봉에도 구름이 넘나들고..)

파란 하늘 탁트인 조망의 즐거움도 기대해 보지만
어쩌랴 이 모습이 지리의 일상적인 모습이고,
구름도 지리산의 일부인 것을..





(왼쪽 아래가 큰세개골, 작은세개골이 모여 이루는 대성골)





(가려고 했던 대성골.. 갈림길)

대성골은 1952년 1월 18일경 소위 백야전 전투사령부의
제3기 빨치산 토벌작전 당시 사면초가에 몰린 빨치산(Partisan)
수 백명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피의 골짜기로 이를 기점으로
지리산 빨치산은 거위 궤멸되다시피하여 큰 타격을 입었는데 그 당시를
묘사한 글에는 '3개 연대에 의해 완전히 포위망 한가운데에 걸려든
빨치산들은 비 오듯 쏴대는 박격포 공격에 이어 공군기들이 휘발유가
가득 든 드럼통을 삐라처럼 뿌리고 다닌 후 투하한 소이탄 공격으로
시뻘건 불바다 속에서 죽어갔으며, 그 후 대성골의 모습이 마치
숯더미같았다'고 한다. (실록 정순덕/다큐멘타리 작가 청충재)





(석문을 지나)





(갈 길이 바빠도 조망바위에도 올라보며..)







(산길이 좋다. 산새의 지저귐이 있어 더 좋다)

그래, 이 소리야! 일행과 조금 떨어져 걸으니
숲에서 새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새의 종류는 89종으로 이중 텃새가 37종,
여름새가 33종, 겨울 새가 12종, 통과새가 7종.
우점종은 어치이고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노랑턱멧새,
동고비, 쇠박새, 직박구리 순으로 우점도가 높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 소쩍새, 붉은배 새매, 올빼미,
새매 및 재두루미 등 7종도 관찰되었으며, 희귀조류 중
나무발발이는 관찰기록만 있고, 바위종다리는 저지대에서
관찰된 적이 있다고 한다. 평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검은딱새, 붉은뺨멧새도 노고단 1,500m
고지에서 번식하고 있다고 한다.

꾸르르~ 꾸꾸, 끼익~ 끼익~,
새가 보이지도 않고 새소리를 구분할 수 없지만
한 종류는 아닌듯.. 계속 따라오는듯한 산새소리를
벗삼아 이렇게 멋진 숲길을 행복하게 걷는다.





(유장한 남부능선도 곳곳에 큰 바위들이..)







(산과의 대화, 자연과의 동화)

소박한 소망이지만 이루기 어려운 것은
끊임없이 자기를 버려야 하니까

산에 들어 산과 대화를 한다지만
인간의 무슨 말이 산에게 필요하겠는가!
산에 들어 산을 느끼며 산의 소리,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말없이 가르치는 가르침을 받고 싶어
묵언수행하듯 혼자 걸었다.







(키를 덮는 대숲이었다가 호젓한 오솔길이었다가)

지리산에 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람결에 서걱이는 나뭇잎, 댓닢 소리가 좋고,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산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끊일듯하면서도 가르마 처럼 열리는 숲속 오솔길
숲을 뚫고 내린 햇살 한줄기 마저 반갑다







(수곡재, 자빠진 골 갈림길)

한벗샘을 이전에는 수곡샘, 박단샘이라 하였고
이 고개는 수곡샘 이름을 따서 수곡재로 불렀다고 한다.
한편, 남부능선의 음양수와 삼신봉 사이 유일한 샘터가 있는
이 곳 수곡재는 옛날 거림과 대성동마을 사람들이 넘나들던
삶의 길이었다고 한다. 진행방향 왼쪽으로 150m쯤 내려서면
한벗샘이 나오고 이어 자빠진 골로 연결된다.





(이런 길로 150m쯤 헤치고 내려가면)





(자빠진 골이 시작되는 한벗샘)

이전에는 수곡샘, 박단샘이라고 불렀다는데,
한벗샘으로 불리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





(자빠진 골)

자빠진 골은 남부능선의 한가운데 지점인 수곡재에서
거림골로 흘러드는 골짜기로 '자빠진 골' 혹은 '엎어진 골'로
부르는 남부능선상의 이 골짜기는 이름처럼 산이 자빠진듯,
엎어진듯한 경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골짜기가 자빠지고
엎어진듯 폭포도 없고 계곡 물이 넘칠 일없는 민밋한 너덜로
이루어진 골짜기로 7부능선 이상은 산죽과 싸리나무가
밀생하여 완전한 밀림지대를 이루고 있다.







(산꿩의다리와 이끼.. 촛점이 맞지않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생명은 귀한 것.. 살아있는 것은 위대하다.





(민초의 애환과 역사의 상흔이 서려있는 곳)

자빠진 골은 지난 날 대성동 일대 주민들이 거림마을을
거쳐 시천면 덕산시장으로 드나들던 생활의 길이었다고 한다.
또 이곳 일대의 산간주민들이 산채나 약초를 뜯거나
목기를 깎거나 사냥을 하러 오르내리던 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빠진 골은 지난날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빠지고
넘어지고 하여 '자빠진 골' '엎어진 뜰'로 불리는지?

지난 52년 1월 소위 백야전(白野戰) 사령부 제3기
토벌작전 때 국군과 경찰이 대성골을 불바다로 만들면서
빨치산을 토끼몰이하듯 몰아붙일 때 패주하던 생존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핏빛으로 아로새겨졌던 곳이 이 자빠진 골
일대였다고 한다.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은 지금 짙푸른
수목의 그늘에 가려 자취조차 짐작해 볼 수 없다.





(함박꽃나무(산목련, 목란))

북한의 국화(나라꽃). 80년대 초,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이 생전에 이 함박꽃나무를 보고 단번에 홀딱 반해서
국화를 즉시 바꿨다는 비화가 전해질 정도로 꽃이 아름답다.
오죽하면 나무에 피는 난초라고 "목란"이라 했을까.





(드디어 거림골이다)

자빠진 골을 한 번도 자빠지지않고 내려왔으나
자빠진 골은 자빠지고 넘어지면서 내려와야 하는줄
알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너덜길이 이끼로 미끄럽기도 하고 장시간 산행의
마지막 부분에 지나는 길로는 부담스런 길.
수곡재에서 45분 정도 걸렸다.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서는 주등로)





(거림골)





(국립공원의 등로는 죄다 돌짝밭으로 만들셈인지?)





(거림마을 일송)







(100)







(천왕봉 식당에서)

샤워장 시설이 잘 되어있는 천왕봉 식당
다물종주산악회의 뒷풀이는 언제나 풍성하다.









(화단에서 만난 꽃들..)

새는 하늘이 있어 날개를 퍼덕이고,
꽃은 바람이 있어 향기를 피운다듯,
우리들은 산이 있어 행복을 키운다.
 
 

 

(산행지도,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가면 갈 수록 더 가고 싶고,
걸으면 걸을수록 포근하고 더욱 살가워지는 지리산!
몸은 지리에 머물기 원하고, 마음은 지리가 들려주는 이야기
듣기를 원한다. 가까워진듯하지만 되려 그리움은 더욱 깊어진다.
도장골의 비경은 역시 신비스러웠고, 대성골로 내려서려던 원래
계획을 바꿔 수곡재에서 내려선 자빠진골은 골의 형세만 자빠진
모습이 아니라 산객들까지 자빠뜨려 자빠진골이 된 것은 아닌지?
비록, 한 발 늦어 세석의 선연한 핏빛같은 철쭉은 만나지 못했어도
지리산은 역시 지리산! 약간의 생채기는 있었지만 큰 사고없이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늘 좋은 산길로 안내하며
산방을 운영하느라 수고하는 운영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오는 길 은파님이 돌린 아이스크림은 꿀맛.. 고마웠고,
함께한 모든 분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