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통신골로 올라 중봉골로..

     

 

 
지리산, 통신골로 올라 중봉골로..
(새악시와 농염한 여인의 모습으로 맞아준 지리의 가을)



○ 2012. 10. 13 07:45 ~ 16:45 / 일교차 심함, 더움
○ 중산리-통신골-천왕봉-중봉-써리봉-중봉골-자연학습원-중산리
○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삼장면 / 함양군 마천면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
"부웅~ 부웅~" 꿈결인가 하다가 벌떡 일어나 보니
성천님의 전화다. 4시에 문수고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계를 보니 4시 3분.. 낭패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일행이라도 많으면 그냥 가라고 할텐데.. 그것도 인원이 적어
취소될뻔 하다가 5명이 단촐하게 가기로 한 지리산.
미안한 맘으로 잠깐만 기다려 달라하고 고양이 세수하고
배낭챙겨 100m 달리기 하듯 내달려 10분만에 문수고 도착.
성천대장을 비롯한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다.
3시반에 알람을 맞춰 놨는데.. 왜 안울렸지?

지리산 단풍은 피아골의 핏빛처럼 붉은 단풍과
뱀사골의 수채화같은 단풍이 압권이지만, 오늘은
미답지 통신골 단풍을 보러 가는 길이다.

가는 길 사천휴게소에서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울산에서 지리산 가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면종류는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7시 이전에 밥을 먹을 수 있는
휴게소는 사천휴게소가 유일한 것 같다.





(07:45 산행시작, 중산리 탐방안내소)

거의 만차 수준인 상단 주차장에 타고 온 차를
주차시키고 산행채비를 하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지난 밤 천왕봉은 영하3도까지 내려갔다더니
지리산 자락은 벌써 늦가을 기운이다.





(칼바위계곡과 순두류계곡이 합류하여 이룬 중산리 계곡)

계곡이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만산홍엽을 기대된다. 마치 고운님 만나러 가듯..





(입산, 중산리 야영장)

오늘 산행은 중산리에서 칼바위을 거쳐
장터목 대피소 길로 오르다 유암폭포 상단에서 계곡으로
잠입하여 통신골로 천왕봉까지 곧장 치고 오를 계획이다.
하산은 로타리대피소를 거쳐 자연학습원쪽으로 내려 설
계획이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칼바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직진하면 천왕봉, 우리는 좌측 장터목대피소 오르는 길로..)









(단풍이 울긋불긋 물드는가 했는데..)









(조금 더 진행하니 아니니 다를까..)

꽃같이 화사한 단풍이 붉게 타고 있었다.
뒤따라오던 산객들이 탄성을 지른다.









(점입가경! 추색 완연한 길로 점점 빠져든다)





(너덜지대.. 홈바위교 뒤로 보이는 지리 주능선)





(겨울엔 얼음기둥으로 변하는 유암폭포에 잠깐 들렸다가..)









(유암폭포 바로 위에서.. 통신골로 잠입)

여기서 천왕봉까지는 1.7km 가량되는데..
선답자들 산행기를 보면 빠르게 오르면 3시간, 쉬엄쉬엄 올라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니 오름이 얼마나 거칠고 험할지..
초입은 큰바위로 된 너덜지대였는데..









(단풍 든 계곡.. 진행방향으로 병풍같은 직벽이..)









(계곡에는 이미 가을이 한 발 앞서가고 있는듯..)





(계곡을 타고 오르다 가끔씩 뒤돌아 보며.. 또 다른 모습.. 멋있다!)









(이 아름다운 가을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몸을 불사르는 열정으로 가을을 맞는 단풍.. 그 붉게타는 단풍그늘로..)





(아름다운 꽃도 때가 되면 시들듯..)









(계곡은 물을 보기가 힘들정도로 말라 있었다)

아마도 급격한 경사와 바위로 인해 물을 오래 머금을 수 없는듯
큰 비가 오면 바로 쏟아 부었다 이내 건천이 될듯..













(웬 통신골..?)

통신골로 불리게된 유래에 대해서 두어가지 말이 떠돌지만
영산 지리 천왕봉에 오르는 골짜기로는 왠지 어울리지않는 어색한 이름.
원래 이름이 없었을까.. 각설하고, 통신골은 유암폭포 상단부에서 시작해서
천왕봉까지 이어가는 급격한 오름길로 실제 거리는 1.7km밖에 안되지만
네발로 기어 올라야 하는 가파르고 험준한 오름길. 오르는 도중
만나는 세 번의 합수부에서 모두 오른쪽 계곡으로 오르면 천왕봉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있겠냐만.. 갈수록 일어서는 계곡)





(벌써 낙엽들이 이리저리 몰리고..)







(앞만 보고 걷지 말고 가끔은 뒤돌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정상에 이르듯
한 순간 한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생을 마치는 날 뒤돌아 본 인생도 저렇게 아름다웁길..
뒤돌아 보면 모두가 감사한 일들뿐.







(계곡은 계류도 바위 자갈도 보기 힘든 통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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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여 조심 조심.. 그럼에도 진도가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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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이 험할수록 산이 아름답듯..)

산길이 거칠수록 산행의 묘미는 더한다.









(고도 1480m, 두번째 합수부, 갈림길)

첫번째 합수부 좌측골은 제석봉골이고,
두번째 합수부 좌측골은 통천문 오르기 직전 골짜기.
계속 우측골로 진행하면 천왕봉 턱밑에 이른다.





(4계절이라지만 봄과 가을은..)

봄의 중심이다 생각할 즈음 이미 봄의 끝자락이고
지금 가을의 중심이다 싶으면.. 이미 가을의 끝자락.
봄과 가을은 그렇게 바삐 가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갈 수록 계곡이 뻣뻣하게 일어서는 바람에 오르기는 힘들지만
암반길이 많이 미끄럽지않고, 또 바위나 자갈이 거의 없어
낙석의 위험이 적어 다행이다.





(76)







(네 발로 기어 올라야 할 곳이 자주 나타난다)







(잎이 마르고 꽃도 시들고..)





(비경을 사진에 담기 여념없는 성천님)







(뒤돌아 본 통신골의 아름다운 모습..)





(이 몸도 한 때 낙낙장송의 푸르른 꿈이 있었다니깐..)





(붉다고 다 꽃인가? 꽃보다 아름다운 단품)









(먼 곳, 가까운 곳 할 것 없이 울긋불긋.. 가을에 완전 포위당했다)





(저~기 저기를 좀 보라구!)





(여름이 제철인 산오이풀.. 안간힘을 다해도 힘에 겨운듯..)







(암벽을 타고 오르는 재미.. 스릴있어 좋다)






(통신골을 오르는 내내 육산 지리도 골격미가 참 좋다는 생각..)





(이런 모습의 바위도 있고..)







(꽃은 시들고, 잎은 마르기 쉬운 것..)







(빠르게.. 구름을 걷어 내느라 분주한 하늘..)

정상이 가까워지자 축하라도 하는듯
하늘의 짙은 구름이 걷히며 파란 하늘을 보이기 시작한다.







(산수화 한 폭을 보는듯.. 암봉과 소나무의 조화, 저기에 눈까지 쌓이면..)







(정상이 가까워지니 왁자지껄 사람소리가..)





(뒤돌아 본 골짜기는 아찔하지만.. 절경은 절경이다)









(하늘에 맞닿은듯..)

상단부 사태가 나서 보수공사를 한 지대를 지나 천왕봉 턱밑까지 오른다.
구름까지 걷히니 하늘이 가까워진 느낌





(주능선 방향의 조망)









(정상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이른 점심을..)

우리는 통신골을 제법 빨리 오른 것 같다.
9시30분에 계곡으로 들어 12시 조금 지난 시간에 도착했으니
2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중봉쯤에서 먹으려 했던
점심을 천왕봉 아래서 먹기로 했다.











(새가 머리가 나쁘다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앞까지 유인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참 이쁘다.
새의 머리 나쁘다고 하지만 생각보다는 영리한 것 같았다.
본능적이긴하겠지만 먹이를 찾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고,
찾은 먹이는 집에 보관을 하는지 열심히 물고 날랐다.
먹이도 한 개만 물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3개씩 물고 가는데 작은 것 2개는 입안에 넣고,
큰 것 한 개는 물고 갔다. 다시 올 때도 먹이 있는
곳까지 곧장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바위에
앉아서 주위를 살펴 본 다음 살짝 다가왔다.





(천왕봉은 인산인해!)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천왕봉 정상석 인증사진 찍으러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너무 길어 뒷쪽에서 한 장 찍고 내려선다.
인산인해가 이런 때 쓰라고 생긴말인지..







(장쾌한 지리주능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멀리 반야봉을 당겨본다.







(중봉과 써리봉 방향)









(중봉에서.. 써리봉, 구곡능선(황금능선), 천왕봉..)

통신골을 생각보다 빨리 오르는 덕분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코스를 변경하여 중봉-써리봉-구곡능선을 타다 중봉골로 내려
자연학습원에서 셔틀버스로 탐방안내소까지 내려 가기로 했다.







(한 세대를 또 한 세대가 따라가겠지)

어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떠 밀려 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진 한 장 찍는 사이.. 선두는 벌써 가맣게 도망가 버렸다)







(천왕봉과 중봉)







(소나무도 기력을 잃고..)

잎이 마르고 있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될테고 그러면
머지않아 남부지방에서 소나무를 보기 힘들거라는데..







(써리봉을 지나 구곡능선(황금능선)으로..)





(40)









(지리의 아늑한 품속에서..)







(그럼.. 조망 좋은 곳은 쉬어 가야지.. 사진도 한 장 남기고..)





(S자로 용트림하듯 하는 구곡능선(황금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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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옆길로 빠져 로프를 잡고 내려서기도 하고..)

















(점입가경!)

중봉골로 내려서는 사면에 하늘을 덮은 울긋불긋
오늘 지리의 단풍맛을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이 길로 오길 정말 잘했다.







(단풍드는 날 / 도종환 )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지리의 황홀한 가을 한가운데를 걷는다)

누가 이렇게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을까?
창조주의 솜씨는 신묘막측하다고 할 수 밖에..









(중봉골로 내려서니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중봉골'을 '마야계곡'이라 부르게 된 것은 80년대 이곳에서
'마야'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부터라고 한다.







(색은 빛이 생명인데..)





(로타리대피소에서 내려오는 길을 만나..)









(멈출 수 없는 열정.. 그 절정을 향해..)









(산 아랫쪽은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다)

봄은 강에서 올라 오고,
가을은 산정에서 내려 오는 것
이미 정상부위는 단풍이 졌는데..
산자락은 이제 불붙기 시작한다.













(꽃길, 단풍길..)









(호젓한 숲길을 지나)









(참취, 꽃향유, 고들빼기?)









(자연학습원 주차장, 산행종료..)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셔틀버스로.. 요금은 2000원
시간은 수시.. 아마 손님이 가득차면 곧바로 떠나는듯..
떠나려는 버스를 타니 만원.. 타자마자 곧 출발





(원점회귀, 하산완료)

셔틀 버스를 타고 중산리주차장에 도착하니 17시17분.
내일 둘째 아들을 결혼한다는 식당에서는 동네 손님잔치를 하는데
우리도 손님인냥 잔치떡도 얻어먹고 저녁을 해결한다.

산행은 혼자가면 혼자 가는대로, 여럿이 무리지어 가면
무리지어 가는 대로 좋다. 오늘은 단촐하고 오붓해서 좋았다.
코스도 처음엔 로타리대피소쪽으로 내려오려다 통신골을 생각보다
빨리 오른데다 인원이 적어 중봉에서 써리봉 능선 구곡능선을 타다
중봉골로 내려섰다. 덕분에 만산홍엽! 지리산의 단풍을 만나는
행운도 따랐다. 통신골은 수줍은듯 얼굴붉히는 새악시같은
단풍이라면 중봉골 내려서면서 만난 단풍은 40대 여인의 농염한
모습이었다. 수고한 성천님 입압님, 향기님 수고 많았습니다.
덕분에 함께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어가시길.. 감사합니다.

2주전 모습과는 사뭇다를테지만
차일피일하다 밀린 숙제 오늘에사 정리하며
겨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