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을 박 배낭 메고 찐하게 올랐으나..

     
지리산, 칠선계곡을 박 배낭 메고 찐하게 올랐으나..
(보름달 아래 낭만적인 야영은 태풍에 날려 버렸어도)



○ 2012. 8. 2 ~ 3 / 무덥고, 비/구름, 바람심함
○ 칠선계곡-창암능(추성리-천왕봉골-장터목-창암능-백무동)
○ 경남 함양군 마천면 


 

두지터 허정은 연락두절이고,
추성리 민박집들도 휴가철이라 예약이 끝났다지만
일단 부딪혀 보기도 한다. 끝내 안되면 야영을 하면 되니까
큰 부담은 없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입산하려면 배낭을 풀어
헤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길 끝나는 곳까지 올라가며 하룻밤
유숙할 곳을 찾는데.. 차창 너머로 시골의 어머님같이 인자한 모습의
할머니 한 분이 보이시길래 큰 기대도 않고 "방 있습니까?" 하니
방이 있다고 하신다. 이런 행운이.. 오래된 건물의 2층 방이라
좀 꾀재재하여 다른사람에게 추천할 정도는 못되지만 우리가
하룻밤을 보내기는 충분할 것 같아 얼른 방값을 치르고 마천으로
나와 내일 산행에 필요한 빵과 음료수, 삼겹살 등 시장을 봐 오니
그 사이 저녁식탁까지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저녁까지 해결하고 나니 이제 잘 일만 남았다.
계곡옆 시원한 평상에서 재잘재잘거리며 흐르는 계류가
귀를 간지럽히고 하늘을 유유히 떠가는 구름과 구름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별들과 환한 보름달을 보니 정취가 좋다.
갑갑한 방보다는 평상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 평상에서
한뎃잠을 잤다. 새벽에 아침상까지 차려 주신 덕분에
계획했던 시간에 맞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호두나무 산장 평상에서 별빛을 보며 하룻밤을 보내고..)







(6시 10분, 추성교를 지나 산행을 시작)

오늘 코스는 칠선주곡으로 칠선폭포를 지난 후
대륙폭포에 들렸다가 곧장 중봉골로 오를 계획인데..
아무래도 관건은 기상상태인 것 같다.
어제부터 계속 일기예보를 확인하지만
제주도에 큰 비를 뿌리고 기세가 약해졌다고는 하나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전엔 계곡에 집채만한 바위들이 많았는데..)





(두지동 1.0km를 가르키는 이정목을 뒤로 하고)





(장구목을 지나 두지터 가는 길)





(두지터..)

허정은 세상과 담을 쌓은듯 전화번호까지
바꾸고는 연락이 안된다. 두지터에서 잠깐 쉬다 성언이
부모님을 만나 시원한 이이스케키 하나씩 대접받고..

'두지터(두지동)'는 옛날 가락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국골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이곳을 식량창고로
사용했던 연유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천왕봉까지 8.2km, 넉넉잡고 8시간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두지교를 지나)





(드뎌 산문에 들어선다)





(출렁다리가 끊긴 곳엔 새다리가 놓이고..)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 3대 계곡의 하나다.
지리산의 원시림에 7개의 폭포수와 33개의 소(沼)가 천왕봉에서
칠선폭포를 거쳐 용소까지 이어진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골이
깊고 험해 죽음의 골짜기로도 불리는 칠선계곡은 추성리에서
천왕봉까지의 10km 정도가 등반코스에 해당한다.







(왠 자갈이..)

작년 태풍 '무이파'가 지리산에 물동이로 퍼붓듯
비를 내려 산이 무너져 내리고 길이 끊기고 피해가 심했는데
특히, 칠선계곡은 지형이 바뀔 정도로 피해가 컸다고 한다.
그 바람에 칠선계곡의 그 아름답던 많은 담과 소는 자갈로
메꿔져 아름다움을 잃고, 계곡의 집채만한 바위들은 많이 쓸려
내려갔다고 한다. 계곡의 물이 넘쳐 추성리 주민들은 야밤에
귀중한 짐만 챙겨 피난갈 준비를 했을 정도라고 한다.





(칠선계곡은 공사중..)

작년 무이파의 상흔인 등로를 이제사 보수중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등짐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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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다리)





(선녀들은 이제 어디서 목욕을 해야할지?)

선녀탕에는.. 일곱 선녀와 곰에 얽힌 전설이 있으니,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일곱 선녀의 옷을 훔친 곰이
옷을 바위 틈 나뭇가지에 숨겨 놓는다는 것이 그만 사향노루의
뿔에 걸쳐 놓아 버렸는데..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본
사향노루가 자기 뿔에 걸려 있던 옷을 가져다 주니 선녀들은
그 옷을 입고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그 후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에서
살게 해 주고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았다고 한다.







(선녀탕 다리 위에서)







(다행히 옥녀탕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옥녀탕 이정표, 천왕봉 6.2km)





(이전 사진과 비교하니 큰 바위와 돌들이 많이 쓸려 내려간듯..)





(비선담 이정표)





(비선담 출렁다리)







(계곡의 모습이 바꼈지만.. 비선담은 푸른 물빛이)





(비선담 지킴터를 지나)







(계곡으로 내려서니 시원한 폭포가..)





(너럭바위에 누워 하늘을 본다. 이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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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 금줄을 넘어..)

통제소가 있는 이곳까지는 상시개방구간으로
누구나 산행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부터는 통제구역.
진짜 칠선계곡의 산행은 이제부터인데..







(호젓한 숲길이 열리고..)





(집채만한 바위들이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계곡)





(칠선계곡.. 보이는 것은 폭포와 소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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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의 얼굴인 칠선폭포)

등로에서 계곡쪽으로 내려서니
아담한 크기이지만 시원한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포말음이 우렁차다. 폭포의 규모가 웅장하지는 않지만
당당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칠선계곡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폭포여서 '칠선폭포'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칠선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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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폭포 가는 길.., 울울창창! 하늘이 잘 안 보일 정도)

국공 차림 비슷한 사람이 폭포쪽으로 올라 오길래
일순 긴장했는데 뒤이어 오는 사람을 보고 안심했다.
대구 XX산악회 칠선계곡 사전답사대라며 자신들을 소개한다.
모두 6명인데 지도 한 장만 들고 오는 바람에 중간에 알바를
했다며 길을 묻기에 자세히 설명해 주었더니 같이 가자고
하였지만 우리는 짐이 무거워 보조를 맞추기 힘들 것 같아
동행하지 않고 대륙폭포에서 시간을 더 보냈다.





(높이 30m로 칠선계곡 최대의 폭포 대륙폭포)

1960년대 칠선계곡을 탐사하던 부산 대륙산악회의
이름을 딴 대륙폭포는 칠선계곡 본류를 따라 오르다가
왼쪽 중봉.하봉골에서 흘러온 물줄기를 따라 5~6분 정도 올라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대륙폭포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게 할
정도로 시원했다. 아득한 높이에서 물안개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는 한 폭의 그림. 탄성이 절로 터진다.

칠선계곡 본류와 제석봉골 그리고 중봉과 하봉 쪽에서
흘러온 세 갈래의 물줄기가 모이는 합수부인 이 부근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4~5개의 폭포가 몰려 있어
'폭포수골'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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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린 다음의 휴식이란.. 이 편안함!)









(역시 대륙폭포, 대륙폭포의 위용)

칠선계곡!
천왕봉에서 곧장 북으로 뻗어 내린
지리산 최대의 계곡미를 자랑하는 골짜기.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협곡으로 불리는 곳이다.
'33소와 7폭'으로 대변되듯 수 많은 폭포와
소와 담이 파노라마처럼 비경을 연출하는 칠선계곡.
들어서면 들어설수록 우거진 숲은 울울창창 하늘을 덮고,
날카롭고 험준함으로 인해 죽음의 골짜기로 불렸는데
요즘은 이 땅 최후의 처녀림으로 남아 산꾼들을
유혹하며 가슴 설레게 한다.





(배낭 무게를 줄이느라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더니 아쉽다)





(계획 수정)

오늘 중봉골로 올라 중봉샘에서 야영하려 했는데
구름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우두두둑 굵은 빗방을를 뿌린다.
잠깐동안 내리다 그칠줄 알았는데 구름의 변화가 심상찮다.
그래서 미끄럽고 위험한 중봉골을 버리고 천왕봉골로 올라
중봉샘 부근에서 야영하기로 코스 급 변경





(천왕봉골과 제석봉골 합수부)







(합수부, 제석봉골 입구)





(천왕봉골 들머리를 못찾고 제석봉골쪽으로..)





(제석봉골의 너덜)





(무슨 화이트아웃도 아닌데..)

천왕봉골 들머리를 찾다가 목적을 상실하고
아무 생각없이 시그널을 따라 걸었다. 너덜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천왕봉골 들머리를 찾아야 하는데
시그널만 찾아 따라 오르고 시그널 옆에 길이 있나 없나만
신경을 쓰면서 아무 생각없이 오르기만 했던 것이다.
뭔가 이상해 컴퍼스를 대어보니 아뿔싸!
제석봉골을 오르고 있는 것 아닌가!

제석봉골로 계속 오를까도 했지만 다시 빽,
한참만에 합수부까지 되돌아 왔지만 천왕봉골 등로를
찾지못해 수색하듯 주변을 뒤지다 빨간 시그널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들긴 들었는데 이번에는 계곡으로 내려서야 하는 것을
희미한 길을 따라 빨치산 산행으로 200m쯤 진행하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오니 계곡 왼쪽으로 뚜렷한 길이 나타났다.
대륙폭포에서 유유자적하다 합수부 근처를 2시간 넘게 헤메는
바람에 시간은 시간대로 죽이고 힘은 힘대로 들었다.
이로인해 야간산행까지 하게 될 줄이야..









(천왕봉골의 폭포들..)





(소나기가 한참동안 쏟아졌다.)

오랫만에 내리는 비여서 고맙고 반갑기까지 했지만,
몸이야 땀으로 젖으나 비로 젖으나 마찬가지..
카메라를 패킹하고 배낭 카버까지 씌워고 나니
사진을 담을 수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 폭포들)





(드디어 나타난 마폭)

마지막에 만나는 폭포여서 마(지막)폭포
두 폭포가 마주보고 있어 마폭
수량이 조금 더 많았으면 멋졌을텐데..

여기서 천왕봉까지는 고도차 약 600미터
산행시간 2~3시간 정도 소요, 등짐이 무거워
얼마나 걸릴지.. 마음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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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계곡을 버리고 능선을 탄다)





(원시림 우거진 지리산)





(즐겨서 하는 일이란..)









(구름속이다. 벌써 7시 10분, 날은 어두워지고..)

천왕봉 1km 전, 마지막 거친 오름길
안개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오를 수록 구름이
짙어지니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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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이
산보다 앞서서
산의 뜻을 짐작할 수 있으랴

사람 사는 얘기로
가슴 맺히면
골짜기로 기어들어가도
하늘을 제압하고픈 날이면
등성이를 추스렸다

한번 웃으면
청학이 와서 놀았고
한번 성을 내면
산비탈마다 즐비하게 해골이 뒹굴었다

저기서 수천 년 푸르렀지만
때에 절거나 훼절을 하지 않은 산이
하늘을 받친다고
모두 기둥이 아닌 것을

불혹에 처음 묻다니,
마음을 씻자면 저 산을
내려와야 하는가 올라가야 하는가
이제 지리산이 대답할 차례다.

지리산가 / 정규화





(항상 정상직전이 제일 힘드는 법)

마지막 피치를 오르기 위해 숨을 고른다.
오늘 6시 10분에 입산하여 현재 시간 19시 10분!
무거운 박 배낭을 메고 무리할 정도로 걸었다.
중간에 휴식도 하고 천천히 걷기는 했어도
실제 걸은 시간만도 10시간이 넘는 것 같다.
와이프가 고생이 많다.

인생이 그렇듯, 산도 정상 직전이 힘든 법
이제나 저제나 철계단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며 힘든
걸음을 내딛지만 철계단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랜턴은 켜지않고 주능선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날은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져 랜턴을 켰더니 빛은
안개를 뚫지못해 한 발 앞도 비추지 못한다.





(드디어 주능선! 추성교 출발 14시간 12분만이다)

탈출의 기쁨도 잠깐!
지금까지는 어둠속에서 거친 오르막을
오르느라 힘들었는데 주능선에 오르니 태풍이 분다.
일기예보로는 제주도에 큰비를 내리고 약해졌다고 했는데
지리산 천왕봉은 아직도 그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운무속에서 헤드랜턴의 불빛이 발 앞도 제대로 비추지 못하는데다 얼마나 바람이 세찬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 중봉 야영은 엄두도 낼 수 없어 일단 장터목대피소로 대피해야겠는데 천왕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고, 몸을 날려 버릴듯한 바람때문에 철 난간을 잡고 간신히 한 발 한 발 더듬듯 내딛는다. 오리무중이 아니라 한 치 앞이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평소에는 철 난간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그 고마움이란 오늘같은 날 철 난간이 없었더라면 천왕봉에서 내려오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다시피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밤 9시 반,
바람이 덜한 처마밑에 침낭카바를 뒤집어 쓴 비박꾼들이
누에꼬치같은 모습으로 줄줄이 누워있다. 우리는 어디에 자리를 잡지?
취사장으로 들어서니 밖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한 쪽에 두 사람이 칼잠을 잘 정도의 공간이 눈에 띄여
옆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깔고 누웠다. 피곤이 몰려온다.
지리산에서의 보름달 아래 낭만적인 멋진 야영을 기대했는데..
무거운 박배낭을 메고 장장 15시간 20분만이나 걷고는
텐트는 펴보지도 못하고 대피소 취사장 바닥에서 칼잠을 자며
하룻밤을 보내야 하다니.. 아쉽다 생각하다가도
이 밤에 이 자리라도 없었으면 어떡할뻔 했겠냐 싶어
한 템포 늦은 감사를 드린다.


피곤하여 저녁먹을 맘도 없이 누웠다가 10시 쯤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왁자지껄한 소리에 놀라 일어나니 3시.
야간산행하는 종주꾼들이 한 무더기 들이닥친 것이다.
잠자는 사람들 생각도 해줬으면 좋겠건만 아랑곳 않는다.
잠을 다 깨워 놓은 바람에 다시 잘 수도 없고
누워있을 수도 없어 피곤하지만 몸을 일으킨다.
밖에 나와보니 바람이 많이 잦아들었다.





(대피소 기상현황판)

하산 준비를 하다 풍속이 얼마나 되는가 보러 갔더니
이전이나 지금이나 풍속은 표시가 안된다.
측정을 못하는 것인지.. 고장이 난 것인지.





(하산 준비, 하루를 더 머물고 싶지만..)





(장터목의 아침)







(안개도 옅어지고 바람도 많이 순해졌다)





(단체사진 한 장!)





(천왕봉을 뒤로 하고..)









(중산리와 백무동 하산길을 가르키는 이정표)













(백무동 길로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듯 바람이 많이 순해졌다)

꽃은 흔들리며 핀다더니..
카메라를 갖다내니 좋아라 하늘하늘 춤을 춘다.
너들이 춤을 춰대도 난 너들을 멈춘 모습을 담아 줘야 돼
너들 만나러 온 것도 한 이유니까





(114)













(바람불어 좋은 날, 바람불어 사진찍기 힘든 날)

동자꽃을 담으려고 한 참을 바람과 씨름하다 결국 못 담고
자리를 떴는데 이후 동자꽃이 나타나지 않아 지리산 동자꽃도
못데리고 그냥 가야 하나 했는데.. 여기 동자꽃 한 무더기
슬픈전설을 이야기하듯 다소곳이 반긴다.





(경이로운 모습, 너들을 보면 환경 탓하는 것은 사치)





(122)















(이쁜 녀석들.. 반갑게 맞아주어 고마워!)

제 자리를 지키며
지구별의 한 모퉁이를 밝히는 너희들이 있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운 것이야.









(131)









(망바위에서)





(순환, 장송이 죽어 흙으로 돌아가듯..)

“인생아, 기억하라. 그대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소지봉 / 1312m)

하동바위길로 장터목대피소로 오를 때
이곳 소지봉이 거리상으로는 거의 중간지점이지만
여기까지 오르면 거의 다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
반면 내려 갈 때는 또 부드러운 길이 끝이 나고
가파른 내림길과 돌짝길이 힘들게 한다.





(오랫만에 창암능선길로..)





(바위채송화)









(부드럽고 호젓한 창암능)







(숲 사이로 보이는 구름과 하늘)

아직 산정은 구름에 덮혀있지만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고, 구름은 어찌 저렇게도 새하얀지..
멀리.. 어제 가려고 했던 중봉골 사태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매미가 노래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호젓한 길)





(군데군데 설치해 놓은 채집망)





(울울창창.. 산이 높으니 골도 많고, 깊다)





(키를 넘는 산죽길을 지나)







(창암사거리에서 마지막 진을 다 뺀다)

어제는 천왕봉골로 가려다 제석봉골에서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힘을 빼는 바람에 야간산행까지
하게 되었는데.. 오늘은 창암사거리에서 윗장구목 찾느라
힘을 다 뺐다. 길도 외길인데 그냥 쭉 가면 될 것을..
중요한 것은 다녀 본 길이라고 준비를 안하고 왔기 때문..

계획이야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지만..
최초 계획은 중봉골로 올라 국골로 내려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천왕봉골-통천문 코스로 올라
벽송사 능선으로 하산하기로 급수정했으나.. 늦은시간 오른
주능선은 태풍 영향으로 짙은 구름속 야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서 장터목대피소로 대피한 바람에 가까운
창암능선으로 들어 두지터로 내려서기로 했으나
그마저도 윗장구목까지 가지 못하고 고생고생하며
우여곡절 끝에 백무동으로 내려선다.





(자주꿩의다리)





(생명수)

오늘 물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절감했다.
하산길이 짧아 커피를 탄 날진통 하나만 준비했는데
중간에 거의 다 마시고.. 멋부린다고 탄 커피는 갈증을 더하게
하여 기진맥진, 걷는 것 조차 힘들어 걸음마 하듯 내려오는데
어느정도 내려오니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는 것 아닌가!
물을 연달아 두 바가지쯤 벌컥 벌컥 들이키고 나니 이제사
정신이 들고 힘이 생긴다. 여름 산행에서 무겁더라도 물은
충분히 준비하여야 하는 것. 하산 완료시까지 물은 남길 것.
기본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얻었다.





(거의 내려온 것 같다. 차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참 고생스럽고 힘든 산행을 했다)

백무동으로 내려서니
아스팔트 지열에 숨이 탁 막힌다.
역시 산속은 천국이었다.

 
(산행코스, 녹색색선)

보름달 아래 낭만적인 야영을 하였어도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겠지만.. 15시간이나 걸으며
고생한 탓에 이 또한 두고 두고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아
칠선을 생각하면 제일 첫자리에 기억될 것 같다.
마폭근처에서 야영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 또한 답을 보고 난 다음의 생각아닌가!

올해와 내년 단 두 번 남은 여름휴가!
하여, 올 여름휴가는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계획했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겨
꿩 아니면 닭이라고.., 우여곡절이 있긴 했어도
가 보고 싶었던 곳, 고군산도 신선이 노닐다 간 선유도를 거쳐
지리산 최후의 처녀림으로 남아 뭇 산꾼들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칠선계곡을 박 배낭을 메고 14시간이나 걸으며
찐하게 느꼈으니 이 또한 색다른 경험아니겠는가!
궂은 날씨, 그 험난하고 고생스러운 길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하며, 고생한
와이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