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설국에서 진종일 선경을 넘나들며..

2012. 12. 13. 00:36山情無限/지리산

 
 
 

 
지리산, 설국에서 진종일 선경을 넘나들며..
(선유동계곡으로 올라 삼신봉 거쳐 묵계치로)




○ 2012. 12. 8(토) 07:50~18:50 / 몹시 춥고, 눈보라
○ 선유동계곡 - 내삼신봉 - 삼신봉 - 외삼신봉 - 묵계치 - 삼신봉 터널

○ 경남 하동군 화개면 / 청암면 / 산청군 시천면


 
 


오늘 산행은 화개동천 선유동계곡으로 들어
남부능선 쇠통바위 조금 못미친 곳으로 올라 청학동을 품고있는
내삼신봉 - 삼신봉 - 외삼신봉을 거쳐 묵계치로 내려서는 코스로
화개동천 선유동계곡은 선유동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신선이 노닐만큼 아름다운 선경으로 괴산의 선유구곡,
문경의 선유구곡과 함께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한다.

지리산 선유동계곡은
화계천 지류인 남부능선에서 내려오는 4개의 큰 골짜기중 하나로
대성골과 단천골, 불일폭포가 있는 쌍계사계곡과 함께
상당히 크고 긴 계곡으로 신흥마을에서 대성동 가는 길로
조금 오르다가 대성지킴터 뒤로 난 길을 따라
계곡안으로 들어가면 골짜기가 점점 넓게 열린다.
장대한 폭포는 없지만 계곡 전체가 크고 작은 소와 담,
폭포가 연속되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계곡.
선유동골과 이웃한 단천골은 대성골과 쌍계사계곡과는
달리 그동안 은밀히 가려져 있다가 최근 명소로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지만 비법코스







(선유동 계곡으로 빨려든다)

선유동계곡은 고운 최치원에 얽힌 전설과 유적들이 많은
신흥마을에서 남부군의 비극이 점철된 대성동 방향으로 1km 정도
올라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대성지킴터
뒤로 나 있는 쪽문을 돌아 들어간다.

신흥마을은 "삼신동"이라 새겨진 각자와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나타났다는 전설이 있는가 하면 수령이 천 년이나
된다는 도나무, 그리고 세이암 등에 얽힌 사연이 흥미롭다.
삼신동은 최치원이 이상향으로 설정했던 곳으로 당시 그가 삼신동으로
들어가면서 속세의 연을 훌훌 털어버리는 심정으로 귀를 씻었다는
전해지는 바위를 세이암이라고 부르고, 또 지팡이를 꽂아 둔 것이
지금 거목으로 변해 있다는 '도나무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이상향과 신선의 전설이 얽힌 신흥마을이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동계곡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풍으로 물들었을..)

선유동계곡, 이름 그대로 신선들이 노닐던 계곡이라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으로 화개동천(花開洞天)의 화개천 지류인 선유동천(仙遊洞天).
선유동계곡은 삼신봉과 그 능선에서부터 빚어진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깊고 아름답고 신비한 골짜기

오늘도 두어 시간 자고 새벽 3시반부터
부산을 떨며 신새벽을 밝히며 달려왔다.
무엇이 이 길로 이끄는지..





(산표석도 눈을 맞고 산을 지키고 있다)





(이 부근에 집이 있은듯, 감나무에는 빨간 홍시가..)









(선유폭포, 계곡에는 이름없는 폭포들이..)





(11)





(산이 좋아, 사니조아, 산이 너무 좋아)





(13)











(왼쪽으로 군데군데 평지가 나타난다.)

눈쌓인 계곡으로 깊게 들어가면 이 깊은 산중에
집터와 논이었을듯한 평지와 대나무숲이 자주 나타난다.





(동네가 있었겠다 싶었는데.. 역시..)

자료를 찾아보니 아랫마을과 윗마을
두 마을이나 있었다는 고사마을터였다.
이 산중에..





(한동안 계속되는 너덜지대를 지나..)







(드디어 계곡을 벗어나 가파른 오름길에 들어선다)

선두에서 길을 이끄느라 수고한 성천과 눈길 두 대장!

너덜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계곡의 오른쪽으로 붙어
시그널이 달려있는 길을 따른다. 계곡에서 능선에 붙자마자 코가
땅에 닿을듯한 된비알로 고도를 높혀 지네능선 상단부로 이어지고,
조금 더 진행하면 쌍계사와 삼성궁, 칠성봉 능선과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사통팔달 상불재 조금 지난 남부능선 헬기장으로
오른다. 이 길은 희미하지만 남부능선까지 잘 열려 있다.
눈이 많아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가파른 비탈을 올라 지네능선 상단부로 )

지네능선은 남부능선에서 신흥마을로 내려서는 능선으로
선유동계곡과 내원골로 물길을 가른다.









(세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급강하한다)

선유동 계곡을 지날 때는 올겨울들어
제일 추을 것이라는 예보가 무색할 정도로 온난했는데..
북풍한설에 광풍이 몰아치자 방한자켓까지 입었으나
섬뜩함을 느낄 정도로 찬기운을 느낀다.





(아침을 먹은지 6시간이 지났는데다 급비탈을 오르느라..)

체력도 많이 소모된데다, 추위까지 엄습하니
허기가 지는데 식사할 자리를 찾지못한 선두는 계속 내뺀다.
계속 따라가기 힘들어 빵을 한 입 물었는데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조금 있으니 후미가 도착하고..





(그냥 눈 밭에 자리 잡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과연 추운 날씨는 추운 날씨다.
점심을 먹으려고 눈밭에 앉았는데 손이 덜덜덜..
수저가 시에라컵을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꽹과리 치듯한다.







(오랫만에 산길에서 만난 해바람님)
 
 

 
(바람 불어 좋은 날,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더 좋은 날)
 
 




(남부능선 이정표가 갈 길을 가늠해 주고..)







(날씨가 급변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추웠으나
계곡에 드니 눈발이 비치면서 오히려 포근했다.
조금 후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살짝 비치더니
다시 구름이 낮게 내려앉으면서 눈발을 날리고
능선에 붙으니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기온이 급강하한다.

고산의 기상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바라클라바까지.. 완전무장을 했다)









(漸入佳境!)

마른 나무가지에도 은백의 꽃이 피고,
쌓인 눈길을 걸어가면 싸박 싸박, 뽀드득 뽀드득
발끝의 감촉이 예민하게 살아나고
가는 곳마다
보는 곳마다
황홀한 눈천지, 꽃천지











(설국, 눈으로 덮힌 하얀 세상이 그저 좋다)









(갑자기 문정희시인의 '겨울사랑'이 떠오른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눈꽃)





(하얀 색도 무게가 있을까?)

하얀 눈은 무게도 없이 가벼울 것같기만 하고
개나 사람이나 나무나 다 좋아할 것만 같은데
왜 나무들은 가지를 늘어 뜨리고 힘겨워 하지?

그것은 착각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보기 전에는 모를 일
눈을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는 이유







(바람이 몰아치니 눈보라가 인다)

춥지않으면 겨울이 아니듯
바람 불지 않으면 인생살이가 아니지.
즐기자! 겨울도 추위도 바람도 즐겨 버리는 것이다.
바람이 드셀수록 연이 높이 오르는 것 같이..









(구름이 걷히며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얏호!)

광란하듯 요동치던 구름은
세찬바람에 밀려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정도로 구름이 빨리 물러가면 삼신봉에서 천왕봉도 보고
금빛으로 일렁이는 남해를 조망할 수 있겠다 싶다.





(고독하지만 행복한 길)







(오랫만에 산길에서 만난 듀뽕스.. 반갑다!)

아마 올 신년해맞이 운문산 야영 이후 첨인것 같다.
그래도 해 넘기기 전에 만나니 다행이다.







(삼신봉에 먼저 도착한 일행들..)

뒤에 있는 줄 알고 노닥거렸는데 언제 앞서 갔지?





(삼신봉 갈림길 이정표)

뒤로 가야할 낙남정맥 고운능선이 펼쳐진다.
청학동은 바로 아래 안부에서 우측길로 내려선다.
우뚝한 봉우리가 외삼신봉





(삼신봉(三神峰) / 1284.5m)

지리산 산봉들 가운데 영신봉과 함께 신(神)자를
쓰는 두 봉우리 중 한 봉우리로 영신봉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영신봉에서 정남방으로 뻗어 나온 남부능선의 10km지점에서
우뚝한 봉우리로 솟은 채 남북에서 마주보고 서 있으며,
다시 이 곳을 정점으로 하여 삼각형으로 지맥을 벌리면서
그 아래로 청학동이라불리는 학동마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삼신봉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에서는 선계의 경지를
접할 수 있는 듯한 묘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삼신봉 세 봉우리중에서는
내삼신봉(1354.7m)이 제일 높고 다음은 외삼산봉(1288.4m).
(원)삼신봉(1284.5m)이 제일 낮다.









(삼신봉에서의 조망)

천왕봉은 아직도 구름속.
남부능선 영신봉 방향과 지나온 내삼신봉 방향,
지난 낙남정맥을 거닐때 이곳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던
남해바다.. 황홀경에 넋을 잃었는데..





(청학동과 낙남정맥 갈림길에서..)





(외삼신봉 / 1288.4m)

후미가 청학동으로 내려 가는 바람에
여유를 부리다 졸지에 후미가 되어 버렸다.
속도를 내려는데 갑자기 나무가지가 얼굴로 날아든다.
고글을 꼈기에 다행히 눈은 다치지 않았는데 얼굴이 따갑다.
손을 대니 피가 묻어난다. 외삼신봉에서 일행을 만나고
자연향님이 치료를 하려는데 가지고 있던 소독약과 연고가
얼어 빨간약만 바르고 추장처럼 대일밴드를 붙혔다.

사실 삼신봉에서 고운동재에 이르는 낙남정맥
(고운능선)길은 잡목과 산죽으로 악명높은 구간.
얼굴을 활켜 상처가 났는데도 눈을 다치지 않았으니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삼신봉 암릉구간)

암릉구간 밧줄이 끊겨 우회하여 암릉 중앙부분부터
로프를 타고 내렸는데.. 대부대의 제일 마지막에 내려서다
보니 선두와는 10분 이상 차이가 나 버렸다.







(끝이 없는 길..)

날은 어두워 지고, 눈보라까지 몰아치는데..
날머리로 내려서는 묵계치는 나올 기미가 안보이고..
일행들은 어디까지 갔는지 꼬리도 보이지 않는다.
후미 일행이 지친듯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비상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나니 힘이 나긴 하지만

등로를 가로막고 쓰러져 있는 나무와
미끄러운 눈길이 마음 바쁜 걸음의 발목을 잡는다.
큰 절을 해야 통과시켜 주고, 심지어는 장애물 경주하듯
기어야만 통과시켜 주는 곳도 부지기수이더니 마지막
묵계치에서 삼신봉터널 내려서는 길은 한 술 더 떴다.
날머리를 누가 옮겨 놓았는지 길이 고무줄 같이 늘어났는지
끝이 없어 할 수 없이 랜턴까지 켜고 야간산행 돌입..
묵계치 내려서다 일행들을 따라 잡았다.







(날머리 삼신봉 터널)
 

 

 

 

(산행지도)

오전 7시 55분 선유동계곡 산문에 들어 오후 6시 55분에
날머리 삼신봉 터널로 내려섰으니 11시간 동안의 대장정이었다.
그것도 눈꽃 활짝핀 설국에서 눈보라까지 맞으며 진종일 찐하게
선경을 넘나들며 걸었으니 올 겨울은 눈길산행이 원도 한도
없을듯 한데, 되려 갈증이 심할 때 소금물 마신냥
심설산행에 대한 열망이 더 해진다

'신선'과 '이상향'에 대한 기대가 큰 산이다 보니
시인 묵객과 이상향을 동경하던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았는데
특히, 화개동천과 선유동계곡이 그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고운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나타났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선유동계곡은 이름까지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뜻 아닌가!
설국에서 종일 선경을 거닐며 황홀경에 빠져 보기도 했지만
마냥 신선놀음일 수만 없는 것은 이상향으로 여긴 인근, 아니 지리산
전체가 민족사에서 지울 수 없는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니..
비록 하얀 눈이 세상의 허물들을 다 덮은듯 하여도 말이다.

또다시 그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오늘 심설과 북풍한설 가운데도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며, 고생하고 수고한 모든 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특히, 앞에서 러셀하며 길을 트느라 수고한 성천, 눈길
두 대장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