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 단풍도 지고 계절이 자리바꿈하는 계절에..

2012. 11. 25. 23:59山情無限/지리산

 
 
 


지리산, 피아골 단풍도 지고 계절이 자리바꿈하는 계절에..
(피아골로 올라 주능선 벽소령에서 의신으로..)



○ 2012. 11. 10(토) 07:38 ~ 17:55 / 맑았다 구름많음
○ 직전-피아골-임걸령-삼도봉-화개재-토끼봉-연하천-형제봉-벽소령-의신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산동면 / 전북 남원시 산내면 /
경남 화동군 화개면, 함양군 마천면





올해는
지리산을 한 달에 한 번은 다녀오려 했는데
11월까지 겨우 목표의 절반밖에 다녀오지 못한 것 같다.
일 때문에, 또 컨디션이 좋지않아, 음력 구월 그믐날에 맞춰
가려던 별밤 야영은 태풍 때문에.. 이리 저리 곶감 빼먹듯
하다보니 겨우 두 달에 한 번 다녀온 셈이 되고 말았다.
산방에 지리산 산행공지가 일찍 떴다. 스케쥴 잡기가 힘들어
몇 일 전, 심지어는 전 날 밤까지 기다리다 꼬리를 달았는데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인지 3주전에 신청했는데도 
별일이 생기지않아 지리산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코스는 피아골 직전마을에서 주능선상의
피아골삼거리로 올라 임걸령, 삼도봉, 화개재, 연하천 거쳐
벽소령에서 대성리 의신으로 내려서는 여정으로 산행거리가
24km를 넘는 장거리 산행. 피아골 핏빛 단풍도 이미 졌을테고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 있고 새벽 4시에 출발하는데도
42명이나 갈 정도로 지리산 찾는 사람이 많다.





(07:38, 산아래첫집과 계곡상회를 지나 입산)

새벽 4시 울산을 출발, 피아골 만남의 광장에서 푸른나래님
부부가 준비해 온 아침을 먹고 반야봉식당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산행채비를 한 후 간단하게 인사하고 산행시작. 직전마을 기점
산아래 첫집과 계곡상회를 지나 지리산 깊은 골로 입산.
지리산은 인기가 좋아 오늘도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뒤돌아 본 직전마을)





(들머리에서 만난 피아골 단풍)

이 모습이라도 봤으니 다행!!





(잠깐 노닥거리는 사이에 대열이 길게 늘어져 버렸다)







(피아골 핏빛단풍은 이미 다 져버리고 나목이 되어 겨울채비에 들어갔다)





(지리산인지라.. 다 모인 것도 아닌데 인원이 많다.)







(단풍진 황량한 산길.. 벌써 겨울채비에 들어간 지리산)





(삼홍소 이정표)

핏빛 선연한 빛깔 피아골 단풍도
표고막터에서 산홍, 수홍, 인홍으로 물든다는 삼홍소
구간의 단풍이 일품이라지만 벌써 미련마져 버렸는데
대서천 계류가 마음을 후벼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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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만나는 귀한 단풍)







(구계포계곡)

핏빛 단풍 떨군 가지는 삭막하고
지울 수 없는 적막감 온 몸을 적신다.
용서받지 못할 야만, 골골이 피맺힌 절규,
세월가도 물소리로 남아 들려주는 이야기
아픔도 깊어 더욱 고운 물빛

2012.11.10 / 피아골을 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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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줍듯.. 피아골에 남아있는 마지막 단풍들을..)





(우뚝한 암봉엔 소나무만 푸른 잎을..)





(허리가 부러진 고목이 길을 막지는 않았다)





(피아골대피소가.. 나타났다.)





(선순환, 본디 흙이라 흙으로 돌아가)

또 다른 생명이 싹트겠지.. 자양분이 되어줄테고..









(피아골 대피소)

피아골대피소 하면 함태식 영감님이 연상되는데,
함 선생님이 떠나서인지 피아골대피소가 낯설어 보인다.
그냥 숨만 돌리고 이내 발길을 옮겼다.





(대피소 오른쪽 임걸령 오르는 길)





(피아골대피소에서 임걸령까지는 2km)

그 중 1km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악명높은
급경사 비탈로 피아골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에 영 힘이 주이지 않는다.
잠을 두어시간밖에 못잔데다 아침도 넘어가지 않아
많이 남겼더니 벌써 체력이 소진되었는지 힘이 빠진다.
종주길 나설 때는 체력관리도 해야 하는데..
모든게 이전같지 않은데 생각만 앞서가니..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할머니가 빙그레 웃는듯..)





(세월의 속도..)

세월은 마치 로케트 꽁무니 불 내뿜으며 달아나듯 하다.
쓰러진 고목은 세월 속으로 날아가는듯..





(피아골 삼거리, 드뎌 주능선에 올라섰다)





(지리 주능선, 임걸령 가는 길)







(임걸령, 임걸령 샘터)

임걸령은 조선 선조때 좀도둑 임걸년이 활동한 무대.
시천에서 태어난 그는 반야봉 일대를 활동무대로 삼았는데
화개장터에서 넘어오는 보부상을 털거나 인근 사찰을 털었는데
'연려실기술'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참참 강성했을 때의
임걸년은 지리산의 모든 사찰을 털었다고 한다.
임걸년이 활동한 장소라 붙혀졌다는 임걸령.

대소골쪽 바로 아래에 있는 임걸령 샘터에서
물 한바가지를 떠서 벌컥 벌컥 시원한게 물맛 한 번 좋다!
날진통에 물을 반쯤 채워 삼도봉으로 향한다.





(왕시루봉 능선, 우뚝한 왕시리봉/1212m)





(하늘은 캔바스, 지리산 든 것을 환영이라도 하듯..)

하얀 도화지 위에 붓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준다.
아니, 활동사진 스크린같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노루목 1.0km를 알리는 이정표)

반야봉을 올라가 볼까 말까.. 하다 그냥 지나쳤다.
선두와는 10분 정도 차이가 날 것같고 후미는 어디까지 왔을까?
생각의 속도보다 발이 빨랐다고나 할까?





(어~ 생각지도 않은 눈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한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위어 가는 고목들)

아무런 욕심도 없고 원망조차도 잊는듯 한데,
세월의 무게에 앙상하게 사위어 가면서도
이렇게 팔 벌리고 서 있는 것은
혹 그리움 때문 아닐까!





(노루목, 반야봉 갈림길)





(삼도봉에서 쉬고 있는 선두를 만났다)







(오랫만에 무대뽀님과.. 증명사진도 한 장 남기고..)

전북 남원시 산내면,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걸쳐 있는 1550m의 삼도봉(三道峰)

원래 이름은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낫의 날을 닮았다 하여
낫날봉으로 불렀는데 낫날봉이 변형되어 날라리봉, 늴리리봉으로
변형되어 불리기도 하던 것을 1998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삼각뿔 표지석을 세우면서부터 삼도봉으로 부른다고..
삼도봉~토끼봉~명선봉~영원령~삼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북과 경남, 삼도봉~반야봉~만복대~다름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북과 전남, 삼도봉~불무장등~통꼭봉~촛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남과 경남의 경계를 이룬다.





(불무장등, 삼도봉에서 ?까지 이어지는 불무장등능선)

불무장등능선은 영신봉에서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과
노고단에서 돼지령, 왕시리봉으로 이어지는 왕시리봉능선과 함께
지리산 남부 대표적 능선으로 꼽힌다. 넓은 의미의 불무장등능선은
국립공원밖의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서 촛대봉, 황장산을 거쳐
전남 구례군 토지면 당재에 닿은 뒤 전남.북,경남의 3도 경계지점인
삼도봉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하고, 협의의 불무장등능선은
삼도봉-불무장등-통꼭봉-당재까지의 능선을 말한다.





(삼도봉 이정표, 천왕봉까지 21km)









(또 선두를 먼저 보내고..)


주능선을 선두와 후미 사이에서 유유자적 걸어보기로 했다.
지리 주능선을 묵언수행하듯 걸으며 산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출발하면서 여기까지도 거의 홀로 걸었다.
피아골을 오를적에도 계류가 귀를 즐겁게 해주더니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나뭇가지를 울리는 세미한
산의 소리가 들린다.





(지리산정은 이미 겨울이 온듯..)





(화개재)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장터 중 하나로
옛날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소금과 해산물을 지고
연동골로 올라온 봇짐장수와 남원의 산내장터에서 삼베와
산나물을 지고 뱀사골로 올라 온 봇짐장수들이 물물교환을 했던
고갯마루로 옛날 뱀사골로 올라온 70대 소금장수가 이 고개를
오르다 너무 지쳐서 죽었다는 가슴 아픈 전설이 서려있는 곳.
그 때 그 보부상들의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터가 열였을 고갯마루에는 헬기장이..







(뱀사골 방향.. 200m쯤 내려가면 뱀사골대피소가 있었는데..)

옛 뱀사골 대피소는 2007년부터 폐쇄, 철거되고 그 자리에 산행중
부상 등 긴급상황 발생시 임시 대피용도 외 일반 탐방객이 무단사용할 경우
과태료 50만원 부과한다는 조그만 탐방지원센터가 들어선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2007년 당시 뱀사골대피소 철거 결정을 내리자
많은 산악인들이 고산지대의 특성상 국지성 호우 등 예기치 못한 변덕스러운
산악날씨에 대처 할 수 있도록 철회를 호소했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뱀사골 수질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어히 철거하고 말았다.
많은 산악인들에게는 추억어린 안식처이자 구조활동에 꼭 필요한
대피소였던 뱀사골대피소는 1979년 겨울 친구 셋과 지리산 종주를 하다
혹독한 눈보라 속에 길을 잃고 헤매다 기진맥진하여 절망하고 있을 때
숲 사이로 비친 조그만 불빛을 찾아 간 곳이 뱀사골대피소여서
남다른 사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지리 주능선상의 대피소간 거리는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 3.6km,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 6.3km,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가 3.4km인데 반해
노고단대피소에서 (연하천대피소 사이에 있던
뱀사골대피소가 철거되는 바람에 노고단대피소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는 10.5km나 되어 버렸다.





(저 뒤에 보이는 토끼봉)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은 고목)





(봄을 맞으려면, 겨울을 지나야 하고, )

또 겨울은 이 어중간한 시절을 지나서 온다.
가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겨울도 아니면서..
철학자이자 시인같은 인디언 '아라파호'족은 11월을
'모두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한다지.





(53)







(수난, 허리가 동강나고 뿌리채 뽑혀 넘어지고..)





(고사목지대를 지나)





(바람자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만..)

복수초도 아닌 것이.. 곧 닥칠 북풍한설 엄동설한은 어쩔려고..





(토끼봉, 연하천대피소 3km를 가르키는 이정표)





(철쭉나무 숲을 지나)





(군데군데 붙어있는 곰 출현주의 현수막?)





(단풍진 산길에 돌단풍이 꽃같이 곱게 피어..)





(지나온 토끼봉, 그리고 연하천)





(연하천까지 가려다 명선봉 오르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그것도 점심이라고..
아침을 제대로 못 먹은 탓에 연하천가서 먹으려던 것을
시간이 되어 두유 하나와 샌드위치 몇 조각을 먹었는데..
먹고 나니 다리에 힘이 붙는다.





(명선봉, 저 봉우리만 넘으면 연하천대피소)





(우뚝한 천왕봉, 구름은 제석봉을 넘나들고..)









(호젓하면서도 적당히 거친 길, 그리고 계단길까지..)







(지난번 비 올 때 지리산엔 눈이 제법 왔나보다)







(연하천대피소 내려가는 길)







(연하천대피소, 아! 얼마만인가?)

지리산대피소중 제일 정감있는 아담한 대피소,
꼭 하루쯤 묵고 가고 싶은 곳.





(벽소령을 가르키는 이정표)

천왕봉까지 15km, 곧장 가보고 싶지만 오늘은 벽소령대피소까지만..





(호젓한 길.. 천안에서 오셨다는 분이 인사를 건넨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인사를 하는 것 같았지만
나보고 하는 것 같지않아 그냥 있었는데 주위를 돌아 보니
다른 사람이 없어 많이 미안했다. 답례를 못해 미안하다 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천안에서 오셨다는데 울산도 잘 알고 있었다.
사진도 찍어야 하고 조망처마다 올라가봐야 하다 보니
벽소령까지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동행했다.





(지리산 나무들이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다)





(왕시리봉을 당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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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아닐지..)

국립공원은 왠만한데는 계단과 목책이 설치되어 있다.
참 아기자기한 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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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중봉, 푹 꺼진 곳이 장터목)







(형제봉에서의 주능선 천왕봉 방향 조망)





(바로 아래가 현대사 소용돌이의 한복판 빗점골)





(제석봉과 그 뒤로 우뚝한 천왕봉)





(벽소령대피소를 당겨본다)







(형제봉 내려서기 전 형제바위)





(저 아래가 빗점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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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 1.5km, 후미가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한 때는 푸르른 날도 있었을테지..)





(뒤돌아 본 형제봉, 형제바위)





(또, 왕시리봉을 당겨 본다)





(천왕봉, 그 주위로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팔백능선, 불무장등능선, 왕시리봉능선이..)





(벽소령 가는 길, 벽소령 쪽에서 오는 산객들..)





(주능선에도 밧줄이 쳐져 있다)





(호젓한 길을 따라가니..)





(드디어 벽소령대피소가 나타났다)





(음정방향, 음정까지 6.7km)







(대피소 뒷쪽 마당으로 갔다 앞으로 왔다가 하며)





(30분 정도 기다리니 후미가 나타났다)





(하산, 의신방향으로.. 의신까지 6.8km)

벽소령대피소에서는 반대쪽 함양 음정까지는 6.7km,
세석대피소까지는 6.3km로 모두 먼데 그나마 3.6km
거리에 있는 연하천대피소가 가까운 편이다.





(마치 이발사가 이발을 한듯..)





(의신내려가는 길, 낙엽 쌓인 길이 좋다)







(빨간 단풍 아래 낙엽을 밟으며..)





(삼정마을, 빗점골)

저 아래가 빗점골인데… 지리산 골짝마다 사연이 없고,
한이 서리지 않은 골이 어디있겠냐 마는 빗점골은
빨치산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아지터에서
최후를 맞은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있길래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우리가 산문 밖으로 나오니 기다렸다는듯이
시끄럽게 짖어대더니 주인이 조용히 하라니 짖는 것을 멈추고
온순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기특하다 싶어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순간 돌변한 이 녀석, 초상권 침해했다고 그러는지 20미터 가량을
달려와 덤빌려고 한다. 스틱으로 휘휘 젓으며 쫓는데 제 구역이
있는지 조금 따라오다 그냥 돌아간다. 왠 녀석도..





(지루한 길..)

상정마을에서 의신까지 의신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이 길도 참 지루한 길이다.





(찍을 것이 없어 멀리 노랗게물든 낙엽송도 당겨보고..)









(이쁜 단풍, 낙엽.. 너무 늦은 시간 빛이 없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십일월 / 나태주





(17:55, 하산완료)

직전마을에서 주능선 피아골삼거리까지 6km,
피아골삼거리에서 벽소령까지 11.4km, 벽소령에서 의신까지
6.8km 도합 24.2km를 걸어 10시간 17분만에 지리산을 나왔다.
그래! 지리산에 들면 10시간 이상은 머물다 나와야지
지리산! 도망치듯 그렇게 빨리 나올 산은 아니지..





(산행지도)

지리 주능선을 하루 넘겨 걸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오래된 것 같다. 언제부턴가
지리산 주능선 종주는 내달리듯 당일에 걸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오늘 유유자적하며 주능선 맛을
조금봤다. 다음에 시간내어 주능선을 2박 3일쯤 잡고
쉬며 놀며 구름따라 바람따라 유유자적 걸어봐야겠다.

오후에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올 것이라 했는데 다행히
산행을 마칠 때까지 비도 오지 않고, 모두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감사하다. 산방기간 끝나면 올해가 다 가기전
지리산을 한 번 더 들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